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선생님들과 등산을 하게 되었다.
무릎이 성하지 않다는 핑게로 빠져온 것이 이제는 일년에 한 두 차례 같이 하게 되는 셈이다.
일찍 서둔다고 하는 것이 9호선 급행이 빨리 가기 때문에 여유를 부리다가 한 20분 늦고야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자주 빠져 미안한 마당에 제일 늦게 갔으니 손을 내미는 인사가 부끄럽기만 하였다.
9호선 급행이 8시 30분인데 그것을 간발 차이로 놓치고 난 심사야 다들 아실 것이다.
김대성 선생님 기우현 선생님 처음 뵙는 류균상 선생님 그리고 승용차를 가져온 김영철 선생님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차안에서 이루어진 첫 번째 화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것이었고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유권자들의 행보와 선거전략에 대한 공과였다.
다음은 민주당에서 오랫동안 뼈가 굵은 몇 인사들이 박근혜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에 대한 평가였다.
자신의 의지를 끝까지 지키고 나가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인생살이에 대한 푸념도 쏟아졌다.
선운사에 도착하여 다같이 돝솥산채비빔밥을 시켜 점심을 먹고 선운사 종단코스로 도전하였다.
30분 가량 가파른 길을 올라가면서 겨울에 맞보기 드문 땀도 흘렸다.
옷차림을 가볍게 하고 나서야 훌훌 나는 것 같았다. 등성이길이 나온 뒤로는 그렇게 힘들지 않은 길이 쭉 이어졌다. 슬기산 정상에 올라 양쪽으로 펼쳐진 경치를 내려다본 다음 도솔암을 향하여 쉬지 않고 걸었다. 해가 5시 반쯤 지고 나면 어두어질 것이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틈이 없는 것이다.
포갠바위를 지나 심하게 내리막길이 나왔다. 저쪽 봉우리들은 솟아 있는데 얼마나 고생을 시킬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나무들이 자라는 곳이 나왔고 땅에는 상사화가 지천으로 퍼져있었다.
다 내려가보니 저쪽에 절이 하나 있었는데 도솔암은 다시 숲속 길로 가야했다.
숲으로 난 길은 그리 험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니었다.
골짜기 시냇물을 따라 올라가보니 슬기산에서 이어진 능선길이 나왔다. 우리는 지름길로 와버린 것 같았다.
멀리 보이는 산 모습이 꼭 사람 코를 내밀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곳이 도솔암이라고 한다.
낙조대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었다.
낙조대에서 조금 더 가 사방을 바라볼 수 있는 봉우리에 올라 도솔암을 내려다보았다. 산줄기가 도솔암으로 모여드는 모습을보니 명당임에 틀림없었다.
이번에는 도솔암 마애불과 마애불 위에 있는 도솔암 내원궁을 올라가 볼 수 있었다. 몇년 전 처음 도솔암에 왔을 때는 연수하러 온 선생님들이 아무도 안내를 해 주지 않아 자세히 구경하지 못한 것을 이제야 보게 된 것이다.
마애불은 높이가 거의 10m는 되어 보였다. 그런데 바위가 약한지 풍화작용으로 윤곽이 선명하지 못하였다. 더 훼손되기 전에 보호조치를 했으면 좋겠다.
마애불 위로 올라가니 뜻 밖에 내원궁 안에는 지장보살님이 앉아 계셨다. 사람 크기에 너무나 생생한 모습이 살아계신 듯하였다. 부처님께 시주를 하고 소원을 성취하게 해 달라고 간절히 절하였다.
어두워진 길을 내려오게되었다. 기우현 선생님은 어디서 벗어 놓았는지 장갑을 잃어버렸다.
예약한 숙소를 찾아가서 짐을 내려놓고 저녁을 먹으로 갔다.
주인이 직접 숯불에 구워주는 장어구이에 복분자로 배부르게 먹었다.(계속)
첫댓글 아름다운 사진이 수록된 <선운산 등산기> 잘 살펴보았습니다^^* 4년 전 우리산악회가 찾아갔던 감미로운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도솔암, 마애불상, 내원궁, 지장보살좌상, 천마봉, 낙조대, 병풍바위, 배맨바위, 용문굴, 도솔천, 진흥굴, 장사송, 상사화, 송악......, 다음 편이 기대되는군요^^* 감사합니다^^*
도솔암에서 용문굴로 해서 천마봉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처음에 생각했는데 동백장 호텔 뒤편으로 올라가게 되었지요. 덕분에 종주하는 기쁨도 누렸고 산행도 하면서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연말에 귀한 시간 내어서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을 보람으로 여기겠습니다. 좋은 사진 올려서 다시 그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회원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