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우재
선바위산이 올려다 보이는 31번국도 봉우재에서 버스를 내려 봄기운 가득 싣고 흘러 내려가는 옥동천을 건너 뚜렸하게 나있는 산길로 들어선다.
발목을 덮는 눈을 헤치며 급사면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진땀을 흘리며 올라가면 선바위산의 울퉁불퉁한 암봉들과 스키장이 있는 백운산이 파란 하늘아래 설산의 모습을 보여준다.
간간이 보이는 더덕들을 캐가며 775.0봉을 오르고, 삼각점은 찾아볼 생각도 못한 채 꾸준하게 이어지는 가파른 눈길을 따라가니 가야할 가매봉이 멋진 암릉미를 보이며 앞에 우뚝 솟아있다.
굵은 더덕줄기를 보며 언땅에서 헛힘을 쓰다가 외로운 무덤 한기를 만나고 멧돼지들이 갈아엎은 진흙밭을 지나서 급너덜지대를 지그재그로 올라 간신히 암릉으로 붙는다.
▲ 봉우재에서 바라본 선바위산
▲ 옥동천
▲ 가매봉
- 가매봉
응달의 눈에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며 험한 암봉을 왼쪽으로 길게 우회해서 안부로 올라서면 수려한 절벽들이 앞을 막고, 한켠의 아찔한 벼랑에서는 시야가 확 트여서 백운산을 지나 함백산으로 이어지는 두위지맥의 산줄기가 하늘금을 그리고, 바로 앞으로 선바위산과 순경산너머로 장산이 우뚝하며, 태백산일대의 산봉들이 앞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허벅지까지 눈속에 푹푹 빠지며 암릉들을 우회하고 나무들을 의지해 간신히 바위들을 올라서서 노송들이 서있는 험준한 암벽지대를 긴장해서 통과한다.
급한 크랙지대를 따라 첫암봉을 어렵게 넘고 계속 이어지는 암릉지대를 사면으로 우회해서 나무들을 잡고 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위험한 절벽을 돌아 오른다.
밧줄이 설치되어야 할 바위지대를 차례로 넘고 커다란 석이버섯들이 붙어있는 암벽을 휘어 돌아 가매봉(1206m) 정상으로 올라가니 소나무들만 있을 뿐 조망은 그리 좋지 않고 아는분들의 표지기 몇개만이 산객을 반겨준다.
▲ 절벽
▲ 전망대에서 바라본 선바위산과 순경산너머의 장산
▲ 전망대에서 바라본 함백산
▲ 절벽
▲ 암릉
▲ 암릉에서 바라본 태백산줄기
▲ 가매봉 정상
- 시멘트도로
바로 앞에 뾰족 솟은 매봉산을 바라보며 겨우내 쌓인 눈을 뚫고 안부로 내려가 가매봉을 넘으며 힘을 많이 쓴탓에 일찍 점심상을 차린다.
막걸리와 복분자술을 곁들여 라면을 끓여 먹고 러쎌이 안 되어있는 매봉산을 아쉽게 바라보며 능선이 갈라지는 1164봉을 오른쪽으로 크게 우회해서 내려가면 전략촌농장의 외딴집이 눈속에 파묻혀 있다.
엄청나게 쌓여있는 눈을 헤치며 백운산갈림길을 지나 921봉을 넘고 화절치 방향으로 산악회의 표지기 하나가 붙어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꺽어 내려간다.
잠시 능선을 더 따라가다 오른쪽 막골방향으로 대충 사면을 치고 내려가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 굵은 더덕줄기들이 여기저기에 널려있어 욕심 많은 산꾼들의 한숨을 자아낸다.
잡목과 덤불들을 헤치고 발가는데로 내려가 마른 계곡을 건너서 까시나무들을 잡아가며 급사면을 치고 꽃꺼기재와 덕재목재 양쪽으로 이어지는 시멘트도로로 올라선다.
▲ 농장의 외딴집
▲ 1164봉 내려가며 바라본 주능선
▲ 시멘트도로
- 임도
도로를 약간 따라가다 1439.3봉과 꽃꺼기재사이의 1346봉으로 이어지는 지능선으로 올라가면 길은 없지만 남향이라 눈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특이하게 결진 바위들을 지나고 더운 날씨에 구슬땀을 흘리며 가파르게 이어지는 능선을 올라가니 두위봉과 백운산이 양쪽으로 모습을 나타낸다.
한동안 능선을 따라가다 바위지대를 직등해 암봉에 소나무들이 서있는 924봉으로 올라가면 멀리 예미산에서 질운산을 지나 두위봉으로 이어지는 두위지맥의 산줄기가 만리장성처럼 긴 하늘글을 그리고 시멘트도로에서 1439.3봉으로 직접 이어지는 굴곡 많은 지능선이 앞에 마주 보인다.
따뜻한 햇살에 눈이 시나브로 녹아가는 인적 끊어진 산길 따라 스러져가는 폐무덤 한기를 지나고 키낮은 산죽과 쓰러진 나무들이 섞여있는 지저분한 능선을 올라간다.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길을 뚫고 묵은 임도처럼 덤불들이 들어찬 둔덕으로 올라서니 앞에 1439.3봉이 가깝게 서있고 뒤로는 두위봉이 잘 보인다.
다시 가파르게 이어지는 능선 따라 산자락을 휘어도는 비포장임도로 올라서면 앞이 확 트여서 가매봉에서 매봉산을 지나 단풍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넓게 자리잡은 전략촌농장이 기계충에 걸린 머리처럼 파헤쳐져 있으며, 시멘트도로에서 힘들여 이어온 지능선이 제법 도드진 모습을 보인다.
▲ 924봉에서 바라본 두위지맥
▲ 924봉에서 바라본 영월의 산봉들
▲ 둔덕에서 바라본 1439.3봉과 뒤의 두위봉
▲ 임도에서 바라본 1439.3봉
▲ 임도에서 바라본 가매봉, 매봉산과 눈에 덮혀있는 전략촌농장
▲ 임도에서 바라본, 지나온 지능선
- 강원랜드
가야할 1364봉을 바라보며 임도를 건너 마지막 능선으로 들어서지만 허리까지 빠지는 눈속에서 꼭두각시 몸짓을 해보다 포기하고 맥없이 돌아온다.
산사면으로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에 얼은손을 부벼가며 두툼한 눈이불을 쓰고있는 임도를 타고 꽃꺼기재로 내려가니 참나물을 많이 뜯었던 1215.3봉이 앞에 나직하게 서있고 1366봉의 스키장 전망대가 잘 보인다.
겨우내 아무도 안왔는지 발자국 하나 없는 임도 따라 탄광시설물너머로 유유히 떠다니고 있는 곤돌라들을 보며 산악오토바이체험장으로 내려가면 포장도로에는 눈이 수북하게 덮혀있어 차량통행이 불가능하다.
정면으로 서있는 노목산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미끄러운 눈길 따라 보성사를 지나 폐광특례법이란 미명아래 탐욕의 본산으로 탈바꿈한 강원랜드와 지장산을 마주하며 30여분 도로를 내려가니 버스가 기다리고 서있다.
옷에 들러붙은 눈들을 털어내고 물이 들어와 감각이 없는 발가락들을 꼼지락거리며 사북을 빠져나와 더운물에 몸을 녹이고 뒷풀이를 할 영월로 나간다.
첫댓글 모처럼 뵈어서 무척이나 반가왔슴니다.,,가는 겨울속에서 원없이 눈속을 헤메이던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오랫만에 만났지요? 더덕주 만들어주셔서 잘 먹었습니다. 무릎은 괜찮으시지요?
예,,약간의 통증이 있었지만 산행후 며칠 지나니 서서히 좋아지고 있슴니다...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요^^
다행입니다. 앞으로는 괜찮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