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28만명을 자랑하는 여성 유튜버가 홀로 산행에 나섰다가 "혼자 오면 안 된다"는 중년 여성의 훈계를 들었다고 털어놓은 것이 28일 새삼스럽게 화제가 됐다. 유튜브에 '산속에 백만송희'를 연재하는 백송희씨가 강원 춘천 삼악산을 등산했을 때 겪은 일을 지난달 25일 올렸는데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된 것을 한 매체가 다뤘고, 짧은 시간 상당수 매체들이 다뤄 화제가 됐다.
백 씨는 "혼자 산행할 때 등산 버스를 탔다. 이렇게 혼자 오는 건 오랜만"이라며 "등산 버스를 타면 인원이 차야 출발하기에 그 시기 인기 많은 산에 간다. 인기가 없는 산이면 등산 버스가 취소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오늘은 사람이 정말 없다"며 "이런 경험이 오랜만이라 살짝 무섭다. 산은 알면 알수록 정말 잘 챙기고 조심해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그러면서 산행 중 만난 중년 여성이 "난 63세인데 혼자 절대 안 온다"며 "절대 용기가 중요하지 않고 (혼자 산에 오르는 건) 위험한 짓"이라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이 중년 여성은 "(어떤) 아줌마는 친구가 같이 가기로 했는데 (그 친구가) 약속을 취소해서 혼자 산에 갔다. 어떤 남성이 성폭행해서 그 자리에서 죽였다. 5년 전 일"이라며 "혼자 오면 안 된다. 최소한 두 명은 같이 다녀야 한다. 지방 산엔 혼자 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백 씨는 "엄청나게 혼났다. 생각 정리하는 날도 필요해서 오늘은 혼자 왔는데 혼내시니까 (마음에) 와 닿아서 최대한 혼자 안 오도록 하겠다. 안 무서웠는데 저렇게 말씀하시니까 더 무섭다"고 털어놓았다.
누리꾼들은 "평일에 국립공원 아닌 산을 여성 혼자 다니는 건 위험하긴 하다. 호신용품 꼭 챙겨 다녀야 한다", "어르신 말씀 새겨듣는 게 좋다", "딸 같아서 하는 말씀이신 듯", "여성 혼자 산에 가는 건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다", "상호 도움을 줄 수 있게 2~3인이 함께 다니는 것이 좋다" 등의 반응으로 공감했다.
여성 혼자 산에 다니는 일이 남성보다 더 위험한 일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남성 혼자 산에 다니는 일도 위험하긴 하다. 뜻하지 않은 사고와 부상 등 안전과 직결되는 상황을 혼자 힘으로 이겨내야 하니 동료와 함께 산행하는 것보다 위험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혼자 판단해 헤쳐나아가야 하니 오판을 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은 것도 엄연하다.
지난해 마지막 날부터 지리산을 출발, 백두대간 종주를 단독으로 이어오다 지난 14일 10회차 문경 대야산 정상 아래 수직암벽 구간에서 세 차례 추락 사고를 겪었다. 정상 바로 아래에서 추락한 뒤 두 차례정도 굴렀다. 제대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3분 동안 가만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진정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러다 큰일 나겠다 생각은 했는데 위쪽 정상을 바라보니 남녀 커플이 아래쪽을 궁금한 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엎어진 곳은 비법정 탐방로였다. 실은 커플이 정상에 닿기 전, 이른바 '알바'를 하고 몸을 숨기려고 서두른 탓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이 때 정상으로 올라가 탐방로를 통해 내려 왔어야 했다. 아니면 119 신고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비법정 탐방로를 타다 횡액을 당했다는 사실이 날 망설이게 했다.
그런데 내가 넘어진 곳은 대간 종주꾼들이 통상 이용하는 루트도 아니었다. 잘못 들어선 길이었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한 벼랑이었다. 해서 아래를 한참 내려다 본 뒤 제 길을 찾아 왼쪽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벼랑 끝 가시덤불 투성이였다. 10여분 사투를 벌여 제 길에 들어섰다.
그 뒤로도 수십m 암벽에서 미끄러져 딩굴었다. 다리에, 팔꿈치에, 허벅지에 상처가 났는지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나 블란치재란 곳에 내려섰고, 엄중한 출입 금지 경고판과 위험한 암릉 구간이라는 자각 끝에 블란치재에서 임도를 통해 걸어 내려왔다. 그리고 미련하게도 아무 일 없다는 듯 택시를 불러 가은읍 모텔로 이동했다. 기사님은 "세금 잘 냈을텐데 왜 산악구조대를 부르지 않았느냐"고 꾸짖듯 했다.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인데 왜 권리를 누리지 않느냐고, 그 정도 부상에 그러는 건 민폐 아니냐는 날 이상한 사람 보듯 쳐다봤다. 그리고 다음날 이른 아침, 다음 산행 들머리로 날 태워줄 수 있겠느냐는 내 말에 "내일 아침 일어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아플 것"이라며 "내 말대로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만약 그날 밤에라도 견딜 수 없는 통증이 몰려온다면 밤 8시 문경시 큰 병원 앞에 가는 버스 막차가 있으니 그걸 타고라도 가서 응급실에 입원하라고, 정류장을 일러주고, 점촌행 버스인지를 확인하고 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말로 다음날인 부처님 오신 날 산행은 틀렸고, 희양산 아래 봉암사 만이라도 구경 가려 했는데 몸이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몰려왔다. 봉암사 뒤 희양산 산행이 가능했다면 갔을텐데 산행 만은 결단코 막겠다는 공지를 확인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문경제일병원 흉부외과 심재훈 주치의는 흉관을 삽입해 사설 구급차로 서울 병원으로 전원하라고 했다. 한양대 병원과 혜민병원의 퇴짜를 맞고 운 좋게도 건대병원 전원이 허용돼 부처님 오신 날부터 3박 4일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그리고 열흘 지나 29일 건대병원을 내원, 엑스레이를 찍고 흉관 뺀 자국을 꿰맨 스테이플러 침 7개를 제거했다. 앞으로 2주간 더 가료한 뒤 그로부터 2주 뒤, 다시 말해 사고 6주 뒤 엑스레이를 찍어 보자고 했다. 진단서는 늑골 7번과 8번 부러지고 기흉이 생겨 4주간 가료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이런 일을 당해보니 대간 단독 종주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나를 몰아넣을 수 있는가 절감하게 됐다. 또 지난해 12월 인명 사고가 일어난 설악산 미시령휴게소에서 상봉 거쳐 신선봉을 향해 화암재 내려서는 곳에서 홀로 산행하던 50대 산객이 15m 아래로 추락했다는 소식이 남 일 같지 않게 됐다. 대간 종주를 홀로 여행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또 비법정 탐방로를 타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일로 귀결될 수 있는지 재삼재사 돌아보게 한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점들을 모두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해도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단독 산행의 치명적인 매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대간 종주는 동행하는 이를 쉽게 구할 수 없는 문제점을 갖는다. 속리산 주능선을 조금 벗어난 지점에서 만난 이는 "산악회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느냐"고 내게 물었는데 "그것도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랍니다"란 내 말에 "그건 그렇죠"라고 금방 수긍했다. 그 역시 혼자 걷다 날 만나 처음에는 날 앞지르지 않으려고 애쓰다 나중에는 하산 뒤 교통편으로 이동하는 방법을 상의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지칠대로 지친 나를 기다려주곤 했다.
그렇다고 뭐 거창한 생각을 하거나 생각을 정리하거나 그런 것은 없다. 그저 나무와 풀, 바람, 구름, 능선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산중에 오롯이 혼자 있는 느낌이 좋을 따름이다. 어느 산에서는 12시간 동안 한 명도 만나지 못해 앞에 사람이 좀 나타났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속리산처럼 사람이 북적대는 곳에서는, 주로 내가 길을 비켜주는데도 고맙다는 인사 한 번 없이 쒱 지나가는 산객들이 미울 때가 있다. 또 온세상을 가진 것처럼 떠들어대거나 온갖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술 마시며 짓까부는 중년들의 일탈을 보며 속으로 혀를 끌끌 차기도 한다. 그렇게 사람들을 피해 멀리, 더 깊이 산 속으로 사라지고 말겠다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내가 해탈이나 용맹정진 같은 마음공부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산 속으로, 숲 속으로, 내 호흡을 온전히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제 몸을 추스르더라도 비법정 탐방로를 이용해 대간 종주를 이어가지는 못할 것 같다. 그렇다고 왁자한 인파에 묻혀 대간 종주를 이어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 산행 실력이 엇비슷한 이를 만나 시간과 형편을 맞춰 대간 종주를 이어가는 일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해서 안전한 탐방로를 이용하되 오롯이 내 호흡을 느끼며 걷는 대간 종주를 고수할 것 같다. 무운을 빌어주시라!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2023 Remastered) (youtube.com)
혼자 산에서 들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