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들 4년간 수차례 코인 ‘에어드롭’
[김남국 코인 의혹]
‘위믹스’ 최대 수백만개 뿌린듯
‘마브렉스’도 작년 6만2600개
업체 “마케팅일 뿐… 로비 없었다”
경기 성남시 위메이드 사옥에 위믹스를 홍보하는 문구가 보이고 있다. 2022.12.08. 뉴시스
‘위믹스’와 ‘마브렉스’ 등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의혹에 휩싸인 게임사 코인들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수차례 에어드롭(코인 무상 제공) 형식으로 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0년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위메이드의 위믹스 상장일인 10월 28일을 전후로 ‘에어드롭’ 이벤트를 열었다. 상장 전인 10월 26∼27일엔 총 100만 개 한도에서 계정당 최대 5만 위믹스를 수령할 수 있었다. 상장 후엔 총 105만 개 한도에서 누적 거래량 및 거래 기여도 등에 따라 위믹스가 차등 지급됐다.
이후 2021년 9월 한가위를 기념해 4만 개, 지난해 1월에는 고객감사 명목으로 1만 개가량의 에어드롭 이벤트를 진행했다. 당시 시세 등을 감안할 때 빗썸에서만 9억 원가량의 코인이 무상 지급된 것이다. 다만 참여율 등에 따라 예고된 모든 코인이 지급되지 않을 수 있어 실제 총지급량은 달라질 수 있다고 거래소 측은 설명했다.
이 외에도 위메이드는 올해 2월 18만 개가량을 무상 제공하는 등 수시로 에어드롭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넷마블의 마브렉스는 거래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3월 8일부터 14일까지 5만 개, 거래소 ‘빗썸’ 및 ‘비트루’ 상장 당시인 5월쯤 1만2600개가량의 코인을 에어드롭 방식으로 지급한 바 있다.
다만 위메이드와 넷마블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에어드롭을 통한 로비 의혹은 부정하며 “에어드롭은 상장 시점이나 이벤트 차원에서 의례적으로 진행하는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전남혁 기자
‘코인 의혹’ 김남국 탈당… ‘꼬리 자르기’ ‘면죄부’ 안 돼야
거액의 코인 거래 의혹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어제 민주당을 탈당했다. 김 의원은 별도의 대국민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앞으로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공세에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윤리감찰에 나서고, 당내에서도 의원직 사퇴 요구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김 의원이 코인 거래 의혹을 해명할수록 의혹만 더 증폭됐다. 의혹의 핵심인 코인 투자금의 출처와 취득 방법에 대한 소명부터 오락가락했다. 당 진상조사단은 김 의원 명의로 된 코인 지갑을 4개 이상 확인했다고 지도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김 의원이 “하늘에서 떨어진 돈은 없다”고 했지만 코인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코인을 무상으로 나눠주는 ‘에어드롭’ 방식으로 코인을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김 의원은 마케팅 이벤트라서 문제 될 게 없다고 했지만 누가, 언제, 얼마나 코인을 준 것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입법 로비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 의원은 공개적인 기자회견은 거부한 채 “명확하게 문제가 없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정치공세 운운하기 전에 의혹만 부풀린 선택적 해명부터 사과해야 한다.
김 의원은 지난해 5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안보고 도중에 수차례 코인 거래를 한 기록이 나왔다고 한다. 그나마 확인된 게 이 정도라면 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이 사적인 이익을 챙기느라 청문회와 상임위 활동을 방기한 것은 국회의원 본연의 직분을 망각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김 의원은 “불법은 없었다”는 변명에 급급할 일이 아니다. 코인 거래 의혹에 절망한 2030세대의 분노를 직시해야 한다.
김 의원의 탈당으로 코인 거래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윤리감찰과 진상조사도 중단될 전망이다. 민주당 소속이 아니니 진상규명에 손을 떼겠다는 꼼수가 아닐 수 없다. 김 의원 탈당이 국민적 의혹에 면죄부를 주는 꼬리 자르기가 되어선 안 된다. 탈당을 빌미 삼아 사건을 어물쩍 넘긴다면 땅에 떨어진 민주당의 도덕성을 바로 세우는 쇄신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2023.05.15. 동아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