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재혼 받아들이지 않던 어린 딸, 김종진의 아빠 되기 대작전
“아이 생일날 얼굴 사진 프린터로 뽑아서 초대장 만들어주고, 항상 아이랑 놀아줬어요. 망가진 모습이나 웃긴 표정을 휴대전화로 찍어서 보여주고 웃기려고 애를 많이 썼죠. ‘저 아저씨는 재미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애들은 신사 같은 아저씨보다 재미있는 사람을 더 좋아하니까요.“
물론 쉽지는 않았다. 아이가 김종진과 만나는 것을 싫어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이승신이 아이를 데리고 걸어갈 때 김종진이 마치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아이의 마음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양가 부모에게 인사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민망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머님을 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오빠가 자꾸 머뭇거리더라고요. 이것저것 불안한 마음이 좀 있었나봐요. 그래서 제가 어버이날 효도 공연 티켓 두 장을 구해서 어머님들끼리 보러 가시게 했어요. 우리는 공연 끝나고 만나서 넷이 같이 밥 먹었고요. 다행히 두 분이 공연 잘 보시고 그날 분위기도 좋아서 자연스럽게 상견례가 됐죠.” 양가 어머니들은 두 사람을 마음에 들어 했다. 예비 시어머니는 첫날부터 아들을 빼놓고 며느리와 수다 꽃을 피울 정도로 이승신을 예뻐했고, 예비 장모 역시 사위를 든든하게 여겼다. 이승신은 이혼 후 5남매 중 유일하게 싱글 생활을 했는데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고 하니 어머니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김종진의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자 혼자 어머니를 모시고 살다보니 아무래도 대화가 적은 편이었는데 여자인 이승신은 달랐다. 예비 시어머니와 몇 시간씩 앉아 수다를 떠는 것은 기본이었다. 말수가 늘어난 어머니는 부쩍 웃음이 많아졌고 김종진은 그런 모습을 보며 가정이 화목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아주 간소하게 치를 예정이다. 웨딩드레스와 반지, 그리고 신혼여행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고 웨딩 앨범이나 폐백 등 일반적인 결혼식 과정도 모두 생략했다. 예식 절차보다는 본인들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이별의 아픔을 겪고 그 상처를 숨기면서 살았지만 앞으로는 서로 아픔을 달래주면서 적극적으로 행복을 찾을 생각이다. 이들은 배우자에게는 물론이고 새 가족이 된 어머니와 자녀들에게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더불어 이번에는 절대로 헤어지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커플 목걸이를 꺼내 보였다. 열쇠와 자물쇠 모양의 예쁜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다.
“서로 소중히 여기겠다는 약속이 중요하지 의식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잖아요. 감언이설보다는 그냥 진실하게 약속할 거예요. 이번에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말이에요. 이 열쇠랑 자물쇠처럼 항상 같이 있어야죠.”(김종진) “오빠가 우리 딸한테 그러더라고요. 엄마가 아프고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이에요. 저한테 프러포즈를 한 게 아니라 딸한테 했어요(웃음). 요즘은 정말 인생에 큰 성취감을 느껴요. 농구하면서 덩크슛을 성공시킨 기분이랄까. 앞으로 계속 서로 믿고 사랑하면서 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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