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Woman IS the Future Of Man, 2003)
•감 독 : 홍 상수
•출 연 : 유 지태, 김 태우, 성 현아
•장 르 : 드라마
>
사랑, 그 진정성은 허구일 뿐이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는 유독 술 마시는 장면이 많다. 아마 확언하건대, 그의 영화를 끌고 가는 큰 축이 술 마시는 장면일 게다.
모든 이야기의 단초가 여기로부터 시작하고, 결론을 맺는다. 영화 속 배우들도 거짓으로 (술을) 마시지 않고, 진짜로 마신다.
술을 마시면서 점점 시나리오 상의 캐릭터와 닮아간다. 관객으로 하여금 거짓 연기가 아니라는 믿음도 갖는다.
술기운을 빌려 용기를 갖고, 거침없이 속내를 토한다. 일반인이 다음날 술 깨면 후회하는 것처럼, 혹 배우들도 다음날 자신의 연기를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까지 들 정도다.
홍상수 감독은 배우들과 술을 마시면서 그만의 영상 미학을 이끌어내기로 유명하다.
심지어는 그 전날 술 마시면서 이야기한 내용이 다음날 콘티 내용이 되기도 한다.
술에 취해 내뱉는 대사나 반복적인 행동이 실제 연기화된다. 그는 ‘가식’을 싫어한다. 틀에 짜인 진정성을 어색해한다.
대신 디테일을 선호한다. 아이러니의 충돌을 즐긴다. 조용하다가도 화내고, 다시 화해하고.
배우들의 모습은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행동과 별반 차이가 없다. 배우들은 더할 수 없이 진지한데, 관객들은 웃는다.
마치 우리의 모습을 들킨 것처럼. 그게 홍상수 감독 영화의 매력이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도 술 마시는 장면이 많다.
영화 장면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영화가 시작되고, 7년 만에 만난 선·후배 헌준(김태우)과 문호(유지태)는 아니나 다를까
술자리로 이동한다. 중국요리와 고량주를 탁지 위에 놓고 헌준의 유학시절 얘기와 귀국 후 계획, 문호의 아내 얘기를 주섬주섬 한다.
서로의 얘기를 열심히 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밖에서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를 힐끗거리기에 더 바쁘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7년 전 차례로 사랑했던 선화(성현아)를 떠올린다. 헌준은 당장 선화를 만나려가자고 보챈다.
취기가 오른 두 사람은 선화가 자신을 반겨줄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부천으로 향한다. 선화를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은근한 질투심을 갖는다. 선화 역시 이들과의 미묘한 관계를 즐긴다.
영화의 얼개는 이처럼 단순하다. 남자는 여자에게 있어서 자신이 유일한 남자이길 바란다.
그러면서 7년 전이나 지금이나 남자는 여자를 책임지지 않는다. 7년 전 섹스로 선화를 정화시킬 수 있다던 헌준은 선화가 문호와
밤사이 섹스를 했다는 사실에 분개한다. 문호 역시 선화가 자신보다 헌준을 더 챙기는 모습에 그들을 내팽개치고 제자들과의
술자리로 옮긴다. 우리의 일상의 단면을 포착하면서 지식인의 이중성과 허위의식을 까발린다.
역설적으로 남자에게 여자는 미래가 될 수 없다.
이 영화의 모티브를 제공한 루이 아라공의 <미래의 시>처럼 여자가 없으면 남자는 거칠어지고, 헝클어지고, 황폐해진다.
여자는 남자에게 생기를 주고, 열매를 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남자는 여자가 미래가 될 수 있다는 명제에 대해서 부인한다. 마치 사람을 생긴 그대로 사랑하기가 얼마나 어려우며,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는 유일한 지구상의 동물이 남자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그들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자신의 첫사랑이 순결의 성녀로 남아 있기를 바라면서, 다른 여자에 대해서는 짓밟고 으깨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책임이 발생하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다. 자리를 회피하려고만 한다. 이중성의 집합체이자, 놀라운 변신이다.
그래서 여자는 남자의 미래가 될 수 없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보고 나면 괜히 술 생각이 난다.
술 마시는 장면이 많은 것도 이유지만, 남자에게 여자는 어떤 존재일까 하는 화두는 쉽사리 결론이 도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위선의 가면을 던져버린다면, 아니 더 솔직해진다면 본심을 들켜버린 쑥스러움이 조금은 가라앉으려만.
영화 내내 위선을 정화시키려는 듯 눈이 내리고 있다. 유심히 지켜보시길
글: 장원수기자
<제작노트>
프랑스 MK2 선 투자,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시놉시스 한장과 홍상수 감독과의 단 한차례의 만남으로 프랑스 유명 배급사인 MK2의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되었다. 한국 영화 사상 유례 없는 투자 선례를 남긴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이번 계약 성사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홍상수 감독에 대한 세계 영화계의 신뢰와 기대를 반증하는 일이기도 하다.
MK2는 키에슬로브스키, 고다르, 알랭 레네 등 거장의 작품을 제작, 배급했으며 곧 새로이 개관하는 14개 복합관까지 파리에 총 58개의
극장을 소유, 경영하고 있는 배급사이다. 2001년 깐느 영화제에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가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심사위원 특별상 등 총 3개 부문의 상을 거머쥘 수 있도록 할만큼 해외 마케팅에도 유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2004년 깐느 진출 뿐 아니라 수상 여부도 벌써부터 점쳐지고 있다.
첫댓글 래임은 랭보의 미래다. ㅎㅎㅎ. 랭보는 래임의 미래가 절대로 아니구ㄹㄹㄹ 미래야 너는 내 임이다.ㅋㅋㅋ
글쎄올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