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TOP이 집결한 대만 전시회 AI시대 최대 난제는 메모리 / 9/5(목) / 중앙일보 일본어판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거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인공지능(AI) 메모리 사령탑이 '반도체의 섬' 대만에서 만났다.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 대만'에 참석한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과 김주성 SK하이닉스 AI인프라담당 사장은 기조연설에 나서 자사의 반도체 기술력을 과시했다.
두 회사의 메모리 부문 수장은 "AI 시대의 최대 난제는 메모리 반도체가 될 것"이라며 한목소리로 차세대 메모리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강조한 부분은 조금씩 달랐다.
AI 메모리 반도체의 상징으로 떠오른 광대역메모리(HBM) 시장에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SK하이닉스는 1위 자리를 굳히려 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날 'AI 메모리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라는 주제로 연단에 서며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고효율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질주를 이끈 HBM 사업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사장은 "현재 HBM3E 외에도 서버용 D램 제품인 DIMM과 낸드 기반 eSSD, 저전력 D램인 LPDDR5T를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고 말했다. HBM에서 선점한 우위를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반으로 넓혀 AI 시대에 메모리 1위 자리에 확실히 오르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세계 최초로 10나노미터(나노=10억분의 1)급 6세대(1c)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현재의 기술 구도는 언제든 바꿀 수 있다며 상황 역전을 노리고 있다. 이 사장은 "AI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서버 기반 AI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HBM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온디바이스 등 다양한 제품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선을 기존 HBM에서 저전력 칩 등 다양한 방식의 AI 반도체로 넓혀 구도를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이 사장은 "삼성은 혁신적인 메모리 아키텍처를 도입하고 있다. 기존의 메모리 공정만으로는 HBM의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설계)를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은 이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유일하게 메모리와 설계, 파운드리(제조)를 모두 하고 있는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 양산될 6세대 HBM4부터 로직(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파운드리, 메모리 업체 간 주도권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