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산업 육성정책은 개미집단만 양성한 꼴
-물기술인증원 분석실부터 갖춰야 한다-
환경부가 물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며 정책화한 것은 2006년이다. 「물 산업 육성방안」(2006.2), 2007년 세부 추진계획, 2010년 물 산업 육성전략, 2012년 물 산업 육성 및 해외 진출 활성화 방안, 2016년 스마트 물 산업 육성전략, 2018년 「물 관리기술 발전 및 물 산업 진흥법」 제정, 2019년 물 산업 진흥 기본계획 수립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물클러스터, 물기술인증원의 탄생, 순수 민간기구인 물산업협의회도 만들어졌다.
릴레이식 정책적 변화로 물 산업은 얼마나 진화했을까. 통계수치로 보면 업체당 종사자 수는 2018년 11.9명에서 2023년 11.7명으로 사실상 제자리다. 업체당 매출액은 2018년 27.95억 원에서 2023년 28.21억 원으로 정체 상태이다. 더 심각한 것은 업체당 수출액은 2018년 1.25억 원에서 2023년 1.14억 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2018~2023년 연평균 증가율도 전체 매출 증가율보다 낮으며 최근 6년간 정체 내지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내수시장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공공 발주 감소, 신규 투자 지연, 지자체 재정 악화, 물 관련 설비 교체 수요의 긴축적 둔화, 기술 도입의 보수성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중동전쟁으로 인한 석유파동은 많은 중소기업을 점점 더 궁지로 몰고 있다. 중소기업은 해외시장 개척 이전에 국내 실적과 레퍼런스를 유지해야 한다. 국내시장에서 동력을 잃으면 수출은 엄두도 낼 수 없고 기술개발보다 짝퉁이나 만들 수밖에 없다.
지금 물 산업의 더 시급한 과제는 수출 구호의 반복이 아니라 내수시장 활성화이다. 이는 환경산업 전반에 깔린 먹구름이다. 정부의 물 산업 육성정책은 산업정책이라기보다 단기적인 지원사업 행정에 가까웠다. 그동안 환경부는 기술개발, 실증, 인증, 클러스터, 해외 전시, 수출지원단 구성 등 할 수 있는 사업 수단을 계속 펼쳐 왔다. 하지만 산업은 사업의 숫자로만 크지 않는다. 산업은 시장이 지속해서 확산하여야만 매출이 늘고, 운영 레퍼런스가 축적되고 민간투자가 유입되어야 비타민처럼 성장한다. 그런데 지난 20년의 정책은 관리 측면의 사업만 늘리는 데에만 익숙했고, 민간 시장에서 커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성공하지 못했다.
자율적으로 시장경제에 맡겨야 한다는 소리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다가 곪아 터지는 내수시장의 비명만 뒷전으로 들을 뿐이다. 한국의 물 산업은 공공 조달과 지자체 수요가 핵심 축인다. 혁신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매우 느리고, 운영 효율보다 비합리적 관행과 최저가 구조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실증까지 어렵게 했어도 본사업으로 잘 이어지기 어렵고, 우수기술은 있어도 대규모 확산이 어렵다. 기업에서는 기술을 개발해도 팔 곳이 없으며 개발한 기술에 대해 인증도 제대로 실행시키지 못한다. 이런 현실은 수출하는 제품에 대한 인증조차 11년 넘게 하지 못하는 촌극이 이 땅에서 펼쳐지고 있다. 물 산업 육성을 말하면서 내수 활성화를 제대로 실현 시키지 못한다면, 사실상 산업은 미래가 불투명하다. 상하수도 밸브(70여 개), 계량기(60여 개), 파이프(PVC관 50여 개, PE관 80여 개) 등 수도산업 제품들은 시장수요에 비해 3배 이상 공급과잉이다. 업체 수의 증가가 마치 물 산업의 번창으로 비칠 수 있지만 대부분 개미집단의 군락만 형성하고 경쟁력은 볼품조차 없다.
일본은 20여 년 전부터 적정한 시장경쟁을 위해 관련 협회와 정부가 합심하여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들을 수요에 맞춰 조절했다.도산하거나 부실한 기업은 조합이나 협회가 인수하여 제삼자 인수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누수탐사업종은 난립한 기업을 지역별로 배분하여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축소 지향적 전략을 수립하였다.
최근 기후부는 물 산업의 중복투자를 해소하고 효율적인 기관 운영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물 관련 기관들을 통합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 한국환경공단,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상하수도협회, 한국물기술인증원의 중복사업을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두뇌 형태의 이들 공기업은 사실상 정부보다 상위의 시어머니 역할만 하고 손과 발이 되어 뛰지 않는다. 민간의 역량을 강화하되 수급 조절을 통해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관련 공공기관의 합리적인 통합을 해야 한다.
한국물기술인증원(2020년 개원)이 개원한 지 5년을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분석실을 갖추고 있지 못해 경쟁력에서 취약하다. 그 틈새로 외국계 분석기관인 SGS Korea(스위스), ㈜ 한국유로핀즈, Bureau Veritas Korea(프랑스), ALS Korea(스웨덴), Element Korea(영국) 등이 진출하여 한국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이들 외국 분석기관에 지자체와 공공기관, 대기업들이 시험을 의뢰하고 있다. 외국 분석기관들은 국제 인증(NSF 등)과 연계된 시험수행을 함으로써 수출을 겨냥한 국내기업들의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패키지 형태의 시험과 인증을 동시에 수행하여 국내 분석기관과 차별화하고 있다. 물론 이들 기관은 민간기업들이지 공공기관이나 정부가 투자한 기관들이 아니다.
그들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의 토종 분석기관은 수도용 자재와 제품의 위생 안전기준 검사기관이 7개, 먹는 물 분석기관이 77개, 수질 측정대행업체는 무려 217개, 비슷한 분석기관들이 301개나 난립하여 있다. 살아남기 위해 저가 경쟁으로 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 가짜 분석치를 제출하다가 적발되는 사례의 반복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먹는 물 분석기관은 기후부가 인가하고 수질 측정대행업은 지자체가 인가한다. 분석기관 업체 수가 많다고 내수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발표할 수 있을까.
한국물기술인증원은 국가물클러스터가 구축한 분석 장비를 통합하고 분석기법을 강화해야 한다. 전국에 산재한 특정 분석 전문기관과 연계하여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 같은 정지작업을 마무리하고 20년 동안 가격을 동결한 수가(분석료)와 샘플 채취비를 현실화하여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해외에도 분석기관을 수출할 수 있다. 다만 주의할 것은 공공기관 형태의 운영은 경쟁력이 없고 악착같은 시장경쟁도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외국계 분석기관의 팀장급 이상은 매년 실적을 평가하여 부실하면 가차 없이 이별을 고한다. 정부는 두뇌집단의 전략도 중요하지만, 손발의 움직임에도 비상한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 환경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