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비스님, 전등강맥 전수법회 현장
“정법 깃발 높이 들어 중생 교화”
가을 국화향기가 도량에 가득하다.
겨우내 추위를 이기고 봄 여름을 인욕으로 넘긴 후 선 보이는 향기이기에 더욱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게 국화이다. 수행자의 길도 가을 국화와 어울린다.
천년을 훌쩍 넘긴 승보종찰(僧寶宗刹) 송광사에서는 지난 5일 부처님으로부터 시작된
법향(法香)이 천년의 세월을 넘고 또 넘어와 절집의 아름다운 전통의식으로 펼쳐졌다. ‘
여천무비(如天無比) 대강백(大講伯) 전등강맥(傳燈講脈) 전수법회(傳授法會)’가
대웅보전에서 500여명의 사부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법하게 봉행됐다.
스승이 제자에게 법전하는 의식 - 전통 현대 의식 더한 형태로 봉행
전법게 전등법계도 ‘신표’를 제자에 전달 무비스님이 전강제자들에게 법문을 하고 있다.
햇살이 아침 일찍부터 조계총림 송광사 곳곳을 골고루 비추고 있다. 전국에서 운집한 대중들로
도량은 야단(野壇)이라도 선 듯 바쁘다.
스승이 제자에게 법을 전하는 전강식은 근래 보기 드문 법회여서 불자들의 관심이 높은 까닭이다.
일귀스님(송광사 교무)의 사회로 봉행된 법회는 삼귀의 반야심경에 이어 현봉스님(송광사 주지)의
인사말로 진행됐다. 현봉스님은 “ 무비스님의 맹호(猛虎)처럼 하늘높이 솟는
정법의 깃발이 되어 중생교화의 대임을 맡으라”고 당부했다.
지난 5일 송광사에서열린 전강식에서 무비스님에게 전강받은 제자들이 학문연찬과 정진을 다짐하는
발원문을 낭독하고 있다. 순천 송광사=신재호 기자
이어 무비스님의 강맥을 이어받을 아홉명의 전강제자들을 대표해 능허스님이 부처님께 법회를 알리는
고불문을 낭독했다. 대중들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하나의 해이지만 사물에 응(應)하면 사물마다 그림자가 나타나듯,
하나의 달이지만 중천(中天)에 떠오름으로 인하여 천강(千江)에 천월(千月)이 나타나듯,
무비강백이 존재하셨기에 오늘날 저희들이 있게 되었습니다.”
떨리는 듯한 능허스님의 목소리에 제자들의 ‘ 소중한 마음’이 묻어났다.
가을 햇살이 전강법회가 봉행되는 법당을 두루 비추는 가운데 전강제자들에 대한 약력이 소개됐다.
아홉명의 전강제자는 모두 은해사 승가대학원에서 무비스님에게 강(講)을 들었다.
종단에서 강사자격을 인정받는 승가대학원을 졸업한 스님들이 이날 절집 전통인 전강을 받는 것이다.
법당을 가득 채우고도 자리가 모자라 절마당에도 의자가 펼쳐졌지만 뒷자리의 대중들은 까치발을 하고
법회에 동참해야 했다. 송광사 방장 보성스님이 부처님께 향을 올리고, 회주 법흥스님이 헌다(獻茶)의식을 봉행하면서 법회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이어 산새마저 숨을 죽이게 하는 입정(入定). 순간 시간이 멈춘 듯 정적에 빠져 들었다.
보성스님의 법어에 이어 전강법사인 무비스님이 등단했다.
무비스님은 아홉명의 전강제자에게 일일이 전법게와 함께 전등법계도
그리고 직접 저술한 〈현토 과목 화엄경〉을 신표(信標)로 전해 주었다.
전법게를 건네 준 무비스님은 후학들에 대한 당부를 더했다.
“이 순간부터 어디 자랑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커다란 짐을 지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한 정진보다 배가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강사는 학인보다 두배 더 공부하는 것외에는 다른게 없습니다.
이 점을 명심하고 승행(僧行)에서나,
불법안목(佛法眼目)에 있어서나,
생활에 있어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무비스님이 하단(下壇)하자, 전강제자들은 스승의 뜻을 잘 받들고 학문을 연찬하며 많은
불제자를 지도하겠다는 원력을 담은 입지발원문(立志發願文)을 낭독했다.
전통적인 전강식에서는 제자가 대중들에게 그동안 배운 것을 펼쳐 보였는데, 이날 법회에서는
전강제자가 많기에 입지발원문으로 대신 했다.
전법게를 받은 제자들이 스승 무비스님(앞줄 가운데)과 대웅보전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입지발원문은 전장제자를 대표해 현진스님(송광사 강주)이 읽었다.
“다행히 스승의 큰 은혜로 부족하나마 눈을 떠 스승의 손에 있던 반야의 부채를 오늘 저희에게 내려주시니, 무명번뇌를 만나더라도 청풍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 감히 믿사옵니다.”
법회에 동참한 어른들 역시 전강제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은해사 승가대학원장 지안스님은 교학을 연찬하는 학승들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을 부탁했다.
“이번 전강법회는 후학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싹을 잘 틔워서 많은 결실을 맺고, 새로운 학풍을 조성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설정스님(봉암사 선덕·전 중앙종회의장)의 축하도 이어졌다.
“오늘 전강식은 우리에게 큰 희망이 되고 기대가 큽니다.
(전강을 받은) 아홉명의 스님은 우리 교단의 큰 보배와 같고 등불같은 분들입니다.”
장강(長江)이 쉼없이 흐르는 것처럼 과거 칠불부터 이어온 불법의 맥은 인도 중국이라는 공간을 거치고
삼국 고려 조선이라는 시간을 넘어 송광사에서 다시 꽃을 피웠다.
5일 봉행된 전강식은 이같은 전통을 잇고 한국불교의 새로운 역사를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법회였다. 송광사 도량은 여전히 가을햇살이 빈틈없이 내려 앉고 있었다.
조계총림 방장 보성스님 법어
“一燈은 千燈을 겸했다”
여래교해전아난(如來敎海傳阿難)이여
절각니우환실마옹(折角泥牛還失馬翁)이로다
무비일등점천등(無比一燈点千燈)이여
촌부담천재월귀(村夫擔泉載月歸)로다.
금일대중(今日大衆)이여
절막망분교여선(絶莫妄分敎與禪)하라.
청사백상(靑獅白象)이
공주전단림(共住檀林)이로다.
욕식전단림마(欲識檀林)아
천상무영월(天上無影月)이요
인간불습수(人間不濕水)로다.
“전강은 곧 전법 모범되야”
- 무비스님 인터뷰
“전강은 곧 전법을 의미합니다. 성스러운 도량인 송광사에서 방장보성스님을 비롯한 송광사 대중들의
배려로 제자들에게 전강을 하게 되어 무엇보다 기쁩니다.”
지난 5일 전강법회를 통해 모두 9명의 제자에게 법을 전한 소감을 무비스님(조계종 교육원장)은 이렇게 밝혔다.
무비스님은 지난 76년 봄 탄허스님에게 전강을 받을 때와 이번에 제자들에게 전강할 때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받을 때보다는 줄 때가 더욱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제자들에게 “진정한 교육자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한 무비스님은 “스님들이 쓰는 말 가운데 ‘
중이 되고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 선과 교를 두루 겸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비스님은 이어 “무릇 강사란 남을 지도할 만큼 타의 모범이 되야 한다”며 “특히 교학에 있어서는
가르치는 입장이 더욱 밝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비스님은 1958년 출가해 1964년 해인사 강원을 마쳤다.
오대산 월정사에서 탄허스님에게 전강을 받은 무비스님은 제방선원에서 10여년동안 안거를 성만했다.
그뒤로 범어사와 통도사 강주를 역임하고 조계종 종립 승가대학원 원장으로 후학을 지도했다.
지금은 조계종 교육원장으로 종단 교육불사에 여념이 없다.
무비스님의 법맥은 경허(鏡虛) - 한암(漢巖) - 탄허(呑虛)스님으로 이어져 왔다.
무비스님은 이날 전강법회에서 전강제자들에게 법호(法號)를 내렸다.
전강제자들의 법호는 다음과 같다.
능허스님 일진(一眞), 현진스님 혜등(慧燈), 원철스님 혜조(慧照), 지상스님 청림(靑林), 용학스님 법해(法海), 정한스님 현산(賢山), 지성스님 중산(重山), 상현스님 지월(智月), 현석스님 정암(靜庵).
* 전강이란/ 스승이 제자에게 법을 전하는 의식
교학의 사자상승(師資相承)을 의미한다. 강학(講學) 전등(傳燈)의 뜻으로, 부처님과 스승의 학적(學的)
토대를 제자들이 물려받는 의식이다.
부처님이 마하가섭에게 전한 전강은 전법의 한 유형으로 선가(禪家)의 전심(傳心), 율가(律家)의
전율(傳律)과 함께 교가(敎家) 사법(嗣法)의 한 형태이다.
전강식 관련 문헌은 구체적으로 전하는 것이 없다.
강(講)을 할 능력을 인정받은 강사에게 대중이 3배를 올리고 스승이 그 강사에게 법호를 내리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다. 전강받는 제자는 개당설법(開堂說法)을 통해 공인을 받았다.
현재 조계종에서 전강을 할 수 있는 스님은 20여명 안팎이다.
첫댓글 _()()()_
엄숙하고 장엄한 광경에 넋을 잃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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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학스님과 지월스님께서는 전강동기이시네요. 참 아름다운 사진과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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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해이지만 사물에 응(應)하면 사물마다 그림자가 나타나듯, 하나의 달이지만 중천(中天)에 떠오름으로 인하여 천강(千江)에 천월(千月)이 나타나듯.... 능허스님의 이 말씀, 이 기사를 처음 뵈었을 때 참으로 감동이었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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