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목생화
미국에 있지만, 요새는 하도 세상이 좋아 마음만 먹으면 한국 소식을 위성을 통해 쉽게 라이브(LIVE)로 접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루의 일과가 너무 바빠 TV 시청을 뉴스를 보거나, '불후의 명곡'과 '히든 싱어'만 제 시간에 못보면 항상 녹화 방송을 통해 보게 된다.
그것을 보면 많이 웃게 되고 즐겁고, 엔돌핀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한국 사람은 참 재주가 많고, 대단히 모방도 잘하며 창의력도 뛰어난 민족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나 내가 그들을 보면서 대단하게 여기는 것은 그들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연습 과정, 피나는 노력과 성실성이다.
그들의 보이지 않는 연습과 절제로 점철된 훈련 과정, 그것을 이루는 성실성과 자신과의 싸움과 열정을 생각하면 내 눈엔 어느듯 눈물이 맺혀 있다.
영적 생활의 완덕(完德)의 과정과 은사를 구하고 관리하는 과정도 피나는 노력과 기도와 영적 수련(Spiritual Discipline)없이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냥 그런 것들이 묵상되면 내 눈엔 저절로 눈물이 맺혀져 있다.
그만큼 공감한다는 것이고 아픔과 고통이 전이된다는 것이다.
전번에 이야기했던 사제관 뒤뜰의 고목에 접붙여진 장미 줄기가 물을 준지 4개월 만인 지난 2014년 8월 24일에야 비로소 잎들을 내어 '고목생엽'(古木生葉)이라고 불렀는데, 이번에 한국에 상본만드는 일과 논문 인쇄 때문에 한국을 다녀와서 바로 뉴멕시코주 알바쿼키 공소 미사를 다녀오니 이렇게 꽃이 피워 있었다.
아마도 꽃망울이 10개 이상이 되어 앞으로 부활을 의미하는 노란꽃들을 계속 피우게 될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렇게 정성을 들이고 기도하면서 물을 주어서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 이렇게 '고목생화'(古木生花)가 되는 것을 보니 하느님께서 함께 하심에 틀림이 없다.
성실과 열정과 애타는 마음은 하느님의 마음이고, 하느님의 마음을 닮는 마음이며, 하느님을 감동시키는 마음이다.
이곳 사막의 작고 소박한 사제관 뒤뜰의 삶에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돌보심과 사랑에 감사할 뿐이다.
아침마다 감사와 찬양과 흠숭의 지향으로 바치는 로사리오 묵주의 기도의 단수도 더 많이 늘이기로 했다.
광야대학 고생학부 유목학과 출신의 모세나 다윗이 하느님께 인정받은 것도, 아무도 보아주지 않은 곳에서 하느님과 사람들 앞에 자신이 맡은 책임에 주인 의식을 갖고, 비가오나 눈이 오나 성실(誠實)했기 때문이리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도 매사에 그들 모창 가수처럼 모방을 통해 그 가수를 닮고 흉내 내었으면, 이제는 불후의 명곡의 가수처럼 자기만의 색깔과 독특한 목소리를 가지고 자신의 소울(soul)이 실려있는 카리스마, 그루브(groove)가 있는 노래를 하도록 더더욱 노력하고 연습하며 가꾸어야 한다고 본다.
임언기 안드레아 신부님
|
가을 노래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