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218 --- 삶은 끊임없는 투쟁의 과정이다
가을이면 곱게 물들었던 잎이나 벌레 먹었던 잎이나 져야 한다. 미련 없이 버리면서 떠나야 한다. 그래야 그 나무가 살고 겨울을 나며 더 튼튼하게 자랄 수 있다. 억지를 부리며 발버둥을 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나만의 일이 아니고 너만의 일도 아닌 자연의 순리이면서 비껴갈 수 없는 운명이기도 하다. 그만 버리고 내버려 두라고 하거나, 비우고 비우라고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곧잘 뒤바뀌어 허둥거린다. 남아야 할 것, 떠나야 할 것이 욕심에 갇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끝내는 다소 빠르고 늦어지거나, 다소 낫거나 못하게 보일 뿐 크게 다를 것 없게 되는데 그 안에서 아웅다웅 온갖 일이 벌어진다.
봄이 되면 겨우내 죽은 듯이 있던 나무들이나 풀이 서둘러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마치 학수고대 기다렸다가 누가 먼저이고 누가 더 고운지 경쟁하면서 자랑하듯이 뽐낸다. 어느 하나인들 눈물겹지 않으랴. 작은 것은 작은 대로 앙증스럽게 예쁘며, 큰 것은 큰 대로 우아하며 예쁘다. 굳이 이것이 낫다거나 못하다고 견줄 일이 아니다. 다만 한꺼번에 피어나니 다소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 아닌 선택을 하면서 우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손색이 없음은 부인할 수 없다. 저 빛깔을 헐벗은 몸뚱이 그 어디에 고이 간직하고 있었는지 그저 신비스러우면서 감탄스러울 뿐이다.
그러고 보면 자연이라고 저절로 자라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고통을 이겨내며 안간힘을 써야 한다. 당장 바람이 그렇고, 영양분이 그렇고, 빗물이 그렇고, 병충해가 그렇고, 사람이나 뭇짐승에게 무차별하게 짓밟히기도 한다. 그래도 내놓고 고함을 지르지도 못하고 싫다고 고개를 흔들어본들 한계가 있다. 부러지고 꺾이면 부러지고 꺾인 대로 숙명처럼 받아들이면서 군소리 없이 수습한다. 겉보기에 천연덕스러워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살아 있으므로 거쳐야 할 운명이기도 하다. 그런 모습이 생명의 자존심이면서 해결해가는 삶의 과정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