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동부의 정중앙에 있는 순천은 여수, 광양과 항상 세트로 묶여 취급한다.
순천하면 고추장이 유명하다느니, 닭갈비가 유명하다느니 하는 왠지 남일 같지 않은 농담도 있지만,
내일로가 풀리고 관광 1번지로 급부상하면서 최고의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돈은 돈대로 들이고 억지로 목표치까지 끌어올려 갖은 욕을 먹었던 엑스포와는 달리,
전 세계의 정원을 한데 모아 전시한 순천만정원은 호평 속에 성황리에 끝나고 현재까지도 관광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1년에 천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왔다갈 만큼 볼 거리도 많고 남도 정식으로 대표하는 먹을 거리도 많지만,
순천하면 전남 동부를 아우르는 교통과 상권의 요지이기도 하다.
여수, 광양이 발달된 공업에 비해 상권이 약한 편이어서 이들 지역에서 순천까지 쇼핑하러 많이 올 뿐더러,
벌교, 고흥, 구례, 곡성 등등에서도 순천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기에 인구에 비해 인프라가 매우 발달했다.
순천터미널도 그 중에 하나이다. '내일로의 성지'라 불리는 순천역에 인지도에서 밀리는 감이 있지만,
오히려 순천역에 내려 시외버스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버스터미널 역시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
순천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이 곳에선 전국 곳곳으로 승객을 실어날라 주고,
특히 순천을 생활권으로 하는 이웃 동네에선 환승센터와 다름없어 매우 중요한 거점지이다.
여수에서 버스로 40여분을 올라와 순천 땅에 발을 딛었다.
예전에도 여수와 세트로 묶어 방문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전에는 숙박을 여수에서 했지만 이번엔 순천에서 한다.
게스트하우스로 가기 위해 마지막으로 들른 순천터미널은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사실 순천, 여수터미널 모두 5년 반 전에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다.
그 때 여행을 오면서 아예 버스터미널까지 찍어 사진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다른 지역에 밀려 여차저차 올릴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결국 미완의 작품으로 남고 말았었다. 여기뿐만 아니라 벌교까지 갔지만, 포맷이란 파도에 휩쓸려 지금은 싹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이번엔 꼭 올리고야 말리라 하는 다짐과 함께 비장한 각오로 버스에서 내렸다.
여수에 있을 때보다 비는 더 굵어졌고 바람도 더 세찼다.
하지만 이 곳에 머무르는 수많은 버스들은 굳은 날씨에도 승객을 나르는 일에 열심이었다.
확실히 교통의 요지 답게 원래 시외버스만 다녔던 터미널임에도 여수보다 부지가 훨씬 컸다.
인구는 여수보다 적은 도시지만, 일단 눈에 띄는 차량부터가 2배 이상이다.
버스 숫자 뿐 아니라 보이는 회사도 훨씬 다양한 편이다. 게다가 새로 지은 듯한 정비고도 있다.
여수의 경우 두 도시 사이의 외곽 아닌 외곽에 위치해 시골스런 분위기가 느껴졌지만,
순천터미널은 아랫장이 위치한 구도심 한복판에 있어 느껴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사방이 오래된 건물로 둘러싸여 있고, 그 뒤로 새로 올라가는 고층 건물들이 띄엄띄엄 눈에 띈다.
다만 건물로 들어오면 두 버스터미널의 구분이 힘들 정도로 매우 닮아있다.
승차장과 출입구를 일직선상에 둔 네모난 맞이방 뿐만 아니라, 들어온 편의점도 같고 승차장 안내판도 같다.
심지어 내부 디자인까지 비슷한 시기에 리모델링한 듯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유리벽으로 겹겹이 두른 맞이방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굳이 건물 안에 이렇게 따로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일단 길을 막고 있어 굉장히 답답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도 찜통인 여름과 추운 겨울엔 제법 효과를 보지 않을까 싶다.
화장실이 한쪽 끝에 있는데 예전에 왔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냄새가 진동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지금은 백화점 화장실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굉장히 깔끔하다.
그 화장실들 사이로 매점이 꽤 크게 자리잡고 있는데, 먹을 거 파는데 냄새가 올라오면 고역이니 관리를 잘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여자화장실 앞에는 순천 곳곳을 안내해주는 관광안내소도 있다. 순천만, 국제정원, 낙안읍성, 송광사, 선암사, 드라마세트장 등등 워낙 가볼 곳이 많아서 항상 어딘가를 물어보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순천터미널은 버스가 처음 다녔을 당시부터 이 자리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몇 안 되는 곳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종합버스터미널의 타이틀을 달고 있지는 않았는데, 고속터미널이 현재의 순천대앞에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날로 커져가는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2007년에 문을 닫고 시외버스터미널로 이사를 와,
이 때부터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를 모두 취급하는 종합터미널로 운영해오고 있다.
하지만 건물만 같이 쓸 뿐 아직 완전히 합쳐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발권을 각각 따로 하고 있다.
매표소 창구가 둘로 나뉘어 있는 것은 물론, 인터넷 예매까지 따로 해야 한다(이 부분은 다른 터미널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그러나 원래 있던 공간에 억지로 끼워넣은 탓에 이용객에 비해 매우 좁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역시 성수기라면 스마트하게 인터넷 예약을 하면 편리할 것이다.
유리창 너머로 남해가는 버스 한 대가 대기하고 있다.
이제는 보기 힘든 차량에 매우 생소한 회사 이름까지... 조금은 다른 세계에 왔구나 싶은 느낌마저 든다.
연결되는 지역이 매우 많고 배차도 그럭저럭 좋은 편이라, 동서남북 어디를 가든 여기서 환승하는 수요가 제법 있겠구나 싶었다.
2011년 완주-순천간 고속도로 개통, 2012년 전라선 KTX 도입의 맞대결에서는 버스터미널이 기차역에 비해 약간 밀린 모양새였는데, 2015년 호남고속선 개통으로 더더욱 불리한 위치에 있는 버스터미널이다.
하지만 순천역에서 시외버스 정차를 통해 기차 수요를 일부 끌어오는데다 상대적으로 연계가 부실한 호남-영남 양쪽의 관문 역할을 해주면서 이 지역의 교통을 꽉 쥐고 있음엔 변함이 없다. 모든게 서울로만 통하는 것은 아니니까.
사람 많은 대합실을 뚫고 나오니 비는 더욱 거세졌다. 이제 진짜로 어딘가 들어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큰 규모의 버스터미널 답게 바로 앞에 환승주차장을 따로 만들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순천시내 어디에서도 자가용을 이용해 버스터미널을 이용하기 쉽게 했는데,
보통 주차공간이 없는 대다수의 버스터미널에 비해 훨씬 편리해 보이는 부분이다.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차를 끌고 오는 것보단 다른 용도로 주차한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환승주차장에 유독 신경을 쓴 탓인지, 대로변이 아닌 주차장 쪽으로 출입구가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 버스를 타기 위해선 꼭 이 쪽으로 와야 한다. 큰 간판이 없는 버스터미널은 주변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어 다소 생소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우산을 쓴 사람들이 각자 이동하기 위해 지붕 아래 삼삼오오 모여있고, 나도 지친 몸을 뉘이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겠다.
터미널 주변 도시의 소소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고 순천터미널과의 짧은 만남을 끝내고 게스트하우스로 몸을 옮겼다.
그러나 사진은 여기까지, 주변 풍경은 남아있지 않다. 메모리카드의 사진을 컴퓨터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이없는 오류로 인해 삭제되었기 때문이다. 이 당시에도 태풍 때문에 돌아볼 곳을 모두 놓쳤는데, 한 번 꼬이면 모든게 안 풀릴 때가 있는데 여기가 그런 때였던 것 같다. 그래도 또다른 환승센터에 몸을 담고 흔적을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련다. 다음에 온다면 놓친 모습까지 전부 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첫댓글 항상 터미널 위주로 찍으시는 맥심님 사진 잘보고갑니다 이제 겨울로 접어드는데 일교차 감기조심하세요 ㅎㅎㅎ
전 이미 코감기와 목감기가 겹쳐 걸렸네요 ㅎㅎㅎ
이미 이번달에만 감기 두번이나 걸려서 고생 제대로 했네요ㅜㅜ 덕성여객님도 빨리 나으시고 따스한 겨울 맞이하세요!
@Maximum ㅎㅎ 병원 갔다와서 저녁에 팀장하고 천안에 종합운동장가서 볼링 한겜 치고 오는길에 추어탕한그릇 먹고 약먹고 나니 감기가 뚝 끊어진듯 하네요 ㅎㅎ
남흥여객남부에도오지요
제시골이남해인데
10년전만해도
남해고속있어는데
부도가나서인가...잘은모르겠는데
남흥인수인개되었다능
남해고속이 없어졌었군요. 남흥여객 차가 순천까지 오는건 몰랐습니다. 덕분에 좋은 구경했네요~
@Maximum 남해여객이었지요. ^^ 도색이 인상적인 BH120F V8 DV15Tis 우등 차량을 운행하였다가, 남흥여객과 합병되었고, 한동안 남흥여객에서도 운행하였지요. ^^
@CELLO 아 남해여객 이었군요! 지금은 없어진 BH120F 차를 타보고 싶네요...ㅎㅎ
순천 터미널에 대해 잘 설명 해주셨네요 순천 터미널 책임자로서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여행 할수 있도록 여행객을 맞이 해야하는데 건물이 너무 오래 되어 힘든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순천을 찾는 모든 분들이 즐겁게 이용했으면 홥니다 순천 여행시 쪽지 주시면 커피한잔 대접 해드리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책임자 분께서 직접 제 글을 읽어주셔서 저로써도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불편한 점은 개선되고, 편리한 점은 더욱 발전하여 순천터미널이 번영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광주행이 생각보다 적네요 하루에 60회가 조금 넘는걸로 아는데 말이죠
광주행 배차가 30~40분으로 생각보다 자주 있진 않더군요...^^
광주터미널 기준으로 순천&여수행이 자주 보여서 그렇지, 실제로는 여수 직통이 주력인 가운데, 순천행은 직행(타지역 기준으로는 순천 진입 후에는 국도를 경유하는 완행) 개념(바꿔말하면, 여수 출발이지만, 무정차냐? 순천 경유냐?)이라서 운행횟수가 많지는 않을 듯 합니다만, 한 번 車가 도착하면, 그래도 車가 꽉 차지요.
목포는 안 가시나요?
기회가 된다면 갑니다~
순천 고속버스 터미널 적자 보다는 순천시에서 통합을 강행 했습니다. 그당시 천일은 반대 했고 금호는 찬성 했습니다. 고속터미널 부지가 작고 건물이 오래되어서 민원이 많은 상태 었습니다.고속터미널 부지는 순천시에서 매입하고. 시외버스 터미널 입구쪽 토지을 순천시에서 매입해서 입구쪽을 확장 했습니다.
결국 시민들의 민원이 더 컸던 모양이네요. 결과적으로 한 곳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서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좋은 소식 잘 봅니다.
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다음편도 재밌게 봐주세요~~
승차장 입구 표기를 보니 순천에서 상주를 잇는 노선도 있나보네요. 도 단위 지역의 기초자치단체에 있는 터미널인데도 행선지가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천만 정원은 올 초에 한번 가봤는데 정말 좋더군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조만간 순천을 또 들를 생각입니다. 말씀하신 순천만 정원을 가보지 못했는데 꼭 가볼까 하네요. 터미널 또한 행선지, 회사, 차종이 모두 다양해서 이용할 맛이 납니다. ㅎㅎ
하절기에 운행하는 남해 상주해수욕장행을 말하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Maximum 순천만 정원을 가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꼭 관광객이 적게 오는 시즌에 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사람이 적을 때에는 정말 집중해서 보기 좋더군요.
@창렬고속 답변 감사드립니다. 남해에 상주라는 명칭의 해수욕장이 있는지는 이번에 답변을 해 주신 덕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경북 상주보다는 말씀하신 곳으로 가는 차편일 가능성이 더 커보이네요.
@왕십리 남해 상주 해수욕장이 맞습니다 몇년전에만해도 고객님이 많아 임시차도 투입했던곳인데 지금 운행횟수가
현저히 줄어 4회 남해 까지만 운행 합니다
@Maximum 순천만 갈대 밭을 먼저 구경 하시고 순천만 정원으로 가시는것이 좋으며 가을철에 구경 하기가 좋습니다10월말에는 순천갈대 축제도 합니다
@달리는쌍마차 아쉽지만 가을이 막 지나버려서 최고의 정취는 느낄 수가 없게 되었네요. 그래도 다른 계절의 매력이라도 느껴 보렵니다. ㅎㅎ
@달리는쌍마차 상세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좋은 정보 많이 알고 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1990년대 중반~末만 해도, 수도권 및 부울경을 제외하고도, 전국에서 '市' 단위로 유2하게 BMW 판매 매장(+A/S 센터)이(가) 있었던 곳(중간에 딜러가 몇 번 교체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느낌 상, 광주보다도 더 많았던 기억이;;;)인, 광양과 여수, 벌교, 고흥 등을 아우르는 전남 동부의 '대단한' 상업 및 최대(?) 도시였지요. ㅎㄷㄷ ㅎㄷㄷ (여수 및 주변 출신 분들께는 ㅈㅅㅇㅡㅡ;;;)
90년대 중반에 광역시급에만 있던 BMW매장이 있다는 얘기는 얼핏 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첼로님 로고가 BMW네요. ㅎㅎ
저 역시 .순천.여수를 묶어서 버스여행을 했었지요.
광주에 친구가 있어 가끔가지만.
여수.순천.광양쪽은 수도권에서는
큰맘먹고 가야하네요..
저는 나뭇잎이 푸릇푸릇한 5월에
갔었는데 늦가을 정취도 아름답네요^^
수도권에서 전남 쪽을 가는 것 자체가 큰 맘을 먹어야 가능한 일이죠.. 다만 사진을 찍은 날짜는 여름이었습니다. 제가 좀 많이 늦게 올려서...ㅎㅎ
그러고 보니 SRT가 전라선까지 운행했으면 버스 회사 입장에서는 더 타격이 컸겠군요.
잘 보았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다녔으면 어쨌으려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