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의 가을풍경. 매년 9월이면 소금같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에 가슴 한켠이 아련해진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좀 건너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후략)
어렸을 때 비 내리던 창가에 앉아 책을 읽던 중 라디오에서 정선아리랑이 흘러나와 조용히 듣고 있다가 그만 눈물을 주르르 흘렸던 적이 있다. 철모르던 어린 나이에도 가슴이 막 아프고 저미는 것이 그 까닭을 알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한’이라는 정서를 이해하게 되었고 강원도 첩첩산중 깊은 산골에서 사랑하는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낙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 지금, 강원도 정선은 그렇게 처연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된다.
지금은 예전보다 빠르게 정선을 여행할 수 있다. 그래도 서울에서 3시간 30분 이상은 걸리는 조금은 먼 여행지이다. 하지만 그런 접근성이 오히려 정선을 더 정선답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이제 곧 붉게 단풍으로 물들 정선으로 행복한 가을편지 쓰러 떠나보자.
정선레일바이크
정선레일바이크. 레일바이크는 전국 곳곳에서 탈 수 있지만 정선의 풍경은 국내 제일이다.
정선 아우라지를 거쳐 구절리까지 이어진 길을 달리던 열차는 이제 운행을 중단했고, 철길만 남아있던 자리에 레일바이크라는 새로운 레저시설이 도입되어 인기 있는 가족레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원래 레일바이크의 효시는 미국의 골드러시를 위해 만들었던 철길이 유명무실화되며 버려진 철길에 레일바이크를 설치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레일바이크를 타고 가는 동안 감상할 수 있는 정선의 가을
우리나라에 레일바이크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여럿 되지만 7.2km라는 긴 구간과 정선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은 레일바이크를 타는 여행객들에게 선물처럼 멋진 시간을 전해줄 것이다.
오장폭포의 수려한 장관, 노추산의 환상적인 자태, 이제 막 추수를 시작한 너른 들판의 풍요로운 모습과 농부의 미소,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평화로운 농촌마을, 댕댕 종이 울리면 신호기가 올라가는 예쁘고 앙증맞은 철길 건널목, 아우라지 넓은 강변의 애절한 모습들이 모두 레일바이크 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비경이다. 이제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스라이 멈춰버린 옛 철길의 정취도 느끼며 행복한 가을풍경을 만끽해보자. 아이들이 사진을 찍을만한 포인트가 많으니 놓치지 말자.
별천지 박물관
별천지박물관. 산골마을을 여행하는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지금은 폐교된 숙암분교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추억의 박물관이다. 볼거리가 화려한 곳은 아니지만, 옛 추억을 떠올려 보고 싶은 분들은 잠깐 방문하여 쉬었다가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작지만 아담한 식당과 데크 사이즈가 넓은 캠핑시설도 갖추고 있다.
아우라지 강
아우라지 나룻배. 굳이 나룻배를 타지 않고 강 건너편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 진다.
정선아리랑의 슬픈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아우라지는 구절리에서 흐르는 송천과 중봉산에서 흐르는 골지천이 합류하여 어우러지는 지점이다. 정선 아우라지에서 시작되는 물길은 서울의 한강까지 이어지는데 이곳에서 뗏목으로 목재를 운반하기도 하였다. 아우라지 이전까지는 작은 하천에 불과했던 개천이 아우라지에 이르러서는 비로소 강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 만큼 물줄기가 커진다.
아우라지 강. 맨발을 담구었을 때 느껴지는 코끝 쨍함은 가을이 벌써 저만큼 갔기때문일까, 슬픈 전설때문일까.
사연 많은 산천이 그러하듯 아우라지에도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원래 이곳은 아우라지를 사이에 두고 여량과 가구미에 사랑하는 처녀, 총각이 살고 있었다. 둘은 싸리골에 동백을 따러 가기로 약속했지만, 전날 밤새 내린 폭우로 불어난 물줄기 때문에 나룻배가 뜰 수 없어 만날 수 없었다. 정선아리랑에 보면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라는 가사는 당시 안타까운 처녀, 총각의 마음을 잘 나타내어 주고 있다.
한국인의 ‘한’의 정서가 아우라지 강줄기 안에 하나로 모아져 흘러가는 듯하다. 물살이 세지 않는 날에는 이곳에서 무료 나룻배체험도 할 수 있다. 여량마을과 가구미마을을 오가며 사랑하는 마음을 싹틔웠던 처녀 총각의 마음으로 돌아가 나룻배체험에 도전해보자.
정선아리랑 시장
정선5일장에 가면 메밀전병과 배추전은 반드시 맛보자.
전통 재래시장인만큼 지역특산품을 많이 판매하는 정선아리랑 시장.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시장구경만큼 재미있는 일이 또 있을까? 시골의 작은 장터였던 정선 5일장은 정선이 관광명소로 이름을 높이면서 이제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정선의 명소가 되었다. 강원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강원도산 질 좋은 산나물들과 다양한 향토음식들이 여행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몸에 좋은 산나물 구경도 하고, 플라스틱 의자에 걸터앉아 구수한 메밀전병도 먹어보고 하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이다.
아라리촌
정선의 옛주거문화를 재현한 아라리촌. 저릅집, 귀틀집, 굴피집에서는 민박체험이 가능하다.
아라리촌은 정선의 옛가옥을 재현해놓은 곳으로 옛 정취를 강하게 느끼게 해주는 편안한 문화공간이다. 강원도 정선은 산악지방으로, 다른 지역과는 매우 다른 특색 있는 가옥문화가 발달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기와집과 초가집도 있지만 산간지역의 생활을 대표하는 너와집, 귀틀집, 저릅집 등 7가지 전통가옥을 재현해놓았다. 전통가옥은 숙박체험도 가능하며 상시적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즐거운 체험이 열리고 있는 곳이다.
너와집
산간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값비싼 기와나 초가를 이을 볏짚을 구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산에서 나는 나무를 베어 쐐기를 박은 다음 기와 모양으로 쪼개어 지붕을 이었는데, 이와 같은 형태의 가옥을 너와집이라고 부른다. 추운 산간 지역인 만큼 너와집은 집안에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아파트식 구조로 되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집안에 들어서면 바로 한 켠에 외양간이 있고 방과 방들은 서로 붙어있는 구조이며, 아궁이 한 켠에는 곡식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고도 마련되어있다. 화장실 역시 멀리 떨어져있지 않고 집과 바로 붙어있어 눈이 많이 내리는 산간지역의 생활모습을 짐작케 해준다.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캠핑
계절이 깊어가는 가리왕산의 가을
물 맑고 공기 좋은 정선에 위치한 국립자연휴양림이다. 국립자연휴양림은 예약하기가 좀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일단 예약을 할 수만 있다면 저렴한 가격에 국가가 관리하는 깨끗하고 맑은 숲을 덤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특히 가리왕산은 산이 깊고 공기가 깨끗해서 날씨가 맑은 날에는 수많은 밤하늘의 별들을 관찰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여느 지역보다 더 빨리 가을이 찾아오는 가리왕산에서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느껴보자.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은 숲속의 집뿐만 아니라 1,2,3 야영장도 운영하고 있다. 제3야영장은 오토캠핑이 가능하다.
여행정보
- 주소 :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 노추산로 745
- 문의 : 033-563-8787
- 여행자팁: 2인승-25,000원/ 4인승- 35,000원
- 출발 20분전에 탑승하는 구절리 역에 도착해야함.
- 현장예매도 가능하나 표가 없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반드시 인터넷으로 예매할 것.
별천지박물관
- 주소 :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봉양7길 39
- 문의 : 033-563-6200
- 여행자팁: 평일 09:00~18:00 매월 2, 7일 마다 열리는 5일장 / 토요일 09:00~18:00 매주 토요일 주말장 열림
정선아라리촌
- 주소 :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애산로 37
- 문의 : 033-562-7062
- 주소 :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가리왕산로 707
- 문의 : 033-562-5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