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벗들이 워낙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라,
나도 얼떨결에 책을 읽게 되는 행운이 생기는 것 같다.
이 책의 첫부분을 읽어가면서는,
뭐야, 이거 문장이라는 것이 상황묘사만 돼 있네,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차츰 읽어가면서 알게 되었다. 적재적소에 내면 묘사가
숨은 그림 처럼 숨어있다는 것을...
아, 그래서 누군가 이 책을 필사해봐야 겠다고 했구나 싶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아마도 장편이라는 것을 쓸 때에는 전문성이 담보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본인이 자전거 광이어서 그런지,
같이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자세하고 실감나게 자전거 여행기를 그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동화인 만큼 그 안에 이야기가 들어 있다.
엄마, 아빠가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싸우는 것을 엿들은 호진이가
집을 나와 삼촌에게 가면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전거로 전국을 돈다는 것은 보통 힘든일이 아니겠다 싶다. 함께 떠난 사람들은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면서 어느덧 가까워진다. 그리고 모닥불을 앞에 두고
자신이 왜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됐는지,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왕따 문제로 대안학교에 가게 된 사람, 알콜릭, 사업실패,
수술을 앞둔 암환자...
참가자들은 각자 사연이 있다. 이 부분에서 나는 눈물이 났다. 우리는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다.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속을 뒤집어서 보이면
하나같이 아픔을 안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아픔을 아무데서나 내놓지 않기 때문에
이런 자전거 여행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육체를 힘들게 함으로써 정신을 단순화시키고,
그 단순함으로 자신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말하기 어려운
내면의 문제를 끄집어 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게 아닐까?
내면의 문제를 밖으로 드러낸다는 것은 그 문제를 반이상은 풀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로 돌아갔을 때, 남은 반을 풀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호진이는 자기 문제를 드러내지 않았다. 나는 그 부분에서 호진이가
아직 무겁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자기 문제에 빠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인생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호진이는 자기 문제를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시점에서부터 자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생각하기 시작하니까.
그리고 엄마, 아빠와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낸다. 비교적 해결점을
잘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책을 읽으면 책 이후를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이 책에 나와 있지 않은 뒷이야기를 생각해 봤는데,
호진이에게서 힘이 느껴진다.
비록 부모가 이혼을 한다고 해도, 호진이는 또다시 집을 나간다거나 방황하지 않을 것 같다.
또한 부모가 이혼하지 않는다고 해도, 쉽게 잠들지 않을 불협화음 앞에
마음고생하는데 자기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느낌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자전거 여행인 것 같다. 여행을 통해서 호진이가 성장하는 걸 느꼈기 때문에.
그럼 이 동화는 성장동화인 셈이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우선은 자전거 여행을 통해서 삶을 바꾸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성장동화가 어린이에게 필요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너무 진부하다는 생각이 든 부분이 있었다.
모닥불 앞에서 자기 삶을 얘기하던 부분에서 눈물은 났지만, 어디서나 듣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그래서 한사람의 독자인 내가 울컥했다는 것을 봤을 때,
진부한 것과 감동받는 것은 다른 것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니까 진부해도 감동받을 수 있다, 내지는
진부한 일상에 감동이 있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
첫댓글 저도 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이어요. 진부해도 감동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몸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을 반응으로 드러내잖아요. 근데 찐한 감동은 그 여운이 길어요. 어떤 전형적인, 상투적인, 연못님이 말한 것처럼 진부한, 그러한 감동은 여운까지는 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모닥불 씬에서 저는 감동하지는 않았지만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덮고 났을 때 긴 여운을 느꼈더랬지요. 간만에 느낀 진지함에 기분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렇군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아들도 이책을 놓지 않고 읽더다구요. 그리고 잠자기 전엔 이러구, 저러구 얘기까지 하던 걸요. 저도 참 좋은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