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3 <알프스마을-천장호 출렁다리-장곡사-칠갑산장승공원-백제문화박물관 >
칠갑산을 우리는 충남의 알프스라고 한다. 칠갑산 정상 바로 산기슭 아래에 자리 잡은 마을로 천장처럼 높다는 뜻으로 천장리라 하며 아름다운 천장 호수와 더불어 천장리 알프스마을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겨울동안 그곳을 다녀오기 위하여 몇 번을 계획했으나 여러 형편상 가지 못했다. 이번 주에는 알프스마을 겨울 왕국이 아니라도 천장호 둘레길과 천장호 출렁다리까지 휘 둘러 올 계획이다. 마치 남편까지 동행하게 되어 우리 세 식구는 든든하게 출발을 하였다. 사실 전라남도를 벗어나면 어디를 가도 250km정도는 달려가야 하므로 왕복 500km 이상 운전을 해야 하니 살짝 부담은 되었으나 그래도 휴일이면 고속도로 두어 시간 쯤은 쭈욱 달려주어야 여행의 맛이 나지 않겠던가? 우리는 중간에 아들아이를 태우고 바로 천장호 출렁다리 목적지로 달렸다. 천장호 출렁다리는 KBS '1박 2일' 팀이 방문했을 만큼 청양의 명물이다. 다리 중간부분에 청양의 특산물 구기자와 고추를 형상화한 높이 16m의 주탑이 시선을 끈다. '1박 2일' 출연진이 감탄을 금치 못했던 조형물이다. 그 아래를 지나 폭 1.5m의 출렁다리가 시작되는데 20m쯤 걸어가면 상하 좌우로 출렁이며 은근한 스릴을 느낄 수 있었다. 출렁다리는 30~40cm 흔들리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여러 곳의 출렁다리를 가보았으나 정말 천장호 출렁다리처럼 많이 흔들리고 다리 아래 수면이 이토록 가까운 것은 처음이었다. 다리를 건너서 전망대와 칠갑산으로 산행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으나 너무 멀리 온 우리는 출렁다리 주변 관광지까지 둘러 볼 계획으로 천장호변을 산책하는 정도로 정했다. 그것만으로도 청양명승 중에 하나로 꼽힐 만큼 빼어난 절경과 우거진 숲의 매력을 만끽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회기점으로 돌아와 최대한 에너지를 아껴서 출렁다리 바로 아래에 있는 알프스마을로 들어섰다. 그러나 그지없이 삭막한 알프스마을이다. 한겨울 호황을 누렸을 마을 곳곳마다 죽은 검불로 뒤덮이고 어떠한 설치나 시설이 있었을지 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고요하기만 했다. 세상 모든 것들이 사람의 흔적으로 소란하고 화려하되 인적이 끊기면 자연은 자연 그대로일 뿐이라는 이치에 공감하며 우리는 칠갑산 장승공원으로 향했다. 청양은 백 년 전부터 장승제를 올리는 등 한국 최고의 장승문화 보존지역이라는데 나는 어디를 가든지 장승이 있으면 저마다 각각 다른 표정으로 마치 인간사를 표현해 놓은 것 같아서 재미를 느끼며 관심을 가져보는 편이다. 특히 이곳 장승공원에서는 칠갑산 정기를 품은 다양한 장승을 만나 볼 수 있어서 청양에 올 기회가 있거든 둘러보고 싶었던 곳이다. 장승공원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장승문화가 변형되고 왜곡되어 가고 있음을 안타까워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최고의 장승문화 보존지역으로 지켜나가기 위해 1999년 5월 "칠갑산장승축제"를 개최하면서 조성된 테마공원이라 한다. 장승 350여개가 재현되어 있는 장승공원을 둘러보던 중 장곡사가 약 2km 떨어진 위치에 있음을 알고 우리는 횡제를 한 듯 장곡사로 향했다. 항상 그렇듯이 여행 중에 계획에 없었던 관광지를 발견하면 큰 소득처럼 흥분되는 것이다. 뜻밖에 찾게 된 장곡사는 서기 850년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느낌이 참 좋은 사찰이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대웅전이 두 개가 있었고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들이 많은 편이었다. 신록이 시작되는 햇살 좋은 날씨 때문에라도 참 정겹고 아늑한 그리고 고즈넉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평지 위 산자락에 자리 잡은 상(上) 대웅전은 더욱 차분함을 안겨주는 것 같았고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하(下) 대웅전을 비롯한 부속 건물들의 풍광 역시 안온한 정서를 가져다주었다. 마치 장곡사에서 잠시 휴식이 될 만큼 여유롭게 쉬어올 수 있었다. 우리는 오는 길에 백제문화박물관을 거처 이제는 귀가를 서둘러야 했다. 비록 아침에 출발하여 온전한 하루가 되지 않은 일정이지만 늘 나오면 알뜰하게 힐링을 하고 가족의 휴식이 함께 머무는 주일이 참으로 소중하다. 초록 초록 푸르름이 가장 아름다워 여행하기에 좋은 계절 4월에는 어느 한 장소를 선택하여도 꽃의 개화 장면을 릴레이로 볼 수 있음과 자연 속에 들어와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을 만날 수 있음이니 이 계절을 놓치지 않고 충남 청양군에 젖었던 오늘 우리의 동행은 참으로 아름다운 축복의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