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채무가 내년에 900조원(약 97조엔)에 육박할 전망이다. 악성 국채가 지난해 726조원, 올해 예상치 802조원을 훌쩍 넘어서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 '악성 국채' 급증…정부 '건전재정' 기조 영향
4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내년 적자성 채무는 883조4000억원으로 올해 예상되는 802조원보다도 81조4000억원, 약 10% 늘어난다. 금액뿐 아니라 전체 국가채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64.5%에서 올해 67.1%, 내년 69.2% 수준으로 점차 커질 전망이다. 이대로 가면 2027년에는 적자성 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해 전체 채무 중 70%를 넘게 된다.
국가채무는 금융성 채무와 적자성 채무로 나뉜다. 금융성 채무가 늘어날 때는 외화 구입 등으로 자산도 증가하므로 상환을 위한 재정적 부담은 적다. 반면 적자성 채무는 대응할 자산이 없어 국민 세금으로 상환해야 하는 국채가 대표적이다. 내년 일반회계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는 86조7000억원 규모다. 당초 계획이었던 64조6000억원보다 20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적자성 채무가 계속 늘어난 데는 정부가 지난해 56조4000억원에 달하는 역대급 세수충족 과정에서 벌인 내부거래가 영향을 미쳤다. '건전재정'을 강조하는 현 정부가 국가채무 전체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회계'와 '기금' 간 거래를 통해 자금을 가져와 썼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성 채무가 돼야 할 자금이 적자성 채무로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부족한 세입을 보전하기 위해 정부는 공공자금을 모아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각종 사업예산 일반회계에 돈을 넣었다. 공자기금이 외환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 빌려준 돈을 미리 받아(14조4000억원) 빌려준 돈도 줄이고(5조5000억원 축소) 이를 일반회계에 예탁(9조6000억원)한 것이다. '공자기금→외평기금' 예탁금액은 대응하는 외화자산이 있기 때문에 금융성 채무가 되는데, 지난해에는 이 돈이 '외평기금→공자기금→일반회계'에 예탁되는 바람에 대응자산이 없는 적자성 채무로 전환됐다는 게 정책처의 분석이다.
국고채로 발생하는 이자 증가도 문제다. 내년에 공자기금의 국고채 이자는 25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4.0% 늘어난다. 2026년 28조원, 2028년 32조7000억원 등 4년간 연평균 10%씩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발행 규모 및 상환 일정 관리를 통해 적자성 채무가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