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두 님을 왜 고맙다고 하느냐 하면
머물고 있는 동아리를 다독다독 다독거리니
고맙다고 하는 것이요,
차마두 화백을 왜 밉다고 하느냐 하면
오래 된 기억이 떠올라 그러는 거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나는 그림을 그리기로 전교에서 세째 안에 들었다.
세 학생이 사생대회에 출전했는데
둘만 참여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떨어졌던 거다.
그러니까 나보다 나은 학생은 차 화백과 같은 학생이니
내가 차 화백과 같은 사람을 좋아하겠는가?
그때 내가 출전했더라면 화가로 진출했을 텐데...
그 사연은 아래와 같지만, 패스하기 바란다.
나무 아래서
김 난 석
서로 속삭인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다정하게 속삭이는 데는 반드시 아름다운 이성의 눈빛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연인이든 연인이 아니든, 또 그것이 사람이든
자연이든 상관할 건 아니요
아름다운 상상력만 작동하면 그만이다.
88올림픽도로를 벗어나 양수리로 들어서서
두 물줄기를 따라가는 기분은 언제라도 상쾌하다.
가다가 쉬어가며 물안개 속에 포즈를 취해보기도 하고,
떠오르는 단상을 누군가가 일러주는 음성으로
듣고 메모하는 것도 좋기 때문이다.
가다보니 <나무 아래>란 간판이 내걸린 토막집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나무 아래는 바깥에서나 하는 말인데 집 앞에 내걸린 간판이
<나무 아래>라니 지붕 위에 나무라도 있단 말인가?
우리민족은 최초로 신단수(神檀樹) 아래서
하늘의 뜻을 받아 삶의 터전을 이뤘다고 한다.(단군신화)
서양에서도 성경의 이야기이긴 하나
최초의 인간은 나무열매를 먹음으로 해서
선악(善惡)을 알게 되고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자
무화과 나뭇잎으로 샅을 가렸다 한다.(창세기) 그
러고 보니 이래저래 인간은 나무 아래서
인간으로서의 의식에 눈을 뜨고
삶을 영위하기 시작한 것이라고나 할까보다.
“휴우!” 한숨 돌릴 때면 흔히 내는 소리다.
어려운 일을 마치고 잠깐 쉬는 틈에나 숨 가쁘게 가던 길에서
잠시 멈춰 한숨 돌릴 때면 뿜어져 나오는 숨소리인데,
휴식(休息)은 단순히 잠시 쉼을 말하며
휴양(休養)은 쉬되 심신을 보양(保養)함을 말한다.
휴식이나 휴양에서 쓰는 한자 ‘休’는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있는 형상이라니
어느 경우나 나무와 관계가 있다하겠다.
우리는 정자나무 아래서 땀을 식히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풍습이 오래요,
나무로 정자를 만들어 풍류를 즐기던 정자문화의 유서 또한 깊다.
내 생애 나무 아래 가장 오래 앉아본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었나 보다.
여름방학이 가까워올 무렵, 도내 사생대회가 열리리란
교장선생님의 훈화가 있었고,
이어서 나를 포함해 세 명의 학생이 대표로 선발되었다.
하나는 6학년 여학생이었고
또 하나는 나와 같은 5학년 여학생이었는데,
이들과 방과 후에 지도 선생님 앞에 나란히 앉아
늦도록 그림을 그릴 때면 가슴이 설레기만 했던 기억이다.
대회가 있던 날, 운동장 끝머리 매미 왱왱거리는 느티나무 아래
세 명이 모여 인솔 선생님의 마지막 안내를 기다리고 있을 때만 해도
무엇을 어떻게 그릴까를 두고 만 갈래의 생각을 해볼 뿐이었다.
그런데 조금 늦게 나타나신 선생님의 말로는
한 학교에서 두 명만 참가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셋 중에서 나를 가리키며
여기 느티나무 아래 가만히 앉아있으라는 것이었으니,
이 순간 어디서 벼락 치는 것만 같았다.
허나 고분고분하기만 할 뿐이었던 어린 것은
느티나무 아래 가만히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잠시 머쓱한 표정으로 이것저것 두리번거리기나 하다가
시작종이 들려오고서야 흩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무언지도 모를 것들을 그려대다가 지우고,
다시 대회가 열리고 있는 교실 쪽을 바라보기도 했던 것이다.
또 무언지도 모를 것들을 연신 써대고 지우고 해도
끝나는 종은 울리지 않고 무심한 매미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나무 아래의 한 순간이 그토록 길었던 건
내 생애에 다신 없었지만,
그 때의 그 선생님과 함께 떠오르던
무언지 알 수 없는 생각들과 아무런 암시도 주지 않던 시간성(時間性)이
오늘까지 나를 지탱해주며 오늘도 내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것이다.
“휴(休)!”
이건 내가 나에게 어렵다는 게 아니라
나무 아래 잠시 쉬겠다는, 나에 대한 다정한 다짐이다.
(문학의 집.서울, 2019년 9월호에서)
첫댓글 사람인변에 나무 목
쉴휴가 되니 그림도 못 그리고
그저 쉬기만 했네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그림 그려 보심도 좋겠네요
취미 삼아서요
안그래도 한동안 응접실에서 문인화를 하다가
손주들이 점거하는 바람에 다 치우고 뒷방으로 밀려났다네요. ㅎ
그림도 잘 그리시는군요
그것도 모르고 있었네요
앞으로는 제 대신 그림좀 그려
올려봐바바바바주세요^^
참으로 다양한 능력을 갖이셨습니다
글 도 잘쓰시고 그림도 그리시고
박학다식하시고 정말 그러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초등학교 5학년 수준의 그림 실력으로 어찌 그런 일을...?
요즘엔 크레온도 없는데...ㅎ
@난석 크페용 없어도 저는 검정 물감으로
붓갖고 그립니다
다른거는 비싸서 못사요
묵화를 그리는 것도 돈이 없어 그래요
엉엉엉엉엉엉^^
@차마두 ㅎㅎ
형편이 너무 ~
추천 드리고 갑니다
미워하시지 마세요^^
오백원^^
ㅎㅎ
그림경력 이 있으면 십분활용 하면 진부한 문장에 날개를 다는식이될텐데.
글씨도 보안장치 떼고 진솔한 .남의심없는 글 써주시면 공감대가 높아지지않을까 싶네요
ㅎㅎ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이야기인 걸요..
@난석 그림은 갑자기 툭 튀어 나오기도
하더군요 저도 중학교 들어가기전에는
산문부로써 글쓰기 선수요 웅변선수였는데
갑자기 중학교 때 교내 학보가 나왔어요
그때 각반에서 뭐든 글이면 글 그림이면그림을
안 주면 벌금 낸다해서 내가 만화를 그리겠다하고는
그려 냈더니 그게 신문에 나와서 그때 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 했다니깐요
은근히 또 내장이네 그참!
진짜 입니다^^
또 오백원^^
@차마두 다양한 소양이 있어야 그림에 녹아드는거지요.
인정합니다.
이건 오배건이 아니예요.ㅎ
말이 나와서 궁굼증 하나요,
차화백님 의 솜씨를 인터넷만화 로 연계하여 추리극 이나 연애스토리 연재하면
수입도 짭잘하고
노익장과시 명예도 급상승시키고.
이건의는 오백원 수준으로 치부하면 아니.아니 되옵니다.
아마 그런일도 하실겁니다.
그림에도 소질이 있으셨고
글도 수준급이시니
재주가 없는 저는
부럽습니다.
지난일이지만 현실감있게
표현력이 대단하십니다.
오늘은 목요걷기
신나게 걸어보렵니다.ㅎ
아이구우 먼 기억을 글 소재로 소환해본 거지요.
오늘도 날씨는 춥다던데
잘다녀오세요.
저 또한 재주 많으신 분들 너무 부럽지요
ㅋ 하지만 저는 일케 박수부대 로 만족 하렵니다
좋는 글 과 그림 늘 기대 할께요 ^^
네에, 고마워요.
존경합니다
선배님 좋은 글에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고맙습니다..
그림을 상당히 잘그리시는것 같습니다. 저희 형제 모두 그림에 소질이 있었고 저도 곧잘그렸는데 커서는 관심이 없어졌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인걸요..
그 이후론 일부러 그림을 외면하게 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