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가 : leesay123 (yunjine@hanmail.net)
* 창작실 : 20대 Planet3
* 제 목 : 天虎國月留皇女愛傳(천호국월유황녀애전)
* 편수 : 총 40편
==================================================================
{1}
"제하! 천호제하! 피하셔야 합니다!"
"아니다...난....마지막까지...이 나라를 지킬 것이다..."
"제하..."
"가자....부인...."
"예....제하.."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미안합니다..."
"제하...."
"비운아...."
"예...아바마마..."
"어머니와...월유를 ..부탁한다...."
"아바마마..."
"월유야..."
아무말도..할 수가 없다.....
지금 이 상황...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건지....
"아...아바.."
"월유야....미안하구나...."
"아...아바...마..."
왜...말이....
무어라...말을 ...해야 하는데...무어라도....
서글프게 날이 선 검을 든채로...군대장관과 황실문을 나서시는 아버님...
아버님의 군장뒤에 새겨진...우리 천호제국의 문장...
천호...하늘의 호랑이만이...눈앞에 아른거릴 뿐.....
"어서..가자...월유야..."
"오라버니....저...전....."
"괜찮다...다...잘될게다...."
"월유야...비운아...어서...."
"어머님....월유야....지금부터..제가...두 분을 모십니다..."
"그래...비운아...이제...우린..."
정신없이......황실의 비밀통로를 통해...
밖으로 나오자...
끔찍한 함성소리와...비명소리...칼부림소리...
저 속에...아버님의 외로운 칼부림도...포함되어 있는거겠지...
아니..어쩌면...벌써...비명소리와 함께 사라지셨을지도...
어쩌나...어쩌다 이렇게..우리...천호제국이...어쩌다가...
한번도...말등에 그냥 타본적이 없는 나로선..
솔직히 고된 일이었다...
하지만...곧 울음을 터뜨리실것 같은 어마마마의 얼굴을...
그리고...
창백하리만큼 굳은 표정으로 주위를 두려움에 가득찬 눈으로 살피는 오라비의 얼굴을...
보자니....차마....
아...아버님은...어찌되신겔까....
그..그런데...이..소리....
그리고...곧 시야를 가득 메어오는...낯선 군인들...
하늘이시여....정녕 우리를 버리시는 것입니까....
"게 서라! 뭐하는 자들이냐! 너희들은 분명 천호국사람이렸다!"
서서히...검으로 손을 가져가는 비운 오라버니...
어쩌나....어찌해요...이 많은 사람들을...오라버니 혼자서..어쩌나...
"월유야...내가 말에서 내리면...바로 말을 달려라...
어머니와...꼭 살아...남아야 한다..."
"오..오라버니..."
오라버니가....말에서....서서히 내려선다..
나는...달려야 하는데...말을...재촉해서..달아나야 하는데....
저리도 오라비가 간절한 눈빛으로 날 내몰고 있는데...
아.....오라버니....
"이럇!!!"
달렸다...어머니의 손을 꽉 잡은채...계속해서 말을 달리는 수 밖에 없었다...
점점 멀어지는 칼소리...비명소리..피의 소리...
바람에 묻어버리려...계속 달렸다....
아...오라버니...
이제...저희는 어찌합니까...
얼마나 달린걸까...벌써....동이 터오고 있다...
어마마마는 너무나 지치신듯..내 등에 힘겹게 기대어 계시고...
갑자기 들이닥친 이 상황...정리를...해야해...살길을...찾아야해....
"서라..........."
아.....이젠...정말...끝입니까....
천천히 소리나는 곳으로 돌아보았을때...
아까...오라비와 우리를 세우던 그 군복....
"천호국인들이냐...."
무...무서운 ...사람이다....
눈빛이....너무나 무서운....그런..사람.....
말에서 내려...어머니를 부축해....내렸다...
황망한 새벽바람...발밑에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먼지가.....
왠지 내 신세인것만 같아...너무나...너무나...슬프구나...
"평민은..아닌듯하구나....무엇하던 집안의 아낙들이냐..."
"........."
"벙어리냐...인물이 아깝구나....."
".............."
말에서 몇이 내려...우리쪽으로 향한다...
차마...눈을 감아버릴 용기조차도...지금 내겐 없다....
"호~이거...........그냥 여기서 묻어버리기엔...아까운데..."
더러운 놈들....추잡스러운 것들....감히...감히....
"안된다! 이놈들! 내 딸에게 손가락 하나 못댄다!"
아...어...어머니...그렇게 지치신 몸으로....
내 앞을 가로막고 계신....어마마마....
"아줌마는....됐수다....이거..저 계집이 당기는데..하하..."
"안된다!...악..........."
어....어마마마.....지금....
그것이..피...입니까....
하염없이 가슴에서...흘러내리는...그것이....피입...니까....
그리고....정녕...그리 힘없이....
쓰러지신채...절 바라보고 있는....정녕...어머니세요...
어...어머니..제발...그러지 마세요....
저..전...어떻게 하라고...어...머니...
"이것봐~ 아가씨~"
내 얼굴에서 두건을 벗겨낸다....
땀냄새...피냄새...역하다....
날 향해 뻗어오는 저 손들...더러운 손들....저주한다....
내...죽어도 니 놈들에겐....
"멈춰라!"
멀찌감치 서있던....한 남자가...
그 무서운 눈빛을 가진...그 남자가....
말에서 내려...다가온다....
가까이 본 그의 눈은 더욱더...무섭다....
"이름이 무엇이냐...."
"..............."
"진정...말을 할줄 모르느냐...."
"..............."
"허....딱하구나...예사집안의 자제는 아닌듯한데...."
"..............."
"그대로...죽이기엔....정말....아깝구나...."
"................"
"날..따라가겠느냐...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마침...
집안에서 일을 볼 계집아이 하나정도는 필요했으니...어떠하냐..."
"................."
"하하하...정말..볼수록 탐이 나는 계집이렸다...하하...
여봐라~ 앞으로 이 계집은 내 몸종으로 쓸 것이니....
함부로 대하지 말고...내 집까지 끌고가라.."
"예.....전류장관령님!"
안되는데....나..난...
천호국에 마지막......황실의 피인데...
내가...니놈들의 종이 된다고...
지금..이렇게 끌려가고 있는데....
나..난...무얼 하고 있단 말이냐....
아..............
저기저...어머님....어머님의...시신은....
어찌...어찌...
천호국의 명이 다해 풍류국이 천호를 범하니...
살상규모가 심히 엄청나고 천호국의 모습또한 처참하구나...
달빛이 머문다는 뜻을 가진 월유황녀...
그녀의 운명은 어찌되려 하는고...
원수국인 풍류국의 최고 군대장관...
전류장관령에게 하염없이 끌려가는 신세가 되어버리니...
가련하고 가련하구나...
전장에서 무참히 죽어간 천호제하...
황량한 벌판에서 시신조차 거두지 못한채 버려져 버린 암호황비...
수많은 병사들과 함께 어찌되었을지 모를 비운황자...
하늘의 호랑이...천호시여...
정녕....이 나라를 버리려 하십니까...
정녕...하나남은..황녀조차...버리려 하십니까...
{2}
이곳에...머문지도...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
나란 사람은 무얼 하고 있는겐지...
원수국의 군대장관령에게 수발이나 드는 신세가 되다니...
당장에 갈아마셔도 시원찮은 놈에게...
"또 다른 생각에 잠겨있구나..."
"..........."
전류장관령...에게 차를 따르고 있었구나....
"넌...참으로 볼수록 신비한 아이구나..."
지긋이 날 바라보는 이 사람...
처음 보았을땐...정말..무서운 눈빛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내가 시중을 들고 있을땐...
정말 딴사람이 되어있다...
이제...전란도 다 수습되고...
우리 천호국은...국운이 묘연해진 가운데...
난...천호국의 황녀인 난...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한채...
이곳에...노예로 끌려와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게냐..."
".........."
"니 목소리가...정말...궁금하구나...."
".........."
"흠.....그러고보니...네 이름조차도 모르고...허 이것참..."
이상한 사람...두개의 얼굴을 가진...이상한 사람...
원수인데...나의 철천지 원수인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자꾸 기대게 만드는 눈빛...
이래서는 안된다....그래...난....
황녀다....
"널..보고있으면...달이...생각나는구나...
시리도록 차가운 푸른빛이...느껴져...
그런데도..자꾸만 보게되..왜그럴까..."
"..............."
"앞으로 널 월향이라 하자...그래..월향...달의 향기라...그래...
너에게 꼭 어울리는 이름이 아니냐..하하하....."
내가 따라준 차를 단숨에 들이키고는 홀연히 사라지는 저 사람...
휴.....월향이라....
처소에 들어와...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데...
"여기서 무얼하는게야! 당장 나가보아라! 지금 일손이 얼마나 딸리는데!"
".................."
무슨일이 있냐는 내 눈빛을 읽었는지...
같은 계집종으로 있던 고미라는 아이가 말을 잇는다
"지금 풍류국 일은상황전하(日隱上皇殿下)께서 오신다고 난리야!
어서 썩 나와 돕지 못해!"
일은이라....태양이 숨었다...
그렇다면...네놈이 정녕 나의 원수렸다...
그래...오냐...보아주마...
밖은 벌써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다
하긴...예사손님은 아닐테니...
이리저리 준비를 마치니.....
어디선가 들려오는 풍악대의 소리...
거대한 행차소리...
가슴이 뛴다...
나의 원수...아버님의 원수...어머님의 원수...비운오라버니의 원수...
우리...천호국의....원수...
보아주마...어떤 사람인지...내 똑똑히 보아주마...
거대한 행렬에 뒤덮여 누군가가
전류장관령의 처소로 든다...
사람이...너무나 많아...보아야 하는데...
얼굴이라도 익혀두어야 하는데....
힘없이...댓돌에 주저앉아있는데...
"장관령께서 차를 가지고 들라고 하신다...쳇...맨날 너만 찾으시니..원..
저런 벙어리가 무에가 좋다고..."
아...고미의 말에 번쩍 정신이 든다...
그래....하늘이 날 돕는구나...
가만히 다과수레를 밀고...처소앞에 섰다...
"간단한 다과를 들입니다..."
<드세요...>
어느때보다도 가라앉은 목소리...
장관령에게도 무서운 사람이라...
호흡을 가다듬고...난...
천천히 열려지는 문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
..............................
...........................
아...빛이...이 사람....정말....
태양이 숨을만하구나...
정녕...태양이 그 빛을 잃을만 하구나..
정말로 눈이 부신 사람....
존재 자체만으로...너무나..큰 힘이 느껴진다...
이래서인가...이래서..우리 천호국이...그리도 무력하게...
"제가 전장에서 거둔 가장 값진 전리품중 하나입니다...하하..."
전리품이라...내가...전장에서 거둔 전리품....
"인사올려라....일은상황전하시다....이제...풍류국만이 아닌...
천호국까지의 ....황제시다...."
목이 구부러지지가 않는다
자꾸만 떨려오는 이 감정은....무에냐...
지금의 나로선...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데...
복받쳐오르는 이 증오와 슬픔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자꾸만 내 눈물을 부르는데...
이를 악물었다....
그래...울지말자....눈물따위는 보이지 말자...
"무엇하느냐....인사를...."
"이름이 무엇이냐....."
아.....그의 목소리가 내 심장을....누른다...
지긋이....지긋이....더더욱...지긋이....
심장이 조여온다....
"말을....하지 못합니다...전하..."
<쉭...............>
이...이건.....
"저..전하...무슨...."
어느새 내 앞으로 걸어온 그...
그보다 먼저 내 목에 닿아있는 .....날선 검....
칼에서 피 냄새가 역하게 풍기고 있다....
"왜...예를 갖추지 않느냐...상전에게 인사하는 법을...모르느냐...."
더러운....놈....너에게...내 예를 어찌 갖추랴...
"이렇게...칼이 목에 들어오는데도....무릎이 꿇어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
".................."
그의 눈을 똑바로 보고 있자니....
눈이 아릿하다...정말로 가까이 보니 더욱더...
눈이 부신 사람...그러나...그러기에 더더욱....저주스러운 사람....
"눈빛이....시리구나..."
"저..전하....이제...칼은..."
"내가...이 계집을 데리고 가겠다...."
"전하..그..그건..."
"장관령께서...언제부터 내 말에 이의를 다셨는가..."
"아...아닙니다...너무나 갑작스럽게 말씀하셔서..."
이건..또..무슨...
아니..아니지...오히려 나에겐 더 잘된 일일지 모른다...
원수와 함께...그래...
이건...어쩌면...진정 좋은 기회가 될 수 도 있음이야...
"뭐냐...넌 정말 운도 좋다...쳇..들어온지 얼마안되...황궁으로 가다니..."
"................."
짐을 싸고 있는 나에게...또 투덜거리는...
고미...그래도 좋은 아이...
불쌍한 아이...
나에겐 항상 투덜거렸어도...좋은 아이임에는 틀림없어...
난....엊그제인가...장관령에게서 받은 비단 한필을...
고미에게 건넸다...
"야..야...이거..뭐냐...됐어...그냥 너 가지고 가...."
웃으며 고미에게 비단을 꼭 쥐어주고는....
처소를 나왔다...
밖엔...황도에서 온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야! 다음에 만나면 꼭 아는척 하기야! 응!"
난...뒤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인사하는 고미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사람들을 따라나섰다...
그...그런데....
앞서가던 사람들을 향해 누군가 걸어오더니...
수군수군...
무어라 하는건지....
무리중 누군가 걸어온다...
"따라오시오..."
".............."
묵묵히 그를 따라가는데...이...이건....
"타거라...."
일은....상황...왜...
"말을 하지는 못해도 알아듣기는 할것 아니냐....
타라고 했다...."
병사들이 마대를 깔고...
난...일은상황의 앞에 탔다....
왜..날 자신의 말에 함께 태우는건지....
난....그저 계집종일 뿐인데...
행렬이 출발하고....
난...일은상황의 앞에 탄채...
또 끌려간다...황도라는 곳으로...
우리 천호를 떠나....낯선 곳...낯선 땅으로...
"월향이라고...하더구나...."
"............."
장관령이 ....이름을 말해준 모양이구나....
"정말 너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
"참으로...묘하구나...널보면 눈이 시린데도...자꾸만 보게되니....하하..."
이상한 사람들....똑같은 말을....
"길이 멀고 험할 것이다....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여라....
그나저나...넌...천호국사람이라고 하였지....
나에대해...과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겠구나..."
".................."
정곡을 찔린 것 같아...뜨끔하다...
"나를 너무 원망하지는 말아라...이게 다...하늘의 뜻인것을...."
잠시 돌아다본 그의 눈빛이...
깊다...
무엇을 담고 있기에...그리도 눈빛이 깊은겐지...
아...앞으로 난 어찌해야하나...
이렇게 벙어리 흉내나 내면서....
원수의 시중이나 들고 살아야 하는걸까....
우리 천호국 사람들은....황궁사람들은...모두...어찌된 것일까...
━━━━━━━━미니번외(일은상황전하)...━━━━━━━━
그녀를 본 순간....
모든것이 멈춰져버린 것 같았다...
왜일까....
첫느낌은 ....
너무나 차갑고...
그러나..
곧이어 따라오는 은은함과 따스함...
칼이 목에 들어와도 전혀 굴하지 않던...
그 차갑고 곧은 눈빛이...
무언가 항상 부족해있던 내 마음을....
가득 채워주는 느낌이었다...
내가...왜 이런걸까...
{3}
"고되지 않느냐..."
"............"
"여자의 몸으로는 견디기 힘들텐데...
그리 힘을 주고 있으니...조금은 느긋하게 기대어 가도 ....좋다...."
당신...따위에겐....기대지 .....않습니다....
"전하!!!!!!!!!!! 상황전하!!!!!!"
헐레벌떡 한무리의 선봉대 군인들이 달려온다...
"무슨일이냐..."
"앞쪽에 적군입니다...아무래도...천호국인들인것 같습니다..."
!!!!!!!!!!!!!!!!!!!!!!
아...아직...우리 나라인들이....남아있다니...
".......전투대형으로 .....선다....."
"예!!"
선봉대가 돌아가고....
"놀라지 말아라...금방...끝날것이다..."
나를...내려놓는...일은상황...
"반드시....이곳에 있어야 한다...반드시...
비록...너희나라 사람들이지만....나에겐 적이니...
그래도...반드시 이곳에 있어라...
어차피...이곳을 혼자힘으론 벗어나기도 힘들터..."
검을 추켜쥐고....천천히....앞을 향하는 일은상황...
그 뒷모습이...마지막이라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 모습이...곧...우리 천호국인들의 칼들로...
피범벅이 된다면...얼마나 좋겠느냐....
부산한 앞쪽 선봉대를 향해 달려가는 일은상황....
난...어찌해야하나...
어슴프레....어둠이 밀려오고 있는데....
곧...달이 뜨겠구나....
아....어지...럽다...
하루종일...허리를 곧추세우고...말을 탔더니...
견뎌내기가 조금은 벅차다....
아무렇게나....바위위에 걸터앉아....
올려다본 하늘엔...달이....금방이라도 모습을 드러낼듯...
멀찌감치....무서운 소리가....내 귓전을 맴돌지만...
정작....한 나라의 황녀라는 나는...할일이 없다...아무것도....
그저..이렇게 이 자리에 앉아....
나도 모르게 계속 솟구치는 생존에 대한 욕구로....
그저 이렇게 앉아있을 수 밖에 없다...
내 자신이 이렇게 싫을수가....
하늘이시여..천호시여...
제발...천호국을 버리지 마소서....
지금 저 먼곳에서 싸우고 있는 우리 천호국인들에게...
그대의 정기를....그대의 용맹을....그대의 힘을....
나누어 주소서...내리어 주소서....
시간이 얼마나 흐른것일까....
이제...사방은 깜깜한데...
소리가 잠잠한것을 보니...무언가...결단이 난듯은 한데...
혼자 이 곳을 빠져나가지도 못할뿐더러...
몸에 오한이 오기 시작한다....
춥고....무섭다.....
그...그런데...저자들은......
"야~ 이것봐라! 이봐! 여기에 웬 계집이 있는데~"
"어디....어...요것이...꽤...삼삼한데..그래...하하..."
"마침...잘되었구만...가뜩이나 전쟁때문에...기집구경 못한지가 오래됐는데 말이야..흐흐"
이...이놈들이....
"야...이것봐~ 넌 어디계집이냐? 엉?"
"...................."
"어라...이거...벙어리 아냐..하하...비명소리 하나 못낸다 이거지...."
아..안되는데....이...이..런....
장정 셋의힘을...당해낼 수가 ....없어..
안돼...안된다....이놈들....
어찌해...어찌....
어느새....내 망또가 저만치 날아가고...
정강이 사이로...더러운 손길들이...추잡한 손길들이....
제발...절....아...제발....
"악!!!!!!!!!!!"
"으헉............"
"저....저.....전...ㅎ...........윽............"
어찌...된것이냐....어찌....
조심스레 눈을 떴을땐.....
토막토막난....여러구의 시체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드리운채.....
달빛을 등에 지고...날 바라보고 있는 일은상황....
"많이.....놀라셨습니까....."
무슨...아니...왜...나에게.....
걸치고 있던 망토를 벗어...날 감싸는 일은상황...
어찌....
아....................
내....목걸이....천호문장이 새겨진....내...황실목걸이....
훤히 드러난....어깨선을 가로질러....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내 황실천호문장목걸이가....
달빛에....슬프게 반사되어...내 시야에 들어온다...
"천호국황녀께서....빼어난 미모를 갖추었다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전장에서 사라졌다기에...목숨을 잃으신줄 알았는데...
이리도 가까운 곳에 황녀를 두고....하하....
부하들의 무례는...용서하십시요...
이미...응분의 댓가는 받았으니...."
시체들을 바라보는 싸늘한 눈빛.......
몸이 떨려온다...
밤인데...왜...밤인데...그가...눈이 부시게...무서운것이냐...
난...왜이리...몸이 떨려오는겔까....왜....
일은상황의...모습이...왜....아.....
아바...마마....어마마마....오라버니....
가지...마세요...절 혼자 두고...어디로....
제발...가지...마시어요....
"!!!!!!!!!!!"
"정신이 드십니까...."
힘겹게 눈을 떴을때...내 시야에 들어오는건...
보기좋게 수염을 늘어뜨린...중년의 한 남자...
"전...풍류국의 책사 축전대형이라 합니다..."
공손한 인사...마음이...조금은...편해진다....
여기가..어디냐는 나의 눈길을 읽었는지....
"황녀께서 이틀이나 사경을 헤매셨습니다...
이곳은...풍류국 황전입니다...
상황전하께서 조금전에 다녀가셨습니다..."
아...이곳이 풍류국...
앞으로 날 어찌하려 하는고...
"저희 풍류국에선....비록...적국이기는 하였으나...
이미 전쟁은 수습되고...풍류국와 천호국이 하나가 된 마당에..
황녀께는 최선의 예우를 다할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이 곳에 머무르시면서 심기를 보전하십시요"
하....하나라....하하하....
풍류국과 천호국이 하나라....하하....
참...말도 잘도 지어내는 구나....니놈들은....
"앞으로 황녀를 옆에서 받들 시녀.....향호입니다...
착하고 바른 아이이니 황녀께서 많이 도움을 받게 되실 것입니다"
축전대형이란 사람 뒤에서....누군가....
예쁜 여자아이가 나와 고개를 숙인다...
"향호라 합니다...황녀님..."
웃음이 예쁜아이이다...
눈이 맑은 아이이다...
그렇지만....적국의 사람일뿐...
"일단은...몸을 보전하시는것이 좋을듯 합니다
의원의 말로는 심기가 많이 약해지셨다 합니다....그럴테지요...
향호가 성심으로 받들 것입니다...
오늘은...이만 물러가겠습니다....그럼....."
공손한 사람...축전대형이라 했던가....
그를 포함한 한 무리가 물러가고....
커다란 방엔 향호라는 아이와 나 둘뿐....
"황녀님...시키실일이 있으시면...이 종을 쳐주시어요..."
아....내가...벙어리인줄 알고 있겠구나...
하기사....말을 안해본지도....꽤 되었구나....
난 손으로 붓을 잡는 시늉을 해보였다
과연 눈치있는 향호가 붓과 종이를 들고온다...
<나는 어찌되는 것이냐...>
"아직...저도 잘 모르겠습니다...그저...성심으로 돌보라는 명외에는..."
<이곳은...자세히...어디냐...>
"예전...선대비마마께서 묵으시던 곳입니다...풍화전이라 합니다..."
<왜...적국의 황녀인 나를 이곳에 머물게 한 것일까...>
"송구하오나...잘은 ...모릅니다...그저...상황전하의 명이라는것 외에는..."
<그래...어쨌거나...여러모로...잘부탁하자꾸나...>
"아..아닙니다..황녀님...감히..."
수줍게 볼을 붉히는 아이...
참으로 이쁘다....
침전에서 내려와...창문으로 갔다...
창을 열자...시원한 바람이 한가득 나의 머리칼을 쓸고 지나간다...
"황녀님...머리결이 너무나 고우셔요...
전 처음에 황녀님을 보고 놀랐답니다...
세상에 이리도 고운 분이 계실까...하구요..."
가만히 내 머리를 쓰다듬는 향호...
그래...죽으라는 법은 없다니....너같이 좋은 아이를 만났으니...
하늘이 이렇게 날 살려두는데는....
무언가 숨은뜻이 있는거겠지...그래...
일단은....내가 살자....건강하자....훗날을 도모하기라도 하게 된다면...
내가...굳건해야 한다..그래....
<상황전하 납십니다!!!!>
"헉! 황녀님! 상황전하께서 직접 오시나보아요!"
허겁지겁...문을 여는 향호...
커다란 문이 천천히 열리고...
황복을 입은 그가...들어온다....
창문으로 들어오던 햇살이....부끄러운듯....그 광채를 감추기에 여념이 없다...
"처소는 마음에 드십니까...."
차갑게 쳐다보는 내 눈길이 거북했나....
살짝 얼굴을 피하며...말을 잇는다...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실로 황녀의 미모가 빼어납니다....솔직히...기대이상입니다....
그런데...말을 하지 못하신다는 것은...."
<탁!!!>
신경질적으로 창문을 닫아버렸다....
내 언젠가는 당신을 향해 칼을 겨누어야 합니다....
그것이...
아바마마를 위한 것이고...어마마마를 위한 것이고...
오라비를 위한 것이고....그리고...우리 천호국을 위한 것입니다...
"월유황녀...그대에게 모든 예를 갖출 것입니다...그러...."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난 침전곁에 있던 종을 사정없이 흔들어댔다....
놀란 향호가 내 곁으로 달려온다....
난 천천히 붓을 들어...글을 써내렸다....
<이왕지사 이렇게 내가 천호국의 황실핏줄인것을 알았으니
제가 일은상황 그대에게 과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것을
알고 계시겠지요 지금은 그대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것조차
너무나 불쾌하니 송구하오나 잘난 행차를 거두시고
그만 이 곳에서 물러나 주시지요>
내 종이를 받아든 향호가...사색이 된채...벌벌 떨고만 있다
난....향호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향호가....천천히...조심스레...종이를 상황에게 건넨다
내 서찰을 읽어내린 일은상황...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어찌....저럴...수..가....
"역시...황녀이십니다...미모못지 않게 냉철한 판단력과 뛰어난 문필을 갖추셨다 하더니...
소문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하하하...."
난...이를 악물고 그를 노려보았다....
내 언제까지 그대가 그리 웃을 수 있는지...반드시...반드시...
지켜보리다....예...그러지요....
<휙~~~샤락...................>
내 서신이....공중에서 깨끗하게.....조각조각나서 떨어져내린다....
서신조각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검을 제자리에 꽂는 일은상황....
신검....이로소....
"그 마음...충분히 느끼고 있습니다...
황녀의 눈빛에....금방이라도 얼어붙을 것만 같으니...하하하....
월유라...정말....얼굴에 달빛이 그대로 머물러 있구려....하하하......"
아무렇지도 않게 뒤돌아서 나가는 일은상황....
어찌...어찌..그리...커다란 힘이 느껴지는 것이오...
무엇이 우리 천호국을....한숨에 날려버렸단 말이요....
그것이...그것이 과연....일은상황 그대의 힘이란 말이요...
주섬주섬...서신조각을 치우는 향호를 지긋이 바라보다...
다시 창을 열었다....
다시 내 머릿결을 만져주는 바람....
아....차라리 내가 이 바람이라면....
불어오는 바람에 내 이 마음 날려버릴 수만 있다면
그래서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게 된다면 차라리 좋을것을
내 이 신세 그 누구의 설움과 비할꼬
천하일존(天下一存)하여 타국에 산송장과 다름없이 살게되니
이 죄를 어이 다 갚을꼬
힘없이 죄없이 죽어간 우리 천호국인들에게
그 무엇으로 이 죄를 다 갚을꼬
{4}
"황녀님....밖에....한번 나가보시지 않으시겠어요....
날씨가 참으로 좋습니다..."
아....
괜히 나때문에 향호가 고생이구나...하...
그렇지만...
아무것도...그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너무나 큰 죄값이리...
난...가만히 향호를 향해 고개를 저어보이고는...
붓을 들었다...
<괜히 나때문에 네가 고생이구나
난 괜찮으니...걱정말고 나가서 동무들과도 어울리고 하려무나
필요하면...부르겠다...>
"그래도...."
난...괜찮다는 듯...향호를 향해 웃어보이고..
향호는 가만히 인사를 하고 실을 나섰다...
혼자 남은 풍화전이...더욱더...크게만 느껴진다...
제가 이리 호화로운 궁안에서 목숨을 연명하고 있어도 되는 것인지요...
아바마마...어마마마...오라버니...말씀해주십시요...
"황녀님...풍화전 경비대장입니다...지금..곧...
상황전하께서 납십니다..."
왜...또..오는것이냐...
난 당신얼굴을 보고 전혀 할말이 없는데...
난 개의치 않고...
내가 그리고 있던 그림을 계속해서 그리고 있다...
<상황전하 드십니다...>
들던지 말던지....
문이 열리고....또 환해지는 실안...
그대의 그 이름모를 힘이...참으로...적이긴 하나..대단하오...
"모두..물러가거라....조용히 있고 싶다...."
또...심장을 지긋이 눌러오는 목소리...
사람들이 모두 나간듯...
내 곁으로 다가오는 일은상황....
"그림을...그리고 계셨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그림입니......"
<좍좍......좍...........>
이제껏...아름답게 담아내던...
우리 천호국의 산과들위로...
나의 거친 붓자국이 겹쳐진다....
"월유황녀...그대는...왜..."
<저를...어찌하시려는 겁니까....>
거친 붓자국 사이로 다시 겹쳐지는 나의 글씨...
"어찌하려 하다니요...그런..."
<그럼...저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런건...없습니다..."
<그럼...차라리....>
"................"
<죽여주십시요...>
"................."
천천히 눈을 들어 일은상황을 바라보았다
당황한 그의 눈이...조금은 후련해진다...
그러나..곧....굳어지는 눈동자...
"강한 분이라 생각했는데...아닌듯합니다...."
"................."
"황녀에게...원하는 것은...한가지 입니다...
절 보고 ...한번만...웃어주시는것....지금으로선...그것뿐입니다..."
바람을 일으키며 돌아서는 그...
무어라...웃어달라고....당신에게...웃어달라고...
내 아버지를 죽이고...어머니를 죽이고...오라비를 앗아가고...
무엇보다...사랑하는 내 민족 내 백성을....
한순간에 짐승을 도륙하듯이 앗아가고는....
몇백년을 이어오던 우리 제국을 한입에 집어 삼키고는....
웃어달라고...
잡고 있던 붓을 내동댕이쳐 버렸다...
손이 벌벌 떨려온다...
문을 나가려던 일은상황이 다시 말을 잇는다...
"전류장관령이...곧 황전으로 듭니다
함께 나와주셨으면 합니다...어차피 잘 아시는 사이일테니...
그래도...풍류국과 수만리떨어져있으나...
천호국과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니...
앞으로 천호국의 운명도 함께 논해야 하고...
하여간....황녀께서 조금후 명이 있으면...황전으로 드십시요..."
문이 닫히고....
다시 혼자 남겨진 풍화전...
가슴이 뛴다...천호국의 운명이라...
다 집어삼킨 마당에...무얼 어찌하라고...
나더러 구차하게 구걸이나 하라는 것이냐...
얼마후...향호가 들어온다...
"황녀님...황전으로 드시라는 명입니다...예를 갖추시고..."
웃음이 난다...
곧 이어 들어오는 많은 시녀들...
내 옷을 갈아입혀주고...머리를 만져주고...
폐물을 이리저리 걸쳐주고....
난...무얼하고 있느냐....
황전은 풍화전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듯 하다...
그런데...저...앞의 행렬은....
"황녀님...이곳 풍류국의 상녀(작가주:천호국의 황녀와 같은 말임)이신...
비율님이세요...돌아가신 선왕의 외동딸이십니다..."
"멈추어라! 감히 비율님의 행차앞에서! 어디 행렬이냐!"
"천호국의 월유황녀님이십니다..."
"아니...천호라면...감히...물러나..."
"그만두어라...."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비율상녀...
자태가...곱구나...그런데...싸늘하구나...춥구나...
"월유황녀라 ....하셨습니까...."
날 지긋이 바라보는 눈동자가...과히...유쾌하지만은 않구나...
난...간단히 목례를 했다...
어릴적부터 배어있던...궁중예절이...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이게 했나보다...
"아....말을..못하신다고 하셨죠...호호호..."
"................."
"별일입니다..일은상황께서...적국의 잔류물을...궁으로까지 끌어들이시다니...
별일이예요....뭐...다른 뜻이 있으신 거겠지요....호호...
얘들아....가자...."
행렬을 이끌고 먼저 황전으로 드는 비율상녀...
난 향호를 향해...물었다...무슨...
내 눈빛을 읽었는지...향호가 조심스레 다가와 귓속말을 한다...
"사실...저번 전장에서 황실핏줄이었던 세 공주들을...
그 자리에서 무참히..."
흠..........
내 한숨을 느꼈는지...향호가 말을 끊는다....
"드시지요...황녀님..."
<일은상황전(日隱上皇殿)>
"어서 오십시요...황녀님..."
제일 먼저 나를 맞아주는 축전대형...
두번째 보는 것이라 그런지...더 정겹다...
왠지 이 분은 마음이 편해진다....돌아가신 아버님을...많이 ...닮았다...
난 가볍게 목례를 하고...
이끌어주는 대로...나갔다...
그런데..왜..내가...일은상황의 오른쪽자리.....
얼핏보니...왼편에 앉은 비율상녀의 얼굴이...심상치 않다...
어쨌든..자리에 앉아....그의 시선이 느껴지지만...
난...옆도 돌아보지 않은채...허리를 곶추세웠다...
비율상녀나...일은상황이나...모두...의자에 기댄채 편한 자세...
하지만...우리 아버님은 그러지 않으셨는걸...
아무리 직책이 낮은 자라 할지라도...황전에 들어 알현하는 자들앞에선...
절대...편하게...거만하게...기대지 않으셨는걸...
그들을....언제나 존중해주셨는걸....
이들은...이들은.....
<전류장관령...드십니다...>
저 멀리...커다란 문이 열리고...그 사람이 들어온다...
아...다시..무서운 눈빛....
그러다...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순간에 변하는 저 눈빛...내가 기대고 싶게 만들었던 그 눈빛이다...
난...보일듯 말듯 목례를 건넸다...
그 역시 보일듯 말듯 목례를 하고....
일은상황앞에 무릎을 꿇는다....
"전하...신 전류...무사히 임무를 마치고...돌아왔습니다..."
"수고했소...그래...천호국은 어떠하오..."
"모든 반란이 진압된 상태입니다...이제...본격적으로 ...
천호국내에 우리 풍류국의 지국을 세워
체계적으로 다스려야 함이 마땅하다 사려되옵니다"
"그래...그럼...관리들을 파견해야겠군...
월유황녀...."
"..............."
"그대는 어떠합니까...이제...우리 풍류국과 천호국은 하나가 되었는데...."
욕지거리가...목구멍에 걸려있다...
하나가 되었다니....하나가 되었다니....
"서기는 들어라...명을 내린다..."
"예..."
"이제부터 천호는 풍천으로 국호를 바꾸고...
풍류국의 제2의 수도로 삼는다...
전류장관령을 풍천의 최고책임자로 명하고....
전류장관령은....월유황녀께...지시를 받는다..."
무어라...어차피 종된 노릇이나 해야될 것을...
꼭두각시 노릇을 시키는 것이...너희들이...날 잡아둔 이유이냐...
"전하...그것은..."
대신중...누군가...말을 꺼낸다...
"무엇이요..."
"신...목웅대신 아룁니다...전류장관령께서 최고 책임자가 되신 마당에...
적국의 황녀를 그곳 지시자로 명하심은...아무래도..."
"원래...월유황녀의...것이 아니었습니까...."
"아니...전하! 무슨 말씀을! 엄연히 저희의 속국(束國)이 아닙니까!"
"책사...지금...말씀하신 분이 목웅대신이라 하셨지요..."
"예...전하..."
"나중에...축전대형께서 따로 불러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주시지요...
약간의 황전경비대를 동원하셔도...괜찮습니다..."
"저...전하...저..전...."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말씀하십시요...."
이 분위기....이토록 말 한마디에 사람들을 압도할 수가 있다니...
정말...무서운 사람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서운 사람...일 수도...있음이다....
그렇게...이상한 모임은 끝이나고...
황전을 나섰다...
비율상녀는 무에가 그리 못마땅한지...벌써 사라진지 오래다...
후....머리가...복잡하다...원래 나의 것이라니...
도대체 ...속셈을 모르겠다...
"저...황녀님...저 뒷쪽에서.."
돌아다보니....전류장관령...이....다가오고 있다....
내 앞에서 가만히 고개를 숙이는 그....
다시 나와 마주친 그의 눈빛은...아주...좋아보인다...
정말....이상한 사람이다...
"일전엔....무례를 용서하십시요...제가..황녀를 못알아뵈었습니다..."
난 가만히 웃으며...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저에게...따로 부탁하실 일이나...따로...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요...천호..아니...풍천은 황녀님의 것이라고...
전하께서도 말씀하셨으니까요...그리고...."
의아하게 쳐다보는 내 눈길을 피하며...조심스레 말을...잇는다...
"제가...전장에서...거둔자가 하나 있는데...
거의 송장이나 다름없는 자입니다...그런데...그자가...
천호문장목걸이를..."
<꽈악.......>
나도 모르게 전류장관령의 옷깃을 잡아챘다
오라버니...오라버니시지요...아직...살아계시다니..
놀란 나의 눈을 보며...그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나 역시 어찌할 바를 모르고...그저...그의 옷깃만을 잡고 있는데....
"그렇다면..황실의 핏줄이 또 있단 말입니까...."
이...이 목소리...
언제왔는지...일은상황이 전류장관령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정말...무서운 눈....전류장관령이 군복을 입고 있을 때 그 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천천히 다가오며 말을 잇는...상황...
"어찌...그리 중대한 일을....나에게는 알리지 않으셨지요...전류장관령..."
"그..그것이...전하...다른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안지가 오래 되지가 않았고....그 목걸이도..사실...
황실의 상징인 것을 모르다가....황전에 들기전...
황녀께서도 그 목걸이를 가지고 있으셔서...알게되었다는 말을 듣고..."
"내가 베풀 수 있는 아량은....월유황녀까지입니다..."
"예...예?"
"월유황녀이상은...모두....제거라는 말입니다...."
아....어찌...이리....잔인할 수가...
어쩌지...어쩌지....
"알아들으셨습니까...전류장관령...."
"예...제가...돌아가는 대로 곧...처단을...."
<풀썩.............>
일은상황앞에....무릎을.....꿇고 말았다....
너무나 놀라워 하는 일은상황....전류장관령....
전....이렇게 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오라버니...
"살려.....주십시요...."
더더욱...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두 사람....
"살려...주십시요...제발...."
어느새...눈물이....황전댓돌위로....
떨어져내리기 시작한다....
{5}
".......황녀를.....일으켜세워라...."
냉정하려 애쓰는 일은상황의 목소리가...
심장을 또 지긋이 눌러온다...
향호가 다가와...날 일으켜 세우려....
"놓아라...."
"화...황녀님..."
"살려주십시요..."
날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는 일은상황....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만 구르고 있는 향호...
그 옆에...너무나 허탈한듯...서있는 전류장관령...
"일어서시오...황녀...아랫것들이..보고있습니다..."
"살려주십시요...."
"일어서시라 했습니다...."
"살려주십시요..."
나의 목숨을 구걸하는 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눈물이 난다...
어머님의 시신앞에서조차...마음껏 흐르지 못한...내 눈물이...
드디어...분출구를 찾았는지....하염없이 흘러내린다....
"살려주십시요...살려주십시요...다른말은 할줄 모르십니까...황녀..."
"살려...주십시요..."
"하....벙어리인줄 알았던 황녀가...어렵게 입을 열었는데....
계속해서 살려주십시요...살려주십시요...하..하...하하하하....."
비굴하다...미칠듯...일은상황이...저주스럽다...
그렇지만...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라비의 목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것뿐....
어느새...축전대형까지....상황의 뒤에 서있다...
너무나 창피한데...너무나 굴욕스러운데...너무나 부끄러운데...
눈물은 계속해서 멈출줄을 모른다...
"살려주십시요...제발...."
"살려주지 않겠다면....어찌하시겠습니까..."
"함께...죽겠습니다...차라리...."
"호...이거 대단한 가족애입니다...하하....그럼...."
<쉭............>
두번째로 느끼는 일은상황의 검...
금방이라도 내 목을 벨듯...내 눈앞에서...서슬이 퍼런채...
"그럼...함께 죽겠다는 것이군요..."
고여있던 눈물을 힘주어 떨구어 내고...
그를 노려보았다....
당신이 인간입니까...
아니지...원래 지난 전장에서도 단숨에 황실의 핏줄을 모두 죽였다하니...
예...지금까지 어찌 참으셨는지요...
"죽이십시요...그것이 더욱...명예롭겠군요..."
내 눈을 응시하는 일은상황...
그의 눈을...죽음을 각오한 마당에...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쉬리릭....>
검을 다시 제자리에 꽂은 일은상황....
거칠게 돌아서 걷기 시작한다....그리곤...말한다...
"방금...전류장관령에게 말했듯...어디까지나 황녀까지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습니다...그냥...황녀 하나만 살려둘 것입니다..."
이런..짐승만도 못한....
힘겹게 일어섰다...
옆에서 놀라 부축하는 향호를 뿌리치고...
비단옷에 아무렇게나 눈물을 닦아내었다...그리고는....말했다....
"서십시요...상황..."
돌아서 걷던 일은상황이 멈칫하고....
축전대형과 함께 의아한 눈으로 돌아선다....
"정녕...죽이시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저는 살리시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제게...무릎을 꿇으십시요...
덧없이 상황께 무릎만 꿇고...아무것도 얻은 것은 없으니...
심히...마음이 무겁습니다...
제게 무릎을 꿇으신다면...제 오라비의 죽음을.....
받아들이겠습니다...절 살려주시는 것을....아주...아주 많이....
고마워하겠습니다..."
당장이라도...터질것 같은 이 분위기....
많은 대신들은..그저 눈만 깜박일뿐...
축전대형조차...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날 향해 저벅저벅 다가오고 있다...
당신은...사람이 아니지요...그렇지요....
그...그런데...이...이러...
<털썩....>
내 앞에...정녕...내 앞에....
한무릎을 꿇고 앉은 일은상황...
놀라움은...황전앞의 놀라움은...그야말로...어떤말로도 표현해낼 수 없는....
"이제...조금이나마 속이 풀리셨습니까....나머지 한쪽 무릎은...
진정 황녀께서 생존에 대한 고마움이 생기신듯하면....
그때 꿇겠습니다....그럼..."
다시 일어나 황전으로 들어가는 상황....
지금...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꿈속을 걷는것만 같다....
놀라움 반 두려움 반으로 나를 바라보던 대신들도 하나둘 자리를 뜨고...
"이제 그만...처소로 드십시요..황녀님...."
아...축전대형...
"저...전....."
"저녁 공기가 제법 찹니다.....향호는 무엇하느냐...황녀를 뫼시지 않고..."
"예...예...그만 가시지요..황녀님..."
"그...그래...."
난..그저 향호를 꽉 잡은채...
구름위를 걷는 기분으로 풍화전으로 돌아왔다...
"황녀님...괜찮으세요...."
"햐...향호야.....오라버니가...오라버니가....."
이건...통곡이었다....
일은상황앞에서 보였던 그 눈물....이제는 통곡으로...오열로.....
내 마음 깊숙이 박혀버린 증오와 슬픔이...
끓다 끓다...이젠 그 어떤 것으로도 멈출 수 없게...
터져버렸다....
향호에게 안긴채...얼마나 울었나 모르겠다....
눈물이 그칠때쯤...머릿속이 아련해온다....
"황녀님...좀...누우셔요...그러다...쓰러지시겠습니다...."
향호도...두 눈이 빨갛다...착한 아이...
"고...고맙구나...그래도...너처럼...착한 아이를 만났으니..."
<전류장관령께서 드십니다!!>
"아...다음에 오시라고 할까요...."
"아니다...그냥...드시라 해라...난..괜찮아..."
"예...."
향호가 문을 열고...전류장관령이 침통한 표정으로 들어온다...
날 향해 인사를 하고...
"무어라...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괘..."
목이...메인다...다시...눈물이 고이려 한다....
이를 악물었다....
가다듬고....누르고....다스렸다....
"괜찮습니다...앉으세요..."
자리를 권하고...탁자에 앉았다...
"향호야...무엇하니...차라도 가지고 오지 않으련..."
"예...."
향호가 나가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전류장관령..."
"괜히...심려가 더해드린것 같군요..."
"제 오라비는....정녕 죽어야 하겠지요...."
".................."
향호가 차를 들이고...나갔다....
"전하의 명이니...저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송구합니다..."
"아니예요...아니예요...친동생이라는 저도...이렇게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데요..."
꼭쥔 주먹이 아파온다...하지만...참아야해...약한 모습은...보이지 말자...
"이것....드리려 했는데...잊을뻔했습니다...."
가만히 내려놓는 조그마한 상자...
비단으로 곱게 싸여있는것이...예사물건같지는 않은데...
"이것이...무엇입니까..."
"일전에...부하들에게...죽임을 당하신...암호황비의 유골가루입니다..."
!!!!!!!!!!!!!!세...세상에....어찌...
"이...이것을...어찌....."
손이 마구마구 떨려온다....주먹조차 제대로 쥐어지지 않을 정도로...
"황녀께서 저희 집에 시종으로 머무실적에...
아무래도 찜찜하여...부하들을 보내...시신을 거두라 하였습니다....
그래도 황비의 시신을 거둘 수 있게되어...다행입니다...
황녀께 이것을 전해드릴 수 있게 되어 더더욱 다행이구요...."
"아...어...어머..."
참을 수 없었다...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누르고 누르고 다스리고 다스려도...이건...불가항력적인 슬픔....
그 상자를 품에 안고....바보처럼...계속 어머니만 불러대고...
눈물은 이미...한계점을 벗어나....멈추는 지점을 잃어버린 듯 하다....
한참을...그러다...가다듬었다...
전류장관령의 얼굴을 보기가 심히...미안했다...
"정말...무어라 감사의 말을 올려야 할지...."
"아...아닙니다...그런 치례를 받고자 함이 아니었습니다...그저..."
"정말...너무나...감..감사합니다...절대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장관령..."
"월유...황녀님...."
조심스레 상자를 탁자위로 내려놓았다...
"예.....말씀하십시요...장관령...."
"정말....달을...닮으셨습니다...."
"예?"
"아...아닙니다...그나저나...오늘 상황전하께서 보이신 행동은...
정말...놀라웠습니다...절대 그 어떤 상황에서도...굴하지 않으셨던 분인데...
아까는...상황전하께서 황녀에게 굴하셨던 것 같습니다...."
"굴한것이 아니라...더 큰 먹거리를 위해...조금 배를 비워둔 것이겠지요..."
"황녀님..."
"일은상황의 얘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미안합니다..."
"예.....그럼..전 이만...가보겠습니다...더 서둘렀어야 했는데..."
"천호국으로 ...가시나요...."
"예...."
"며칠이나 걸립니까...."
"한...사나흘이면 당도할 것입니다...."
"그럼...제 오라비의 목숨도 ....사나흘정도밖에 남지 않았겠습니다...."
"..............송구합니다...."
"부탁..하나...드려도 되겠습니까...."
"예...."
"제 오래비의 시신도...이렇게...유골가루라도...건져주시겠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저에게 전해주시겠습니까..."
"예....다음데...황전에 들게되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장관령....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절대...
살펴가십시요...멀리...나가지는 않겠습니다...."
"예....몸보전하십시요...얼굴이...많이 안좋으십니다..."
나는...가볍게 그에게 인사를 건네고 돌아섰다...
또...눈물이 흘러버렸기에...
더이상 눈물은 보일 수 없었다....
장관령이 나가고....
뉘엿뉘엿...해가 지기 시작한다....
방안도...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향호가 들어와...초를 밝히기 시작하고....
곧....방안이 환해진다...
"향호야...이것이 무엇인줄 아느나..."
"그것이...무엇입니까...."
"내 어머니란다....어머니가....이렇게...."
"황녀님...."
또다시 눈물이 비단보자기를 적시기 시작한다....
"다음에 전류장관령이 황전에 올땐말이다...
그땐 이러한 상자가...두개나 된단다...
오라비의 것도...이렇듯 거두어주기로 하셨거든....흐흐흑....."
"황녀님..."
"그래도...우리...아버님은..어이할꼬...이렇듯...유골가루조차도...
찾지 못하고...어이해...그렇게 무서운 전장터에서...
힘겹게 죽어가신 우리 아버님은...어이해....어이해..."
"황........녀..................."
들리지...않는다....그냥....향호가...저 멀리...
아...향호야....어디로.......어떻게.....
왜이렇듯....풍화전이...흔들리는게지....아....
"황녀님! 정신차리세요!!!"
향호...햐...ㅎ.......
{6}
온통...내 주위엔....핏빛으로...
나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많은...손들...
이것이..다 무엇이냐...
울부짖는 소리들...너무나...무섭다...누가..나좀...나좀....
"황녀님...황녀님...."
음...이게...무슨...소리....
"황녀님...눈좀 떠보셔요...황녀님..."
그래...눈을...떠보자...눈을.....
가까스로 눈을 뜨자..낯익은 얼굴...아....향호...
"황녀님! 괜찮으세요! 반나절이나 누워계셨어요!"
"아...내가...정신을 놓았더냐.."
"심려가 크셨나 봅니다...황녀님...."
이...목소리는....
아...축전대형께서...
"황녀님께서 혼절하셨다는 연락을 들으시곤...계속해서 여기에 머무셨습니다.."
향호가 넌지시 귓속말을 건넨다...
"괜시리...소란을 피워....송구합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오히려 황녀께서...마음이 심히 편치 않으실터인데..."
"아....아닙니다..."
"황녀님...상황전하가 미우시지요..."
"..............."
"흠흠......"
향호가 눈치를 챘는지...시중들던 궁녀 몇을 데리고 방을 나간다...
"상황전하께오서...많이 심려하셨습니다...."
"왜요...애써 잡아놓은 꼭두각시가 사라질까봐요..."
"황녀님...상황전하에 대한 그 마음....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허나..."
"이해하신다면...지금은 절..그냥 내버려두셨으면 합니다...
부탁합니다...."
"상황전하...불쌍하신 분입니다...."
"그렇다면...죄없이 죽어간 우리 천호국인들은....제 아버님은....제 어머님은...
이제 곧 죽게 될 제 오라비는....무엇입니까...일은상황이 불쌍한 것이면...
그네들은...다 무엇입니까...."
꽉 잡은 침전의 이불들이...내 주먹안에서 터져나갈 듯....
"상황전하께오서도..이 자리에 오르시기까지 참으로 많은 고생을 하셨습니다.."
"예...고생스러우셨겠지요...매일 많은 사람들을 죽여대고 또 죽여대고....
또...죽여야 했을테니까요...."
"흠...황녀님....상황전하께오서...무슨 생각으로 황녀님을 살려두셨는지..
모르시겠습니까..."
"아니요...잘 알고 있습니다..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이렇게 죽지 못하고 구차하게 남아 목숨을 구걸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전하께오선..그 어떤 여인에게도...눈길을 주신적이 없으셨습니다...그런데..."
"미안합니다...더 이상 아무말도 듣고 싶지가 않습니다...."
"....예...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부디 심기보전하십시요...그럼...."
축전대형이 나가고....
복잡해진다....그 어떤 여인에게도 눈길을 준 적이 없음이라...
그럼...무엇이요...설마 나에게서 ....알량한 애정따위를 바라는 것은 아닐테지요...
"황녀님....누우셔요...."
어느새 들어온 향호가 날 누여 준다...
이불을 자상히도 덮어주는 향호....
"황녀님...제가 감히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되나 모르겠사오나...
저도 어렸을 적...저 멀리 이방나라가 우리 풍류국을 침범했을때...
오라비를 잃은 적이 있답니다...아주 어렸을때 였지만...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답니다...
그때....오라비의 시신옆에서 하염없이 울고있는 절...거두어주신 분이....
지금의 상황전하이십니다....그때 상황전하는 일개 군졸에 불과하셨지요..."
"내게 그런 말을 하는 뜻이 무엇이냐..."
"제가 보기에...상황전하께오서는 아무래도 황녀님을...은혜하는 것이...."
"그만두거라.."
"황녀님...제가 주제넘었다면...용서하십시요..."
"....아니다....밤이 늦었는데..나때문에 너만 고생이구나...그만 물러가서 쉬려무나..."
"예....그리고...."
"무엇이 또 남았느냐...."
"축전대형께서 황녀님곁을 지키고 계시는 동안....
상황전하께오서....풍화전뜰에....계속 서계셨습니다...."
"....그만 쉬어라..."
"예...."
당신은 대체 무슨 속셈이십니까....
이리도 날 곤란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이요...대체...내게서 무얼 바라는게요...
창문사이 어슴프레 비쳐드는 달빛에....서글퍼지는 이 마음을 어이할꼬....
이제 며칠후면...오라버니조차도...생을 달리하실테고....아....어이할꼬....
"황녀님! 간밤은 잘 주무셨어요?"
"그래...오늘은 몸이 조금은 가볍구나...."
"그런데...저...."
"말해보거라...."
"황녀님께서 기침하시는대로...황전으로 드시라는 명이십니다..."
"..........그래....."
더이상 피하거나 머뭇거리거나 할 필요는 없다...
이미...난...모든것을...하늘에 맡겼을 뿐....
이젠 가진 것도 없기에...잃을 것도 없음이리...
황전으로 향하는 발걸음은....아무런 느낌이 없다..
그저...왼발이 나가니...오른발도 나감이요....오른발이 나가니...왼발도 나감이라...
일은상황전.....
커다란 문이 천천히 열리고 .....그가....보인다....
여전히...빛나 보이는 그....그 힘....그 힘.....
넓디 넓은 황전 황좌에 홀로 앉아있는 그....
천천히 일어선다...
"몸도 성치 않으신데...여기까지 오시라 하여...미안합니다..."
"..............."
"설마...또 벙어리 흉내를 내실 것은 아니시지요..."
"무슨...일이신지...."
"황전 뒷뜰 연못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황녀께 한번 뵈오고 싶은데...
허락..해주시겠습니까...."
"그러지요...못볼 것은 또 무에 있습니까...."
"....예상 외로군요....하하....그럼..가시지요...이쪽입니다...."
황좌를 돌아....커다란 창을 열고 나서지....과연....
아름...답다....참으로...아름다운 연못이다...
천호궁궐에도 이토록 아름다운 연못은 없었으리...참으로...아름답다...
일은상황 그대에겐..참으로 과분한 연못입니다....
한참을 연못의 정취에 취해있다가....
어느새 옆에 다가와 서있는 상황을 눈치채지도 못했다....
"마음에...드십니까...."
"제게...마음이란 것이...어디 있겠습니까....그저....
보여주면 보여주는 대로...살려주면 살려주는 대로...
저기 저 부는 바람만큼도 자유롭지 못한 제 인생아니겠습니까....
저기 저 고여있는 연못의 물보다도 더 구속받는 것이 제 인생아니겠습니까..."
"황녀와....흥정을 하려 합니다...."
"저 따위와...무슨 흥정까지 하십니까...그냥...
상황이 원하시면..그대로 되는 것...아니었습니까..."
".........비운황자를...살리는 것인데두요..."
순간...숨이....멎어버린 듯 하다...
오라버니를 살린다....살린다고....
살며시 잡고 있던 구름다리의 기둥에...땀이 촉촉히 배어나온다...
그러나...뒤이어 들려오는 일은상황의 목소리가....날 아련하게 한다....무어라...무어라...
"무슨...말씀이신지....."
"비운황자의 목숨을 살려주는 댓가로....황녀를 달라 하였습니다...."
"일은상황...그대는 지금..무슨...."
"나 일은상황의 상비(上妃)가 되어달라 하였습니다...."
상비라....상비라면....우리 천호국의 황비....
나더러....풍류국의 상비가 되라....상비가...
"저더러...차라리....죽으라 하십시요..."
"황녀...오라비와 함께 죽겠다던 황녀가 아니었습니까..."
"절...더이상 물러날 곳도 없게 만드시는군요...상황....."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비운황자의 목숨은....
전류장관령에게 속마부대를 통해 기별을 해두었으니...
전류장관령이 천호국에 당도하더라도....잠시동안은....유예될 것입니다...
모든것은 황녀에게 달려 있습니다...."
저만치 구름다리를 건너가는 일은상황....
저토록 빛나는 사람이...어찌...나의 원수입니까...
저토록 큰 힘이 느껴지는 사람이...왜 나의 적수이어야 합니까...
난...아무런 힘이 없는데....왜..저자입니까....
{7}
"어찌...이곳에 계십니까..."
응? ....누구....여긴....
아...황전앞 뜰에서 내가 이리 멍하니 서서 뭐하는 짓이람....
그런데...누구...아.....상녀...
"비율상녀님이라 하셨지요...."
"말문을...트셨다구요..."
"원래...벙어리는 아니었습니다...그냥..사정이 좀 그러하여..그리된 것뿐...
상황을 뵈러 오신겝니까..."
"저는..그러한데...황녀께서는..."
"일은상황께서..좀 보자고 하셔서요.."
"무슨...말씀을 나누셨는지..."
"상녀에게 그것까지 이야기할 이유는 없습니다...황녀..."
아....일은상황....
천천히 우리 앞으로 걸어오고 있는 그...언제보아도...눈이 부시다...
"전하...그게 무슨...."
"상녀께서는 알 필요가 없단 뜻입니다..."
"아..아니..전하..그것이 지금..."
"월유황녀께서는 그만 처소로 드시지요..."
이 분위기...과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괜시리...골치아픈 삼각구도에 끼어들게 된것 같아...불쾌하다...
"전...이만 물러가겠습니다...그럼..."
대충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상황의 목소리가...또 내 심장을 지긋이 눌러온다...
"황녀....일주일입니다...한주간 안에...제게 확답을 주시지요..."
멈칫 하던 발걸음을 재촉해 풍화전으로 돌아왔다...
일주일이라....그럼 일단...오라버니의 목숨을 일주일은 연명한 것인데...
어이해야 하나...오라버니의 목숨도 소중하나...
그렇다고 적국의 상비가 되는 것은...정말..끔찍한 일이다...휴우....
그나저나....날 바라보던 비율상녀의 눈길이...너무나 섬뜩하여 맘에 걸린다...
"향호야..."
"예...."
"비율상녀와 일은상황은 무슨 사이이냐..."
"그...그저...대외적으로는...거의 정혼자나 다름없사오나...실은.."
"실은?"
"선왕께서 승천하실때에...왕위를 지금의 전하께 물려주시면서...
비율상녀님을 부탁하셨다 합니다...그러나...전하께오선...전혀 상녀님을...
돌아보아주시지 아니하십니다...오히려...상녀님쪽에서...."
흠....왠지 물고 물리는 느낌...
가슴이 답답하다..
"그래...되었다...향호야...나와...산책이나 해주지 않겠니...."
"예..황녀님께 풍류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향호를 따라 나선 마음이 무겁기는 매한가지였으나...
머리가 곧 터질 것만 같아....아무것도 하지 아니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황녀님...이곳이예요...풍류궁에서 제일로 꼽히는 명소중 하나입니다..."
아....정말...아름다운 숲이다...
울창한 나무들이 마치 임금을 맞이하는 신하들처럼...
한결같이 구부러진 채 깊디 깊은 굴을 만들어 놓은 듯 하다...
나뭇잎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너무나 ....아름답다...
"정말....좋구나...황전에 있는 연못만큼이나 아름다워..."
"예? 황전에...연못이라니요..."
"모르고 있었니? 황전 뒷쪽으로 정말 아름다운 연못이 있던데..."
"화..황녀님...그 곳에 가보셨어요?"
"으...응...."
"설마..상황전하께 들키시지는 아니하셨겠지요?"
"그게 무슨 소리야...상황이 소개해 주어서 함께 다녀왔는데...."
"저..정말이세요?"
"왜...그러느냐..."
"그곳은...상황전하외에는...그 누구도 들어간 적이 없거든요...
아마도 제가 알기론...비율상녀님조차...그곳에 가보지 못하신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복잡한 마음이 한층.....암울해진다....
이렇게 이상한 구도로 흘러가버리면...안되는데...
"향호야..그냥..아무말 말고...그냥...있자....그래줄 수 있지?"
"예....황녀님...."
난....나무 사이에 난 길을 따라....걷기 시작했다...
예쁜 돌..예쁜 나뭇잎들...정말...예쁜....
<부스럭..부스럭....>
뭐...뭐지....저...흔들리는....
"우왓!!!!!"
"꺄아악!!!!!!!!!!!!!"
난...본능적으로....머리를 감싸쥐고....주저앉아버렸다...
그토록 죽음도 두렵지 않던 나였는데...
생(生)이란 이런 것이었나...
"황녀님!!!!!무슨!!!!!!!!!!아!!!!!!!!!!!"
날....감싸안고 천천히 일으켜주는 향호...
"황녀님...괜찮아요....괜찮습니다...저 분은..."
조금씩 마음을 진정시키며....눈을 떠...앞에 있는 사람을 보았다...
훤칠한 키에...수려한 용모를 지닌...기골이 장대한 한 남정네...
옷차림이....예사롭지는 아니한데...그런데...
멍한 눈빛하며...입가사이로 흥건히 배어나온 침하며....
과히....정상은 아닌듯 한데...
"저 분은....풍류국의 상자(천호국의 황자와 같은 말)이신...비추율님이세요..."
"상자라...그렇다면...비율상녀의..."
"예...비율상녀님의 친오라버니가 되시고...선왕의...외아들이시지요..."
"헌데..어찌...일은상황이 왕위를..."
"헤헤헤헤헤~~~~"
우스꽝스럽게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웃고 있는...저 사람...
"보시다시피....정신이...온전치가 않으시답니다...
어렸을 적엔 꽤나 총명하셨는데...선왕이 돌아가시고 난 후론...저러하십니다..."
"헤헤~ 안녕~"
"아...안녕하십니까...."
"헤헤~ 너 이쁘다~ 이뻐~"
"감사합니다....상자...."
"달님이야~ 달님같애~ 헤헤~"
티없이 웃고 있는 모습이...차라리..보기 좋았다..
어쩌면 당신이 정말 행복한 사람일지 모르겠습니다...예....
그런데 저 멀리...한무리의 궁인들이..
"상자님!!! 비추율상자님!"
"어! 에이....나 또 들켰네...헤헤...맨날 들켜...헤헤...."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있으셨나 봅니다...상자..."
"헤헤~ 달님아~ 나랑 놀래? 나랑 놀자~ 응?"
"아...."
"휴....상자님! 그렇게 아무곳이나 마구 다니시지 마시라고 했잖아요!"
상자를 뫼시는 궁인들인가보다...그런데...대하는 태도가..영...
아무리 정신을 놓았다 해도..한 나라의 상자인 것을....
"난...그냥...그냥...난...."
"아이고...됐습니다..됐어요! 얼른 처소로 가기나 하십시요!"
거의 울 듯한 얼굴을 한 상자를 마구 윽박지르다 시피...데리고 가는 궁인들...
"멈추어라....."
"에..예?"
"멈추라 했다...."
"뉘...신...지....."
"천호국 월유황녀님이십니다...."
향호가 조심스레 대답하고...그제서야 그네들도...조금은 예를 갖추는 모양이다...
"무슨...일이십니까...."
"지금 뫼시고 있는 분이 뉘시냐..."
"비추율 상자 이십니다..."
"상자가 무엇이냐..."
"선왕의 외아들로서...궁안에서 임금다음으로..."
"입으로만 알고있구나..."
"예?"
"입으로는...잘 알고 있는 듯 하니..어찌 뫼셔야 할지...내가 직접 보여주겠다..."
난...상자의 앞으로 걸어가...예를 갖추어....인사를 올렸다...
"어~ 달님~ 하하하~ 달님이 나한테 인사하네~"
"상자께 아룁니다...전 천호국의 황녀 월유라 합니다..."
"하하~ 이쁘다~ 이뻐~"
난....궁인들을 향해 다시 말을 이었다...
"같은 황족인 나도...이렇게 예를 갖추어 인사를 올려야 하거늘...
하물며 뫼시는 사람의 입장으로...그리 홀대를 하면 되겠느냐...
그것이 진정 어느나라의 법도이며 예절이란 말이냐!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 하여 황가의 피가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냐!"
"소...송구합니다...용서하십시요..황녀님..."
"앞으론 입으로만 알지 말고 마음으로도 알아...전심으로 뫼셔라..."
"예......"
"그럼....상자께서도 살펴가십시요..."
"어...달님아...나랑 놀자...응? 나랑 놀자..."
휴......이런...그렇지만...너무나 맑은 영혼이다...
"상자께서 오늘 따로 할 일이 있으시냐..."
"오늘 하실 공부는 모두 마치셨습니다...."
"그럼...나와 이곳에서 조금 더 산책을 하실 것이니...그리 알고...
물러나 있다가...한 식경 정도 지나면 이리로 뫼시러 오너라...."
"예....."
"향호도...내 신경은 잠시 접어두고..좀 쉬려무나..."
"예....처소에 드실적에 불러 주시어요...가까운 곳에 있겠습니다...."
"그래...."
향호를 비롯한 궁인들이 물러가고...
비추율상자는 벌써 흙놀이에 여념이 없다...
"재미있으십니까..."
"응....응...재미있어...이건...내마음대로 할수있어...헤헤..달님도 해볼테야?"
"아닙니다..전 그냥 옆에서 지켜볼 터이니 상자께선 계속 하세요"
침을 줄줄 흘리며 흙놀이에 여념이 없는 상자...
그가...많이도 부럽다....
잠시후 ...흙놀이가 지겨웠는지 벌떡 일어나 손을 터는 상자...
"무얼 하시려구요?"
"헤헤~ 달님~ 잠깐만 여기 있어봐~ 꼭 있어야돼~ 응?"
"예..예..."
어디론가 황급히 사라지는 상자....무얼 하려고...
잠시후...상자가 주춤주춤...모습을 드러낸다..
"어디에 다녀오셨습니까?"
"헤헤.....이것봐..달님아....내가 달님 줄려고 꺽어왔어...."
상자가 등뒤에서 수줍게 꺼낸...들꽃들...
너무나 예쁘다....
"너무나...아름답습니다...정말...저 주시는 것입니까?"
"응...내가 달님줄려고 가지고 온거니까 달님꺼야~ 헤헤~"
"황공합니다...너무나...예쁩니다...."
정말...너무나 오랜만에....웃어본다....
지금 내가 짓고 있는 이것이..웃음이란것이...너무나 생소할 만큼...
난 웃음을 잃고 살았었구나...그런데....이 분이...날 웃게 하는구나....
정말...오랜만에 아무런 생각없이 실컷 산책을 한 것 같다....
처소로 드는 길 내내...상자는 내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말하고...
난....웃을 수 밖에....정말...너무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람...
상자의 처소로 가는 길에 풍화전이 있는 이유로 난 내내 상자와 동행했다...
어느덧 풍화전 앞....
"상자께오선 살펴가십시요...."
"달님...나랑 더 놀면 안되?"
"상자님과 보낸 시간이 거의 반나절입니다...
보세요...벌써 햇님이 뉘엿뉘엿 사라지고 있지요?"
"으...응....그러네...."
"이제 달님이 뜨면...상자께선 편하게 주무세요...
언제든 생각나시면 놀러오셔도 됩니다..."
"우와...정말이지? 나 안쫓아내고 놀아줄꺼지?"
"예...."
짐짓 민망해하는 궁인들을 한번 바라보아 주었다...
그동안 상자에게 어찌했기에....
모습이 아주아주 작아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돌아가는 상자를 보내고...
풍화전뜰로 들어서자...경비대장이 급히 다가온다...
"황녀님...어디에 갔다 이제야 오십니까...."
"무슨 일이 있느냐..."
"방금전....상황전하께오서...황녀님의 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주인도 없는 방엔 어이 들어가셨느냐...."
"계속 뜰에서...기다리셨습니다...그러곤....뜰밖에서 비추율상자님과 헤어지시자....
방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흠...알았다..."
일주일이라 하여놓고는 어찌....
"황녀님...."
"넌...그만 물러가도 괜찮다....별일이야 있겠느냐..."
"그래도...."
"괜찮다...상황이 돌아가고 나면 내 스스로 침전에 들 수 있으니...
과히 걱정말고...그만 물러가 쉬거라...."
"...예...."
향호가 물러가고....
방에 들어섰다...
홀로....창문을 열어놓고 밖을 내다보고 있는 상황....
"설마....아침에 말씀하시고....벌써 일주일이 지났다고 생각하신 것은 아니시지요..."
"뭐가...그리 좋았습니까..."
"예...예?"
돌아서 날 바라보는 상황....
눈빛이...매우...무섭다....
"무엇이 그리 좋았나 물었습니다...."
"전...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날 향해 빠르게 걸어오는 일은상황....
느닷없이 내 어깨를 쥐고는...무섭게 입을 연다....
아...프다...
"웃으십시요...."
"이게...대체...무슨....놓아주십시요..."
"웃으시라구요...."
"상황! 무례하십니다! 대체!"
"제가....그 바보 비추율상자보다 못한 것이 무엇입니까!"
"그..무슨..."
"제게도...웃어주실 수 없습니까..."
아.......이 사람.....
진심일 지도 모르겠다....아니...
진심인 것 같다....아니....
진심이다...날....
사랑....하고 있다....
{8}
휴우....잠이 ....오지 않는다.....
아까의 그 무시무시했던 그의 눈빛...아니..무시무시하도록 슬퍼보이던 그의 눈빛...
잠이....오지 않는다.....
<제게는 정녕 웃어주실 수 없습니까....>
<놓아주십시요....>
<황녀....월유황녀....>
<놓아 달라고 하였습니다..한 나라의 국왕이란 자가 어찌 이리 무례하십니까...>
조용히 손을 내려놓는 일은상황....
<그런것...바라지 마십시요...생각지도 마십시요...>
<참...잔인하십니다..황녀...>
<아니요..제가 상황의 잔인함을 따라가기엔 아직 부족하지요...>
<황녀...기다리겠습니다....>
<예...기다리십시요....마음껏 기다리십시요...기다리시는 것까지야 어찌하겠습니까...>
<얼마나 지나야 황녀의 마음이 풀리겠습니까....>
<.............>
<황녀....>
<아바마마의 목숨값으로 일만년....어마마마의 목숨값으로 일만년...그리고..>
<그만하십시요...>
<오라버니의 목숨가....>
<그만하시래두요!!!>
금방이라도 앞의 사람을 태워버릴 듯한 눈동자...
뒤에 늘어뜨린 황의를 너풀거리며...뒤돌아서는 상황...
<일단은 이만년이군요....삼만년이 될지 이만년이 될지는 일주일 후에 알겠구요...>
<아마도...삼만년이 되겠지요....>
<예...어찌된들....전 상관없습니다...황녀...편히 주무십시요...
무례를 용서하십시요...그럼..전 이만....
하하하...삼만년이라....삼만년...웃음 한번에 삼만년이라..하하하.....>
넋이 나간 사람처럼..삼만년만 읊으며 풍화전을 나서는 상황의 뒷모습이...
쓸쓸해보이는 건 왜일까....미안해지는 건 왜일까....
아버님...어머님...정말...보고싶습니다....뼈에 사무치도록...그립습니다....
다음날부터 나의 일과엔 비추율 상자와의 시간이 많아졌다...
그나마 나의 현재 모습을 잊고 마음편히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음이리..
허나....시간은 무정히도 흐르고...아...어이할꼬...
상황과 약조한 한주간이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는데....난....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아...어이할꼬...
"달님아...그래서 내가 그 개구리를 묻어주었어.."
"잘 하셨습니다...상자께서는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계십니다..."
"히...달님아...우리 달님아..나 정말 잘했어?"
"그럼요...예...정말..잘 하셨습니다...죄없이 죽어가는 게..얼마나 큰 고통인데요...
정말 잘 하셨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비추율 상자는 어제 저녁....
궁안을 돌아다니던 경비순찰대의 말발굽에 죽어있는 개구리 한마리를
잘 묻어주었다고 자랑이 한창이다....
"저...황녀님...지금...궁안이 한창 소란스럽습니다...."
"무슨 일이 있느냐...."
"그것이....오늘이 전하께옵서...사냥대회를 여신다 하여...
뭇 신료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있습니다...그런데...."
"그런데?"
"저..상황전하께옵서....황녀님도 함께 참석하시라...."
"가지 않겠다 일러라..."
"황녀님...지금...밖에 축전대형께서..."
"흠....."
"헤헤헤..개구리야~ 개구리야~ 내가 묻어준 개구리야~"
부럽다...상자가 참으로 부럽습니다....
"준비하거라....축전대형께는...송구하오나 잠시만 기다려주시라 이르거라..."
"예...."
"상자께선 사냥대회에 함께 가지 아니하시겠습니까?"
"응? 싫어..난....그 사람이 무서워요...."
"상황전하...를....말씀하시는 것이....."
"싫어!싫어! 난 무서워! 안갈래...안갈래...엉엉엉...안가안가...."
하...이런....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보를 터뜨린 상자....
난처하기 이를 데 없군....
"예...알았습니다..상자께오선 안가셔도 됩니다..그냥...계셔도 됩니다...예...."
"저...정말? 나 안가도 되?"
"예....편하게 궁안에 머물러 계십시요..."
"달님아..놀자..."
"전....아무래도 사냥대회에 참석해야 할 듯 합니다...다녀와서 상자와 다시 놀아드리겠습니다"
"웅....달님...나 예쁜 고래 한마리만 잡아다줘...응?"
"고..고래요? 예...아...예....그러지요....밖에 도원이 있느냐...."
비추율 상자를 뫼시는 몸종 도원을 불러 상자를 맡기고....
간단한 치장을 끝낸 후....축전대형과 함께 황전으로 향했다....
내 지금...적국에 포로와 다름없는 신세가 되어..이것이 무엇하는 것인지..원....
그나저나...오라버니는 어찌한다...상비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아...
"...까......."
응? 이게 ....무슨..아.....비율상녀....
"아...비율상녀...."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시기에....한참을 불렀는데도 그리 가십니까...."
"아...정말...송구합니다..제가 좀...생각할 것이 많아서...무어라...하셨는지요...."
"사냥대회에 함께 가시나 물었습니다...."
상녀와 나란히 서서 걷게 되면서...자연 두 행렬이 평행선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어찌하다 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상황전하께 가시겠다 간청을 드렸던 겁니까?"
"아..아니요...상황께서 참석하라 하시기에..."
"상황께서..그리하셨다구요...."
"예...예...."
"호오라...누구는....동행하겠다 간청을 해서 참석을 하고...누구는....
참석하라 명까지 내리셨다...."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무는 비율상녀...내..내가...실수를 한 게 아닐까...후...
"그런데...비추율상자께옵선...."
"그런 사람 모릅니다.."
"아니..어찌...."
"모른다 하지 않았습니까!!! 서영아! 먼저 가자꾸나! 참 되게도 꾸물대시는구나!"
"예...상녀님...."
상녀의 뒤를 바짝 따르던 약아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인사도 없이 먼저 걸어가버리는 상녀...그 뒤를 따르는 상녀의 행렬....
참...어이가 없구나...어찌..정신이 조금 모자르다 하여..친 오라비를....쯧쯧....
황전앞은 그야말로 대성황이다...
각양각색의 화려한 수렵복을 빼어입은 많은 관료대신들이 한무리 서있고...
그 중앙엔 단연 돋보이는 일은상황....
가벼운 수렵복을 입고 있는 대도...그의 광채는 실로...놀라웠다...
그런데...저쪽...아....전류장관령!
"황녀님....그간 무고하셨습니까...."
"예...오늘 사냥대회를 위해 황도에 오신겝니까?"
"예...전하께옵서 직접 주관하시는 것이라....
천호국에..아니...풍천에 당도하기가 무섭게 이리 또 왔습니다..."
"저...오라...버니는....."
"몸이..많이 상하셨지만...목숨엔 지장이 없습니다...제가....
성심으로 보살피고 있습니다...."
"...어차피....이틀이면....가실분을..."
"예? 그게 무슨..."
"아..아닙니다...여러모로...참으로 장관령께 은혜를 많이 입습니다.."
"그런 말씀은..거두십시요...저야 그저...."
"장관령~ 오랜만이십니다~"
저..사람은....일전에 황전에서 회의를 하였을 때...상황에게 반기를 들었던...
목...그래...목웅대신....
"아...목웅대신이시군요...그간...무탈하셨습니까..."
"예...월유황녀님이라 하셨습니까...인사올립니다...
황도의 경계를 담당하고 있는 목웅대신이라 합니다..."
하...목은 뻣뻣한데...인사를 올린다...
마음에 들지 않는 눈빛...
"인사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인사를 내리시는군요..."
"예..예?"
"아니그렇습니까....그리 입으로만 인사를 하시곤....눈빛으로 사람을 깔아보시니...
인사를 내리받는 제 마음이 과히 좋지만은 않습니다...."
"아..아예...황녀님...."
그제서야....고개를 숙여 정식으로 인사를 올리는 목웅대신과...그 위의 뭇 신료들...
"엎드려서 절받는 기분이...바로 이것이로군요...."
"소..송구합니다...황녀님...."
"장관령께서 송구하실 일이 무에 있습니까..."
"아...예...."
"그런데....황녀님께옵선...어찌...아녀자의 몸으로 사냥대회에 참석하신다는 것인지....
아무리...옆에서 따라다닌다고만 하여도..하하하...
그러다...사나운 짐승이라도 만나 혼비백산하여 도망할 일이 생기시면 어찌하시려고...
아...아니그렇습니까...신료여러분...하하하...."
<아..그러게요...하하....뭣하러...사냥은...하하하하....>
웅성거리는 신료들...자신만만하게 웃어대는 목웅대신...어찌할 바를 모르는 장관령...
"목웅대신께서는...그런 활로 사냥을 하려 하십니까..."
"에..예? 아니..제 활이...무어가..."
"그런 단순궁(單純弓)을 가지고 산토끼나 한마리 잡으시겠습니까...호호"
"예? 이...이것이..다..단순...궁...이라구요?"
"어찌..한 나라의 황도의 경계를 담당하신다는 분이 그런 단순궁을 가지고
사냥대회에 참석을 하신단 말입니까...참으로 딱도 하십니다..."
"아니...황녀께서 활에 대해...무얼...."
"지금 목웅대신께서 가지고 계신 활은 대나무를 쪼개어 만든 단순궁이지요...
이것은 활중에 가장 단순한 것으로 주로...무예를 익히는 자들이 처음에
활의 감을 익힐 때 사용하는 장난감에 불과하지요..."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는 목웅대신...주위로 몰려드는 신료들...
"지금 여기 계신 전류장관령께선 강화궁(强化弓)을 사용하시고 계시군요...
아니 그렇습니까 장관령..."
"예...그러합니다...황녀님께서 어찌 이런 것까지..."
"강화궁은 궁체 자체를 끈이나 동물의 힘줄로 감아 궁체의 저항력을 넓힌 것으로
주로 유목민들이 수렵생활을 할 때에 사용하던 활이지요...이런 활이야 말로...
사냥대회에 적합하디 적합한 활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호오....>
둘러싼 신료들은...이미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의 사냥왕은 전류장관령이시겠습니다..."
무리들 누군가가...말한다...
"아닙니다...장관령의 활도 물론 좋은 것이나...이 강화궁보다 더 좋은 것이 있지요..."
"그것이...무엇입니까...황녀님..."
조심스레 물어보는 장관령...
난 가만히 ....어느샌가....무리들 중 앞으로 나와있는 .....
일은상황의 활을 가르켰다....
"저 궁...입니다...상황께서 들고계신 저 궁....바로 합성궁(合成弓)입니다..."
<호오.....>
"황녀께선 합성궁을 아십니까?"
빙그레 웃음까지 띄며 내 앞으로 걸어나오고 있는 일은상황...
"합성궁은 궁체의 길이가 짧긴하나 긴 단순궁에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특히 기마민족의 무기로써 쓰인 활입니다...."
<호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일은상황의 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신료들...
"참으로...놀랍습니다...황녀께선 어찌 이런 사내들의 세계에까지 견문이 있으신지...
하하하...아니그렇습니까....단순궁....목웅대신...."
"아...예...."
귀까지 벌개진 채...활을 들고 어찌할 줄을 몰라하는 목웅대신...
그를 향해...야릇한 미소까지 띄어주며...난...조금의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큰 나팔소리가 울리고....
신료들이 저마다의 대형으로 황전앞을 향해 말머리를 돌렸다...
나에게도...백마 한마리가 주어졌다....누가 주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알겠지....
향호도 적당한 갈색말을 타고 내 뒤를 쫓는다...
"황녀께서는...산책이나 조금 하시다가...먼저 황전에 내려와 있으시지요..."
"상황은 상황갈길이나 가십시요..."
"사냥대회가 열리는 지역은 꽤 넓은 지대라....멀리나가시면 아무래도 위험합니다...
그러니 제가 하라는 대로..."
"이럇!!"
난..잔인하게도 상황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말을 달렸다...
아..정말...오랜만에 느껴보는 시원함...정말...좋다...
이틀후에야 어찌되었든...지금 이 순간은 모든걸 잊고 그냥 달리고 싶다...
얼마나 달렸을까...후...한동안...거동도 많이 하지 않았더니...힘이 들구나..
"향호야..우리 어디서 좀 쉬어갈까?"
.......................
..................
...............
어찌..된..것이...지...
아..아니...향호가...
어디로 간게지...내 뒤를 바짝 따라오던 아이였는데...
내가 ....너무 빨리 달린겔까....어..어찌할꼬...
그런데...여긴....대체...어딘지....그 나무가 그나무같고...그 바위가 그 바위같은데...
아...아.........햐..향호야.....어디있는게냐....
<부시럭...부시럭....>
저...저건...또....무에야....어찌...어찌할까....
{9}
어..어찌해야 하나...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내 마음을 읽었는지...나의 백마 또한 꼼짝도 하지 못한 채...서있기만 하다...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저 들곰 한마리를 통해...
나는 또다시 생(生)에 대한 나의 집착을 느끼고 있다...그러나..
그 집착보다 더 강한 것은 아무래도...공포...였다...
<크흐흐흐.......크릉.......>
눈빛이...아주...매서운 곰이다...
아마도 인간에 대한 엄청난 환멸을 지닌 듯한 그런 눈빛...
어..어찌 해야 하나....
<크학!!!!!!!!>
"아악!!!!!!!!!!!"
그대로 말목을 잡곤..엎드려 버린...우스운 나...
그런데...이게..어찌된....
천천히 몸을 일으켰을 땐...
이미 다가오고 있던 곰은...눈을 감고있다....
가슴에 꽂힌 활을 기점으로.... 붉은 피가 하염없이 쏟아지는 채...
난...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누구지..누가...날....
아...저 사람들은...누구....
한무리의 사냥꾼들이...내 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고...그리고...저 뒤....
비율상녀의 모습이 얼핏 보인다...
"아니...황녀께서는 어찌 그리 무모하십니까!
사냥대회에 아무리 따라만 다닌다 하여 참석하셨다 하여도...
어찌 호위하는 사람 하나 없이 이 험한 산중을 헤매고 다니십니까...
용기가 가상하신 겝니까....지각이 없으신 겝니까..."
놀란 가슴을 추스리기도 전에...다시 내 가슴을 흔들어 놓는 비율상녀의 말들...
허기사...내가 좀...무모했구나...여긴....험한 산중인데...홀홀단신으로...하하하...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감사합니다....비율상녀...."
"제가 뭐 한일이 있겠습니까...그냥 제가 부리는 아이들이...
차마 눈뜨고는 못볼일이 생길 듯 하여...급히 처치를 했기에 망정이지..."
"아...정말...고맙네..."
난...활을 채 꽂지 않은 채 손에 들고 있는 사람에게 간단한 인사를 건네었다...
무뚝뚝하게도 인사를 받아제치는 사람...
거참...
"헌데 어찌 혼자이십니까? 향호는 어찌하시구요?"
"글쎄요...제가 좀 심히 달렸더니...아무래도 절 놓친 듯 합니다...
길도 많이 엇갈린 듯 하구요..."
"......절 따라오십시요...황궁까지 갈려면...꽤나 길이 험합니다..."
"아...아닙니다...그냥...제게 방향만 좀 알려주시겠습니까?
생각할 것도 좀 있고...오랜만에 바깥바람을 쐬니....
일찍 황궁에 들기도 좀 아깝구요....가능한 외진 곳이 아닌..
평탄한 곳으로 갈터이니...방향만 좀 알려주십시요...."
"정 그러하시면..그리하시지요....
여기서...음....동남쪽 방향에 황궁이 있습니다...마침...
평탄한 길이 나있으니...가능한 그 길로 오십시요...황녀께서 원하셔서 이리 하는 것이니..
조심해서 오십시요...더는 동행을 권하지 않겠습니다...얘들아...가자...."
정말 두번 권하지 않고 매몰차게 돌아서는 비율상녀...그 무리들...
정말...차가운 여자다...
어쨋든..방향은 알았으니...좀...트인 곳으로 가야겠다...다시...산짐승을 만날 수 있으니...
그런데...어이....평탄한 길이 나오지 않는게지...
동남쪽이라...하늘을 보며...대충 가늠해 보면...이쪽이 맞을터인데....
어찌..더....깊어지는 것만 같을까...
길이 더욱 깊어질 수록....비율상녀의 차가운 눈빛이...자꾸만 떠오른다....
아니야...그럴 리 없다....그래...사람을 함부로 의심하다니...
내가 방향이 틀렸을 게야...그래...그런게야....
해는 벌써 방향을 꺽어 저녁이 다가옴을 알리는데....
왜이리...동남쪽방향엔...평탄한 길이 없는겐지...
지치고...힘들고...춥다....그리고....무섭다...
그냥 비율상녀를 따라갈 걸 하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오고...
길은 점점 험해지는데....
어...어.....이...이런..
<히히잉잉잉...............>
"아악!!!"
깊은 나무뿌리에 걸려버린 백마가 기우뚱 하는 사이..그만 낙마(落馬)를 하고 말았다...
아....발목이 조금 아픈 것이....
완전히 내동댕이쳐진 채...일어서려 애써보아도...
발목이..조금...아니....많이 아픈 것 같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고....어찌하나...왜이런게야...왜....
갑자기....눈...물이.....나기 시작한다...
서러운 내 신세...이리 깊은 산중에서...내 자신을 다시 한번 자각하고...
피할 수 없는 ...더러운 생에 대한 갈림길에서..난...그저 서럽다...서럽다....
아버님...어머님...오라버니...향호야....너무...그립다....보고싶다...
이젠 제법 어둑어둑 해졌는데...난...그저 아픈 발목을 움켜쥔채...
울고만 있다...무에가 그리 슬픈지....끊이지 않는 내 눈물이....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내 목숨줄같아...더더욱 서럽다...
너무나...무섭다...무서운데....
<부스럭.....>
이건...또....이젠...이대로...산짐승의 먹이가 되는 것일까...
아....이번엔 또 무에냐...무에야...
놀라서 멈춰버린 눈물을...아무렇게나 닦아내고...
난 마음을 다잡았다....그래...죽게되면...죽어야지...어이해....
"황녀....십니까?"
응? 이건.......
"황녀..십니까? 대답하십시요!"
"예...예....."
천천히 다가오는 목소리의 주인....
왜 그의 얼굴을 보고 눈물이 나려는 것인지...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었다....약한 모습 보이지 말자....그래....
웅크리고 주저앉아있는 내 앞에...몸을 낮춰....얼굴을 확인하는....
일은상황....
"이곳이...대체...어딘지나 아십니까...."
"나..난....."
이...이런....그토록 참았건만....
내 노력도 헛되게...눈물이...주루룩...흘러버렸다...
몇시간동안....육체의 고통과...정신의 공포와 싸웠던 나로선...
그의 얼굴이 너무나....반가웠나보다...
"휴.....제가....멀리나가지 마시라 하지 않았습니까...."
"달리다 보...니...."
"헌데...어찌 이 멀리까지 오신겝니까....황궁은 북서쪽인데...어찌...
이 멀리까지...."
비율상녀....동남쪽이라고 했지 않습니까...어찌...어찌...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제가...얼마나...걱정하고 찾아 헤맸는지...아십니까...."
정말로...지쳐보이는 그....
제법 저녁바람이 찬데도...이마엔...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눈물을....닦아드려도...되겠습니까....황녀...."
난...아무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이 순간만큼은...내 앞에 있는 사람이....
아버님의 원수가 아니길 바랬다....어머님의 원수가 아니길 바랬다....
내 오라비의 목숨을 가지고 흥정따위나 벌이는 사람이 아니길 바랬다....
그냥...불쌍한 나....가엾은 날 위해...하늘에서 내려온....천사이길 바랬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 내 눈물을 닦아주는 이 사람...
그의 눈동자가...심히도 떨린다...
"정말....미칠듯....찾아헤맸습니다...황녀..."
여전히 내 눈물을 닦아내며...입을 여는 그...
예....그래 보인답니다...상황...정말...그래보여요..
"어서 돌아가야겠습니다....황도까지 갈려면....길이 멀고 험합니다....
꽤나 밤이 깊어야 당도할 듯 합니다..."
"저...헌데...제 백마가...저리..."
지친듯...그리고 많이 다친듯...한쪽에 누워버린 백마...
"어쩔 수 없습니다....제 말을 함께..."
"저리 남겨두고 가신다구요? 여긴 산이 깊어 산짐승도 많을 듯 한데...저기 두면..."
"어차피...황도까지 돌아가기에...상처가 깊은듯 하여...짐이 될 뿐입니다..."
"하지만...저리..가엾게도..."
"일어서십시요...일단...황녀가 사셔야지요..."
계속 머뭇거리는 날...힘있게 일으켜세우는 그...
"아...."
"아..아니..다치셨습니까? 어디요? 어딥니까?"
"아....발목이..조금...."
"이리...이리 좀 앉아보십시요...어디요...어딥니까..."
급히 날 앉히고는... 치맛자락을 조심스레 걷어 발목을 살피는 그...
"허어...발목에 힘줄이 심히 놀란 듯 합니다...심히 아프셨을 터인데..."
머리에 두르고 있던 상황문장이 새겨진...금빛천을 벗고...
내 발목을 자상히도 싸매주는 그....
당신이 정녕...나의 원수...아....정녕...나의 원수....
"황녀...어쩔 수 없으니...무례를 용서하십시요..."
"예?...앗!!!"
날 덥썩 안아올리는 일은상황...어찌..이리...
"괘..괜찮습니다..상황...그냥...옆에서 부축만 해주셔도...."
"제 말이 있는 곳까지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계속 무리하게 걸으시면...
낫는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그냥...편히...있으십시요..."
날 안고도...거친 바위를 잘도 타는 상황...
뒤에서 지휘만 하는 그런 왕은 아니었나...몸이 참으로 딱딱하다...
그런데...난...왜이리...가슴이 뛰는게지...
월유야...정신차려라....저 사람은...나의 원수일뿐이다...그래....
한참만에...말한마리가 눈에 들어오고...
날 말위에 먼저 태우는 일은상황...그..그런데....
말고삐를 잡고선...말을 끄는 상황....
"어찌..그리...하십니까..."
"아...황녀께서 불편하실까봐...이리 가겠습니다...제 걱정은 마십시요...
전..원래...전장에서도 말없이 다니기도 잘합니다..."
"아니..그래도...상황...그냥...함께 타고 가셔도...괜찮습니다..."
"아..아닙니다...."
"말위에 타고 있는 제가...민망하여 그러합니다..그냥...함께 타고 가시지요..."
"아..그럼..."
그제서야...내 뒤로 올라타 말고삐를 움켜쥐는 상황...
"오늘 좀...많이 뛰었더니...땀내음이 좀 날 것입니다...이해하십시요..."
"괘..괜찮습니다..."
"이럇...."
천천히 말을 출발시키는 상황...
제법...날이 어두워졌다...
참으로...기이하다...이리도...든든하니...
무섭게만 느껴지던...어두워진 숲이...이제는...이리도...정취가 느껴지니...
"제가 많이도 싫으시지요...황녀..."
"........."
"거기다....황녀의 오라비의 목숨을 가지고...흥정을 하다니...하하...
제가 보아도 전 참..."
무어라...무어라...상황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왜이리...눈이 무거운 겐지...
정신은 살아있어야 한다고....무너지지 말자고 하는데...
몸이...고단하고 지친 몸이...하루종일 공포와 고통으로 싸운 몸이..
기어이....상황의 품으로....무너져내린다....이런 말을 끝으로...
"전..지금 이 순간이...제가 태어난 이래 가장...행복합니다...황녀..."
╋╋╋╋╋╋╋╋╋╋╋╋╋╋미니번외...일은이야기....╋╋╋╋╋╋╋╋╋╋╋╋╋╋
미칠것만 같았다....
그녀에게 보이고자....갖은 짐승을 다 잡아왔는데....
그리 내 말을 매몰차게 무시하고....
말을 달려 어디론가 달아나던 그녀의 그 모습이...
정작 황도에 다시 소집된 무리중...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사색이 된 향호가...황녀의 행방을 잃었다고...
경비대를 풀고...나 또한 미친듯...그녀를 찾아헤매었다...
무슨일이 생긴건 아니겠지...그러면...안되는데...
기도하는 마음으로...찾아헤매기를 반나절....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데...저기저...무언가가...
아....황녀....월유황녀...무사하셨군요...정말 감사합니다...
날...보고...눈물을 흘리는 그녀...
그리 강한 그녀가...그리 곧은 그녀가....나에게 지지 않으려 하는 그녀가....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녀를 내 가장 깊은 가슴으로 안아버리고자 하는 심정을....
죽을 힘을 다해 참고...
난..그녀의 눈물을...만졌다...그래..그것으로...되었다...
그런데...그녀가 아프다 한다...발목을 다쳤다 한다...
차라리...내 발목이 잘리는 것이 낫겠다...가슴이...마음이...
내 두건으로 정성껏 싸매어 주고...
난 ....그녀를 잠시나마 안을 수 있었다....
난 이제껏 내가 왜 세상에 태어났을까 하는 생각을 한시도 놓친적이 없다...
매일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죽이면서...그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하면서...
그것을 멈출 수 없게 하는 내 야망이...그걸 품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
허나...지금 이 순간...내가 세상에 태어난 의미가....가슴깊이 박히는 듯 하다...
말만 끌고 가려했으나...그녀가...함께 타고 가자고 한다...
난 다시 그녀를 품어볼 수 있었다...
너무나 작디 작은 그녀의 그 등이....내 가슴에 와닿는다...
일전에 월향이라는 이름으로 끌려올때에...그리도 곧게 허리를 곧추세우고 오던 그녀가...
나에게....기대어 가고 있다...
그러다...어느샌가...내 품으로 무너져내리는....
난...고삐를 넓게 잡아 몸을 뒤로 한채...그녀를 받쳤다...
달빛에 반사된 투명한 그녀의 피부에서...
아직도 무서움이 가시지 않았는지 가늘게 떨려오는 긴 속눈썹에서...
날...너무나 힘들게 하는...작은 입술에서...
내 품에서 쌔근쌔근 잠들어 있는 당신이...날 얼마나...행복하게 하시는지...
아십니까...황녀....
전..지금 이 순간이...제가 태어난 이래 가장...행복합니다...황녀...
{10}
으음....여긴..어딜까...아...몸이...무겁다....
간신히 눈을 뜨자...
한가득 햇살이 비쳐드는 방안...여긴....그래...풍화전 침전이다....
내가 어찌 여기에...
"아! 황녀님! 일어나셨어요! 얼마나...제가..걱정을...."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는 향호...
"아...어찌된게지....어제 분명..."
"상황전하께옵서...직접 황녀님을 이곳까지 모시고 오셨어요..
너무 깊이 잠들어 계셔서..."
"상황이....흠...."
그러고보니...말에서 상황에게 기대어 잠든후..기억이 없다...후...
크게 실수를...하였구나....이런...
침전에서 내려오는데....
아....아직 발목이....아프다...조금....
치맛자락을 걷어보니...이상한 색의 천이 감겨져 있다...
"아...아침에 의원이 다녀갔어요...발목이 조금 다치셔서...약천입니다..."
"여기...감겨있던 것이....있었는데...."
"예...여..여기...감히...상황전하의 것이라...잘 보관하여 두었습니다..."
나에게...어제 내 발목에 매여있던 화려한 문장이 그려진 천을...건네는 향호...
그걸 건네받는 내 심정은...그야말로...복잡하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향호의 부축을 받으며...창문가에 의자를 놓고 앉았다...
참으로...볕이 좋구나...바람이 좋구나...
조그마한 침목을 가져다가 내 발을 올려주는 향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다시...가슴을 압박해오는...상황의 제안...
이제...내일인데...어이해야 하나..어이해...
오라버니...저는 어찌해야 합니까....예...
오라버니의 목숨을 구하고 적국의 상비가 되어야 합니까...
아니면...천호국의 마지막 자존심을 위해 오라버니의 목숨을 포기해야 합니까...
"저...황녀님..."
"으..응? 무슨 일이냐..."
"비율상녀님께서...드셨습니다..."
"......드시라..해라...."
향호가 물러가고...문이 열리고...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
난 계속해서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황녀....다치셨다...들었습니다..."
"...바라신것은 아니구요...."
"화...황녀...그것은...그저...잠시 방향을 착각..하였던 것뿐입니다..."
천천히 고개만 돌렸다...
여전히 차가워보이는 그녀...그러나...지금 이 순간만은...조금은...당황한 모습...
"그러하십니까...."
당신이 눈빛으로 바람을 일으켜 상대를 춥게 한다면...
난 눈빛으로 얼음을 만들어 상대를 얼릴 수 있습니다....상녀...
"서..설마...상황께...이야기...하신것은..."
"제가 이야기하였다면...상녀께서 그리 평온한 아침을 맞지는 못하셨겠지요...
아직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아..직...이라면..."
"글쎄요...이야기를 해야할까요...아니면...진정 상녀의 실수로 묻어두어야 할까요..."
"나...난...진정이요...그저 착각을...하였던 것뿐..."
"달님아!!!!!!!!!!!!!!!"
씩씩하게도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비추율상자...
그를 보고..표정이 심히도 일그러지는 비율상녀...
"어...어.....너..너...."
비율상녀를 보고 천천히 뒷걸음질치기 시작하는 상자...
어찌...어찌....친오라비에게 어찌했기에...쯧쯧....
"손님이 오셨군요...상녀...그만 물러가주시겠습니까...
상자...제가 발목을 좀 다쳐서 그러하니...이리로 오십시요...
어제 사냥대회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이야기해드리겠습니다..."
"그...그럼...전..이만....가자..."
몸종을 끌고 황급히 풍화전을 나서는 상녀...
상자를 일부러 밀치며 지나가는 행동을...빠뜨리지 아니한다...저런...저런...
상녀가 돌아가고...상자가 쭈삣쭈삣..내 앞으로 온다...
"달님도..저 애랑 친해? "
"아닙니다..그저 일이 좀 있었을 뿐입니다....전...상자님과 제일 친합니다"
"헤헤...진짜지? 헤헤~ 나도 달님이랑 제일 친해...근데...달님 아프니?"
"아...예..조금요...이제 곧 괜찮아지겠지요...어젠 잘 지내셨습니까?
저도 사냥대회에 나가 하루종일 돌아오지 않고...많이 적적하셨지요?"
"헤헤~ 웅...그랬어...달님 많이 보고싶었어~ 헤헤~"
해맑은 웃음...난...저 웃음을 계속 볼 수 있을까...아님...다신 못볼까...
상자와 반나절을 보내고...이른 저녁을 먹자...
다시 밀려드는 중압감...어이해...내일인데...내일인데...
뉘엿뉘엿 해가 질 준비를 하고...바람도 조금은 차가워지는 저녁무렵...
해가...진다...주위는 온통 붉은 노을로 물들어 가고...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붉은 빛은...왜그리 내 심경을 헤집어 놓는겐지...
난...난....그래...그래야겠지...그리해야하겠지....그래...그리해야지...
"향호야....황전으로 들 준비를 하여라..."
"예? 화..황전으로요? 직접 가시겠다 하셨습니까?"
"응...그래...가마를 준비해주면...고맙겠구나..."
"예....황녀님.."
얼마후....황전으로 향하는 가마안에서...난...오히려 평안함을 느낀다...
내 손에 곱게 들려있는 상황의 두건...
상황....일은상황....
"고하시게...."
"예...황녀님...
상황전하...월유황녀 드셨습니다..."
............................
.......................
................
어이 이리...조용한겐지...어이..이리....아!
<덜컹!!!>
이...이런...이리하시면...
직접 황전 알현실의 문을 열고 나오는 상황...
그의 얼굴은...빛나리만큼...들떠보이는데...
왜 난 그리 미안해지는겐지...
어쩔 줄 몰라하는 황실경비대장과...궁인들을 뒤로 한채...알현실에 들었다
"아직..몸도 성치 아니하실터인데...어이 이곳까지 행차를 하셨습니까...황녀..."
"이것...전해드리려구요..."
조심스레...두건을 내밀었다...
건네받는 그의 손길이...조금은 떨려옴이...보인다...
"아...그냥 아랫것들을 시켜도 될 것을..."
"그리고...감사하다는 말...드리려 왔습니다..."
"예?"
갑자기 변한 내 태도에 놀랐는지...왕의 체면도 잊은채...
멍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일은상황....
당신은....원수만 아니었다면..참 좋은 사람일터인데...
이러한 운명으로만 만남을 허락한 하늘이...저도 조금은...원망스럽습니다...
"황전 뒤에 있는 연못이...보고싶은데...허락해주시겠습니까...상황..."
"예...예...물론입니다...헌데...어찌..."
"제가...상황을 조금 의지하여도...괜찮겠습니까?"
"예? 예...예..."
이제껏 보여주던 그의 무게감은...이미 저만치 날아가고...
내 앞엔 그저...여인네에게 어쩔 줄 몰라하는 한 수줍은 남정네...뿐이다...
상황의 팔을 조심스레 움켜쥐고...한발한발...
그의 몸이 떨려옴을...느낄 수 있다....가엾은 사람...
연못에 당도하여...
제법 어둑해진 연못은...낮에보았던 것보다 훨씬...좋아보인다...
"저녁에 보는 연못도...참으로...아름답습니다..."
"예....."
구름다리의 난간위로 걸터앉은 난....
상황을 자세히...아주 자세히...보았다...
아주 크고...강한 사람...하지만...아주 작고...약한 사람...무엇보다도...
가엾은 사람...가엾은 사람...
불어오는 바람에...꽃잎 몇개가 내 뺨을 스치고 날아간다...
그런데...저...상황의 손에 들려있던 두건이...
멍하니 서있는 상황의 손에서 벗어나 날아가기 시작한다....
"어..아..아니...저..상황...저것을...아!"
나도 몰래 두건을 잡으려 몇발짝 옮기다...시큰한 진통에...기우뚱...
"화..황녀!"
성급히 날 잡아주는 상황...
어울리지 않게...붉게 물들어 오는 볼이...너무나...
나...나도...모르게...그만...웃음이...아...웃음이...
내 기대치 않았던 웃음앞에...깜빡임조차 잊은 상황의 두 눈이...날 너무 미안하게 한다...
"두건..이...날아갔습니다...어찌하지요..."
"괘..괜찮..습..니다...."
"근데...이제 제 팔은...놓아주셔도 될 듯 합니다...상황...."
자꾸만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어쩌지...
이 사람앞에서 이리 웃게 될 줄이야...그런데...왜 자꾸 웃게 되는거지...왜...
당황하며 잡았던 내 팔을 놓는 상황...
"상황...."
"예....."
"내일...말씀드려야 하는 날이지요?"
"예....."
"상황은...그리 나쁜 사람같지는 않습니다...."
".............."
"헌데...상황께서 우리 천호국을...짓밟으셨으니...우린...원수지간이지요..."
".............."
"원수지간인데도...절 이리 아껴주시니...참으로 감사합니다....상황..."
"황녀...지금 무슨...."
"그냥...감사하다는 것입니다...전...이만 가봐야겠습니다..."
"화..황녀..."
"내일...내일 말씀드리겠습니다...내일이요..내일...황전으로...들르겠습니다...상황...
편히 주무시길...바랍니다..."
말을 마치고...아픈 발목을 최대한 아닌 척..안아픈척...걸어...황전을 나왔다...
날 기다리고 있던 가마에 몸을 싣고...향호와 함께 풍화전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보니...풍화전이...참으로 아름다운 별채구나...
"향호야..."
날 부축해...침전에 눕히는 향호...
"예....무엇이 불편하십니까..."
"아니...향호야...고맙다...고마워..."
"예? 무에가..."
"날 진심으로 보살펴주어...고맙구나..."
"황녀님...갑자기..그 무슨..."
"하하..그냥...어서 가서 쉬어라...내일 아침 일찍...황전으로 들 것이니...
준비해주려무나..."
"예...그럼..편히 쉬십시요..."
가만히 초를 끄고 물러가는 향호...
문이 닫히고...
어둡기만 하던 방안이 차차..눈에 들어오고...
이젠...모든게 끝나겠지..그래..모든것이...
아바마마...어마마마...오라버니...
"황녀님! 편히 주무셨는지요...황전으로 드실 모든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그래...가자..."
황전으로 향하는 나...이젠...아무것도...느껴지지도...않는다...
오히려...평온하다...
"전하....월유황녀 드십니다..."
"드시라...해라..."
밤에...잠을 못이루셨구려...상황...
천천히 열리는 문...
황의를 입은 그가...황좌에 앉았다 일어서고 있다...
알현실에 들자...서서히 뒤로 문이 닫히고...
내 앞엔...걱정스런 표정의 일은상황...
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발목도 어제보단 훨씬 편해졌고...
점점 속력을 올려...상황앞으로 걸어....걸어....걸어.....
<쉬익.......>
카페 게시글
‥‥‥베스트소설2
[leesay123] 天虎國月留皇女愛傳(천호국월유황녀애전) {1~10}
다음검색
첫댓글 이런것도 나름대로 재밌을것같아서요;;; 그래서 한번 올려봐요~ 재밌게보세요~>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