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생각]
우리 할아버지는
돈 벌러 일본에 가셨다.
그런데 너무 무리하셨던지 병을 얻어 돌아 가셨다.
아버지 17살 때다.
다행이도 할머니는 83세까지 장수 하셨다.
가난한 살림에 5남매를 홀로 키우셨다.
없는 살림에도 할머니는 항상 인심이 후하셨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차도 다니지 않던 시절
보따리 장사 하는 분들이 마을에 들어오면
할머니 집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고 가셨다.
큰어머니는 손님을 대하는 것이 불편하셨을 것이다.
한국전쟁이후에 몸이 불편한 분들이
마을에 동냥을 오곤 했는데 할머니는 이분들에게
항상 쌀밥을 지어 주셨다.
할아버지 제사 때나 구경하던 쌀밥이다.
야속하게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 버렸다.
나중에서야 큰 아버지께서 6.25때
부상을 입으셨음을 알았다.
지팡이를 뒤로 잡고 손주들을 둘씩이나 업고 다니시던
넉넉한 웃음으로 예뻐해 주시던
우리 며느리들은 똥도 버릴 것이 없다고 좋아 하시던
우리 할머니! 상국떡! 김두엽 할머니.
속 주머니에 감추어둔 용돈을 꺼내 주시며
헌금해라. 하시던 할머니
교회 열심히 다닌다고 많이 예뻐해 주셨다.
돌아가시기 전날 꿈에 나타나 서너번 뒤돌아보시며
길을 떠나시던 할머니, 명절을 앞두고 생각난다.
내 어머니가 그 할머니 나이가 되었고
나도 할아버지 될 때가 다가온다.
내 아내는 이쁜 할머니 될 것 같아 다행이다.
우리 할머니 보고싶다. 천국에 잘 계시겠지.
2017년 1월 22일. 꿈숲마을 바보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