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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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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우리詩 2월호와 흰완두꽃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74 15.02.10 04:0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어제는 왕이메 굼부리 안에 가서

활짝 핀 복수초나 만날까 했는데

갑자기 추워지면서 눈발이 날리는 바람에

보통 승용차는 접근도 못할뿐더러

햇볕을 받지 않고선

피지 못하는 꽃이라서….

 

지난 주에 약속하기를

오름도 돌볼 겸 다들 거기로 가기로 했었는데

할 수 없이 엉뚱한 곳으로 가서

반나절 눈밭 위를 헤맸다.

 

세상사란

아무리 강한 의지를 갖고 있드래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운 날이었다.

 

하여, 전에 찍어둔

완두콩 흰꽃을 옮겨다

우리詩 2월호의 시와

함께 올린다.

   

 

♧ 그리움의 현이 켜지다 - 성숙옥

 

높은 옥타브로 바람을 연주하는 겨울

호흡을 가늠할 수 없이 거칠게 다가온다

창틈이 부는 칼바람 소리를 따라

깔리는 아득한 어둠

푸른 밤의 악보에 도돌이표를 찍어

수직의 나무 사이를 건너는데

묵은 시간이 흑백의 불협화음으로 튀어오른다

 

겨울의 목젖이 바람의 감성을 내 귀에 꽃은 밤

 

넘기는 장마다 어둠이 스캔되는

밤의 그림자엔 스산함만 쌓이고

 

 

♧ 수평선 모텔 - 차영호

 

바로 코앞에서 바다가 남실거리는 방에

흰긴수염고래랑 함께 든 적 있지

 

둘이 팔베개하고 초근초근

겹주름위에 쟁여두었던 말씀들을 되새김질할 때

나이롱 화투장 팔 껍데기 같은 바다 위를 낮게

숨죽여 나는 낯선 건반

 

검은 해령海嶺을 가로질러

바다 몰래 바다 깊이 가라앉는 그 음계音階의 죽지를 겨냥하여

낚시채비는 내가 날리고

너는 손톱을 또각또각

 

젖몸살하는 동공瞳孔 속 파도 어느 이랑에선가

솟구쳐 오를

악상樂想

 

니 눈썹처럼 휜 저 수평선 너머

그랜드피아노 한 대

둥둥 화물선처럼 떠 있겠지

  

 

♧ 이명耳鳴 - 오명현

 

질주하는 차 엔진소리 요란하다

길 복판에선 까마귀 몇 마리

횡사한 살쾡이의 살점을 쪼고 있다

돌진하는 차는 안중에도 없는 듯

등에 진땀 배 브레이크 밟으려는 순간에야

날개 퍼덕이는 소리

까옥까옥 우는 소리

목백일홍 나뭇가지에 부리를 닦으면서

길 복판으로 향한 시선 거둘 수 없다

 

목백일홍 줄지어 활짝 핀 산길로

상여 한 채 지나고 있었지

지게에 나를 태워 춤사위로 놀다가

내처 그 산길 어지럽도록 달려서는

숨이 멎었나 싶어서야 멈추곤 하던

건넛마을 덕림 아재 저승 가는 날

하얀 소복 눈에 부시고

상엿소리 아스라이 고개 넘는데

까마귀 우는 소리도 따라 넘고 있었지

 

까마귀는 그 살점 다시 쪼고 있을 터인데

차는 새로이 확 트인 길을 질주한다

   

 

♧ 꼭이라는 말 - 김완

 

간절히 빌어본 사람은 안다

꼭, 이라는 말이 얼마나 절절한지를

 

둥지를 떠났던 새들이 창공에서

날아와 아침 숲에 안긴다

 

온갖 새들이 지저귀는

울긋불긋한 가을 숲을 보면 떠오른다

 

이번 가을엔 꼭 함께 여행가자는

꿈같이 달콤하기도 하고

 

안타깝고 간절하기도 한

꼭, 이라는 말, 참 아심찬하다

   

 

♧ 여유餘裕 - 정순영

 

말을 반만 하니

꽃이 반만 피어 어여쁘고

술도 반만 취해 거나하다.

말 자리에

말이 반이나 비어

풍경소리까지 들어와

님 그리는 산새가 애절하게 울음 운다.

세상에서 물러앉아

맑은 시냇물 소리로 귀를 씻으며

말을 반만 하니

생각이 반만 열려 여유롭고

가슴도 방만 열려 아늑하다.

   

 

♧ 금정마을에 가면 - 조성순

 

늙을 줄 모르는 그 향기

파쪽 미나리 사이에

조갯살 숨겨

파전에 산성 막걸리

그 맛 엄마손 그대로인데

 

밀밭은 푸르건만

누룩이 익어가는 유월

머리는 파뿌리 되어 만나니

한마디

파밭은 예나 변함이 없네 그려

 

천 마리 거북과 만 마리 자라가

잘 살고 있는 금정마을

인정을 띄워 감치는 그 맛

따끈한 반세기의 이음이라.

   

 

♧ 집사람 - 홍해리

   - 치매행致梅行 * 86

 

집은 그런 것이었다

아픔이라고 또는 슬픔이라고

무슨 말을 할까

속으로나 삭이고 삭이면서 겉으로

슬쩍 금이나 하나 그었을 것이다

곡절이란 말이 다 품고 있겠는가

즐겁고 기쁘다고 춤을 추었겠는가

슬프고 외로웠던 마음이

창문을 흐리고

허허롭던 바깥마음은 또 한 번

벽으로 굳었을 것이다

아내는 한 채의 집이였다

한평생 나를 품어준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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