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진 여름은 이제 계절의 무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푸르럿던
잎새들과 함께 고개를 떨구고 메말라간다.
다음을 준비하는 자연은 앞다퉈 형형생색 옷을 갈아입고
붉은 이별을 준비하며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이 대자연의 숭고한 섭리를 마주하고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고자 난 숨은벽으로 갔다.
성남에서 숨은벽 들머리 국사당까지 가는 방법은 전철과
버스를 이용하면 되는데 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가천대 외곽 순환 고속도로 정류장에서 8109번을 타고
양주 영업소에서 하차한다.
고속도로 영업소 지하로 길을 건너가면
반대편 환승 정류장으로 갈 수 있다.
여기서 안양에서 의정부로가는 8409번으로 갈아타고
송추 푸른마을 아파트 정류장에서 내린다.
내린후 10미터 전방 횡단보도를 건너 우측 사거리를 지나면
시내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여기서 34번이나 704번 버스타고 효자비까지 간다.
효자비 하차후 길건너 왔던 방향으로 50미터 정도 올라가면
국사당 입구 이정표가 길을 알려준다.
입구는 차량 주차와 인파들로 뒤섞여 흡사 장날을 방불케한다.
오늘 숨은벽 릿지 등반을 함께 하기로한 동료들을 만나
가볍게 인사하며 가슴안에 뭉클함을 잠재운다.
예전 숨은벽 등반 추억이 선명하다.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올만에 만나는 친구와 그간 자질구레한 일들을 이야기하며
천천히 길을가는데 늘어난 산행 인파로 정체 시작이다.
급기야 엉덩이를 보고 오르는 지경이 됐다.
답답했던 친구가 좌측으로 우회하자고 한다.
이길은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한가하다고 한다.
아마도 숨은벽 능선을 좌측으로 돌아가는 길로 사기막골에서
올라오는 길중 하나와 만나는듯 하다.
능선에 오르니 상장능선과 오봉, 선인봉, 영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눈앞에는 인수봉이 웅장하게 회색빛 공포와
경이로움을 뽐내며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인수릿지 능선과 숨은벽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서쪽면은
해가 들지않아 더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쫄깃한 슬랩과 만두를 맛보고 긴 우회끝에
숨은벽 능선에 합류한다.
이쪽으로 오면 일명 해골바위(고릴라바위)는 볼수없다.
대신 좀전에 우회길에 찍은 비슷한 바위로 대신한다.
영화 스크림의 고스트 마스크처럼 생겼는데…
문득 뭉크의 절규가 생각난다.
이제 본격적인 릿지 등반 시작인 고래등을 앞에두고
장비를 착용한다.
그런데 친구의 선배님이 우리 앞에 먼저 등반하고 계신다.
간단히 인사하고 깔아논 자일로 손쉽게 올라간다.
오늘 처음 경험한 두동료는 좀 힘들었겠지만 …
이제 친구가 선등으로 차분히 공략해 나간다.
어느덧 정상이 눈앞에 들어오고 좌우측 계곡에는 절정으로
치닷는 가을이 붉은 빛을 물들이며 흔들거리고있다.
인수봉 다양한 루트에는 등반자들 열기로 뜨겁게
달아 올라있다.
하지만 비둘길길 등반팀과 하강팀 자일이 엉켜 여기저기
큰소리로 어지럽다.
비둘기길 등반은 원래 오전에 하는게 예의고
늦어도 2시안에 끝내주는게 맞다.
안그러면 이렇게 하강시간과 맞물려 혼란과 정체를
유발 시킨다.
어지러운 상황속에 무사히 정상에 오르니 2시반이다.
5명이 제법 빠르게 올라왔다.
앞선 선배 대장님께서 백운대 슬랩을 경험하고
하산하자고 하신다.
백운대 슬랩은 초보자 연습 코스로 아주 좋다.
두개의 루트에 자일을 걸어주시어 편안하게 후등으로
슬랩을 경험한다.
좀 어려워 보여도 돌기들이 살아있어
미끌리지않고 좋다.
10a 정도와 5.9쯤 될듯 하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 4시를 넘기고있다.
그많던 인파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인수봉에
하강자들만이 순서를 기다리며 줄지어 있다.
또 하나 추억과 경험을 등에매고 내려가는 하산길이
아쉬움과 다음을 기약하는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첫댓글 단풍이 울그락 불그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