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26일,일요일.
홍천군 내면, 면소재지를 벗어난 관광버스 한대가 지친 듯이 구룡령을 오르고 있다.
해발900m표시판을 지나치고 얼마되지 않으니 커다란 대리석을 다듬어 이곳이
구룡령임을 알린다.얼마전에는 번듯한 휴게소에 널찍한 주차장이 있어 고개를 넘는
길손들이 휴식을 취한후 발길을 서두르던 곳이었는데,휴게소 경영이 여의치 않아
운영주체가 바뀌어 다른 용도로 변경이 되었는지, 넓은 주차장을 빙둘러 울타리를
설치하여 오고가는 차량들이 쉼터를 잃고 갓길에 우물쭈물 서성거린다.
넓은 주차장안은 텅비어 고요하고 을씨년 스러운데,방금버스에서 내려 산행채비를
하는 러쎌산악 회원들로 인하여 갑자기 번잡스러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산행은 건물 우측 뒷편에서 부터 시작이 된다.
약수산을 시작으로 응복산 그리고 만월봉을 경유하여 신배령 언저리에서 조개골로
하산을 하여 명개리 민박촌까지의 일정이 계획되어 있다.
도상거리 약20Km 안팍의 당일산행으로는 빡빡한 일정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치만 소화력이 우수한 러쎌회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정임을
부인하기 어렵다.가파르게 시작되는 초장등로에는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서
어렵지 않게 주능선으로 진입을 할수있게 도움을 주고있다.대간종주 초창기 무렵에
나무가지를 의지하여 미끄러지지않으려고 애쓰며 오르던 모습이 생각나며, 세월
흐름이 유수(流水)에서 화살처럼 그리고 총알같이 지나간다는 사실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북쪽으로 힘차게 뻗어 갈전곡봉 그리고 조침령,단목령을 지나면 듬직한
점봉산이 자리를 틀고있고,뒤이어 화려한 설악의 품으로 대간길은 이어진다.
키를 넘는 잡초와 수목으로 조망은 시원찮은데 이름만은 영양가 있는 약수산!
해발1,306.2m! 사각형 신주판에 양각된 정상표시판이 바닥에 비스틈이 누워있어
자칫 한눈이라도 팔다가는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겠다.
길은 북쪽으로 잠깐 방향을 틀다 동쪽으로 자리를 잡고,한아름이나 되는 노송
몇그루와 전망바위를 내어 놓는다.양양방면으로 이어지는 56번 국도가 구불구불
구절양장,이무기들이 창촌쪽에서 용이되려 꿈을 안고 구룡령을 오르는 모양이더니,
용(龍)은 아무나 되나? 용이 못되고 양양쪽으로 혹은 동해바다로 꽁지가 빠지게
기어가는 꼴이란.....삶의 고단한 모습같기도 하고,비굴한 위정자의 뒷모습을
엿보는 것 같기도하고.....
군데 군데 자연석을 이동하여 등산로 관리 흔적이 느껴진다.최근 대간종주 붐으로
백두대간 등산로도 관리가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아직까지는 백두대간 등산로
에 대한 중앙정부의 관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그러면 계단 설치나 등산로
관리는 백두대간 보존회나 인근지역 산악팀들의 노고가 아닌지모르겠다.
덩치로 보아 백년이상은 돼 보이는 노송,그리고 굵직하게 솟아있는 굴참나무의
몸통이 실하다.쉼터 벤치가 설치되어있는 마늘봉! 이제는 쓸모가 없어졌는지 모르지만
오래전에는 헬기장으로 이용이 되어 있었던 곳이었는지 주위 잡목은 베어져 있고,
따가운 햋살과 허리까지 자란 잡초만이 이정표를 가릴 정도로 위세를 날리고 있다.
바람마져 쉬고있는 마늘봉,무성하게 자란 온갖 잡초와 작은 수목에서 내뿜는
열기로 찜질방을 방불케 한다.동절기 대간종주시에는 지친꾼들에게 휴식과
편안함그리고 따듯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게 틀림없다.
활짝 만개한 동자꽃이 정말 예쁘고,금강초롱꽃도 연보라빛으로 뚝뚝한 사내를
유혹한다.한아름이 넘는 신갈나무가 믿음직스럽고,굴참나무 또한 대견하다.
유용하게 쓰이는 굴피로 인하여 굵게 자란 굴참나무는 수난을 피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용케도 이렇게 아무 탈없이 실하게 자란 것이 가상하기만 하다.
멧돼지 여러식구가 외식나들이를 거하게 치뤘나 보다.여기저기 땅속을 들쑤셔
놓은 꼴이 농촌들녁 로타리를 쳐놓은양 잔뜩 땅을 헤집어 놓았다.
붕긋하게 솟아오른 응복산이 모습을 내보인다.길은 안부로 내려섰다가 우측으로
휘어져 완만하게 오름길이 이어진다.1,281.4m봉에서 길은 좌측으로 이어져
응복산 정상을 정조준 한다.몇몇 등산객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랴,휴식을 취하랴
약간은 부산스럽다.만월봉과 두로봉으로 이어지는 대간능선이 장대하게 뻗어있고
양양 방면 조망이 그지없다.길은 우측으로 향하고,청초하게 산길을 밝혀주는
금강초롱꽃 군락지가 한동안 이어지고 참취꽃이랑 동자꽃이 또한 얼굴을 내민다.
능선은 완만하게 내려 앉는 듯 하더니 서서히 고도를 높히며 북쪽 응복산모습이
열려있는 봉우리에 山客을 내려 놓는다.만월봉! 해발1,280.9m.삼각점만이
이름표를 대신한다.간간이 나그배 나무가 신갈나무와 어우러져 눈부신 햋볕을
가려주고 시원한 바람을 인도한다.이름모를 들꽃과 함께 금강초롱이가 계속
산길을 수놓고 있고, 멧돼지들의 굴토성이 여기저기에서 본능을 발휘하고 있다.이때
산상화원 산길을 걷는 호사를 누리는가 싶었더니, 아닌밤중의 홍두깨가 웬일이냐?
굵은 PP로프를 이용하여 통행금지 울타리를 만난다.
오대산 국립공원에서 설치한 곳,이곳부터는 국립공원 구역이므로 통행을
금지한다는 것과 벌칙사항을 담은 안내판이 상서러운 곳에 점잖치 못하게
놓여있다.누구를 위한 울타리인지? 수많은 대간종주 산꾼들은 자연히 범법자가
되는 셈이다.이대로라면 되돌아가서 응복산 못 미치는 곳에서 통마람을 경유하여
명개리방면의 탈출로를 선택하여야 하는 것이다.그러나 통마람 탈출로는 지루하기
끝이없는 고난의 모습이 떠올라 선택하기가 쉽지가 않다.
결국은 저지를 뚫고 진입을 강행한다.완만하게 이어지는 내리막을 지나면
비교적 넓은 안부에 도착한다.조개골 방면의 첫번째 하산로인 셈이다.
여기에도 굵은 로프의 울타리,팔을 벌려 거부하는 몸짓을 내보인다.
신배령을 넘어서 하산하기로 했던 계획을 접고 이곳으로 하산을 하여야지
두번씩이나 겁을 주고 거부를 하는데야 고집을 꺽어야지 어쩌겠나?
그러나 몇몇 회원들이 진입을 강행하여 신배령 다음 하산로 선택을 위하여
이동을 서두른다.나머지 회원들의 하산을 지시하고 신배령으로 향하는 대원들의
뒤를 쫓는다.백두대간 종주시에 특별히 유의 할 사항은,가능하면 대간능선을
이탈하지말아야 한다.탈출로 선택을 심사숙고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왜냐하면
탈출로는 특별한 일정수의 종주산꾼만이 이용하기에 산길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로인하여 길을 잃고 조난을 겪는 일이 종종 있는 법이다.
어디가 정상인지 모를 정도로 멧돼지들이 들쑤셔놓은 곳을 지나면 신갈나무와
나그배나무 그리고 개다래 넝쿨이 갈길을 방해하는 분지같은 곳을 만난다.
신배령이다.대간종주대를 위한 쉼터노릇을 하는 벤치의자는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를 않는다.초창기에는 종주팀에게 이정표 노릇을 톡톡히 하던 표시리본도
너무많아 눈쌀을 찌푸리곤 했었는데 그흔한 리본하나 구경할수도 없다.
그러니 우측으로의 하산로가 무사할리가 없다.더구나 희미한 하산로는 하절기에
몇주만이라도 산꾼들의 이동이 없으면 산길은 원래의 모습으로 존재가 사라진다.
오대산국립공원에서 깨끗이 정리를 한 모양이다.울타리를 넘어 올때부터 예측을
했었어야 했는데 간과한 것이, 조금전 지나온 울타리까지 되돌아 가야하는 수고를
감수하여야 하는 것이다.
좌우지간 신배령을 오르기 직전 울타리까지 되돌아 가는 것이 여기에서는 최고의
선택인 셈이다.조개골로의 하산이다.탈출로는 산길 상태가 양호하지 않다는 것을
감안한 산행이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고 오히려 심산유곡 고유의 원시적인 풍취가
코끝을 진하게 자극을 한다.사태로 방치된 커다란 바위가 계류를 가르고,
커다란 고목이 쓰러져 산길을 우회하도록 강요를 한다.산길은 희미하게나마 이어지다 끊어
지다를 반복한다.이리저리 계류를 가로지르며 산길이 계류속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십여미터 건너에서 길을 열고 기다리기를 무수히 반복한다.
얼마를 하산에 시간을 보냈는가? 계곡이 상당히 넓어진 것으로 보아 어지간이
계곡을 내려온 듯 하다. 좌측 신배령방면에서 발원되는 계곡이 만나는 합수지점
근방이다.뚜렷하게나마 하산길이 보인다. 신배령을 지나서 조개골로의 탈출로인
셈이다.합수지점을 지났으니 비포장도로가 기다리는 명개교까지는
얼마되지 않는 지척의 거리 임이 분명하다.
시간은 오후4시가 가까워 온다.자연재해의 피해를 비교적 적게 입은 것이 조개골
하산에 적잖히 도움이 된 듯하다.특히 지금처럼 녹음이 우거진 계절이나 눈덮힌
동절기 산행에서는 대간 탈출로산행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안전산행을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다.명개교가 놓여있는 비포장지방도에 도착한 것은 오후4시가
되어서야 이루워졌다.좌측으로 도로를 따라 가면 북대사를 지나서 멀리 월정사 까지
닿을 수가 있다.행정구역으로는 홍천군에서 평창군으로의 이동이, 힘겹게 멀리
운두령을 넘어가지 않고도 수월하게 운행을 할수 있는 도로이다. 물론 오대산 국립
공원의 동의가 전제되여야 하겠고,그런후에 도로포장을 하면 물류이송 비용이
꽤 절감이 가능 할 것이다.
국립공원 관리차량이 뿌연 흙먼지를 피우며 쏜살같이 지나간다.
온몸이 땀으로 찌들어 맑은 물에 들어갔다 나왔으면 좋겠는데,예정된 시간이
촉박하여 여유를 보낼 짬이 부족하다.3Km정도는 족히 걸어야 날머리에
도착할 수가 있다.대원들을 기다리는 버스에 도착하고 십여분 정도가 흘렀을까?
눈에 힘을 잔뜩들인 국립공원 직원들이 들이 닥쳤다.얼기설기 엮어놓은 울타리 같은
규제(권력)를 앞세워 이슬같은 권력을 행사하려 온 것이다.
내용과 사연이야 어떠하든 규제에 어긋난 행동에 대해서는 야속하고 너무한다
하여도 탓하고 싶지는 않다.그러나 공원관리 직원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근무하여야 하고,어떻게 행동을 하여야 하는지 근본이유를 알아야 한다.
금지보다는 유도(誘導)를,경직된 사고보다는 미소띤 마음으로 공원을 찿아오는
국민들을 맞이 하여야 하는 것이다.티끌만한 권력위에 안주하려는 자세로
본분을 망각해서는 젊은 시간이 아깝지 않은가?
공복(公僕)이란, 규제만을 위한 감시자가 아니고,국민에 대한 써비스 맨이라는
본분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수동적인 감시자에서 능동적인 봉사자의 자세로의
전환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울타리(성벽)를 없애고 천년이 넘는 로마제국의 기틀을 다진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울타리(만리장성)쌓고도 조기에 막을 내린 제국의 지도자 진시황이 비교가 됨은
현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한번쯤은 새겨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