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나를 격리하다.
詩人 신 성 수
계묘년 새해 첫날, 나는 격리되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진,
인후통보다 힘든 것은 화를 다스리는 것이었다.
한 숟갈씩 뜨거운 죽을 넘길 때마다
통증 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원인을 찾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가여운 사람이여,
가까운 데서 찾으면 쉬운 것을
멀리서 찾고 누구 탓인가만 앞세우는
참으로 가여운 사람이여,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일까.
처음에는 멀리서 들리는 듯하더니
금세 계단을 딛고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당신은 격리 중이고 외출할 수 없습니다.”
환자 안내문을 찾아서 읽기 시작하던 순간이었다.
문을 열라고
서둘러 열라는 큰 소리가 있었다.
새해였다. 새해가 데리고 온
검은 토끼 한 마리가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 순진한 눈빛으로
준엄하게 나를 꾸짖고 있었다.
사. 람. 들
자연을 제멋대로 한 결과라고
아니라고 말하지 말고 받아들이라는
분명한 목소리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맞습니다. 제가 만들었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그러나 나는 어떤 대답도 못하였고
새해와 첫 선물인 검은 토끼도 외면하고 말았던
그해 첫 아침,
나는 그렇게 나를 격리하고 있었다.
첫댓글 이 작품은 한국작가 2023년 봄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