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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과 쭈꾸미가 만났어요.
선창가에 내리는 붉은 꽃비 서천의 동백꽃은 동백꽃이 필 수 있는 마지막 북방한계선이다. 그러니까 11월쯤 제주도부터 시작한 동백꽃망울이 파도처럼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3월말-4월초가 되면 서천의 조용한 바닷가에서 마지막 꽃비를 내리고 금년 동백은 물러나게 된다. 자식으로 말하면 5대 독자쯤 될까? 남도의 따사로운 볕을 받고 자란 부잣집 동백과는 살아온 삶이 다르다. 서해바다의 폭설과 세찬 겨울바람을 이기고 꽃을 피웠기에 더욱 붉은 빛을 발산한다. 동백의 모습도 틀리다. 하늘로 향한 남도 동백과는 달리 서천동백은 부챗살처럼 넓게 퍼져 있다. 바람이 횡횡 부는 판자집에서 식구들 모두 부둥켜 안고 살아온 가족처럼 말이다.
이곳에는 500여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동백나무 85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는데, 전설에 의하면 약 300년 전 이 지방의 관리가 꿈에서 바다 위에 떠 있는 꽃다발을 보고 바닷가에 가보니 정말 꽃이 있어서 가져와 심었는데, 그 꽃이 동백이었고 현재의 숲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 후 사람들은 해마다 음력 1월에 이곳에 모여 제사를 올리며 고기잡이에 재앙이 없기를 빌었다고 한다.
열정
동백정에 오르면 오력도를 볼 수 있다. 시간상 일몰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담배연기에 휩싸인 비인오층석탑 서천하면 나에게는 또다른 추억이 있었다. 바로 비인오층석탑 (보물 224호). 할머니의 뿌연 담배 연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전형적인 농촌마을 한켠에 살포시 숨어 있는 비인 오층석탑을 처음 만났다. 삐죽 솟아오른 것이 꼭 가수 서수남을 보는 듯 했다. 유난히 좁은 기단위에 날씬한 몸돌에 올려 놓았는데 그 발상이 순박하기 그지없다. 몸돌이 위로 솟은 반면 지붕돌은 피자 반죽마냥 옆으로 퍼졌다. 살며시 올려 놓은 처마는 백제인의 미적감각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백제 정림사지 5층석탑과 너무나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탑 앞의 느티나무 그늘아래에 동네할머니가 어슬렁거리며 자리를 잡는다. 할머니의 패인 주름속에서 이 탑의 연륜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할머니의 할머니들이 탑을 보면서 살아 왔을까?
"할머니 젊었을 때 참 미인이셨지요?" "처녀때는 피부도 고왔지." 쪼글어든 회한 때문일가? 담배 한개피 꺼내 길 게 한 모금 빠신다. "할머니 지금도 미인에세요. 참 고우세요." 몇 개 남지 않은 치아을 드러내며 씩 웃는 모습이 얼마나 천진난만한지 모른다...그 미소가 지워지기 전에 나는 서수남 탑을 떠났다. 천진난만한 미소를 가득 품은 비인사지 5층석탑 선도리 갯벌...갯벌체험 하기 좋은 곳
동백과 쭈꾸미가 만난 축제 서양에서 동백꽃이 소개된 시기는 19세기가 지나서다. 오페라 '춘희'의 주인공 품에 꽂혀 있는 꽃이 동백꽃이기에 동백은 창녀나 음기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러나 동양에서의 동백꽃의 의미는 정절을 상징한다. 동백기름을 머리에 바르며 얌전히 앉아있는 반가의 여인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낙지의 사촌쯤 되는 쭈꾸미. 이 볼품 없는 연체동물이 정절의 동백꽃과 궁합을 이루게 되었다. 쭈꾸미의 무언의 항변 "그래. 너는 정절을 지켜라. 나는 정력을 키울란다. "
흥이 나지 않는 축제는 축제가 아니다. 엿장수 아저씨가 그런 기쁨을 안겨준다. 엿을 사지 않으면 안되는 놀라운 기술을 가졌다.
마이크를 잡는 그 순간만은 찢어질 듯한 가난과 설움은 사라진다.
술 한잔 거나하게 드신 어르신이 갑자기 허리띠를 풀더니 근사하게 섹스폰 소리를 들려준다. 어찌나 진지하던지... 허리띠에서 소리가 들린다. 들려.
축제장에 너른 운동장이 있다. 인라인스케이트도 타고..자전거도 타고...바다를 바라보며 연을 날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축제장을 찾는 사람들중에 대다수는 동백보다 쭈꾸미가 먹고 싶어서 이 곳을 찾는다. 쭈꾸미는 서해안 얕은 바다에서 사는데 산란 직전인 3-4월이 가장 통통하고 쫄깃하다. 특히 몸통에 알이 배어 있어 통채로 입에 넣으면 구수한 맛이 우러나며 알을 톡 터트리며 씹는 맛은 밀감과즙음료를 먹는 것 처럼 좋다. 특히 마량포구의 쭈꾸미가 더 명성을 얻은 이유는 소라방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쭈꾸미는 산란기때 소라껍데기에 들어가는데 그걸 건저 올리는 것이 소라방이며 그물로 잡는 낭장망에 비해 싱싱하고 해산물의 상처가 없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더욱 깊은 맛을 낸다고 한다.
쭈꾸미회. 보통 1kg에 1만원정도하는데...축제가 되면서 값이 부쩍 올라간다.결국 2만 8천원까지 오른다. 쭈꾸미 축제때 쭈꾸미를 안먹을 수 도 없고...대신 축제가 끝나면 다시 반으로 떨어진다. 축제 끝나고 가는 것도 방법이다. 어쨌든 살이 통통해서...씹는 맛이 일품이다. 꿀꺽
쭈꾸미를 먹는 것보다 먹는 것을 바라보는 흐믓한 미소가 더 예쁘다.
낙지연포탕처럼 팔팔 끓는 육수에 살아있는 쭈꾸미를 넣어 먹는 샤브샤브다. 인간이 쭈꾸미에게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죽인다. 참 쭈꾸미의 먹물이 국물에 배어서 숙취에 좋다고 한다.
쭈꾸미 무침. 오징어 무침처럼 ..갖은 양념과 야채를 넣고 버무린다. 아이고 배고파라.
축제장엔 키조개가 많았다. 식도락가들은 가이바시라고 해야 목에 힘이 들어가는 가보다. 어쨌든 장흥의 바다하우스에서 먹던 추억이 있었다.
해물 모듬회다. 쭈꾸미, 키조개, 소라 멍개, 해삼,개불까지...28,000원
바다의 신비를 육지에 옮겼어요.-서천해양박물관 서천해양박물관은 서해에서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마량리 산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전망하나는 끝내주는 박물관이다. 이곳엔 1미터가 넘는 식인조개와 대형상어, 박제, 화석등 17만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철갑상어가 유영하고 있는 수족관이 볼만하다. 3D입체영화를 무료로 감상 할 수 있다. 관람하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박물관이다. 입장료 어른 4천원/소인 2500원(입체 영화 무료관람)
새치,다랑어..바다속 물고기 박제를 볼 수 있다.
바닷가 소리가 들려요. 어렸을 때 한번쯤은 들었던 소리인데...요새도 소라는 많이 먹으면서 소리 듣는 것은 왜 그리 힘들었던지... 어패류등을 직접 만지며 너껴볼 수 있는 터치풀도 있다.
다양한 복어가 날고 있어요.
상어중에서 가장 크다는 고래상어.
바다이야기를 3D입체영화로 감상할 수 있다.(입장료 포함)
마량포구는 낚시바늘처럼 생겨서 아침에 해양박물관에 오르면 서해안에서는 드물 게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춘장대의 일몰 해송이 아름다운 춘장대 해수욕장. 모래가 단단해서 자동차가 해변을 질 주하기도 한다.
연인
갈메기가 되고파.
바다 그리고 여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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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작년에 개막식날 갔었는데 볼거리가 괜챦습니다(사실 먹거리가...) 사진 잘 보았습니다. 쭈꾸미 축제를 들려서 한산 모시관을 들렀다 오시면 딱 좋은 코스 입니다.
먹고 싶다 쭈꾸미.. 군산하고 가까워서..사람들 많이 가는데...ㅋㅋ
ㅎㅎ 어제 군산 근무하는 남편이 쭈꾸미 잔뜩 사와서 주주총회(?) 했네요... 쭈꾸미회, 쭈꾸미 샤브샤브... 맛이 끝내주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