출판사 책소개
빨갛게 달아오른 트럭,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록빛 숲속, 검은 어둠이 내려앉은 한밤의 고속도로, 수평선 위에 떠오르는 해의 노란 빛줄기, 탁 트인 파란 바다와 모래사장에 닿는 물결의 일렁임… 여름의 빛을 따라 한 아이가 보낸 휴가의 순간들이 펼쳐진다. 여름날의 정취를 산뜻한 컬러감으로 표현하여 온통 여름의 감각으로 가득 채운 그림책이다.
여름의 빛, 여름의 열기, 여름의 느낌들…
고요하고 강렬한 여름의 순간들
어느 날, 창문 커튼에 빛이 비치면 한 아이는 여름을 떠올린다. 아이가 기억하는 여름은 발에 닿은 새 운동화의 감촉처럼 낯설고, 머리카락에서 피어오르는 햇빛 냄새나 귓가에 울리는 매미의 울음소리처럼 강렬하다. 여행 가방을 끌고 집을 나서는 아이의 발끝에는 빨갛게 달아오른 빛이 성큼 들어와 있다. 휴가를 떠나는 아이는 이제 뜨거운 여름의 한때를 통과하게 될 것이다. 『여름빛』은 여름의 안쪽을 향해 고요하게 나아가는 그림책이다. 계절의 감각을 섬세하게 포착한 이미지들이 이어지며 여름 안으로 이끈다. 문지나 작가는 자유롭고 과감한 필치로 여름날의 공기와 정서를 생생하게 옮겨 놓는다.
오일 파스텔로 그린 여름의 색채들
『여름빛』은 아이의 휴가 여정을 보여 주면서 빛의 움직임을 따라 장면이 흘러간다. 노랑으로 표현된 여름의 빛은 빨간 머리빗, 아이의 빨간 운동화, 햇볕에 달구어진 빨간 트럭을 지나 수박의 새빨간 속살로 뛰어든다. 빨강 다음에는 초록. 더위를 쪼아 먹는 초록 새, 울타리를 넘는 나무들의 초록, 열기를 내뿜는 초록 테니스장, 시원한 바람이 불어 풀이 흔들리는 초록 숲속으로 스며든다. 낮이 지나고 밤이 오면 여름의 빛은 강하고 세찬 기운을 감추고 부드러워진다. 한밤중 고속도로 위로 뜬 노란 달, 휴게소에서 비치는 노란 불빛이 되었다가 어느새 수평선에 떠오르는 아침 해의 노란 빛줄기가 되어 다시 힘차게 내리쬔다. 그리고 휴가의 도착지, 파란 바다. 변화무쌍한 여름의 빛은 화면 안에서 작아지고 커지기를 반복하면서 유려한 흐름을 만들어 낸다. 빨강, 초록, 노랑, 검정, 파랑 등의 오일 파스텔로 그린 풍경들은 풍부한 과즙의 과일을 한입 베어 물듯 여름의 맛을 흠뻑 느끼게 할 것이다.
뜨거운 여름은 가고 빛으로 남아
지난여름의 기억은 여행지에서 우연히 찍은 스냅사진이나 두서없이 느낌을 적은 메모처럼 조각들로 남아 있을 것이다. 여름의 조각들을 모으는 건 여름을 기억하는 일. 『여름빛』은 여름날의 보고 듣고 느낀 순간을 그러모아 일기장에 쓰듯 담담하게 문장을 적어 간다. 바람이 불던 숲에서 뛰어놀며 보낸 시간은 “사르락 사르락 춤추는 풀”로, 바다를 향해 고속도로를 밤새 달리던 차에서 일출을 기다리던 순간은 “라디오 노랫소리 가득한 차 안”으로, 파도가 일렁이던 느낌을 “찰랑찰랑 고무 튜브의 움직임”으로 적어 놓는다. 작가가 몸의 감각을 활짝 열어 놓고 적은 여름의 문장들이다. 이 문장들을 소리 내어 읽으면 그림책이 가만히 말을 걸어올지도 모른다. ‘당신은 여름을 어떻게 기억하나요?’ 만약 기억이 안 난다면 창문의 커튼을 열어 보라고 말이다. 여름의 빛은 언제나 소나기처럼 쏟아질 테니까.
첫댓글 색으로 한 여름밤의 서정을 이야기 하는게 인상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