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명 쌍둥이 모였다, 분만 의사는 1명
다태아 분만 최고 권위 전종관 교수
쌍둥이 가족 ‘홈커밍데이’ 열어
“뛰노는 모습에 출산 인식 좋아져”
1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쌍둥이 플러스 홈커밍데이’ 행사에서 쌍둥이들이 인기 만화 캐릭터 ‘뽀로로’를 따라다니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놀이공원처럼 꾸며놓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자리로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어린이 900명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도 출산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요.”
1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 종합운동장. 국내 최고의 다태아(다둥이) 분만 권위자인 전종관 서울대 의대 교수(사진)는 이날 열린 ‘쌍둥이 플러스 홈커밍데이’ 현장을 지켜보며 말했다. 이 자리는 그간 전 교수가 분만을 집도한 다태아 아이들과 그 가족들을 초대한 행사였다. 총 18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아이들만 해도 850여 명이었다. 이들은 페이스페인팅, 인기 만화 캐릭터 ‘뽀로로’ 공연 등을 만끽했다.
전 교수를 찾아오는 임산부 대다수는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임신했거나, 임신 전후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다. 2019년 9월에 각각 1.56kg, 0.41kg 쌍둥이를 낳은 박제영 씨(33)는 “다른 병원들에서는 위험하다며 두 아이 중 한 명을 포기하라고 권했지만 전 교수님이 잘 받아주셔서 건강하게 낳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지영 씨(41)도 “세쌍둥이의 자연분만은 흔치 않은 데다 첫째가 25주 만에 나와 굉장히 위험했다. 교수님이 잘 받아주셨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지금까지 쌍둥이 분만 4500건, 세쌍둥이 분만 550건을 집도했다. 네쌍둥이 12건, 다섯쌍둥이도 1건 있었다. 전 교수는 2016년부터 자신이 받아낸 아이들을 포함해 다태아 가족들을 대상으로 ‘코호트 연구’(집단연구)도 하고 있다. 전 교수는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같은 유전자 구조를 갖고 있어 질병 발병 유무를 통해 환경적 차이를 연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