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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꽃대궐, 산동마을
글/사진: 이종원
봄이 성큼 다가 왔다. 복수초가 언 땅을 뚫고 노란 꽃을 피원내면서 대지는 온통 봄의 기지개를 편다. 그 뒤를 이어 설중매라고 불리우는 매화가 섬진강변을 온통 하얗게 수놓고 노란 개나리에게 바통을 넘겨주기 전 지리산 자락은 온통 산수유의 노랑빛으로 물든다.
화려한 노란색도 아니라 짙은 회한이 더해진 짙노랑의 산수유. 어쩌면 꽃은 이념 때문에 죽어야만 했던 여인의 눈물을 머금고 있기에 이런 애매한 빛깔을 띄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리산 산수유야말로 이 땅의 질곡의 역사를 고스란히 감내한 꽃이며 보면 볼수록 애잔함을 느껴지는 꽃이었다.
산수유 군락이 지리산을 물들면 기나긴 겨울은 이별을 고하고 봄을 여는 개막식 축포라고 보면 된다. 그 뒤를 이어 개나리, 진달래, 목련 등 화려한 봄꽃들이 다음 출발선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산수유 꽃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산동마을이다.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 옛날 중국 山東省에서 한 처녀가 이곳으로 시집오면서 가져 온 나무 한그루 심은 것이 오늘날 군락을 이루게 된다. 지리산 총각에게 선물한 명품 혼수품인 셈이다. 그것이 자라서 지금은 전국 생산량의 60%를 넘게 차지할 정도로 산수유 최대 생산지가 되었다.
상위, 대음,상관, 현천마을등 산동면 전체가 노란색물감을 칠한 것처럼 별세계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위쪽 마을인 위안리 상위마을이 가장 꽃이 많고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상위마을은 가장 위쪽에 있기에 임진왜란때 피난민들이 가장 먼저 터를 잡은 곳이다. 한때 100가구가 부대끼며 살았지만 지금은 30여가구밖에 남지 않았다.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이념의 올가미에 걸려 많은 사람들이 고초들 당했기 때문이다. 전쟁통에 마을사람들은 지긋지긋한 산을 떠나기 시작하였고 빈집이 늘어난 것이다.
남은 사람들은 폐허가 된 그 척박한 땅에 다른 작물을 도저히 심을 엄두가 나지 않아 가장 쉽게 자라는 산수유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산수유는 '대학나무'라고 부를 정도로 소득이 높다. 6남매 아이들을 모두 대학에 보냈다고 연신 자랑을 늘어 놓는다. 올망졸망 술병들이 자식처럼 탐스럽다.
"이곳에 살면 세상 걱정이 없이라. 철되면 지천에 깔린 산수유 열매를 따다가 다려먹으면 고것이 보약이재."
유심히 보면 계단식 논이 보인다. 예전엔 하늘만 쳐다보며 비를 기다리는 천수답이었다. 유난히 돌이 많은 땅이라 그것을 일일이 골라 땅을 다지면서 전답을 만들었다. 섬도 아니건만 집은 헐렁한 돌담으로 둘러쳐있다. 그것이 오히려 산수유와 잘도 어우러진다.
고로쇠약수통을 지게에 지고 내려 오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공기좋은 지리산 기슭에서 채취하는 고로쇠 약수가 최고라는데....
3월 말을 전후해서 관광객으로 가장 붐빌 때다. 하루에도 수백대의 버스가 관광객을 쏟아낸다. 노란 물결과 화사하게 차려입은 봄처녀들과 잘 어우러진다.
아래 방곡마을의 산수유는 슬픈 사연이 깃들여 있다. 이 마을에 사는 백부전(본명 백순례)은 위로 오빠 셋에 막내였다. 여순사건때 오빠 둘은 사망했고, 막내가 토벌대에 끌려가게 되었는데 어머니는 대를 이어야 한다고 막내아들 대신에 막내딸이 희생할 것을 부탁한다. 집안의 존속을 위해서, 하나밖에 남지 않는 오빠를 위해 대신 끌려가면서 마을을 뒤돌아보며 눈물로 불렀던 노래가 바로 '山洞哀家(산동애가)'다. 죽음을 앞둔 마지막 유언인 것이다.
산동애가 잘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간다 살기좋은 산동마을 인심도 좋아 잘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간다
산수유를 비롯하여 호랑버들, 생강나무, 복수초등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은 대개 노란색이다. 이는 겨울을 마치고 온통 회색과 갈색인한 산과 들에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애타게 외치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한다. 즉 멀리서 눈에 띄는 색깔이어야 곤충들이 쉽게 찾아 자신의 꽃가루를 날라 번식을 하기 때문이다. 아스팔트의 중앙선을 상상하면 된다. 이렇듯 노란색은 봄을 위한 생존의 색깔인 것이다.
산수유는 두 번에 걸쳐 꽃을 피운다. 처음엔 꽃봉오리에서 겉꽃잎이 먼저 피고 다시 겉꽃잎이 열리고 속꽃잎이 별처럼 예쁘게 터진다. 1cm도 채 되지 않는 이 작은 꽃들이 군락을 이루면 거대한 감동을 전해준다. 작은 꽃 하나하나가 아름답기에 이것이 집단을 이루면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
상위마을이 돌담이 있어 아기자기한 분위기라면 아랫마을 반곡마을은 탁 트인 경치가 시원하다. 계곡을 따라 너럭바위가 널려 있고 지리산의 웅장함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 최근에 편안히 산책할 수 있도록 데크길인 '산수유 꽃담길'을 조성해 좋았다. 계곡을 건너고 마을을 관통하면서 꽃 터널로 아래로 들어가는 절묘한 길이다.
최근에 조성된 산수유 꽃담길.
계곡을 따라 타박타박 걸을 수 있도록 데크를 만들어 놓았다.
산수유 꽃담길. 꽃대궐이 따로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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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 좋습니다. 마음이 뛰고 있어요. 좋은 사진 감사드려요.
소박한 돌담길과 산수유가 어우러져 있는 풍경이 마음에 들어오네요...
남도로 봄맞이 떠나고 싶은데....... 영 시간이 안되네요.
남도의 훌륭한 볼거리이네요.
여그까지 왔쓰먼 들맀다 가제... ^^
좋습니다 저도 여행을 밥보다 더 좋아는 하지만 2급이란 장애때문에 자유자제로 활동이 제악을 받아... 그립습니다 활보한지가 엇그제같은데 어언 십수년 여행좋지요 늘 건강해서 즐기세요 행복하소서
복잡한 주말을 피해서 다녀와야겠네요 . 감사 합니다 대장님~~~
산수유 실컷보고 갑니드...~~
언제 여까지 다녀가셨소~~
아~따~~전화라도 한통 하고 가제 그랬소~
아제~~~~(전라도에서 이웃집 아저씨 부를때 호칭)서울사람들이 알랑가 모르것소..
겁나게 서운하구먼~~요
백화점 행사때문에 다녀왔어요...광양 매화마을까지~~
봄빛 가득 담은 노란 산수유가 활짝 피었네요.^^
남도의 봄소식중에 매화와 산수유가 으뜸인 것 같아요. 노란 산수유속에 마음도 눈도 노랗게 될 것 같네요. 대장님 감사합니다. *^^*
아름다운 산수유가 이젠 완연하게 봄을 부르네요. 수고하신 작품 즐겨 만나고 갑니다.
산수유가 이런 유래가 있을줄을..저두 어제 대모산을 다녀왓어요..아직 여긴 몽우리뿐이던데
아래녁은 벌써 흐드러지게 피엇군요,,
어제 산수유 찍으러 다녀왔어요.
비는 내렸지만 물방울 맺힌 노란 산수유와 운무에 덮인 산들의 고운 선들을 찍으며 너무 행복했습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