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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PORTS의 이수민 대표는 페어플레이를 하는 사업가가 되고 싶어한다. |
“좋은 주식과 나쁜 주식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뉴욕 양키스 내야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세계적인 투자전문가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렌 버핏 회장에게 조언을 구했다.
버핏 회장은 로드리게스가 들고 있는 배트를 툭툭 치며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좋은 배트와 나쁜 배트를 구별할 수 있다면 주식 정도는 일도 아니네.”
야구광 버핏 회장의 말대로 야구 배트를 고르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야구로 먹고 사는 직업선수들에게 배트는 가장 중요한 도구 가운데 하나다. 어떤 배트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몇 년 치 연봉이 좌우된다. 그런 의미에서 I SPORTS 이수민(27) 대표는 선수들의 연봉을 좌지우지하는 이다.
이대표는 미국 메이저리그 공인 D배트를 직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D배트는 마이크 로웰, 매니 라미레스(이상 보스턴), 프린스 필더(밀워키) 등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이 사용하는 브랜드로 단풍나무 재질의 나무배트 제조사 가운데 가장 유명하다.
젊은 여성이 어떤 계기로 야구 배트를 팔게 됐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처음에는 미국산 야구용품을 수입하는 일본회사의 한국지사를 맡았어요. 일본회사에서 수입한 미국산 야구용품 가운데 D배트가 있어서 그걸 필요로 하는 선수가 있으면 제가 일본 쪽에 주문을 넣곤 했지요. 첫 구매자가 현대 이택근 선수였어요. 그러다 일본회사가 한국 프로야구단의 결제 방식을 알고는 장사하기 힘들겠다며 사업을 접었어요.
장사하기가 힘들다니.거의 모든 구단이 배트를 구입하고 2, 3개월 뒤에 결제를 해요. 그것도 판매할 때마다 결제하는 게 아니라 쿠폰을 한꺼번에 모아서 줘야 결제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려요. 아, 삼성은 예욉니다. 언제나 현찰결제를 해요.
그게 독립한 계기였나. 2006년 이택근 선수가 D배트를 들고 무척 잘했어요. 그해 도하아시아경기대회 야구대표팀에도 뽑혔고요. 도하에서 이선수가 홍보를 많이 했는지 국가대표선수들이 귀국한 뒤 제게 전화를 많이 걸었어요. 그때 ‘여기서 그만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판매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일단 구단을 돌아다니면서 선수들에게 여러 가지 배트 샘플을 보여줘요. 샘플대로 깎아달라는 선수도 있고 따로 자신의 그립에 맞게 깎아 달라고 요청하는 선수들도 있어요. 어느 한 선수가 제가 판 배트를 들고 홈런이나 안타를 치면 주변에서 ‘아, 저 배트가 좋은가 보다’하고 구매 요청이 들어옵니다. 반대로 삼진을 당하거나 안타를 못 치면 사겠다는 선수가 줄어들죠. 솔직히 삼진은 배트 탓이 아닌데(웃음).
가격은 모델마다 같은가. 이윤은 어느 정도인가.모두 13만 원이에요. 미국은 배송비가 무척 비싸요. 전 고객이 한 자루만 주문해도 제가 배송비를 부담하거든요. 이윤은 4만 원 정도라고 보시면 되요.
독립하고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들었다.어느 분이 말씀하시길 LG 김용달 코치가 우리나라에서 배트를 가장 잘 본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김코치님이 D배트를 높게 평가하셨어요. LG에 갈 때마다 뿌듯했죠. 김코치님이 김상현 선수에게도 추천하신 모양이에요. 그런데 김선수가 타석에 들어서 스윙을 하자마자 배트가 부러지지 뭐에요. (울상을 지으며)당연히 김선수 평가가 나쁘게 나왔죠. 무척 속상했어요. 그러다 오기가 생겼어요. 김선수에게 “안 쓰셔도 좋으니까 받아주세요”하면서 그냥 한 자루를 드렸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그 배트로 김선수가 연타석 홈런을 치지 뭐에요. 그 뒤로 LG선수들 사이에서 평이 좋아졌어요.
베스트 고객은 누구인가.이택근 선수는 제게 정말 고마운 선수에요. 다른 선수를 꼽자면 현대 이숭용 선수입니다. 크게 감동받은 일이 있어요. 하루는 문자메시지가 온 거에요. 보니까 이숭용 선수가 자기 아들 백일잔치에 절 초대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처음엔 잘못 온 문자메시지인 줄 알았죠. 야구장에선 많이 봐도 개인적으로 친한 선수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또 온 거에요. 이선수 집에 갔더니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로 북적였는데 하필 제가 앉은 상이 (김시진)감독님이랑 코치분들이 앉은 자리였어요. 임진수 운영팀 대리님이 “많이 드세요”하는데 체할 것 같아서 도저히 앉아 있질 못하겠어 밖으로 나왔어요.
베스트 고객이 아니라 워스트 고객인데. (손을 저으며) 아니에요. 밖에 나와서 임대리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어요. ‘아무래도 실수로 제게 문자메시지가 연달아 온 것 같다’고. 잠시 뒤 임대리님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이)숭용이가 문자메시지 잘못 보낸 게 아니라 오늘같은 날은 선수들이 모두 모이니까 얼굴도 익히고 친해지라고 부른 거래요”하지 뭐에요. 그 말을 듣고 눈물을 쏟을 뻔 했어요.
선수들은 배트를 고를 때 소리를 들어본다. ‘이글 아이’(독수리 눈 모양의 무늬)도 보고.배트에서 맑은 소리가 날수록 좋은 배트라고 해요. 옹이가 없어야 한다는 말도 하죠. 나무결에 타이거 스트라이프나 이글 아이가 새겨진 배트도 좋다고들 하는데 전 다른 건 이해해도 아직까지 배트 밸런스가 좋다는 말은 무슨 뜻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요.
가장 무거운 배트와 가벼운 배트를 쓰는 선수가 궁금하다.930~940g이 가장 무거운 축이지요. 현대 송지만, LG 이성열 선수가 900g 정도의 배트를 쓰죠. 지난해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SK 최정 선수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시즌 중에 1kg짜리 배트를 쓰는데 혹시 D배트에도 그 만한 무게의 배트가 있냐”고 물어봐서 “없다”고 했죠. 반면에 두산 고영민 선수는 830g 정도의 가벼운 배트를 찾아요. 평균 850~860g 사이의 배트만 있으면 파는 데는 문제가 없어요. 10명 가운데 6명이 쓰니까요.
국내 선수들이 선호하는 배트는 어떤 것인가.배트 ‘빵’(헤드)이 큰 걸 좋아해요. 또 헤드가 급격하게 줄어들면 싫어해요. 어느 정도 두툼하다가 그립으로 내려올수록 조금씩 가늘어 지는 걸 좋아해요.
야구선수들에겐 배트가 옷과 같아 유행을 탄다.배트 색깔이 그래요. 색깔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배트 색깔이 징크스인 선수들이 있어요. 어떤 선수는 검은색 배트를 내놓으면 질색을 해요. 배트에 ‘4’자가 들어가는 걸 싫어하는 선수들도 있고요.
주 고객은 현대인가.현대, LG, SK가 주 고객이에요. 지난해 현대는 한 경기에서 7명의 선수가 D배트를 들었어요. 다른 구단으로 영역을 넓히고 싶은 데 쉽지가 않아요. KIA같은 경우는 정규시즌 전에 선수들이 구단에 자기가 쓸 배트를 등록해야 해요. 중간에 등록하면 받아주질 않아요.
당신이 파는 배트의 장점은 무엇인가.선수들이 “나무가 좋아선지 잘 부러지지 않는다”고 해요. 탄력이 좋아 장타가 많이 나온다는 선수도 있고요. 지난해 연말 미국에 있는 D배트를 직접 방문해 제작 과정을 봤어요. 주문한 배트와 0.1mm 차이도 나지 않게 제작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죠. 게다가 충분히 쓸 수 있는 배트도 규격에 벗어나면 바로 폐기처분하더군요. 올해부터는 직배송을 하기로 해 아무리 늦어도 주문 후 2달 안에는 배트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배트업계도 경쟁이 치열하다.지난해 공인등록업체가 16개였어요. 아마추어 공인업체는 그보다 더 많아요.
올해 목표는 잡았나.수입, 회계, 영업을 혼자서 다 하다보니까 지난해 몇 자루나 팔았는지 통계를 내지 못했어요. 올해는 1천 자루가 목표에요.
주 고객인 현대의 미래가 암울하다.인수가 안 되면 어떡하죠. 지난해 정규시즌 마지막 현대 경기는 일부러 TV로 봤어요. 갑자기 눈물이 펑펑 쏟아졌어요. 보통 이맘 때 선수들이 주문을 많이 하는데 아직까지 현대 선수단에 연락을 하지 않고 있어요. 연습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인데 제가 괜한 짓을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배트가 부러져야 수입이 생긴다. 반대로 지나치게 부러지면 고객의 신용을 잃는다. 배트가 부러졌으면 하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부러지지 않고 오래 쓸 수 있는 배트라면 많은 선수들이 쓸테니까 자연스럽게 수입도 오르겠지요. 스포츠에는 이런 말이 있잖아요. 페어플레이. 전 페어플레이를 하는 사업가가 되고 싶어요.
이수민 생년월일ㅣ 1981년 9월 5일
경력ㅣ 한화정보 대표 비서
힐크릭 골프웨어 수입부 담당
수제 액세서리 쇼핑몰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