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에 파느니 전세로의 전환에 가팔라지는 전셋값 하락세다.
경향신문, 류인하 기자, 2022. 10. 16.
전셋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매매가격 하락에 따른 전셋값 동반 하락 추세를 고려하더라도 최근 들어 아파트 전셋값 하락 폭이 매매가격을 앞지르고 있다. 서울에서는 강남 3구 중 하나인 송파구의 전셋값이 나머지 24개 자치구보다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헐값에 파느니 차라리 전세로 내놓겠다’며 매도 매물을 회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금부자’가 많은 강남을 중심으로 ‘팔자’ 매물을 거둬들이고, 전세 매물로 돌리는 사례가 늘면서 전셋값 하락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월 16일 한국부동산원 10월 2주(10일 기준)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전국 전세가격은 0.25% 하락해 전주(-0.21%)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지난주 0.27%였던 수도권의 하락폭은 -0.32%로 더 커졌다. 서울 역시 -0.20%에서 -0.22%로 하락폭이 커졌다. 같은 기간 전국과 수도권의 아파트값은 각각 -0.23%, -0.28% 하락하면서 전셋값 하락폭이 매매가격을 앞질렀다. 전셋값 하락폭이 매매가격을 앞지르고 있는 데는 현금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들이 매도 매물을 거둬들이고 전세로 전환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준금리가 3.0%로 높아지면서 본격적인 ‘빙하기’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에서 ‘똘똘한 한 채’인 강남 아파트를 헐값에 파느니 전세로 내놓고 시장을 관망하려는 매도인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지역 매매 매물은 5만9578건으로 지난 13일(6만1715건)보다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은 4만4469건에서 4만4813건으로 늘어났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부동산 중개인(개업공인중개사)은 “강남은 자기 집이 이미 있는데 다른 집에 전세를 사는 현금부자들이 많다”면서 “대출금 때문에 강남 상급지 집을 헐값에 급히 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다만 현금흐름은 필요하니 저렴하게라도 전세 매물로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10월 2주 송파구 전세가격은 0.52% 하락해 서울 25개 전체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집값 하락폭이 큰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의 전셋값 하락폭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지난 2월 전세 최고가 25억원(6층)에 거래됐던 도곡동 도곡렉슬 114㎡는 불과 7~8개월 만에 전세가격이 18억원으로 최대 7억원 이상 떨어졌다. 지난해 5월 전세 최고가 13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59㎡(6층)는 현재 9억~10억원에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전세 최고가 15억9000만원을 기록했던 서울 송파구 파크리오 84㎡(13층)는 현재 8억~9억원에 전세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최고가 기준 7억원 이상 전셋값이 하락한 셈이다. 개포동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갱신청구권을 쓴 매물과 신규 매물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2년 전에 4년치를 한꺼번에 올려받았던 매물들에 비해 신규 매물은 최소 1억~2억원 이상 낮게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