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광양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을때 이다
광양 추산리 휴양림 근처에 매물이 나와서 현장 답사를 끝내고 내려오는데
옥룡사지 앞 옛터에 새로지은 절 운암사 앞길에서 스님 한 분이 손을 든다
보아하니 여승이다
연한 회색 승복에 역시 회색 모자를 쓰셨는데 눈이 똥그랗다
" 이차 어디 까지 가십니까?"
대답은 않고 내가 다시 묻는다. 그쪽 방향이 더 궁금하다
" 스님은 어디까지 가시는데요?"
" 광양읍에 나갑니다"
" 그럼 타세요 읍으로 나가니까요"
사실은 중간에서 중마동으로 바로 빠지는 지름길이 있지만 그 길로 빠질 생각은 없다
난 얼른 뒷자석의 서류를 비켜 놓는다
스님이 뒷 자석에 올라탄다
그런데 이 절을 여승이 꾸리시나? 여승이라니 의문이 가니
" 운암사가 비구니 절입니까?"
" 아니에요 비구승인데요 향일암 주지 하셨던 분 입니다"
그런데 웬 여승이?
혹시 혼인을 하는 종파인가 싶어서
" 본사는 어디 입니까?"
" 화엄사 입니다"
그럼 조계종? 비구승이 맞는데...
뭐 공부하러 왔거나 그렇겠지...
" 그 절에 새로 세운 큰 불상은 어떤 불상입니까?"
" 약사여래불 입니다"
" 아~ 약봉지 앞에 안고 있는..."
스님이 활짝 웃으며
" 네 맞아요"
" 약사여래불은 대구 팔공산에 많데요"
" 네 그래요 갓바위가 있는..."
여기서 우리 염의장님께 들은 풍월을 좀 읊는다
" 비로나 부처님은 손가락을 쥐고 있데요"
" 비로자나불 요" 수정을 하신다
" 아~예 그 부처님이 최고 높으신 부처님 이라면서요?
" 네 본존불이죠"
" 아미타 부처님은 극락전에 모시구요"
" 오 많이 아시는군요..호호"
" 저는 불자는 아니지만 산에 다니다 보니 절을 자주 가는데 좀 들었습니다"
" 우리절에도 산에 다니시는 분들이 많이 옵디다"
" 네 그럴겁니다 좋은 산에 좋은 절 있지요"
차 뒷자석에 지도랑 도면등 부동산 관련 서류가 어지러이 있는걸 보시고는
" 시청에 다니 십니까?"
" 아닙니다 그냥 노는 사람입니다 ^^"
" 네~ 시청 도시과 사람들이 도면을 갖고 다니시기에..."
" 예 실은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습니다"
" 그래요? 저의 사가(私家) 오빠도 공인회계사를 하시는데 힘들다 하데요"
" 다를 그렇죠"
" 보수는 한 건당 얼마씩 받습니까?"
엥? 웬 보수에 관심?
" 그렇지 않구요 거래 액수에 따라 일정 프로가 정해 져 있습니다"
" 아 네 그렇군요 "
77번 버스 정차하는 곳이 가까웠다
" 고맙습니다 "
" 네 제가 운암사에 한번 갈겁니다. 동백꽃이 피면요"
" 네 꼭 오셔셔 공양도 드시고요"
종종 걸음으로 승강장으로 향한다
아직 정진을 한참 해야 할 그스님에겐 사가의 오빠 일이 걱정 되시는 걸까......
스님과 참으로 편안한 대화를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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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해 동백꽃이 필무렵 옥룡사지를 둘러 보다가 운암사에 들렸는데
그 스님이 아직 계셨다
내가 예전에 뵌적이 있다하니 꼭 공양을 드시고 가라 하셨으나 그냥 돌아온것이 못내 아쉽다
2011. 5. 10 부처남 오신날에
운암사에 세운 약사 여래불
반야심경(힙합버젼)/ 안치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