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의 짠한 코믹 연기가 돋보이는 코미디 ‘헬로우 고스트’. [워터앤트리 제공]
아깝다. 제2의 ‘과속스캔들’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차태현 주연 코미디 ‘헬로우 고스트’ 얘기다. 미안하지만 800만 명 넘는 관객을 끌어 모은 ‘과속스캔들’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개봉도 1년 전 이 즈음으로 같고, 장르도 주연배우도 같다. 웃음 위주로 가다가 막판에 가족의 화해를 시도하며 뭉클함을 끌어내려는 구성도 비슷하다. 아직 개봉을 하지 않았기에 흥행성적까지 비교할 수는 없지만, 형제처럼 닮은 구석에도 ‘헬로우 고스트’는 완성도에서 많이 아쉽다.
영화는 상만(차태현)의 여관방 자살시도 장면으로 시작한다. 상만은 어린 시절 기억이 하나도 없는 천애고아다. 너무 외로워서 세상을 등지려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 약국 저 약국에서 그러모은 알약을 삼키려던 상만. 카메라가 빈 물통을 비추는 데서 웃음이 터진다. 병원에서 깨어난 상만의 몸에는 귀신 네 명이 깃든다. 여자만 보면 앙큼한 속을 드러내는 할배귀신(이문수), 줄담배를 피워대는 골초귀신(고창석), 하루 종일 ‘미안해’를 읊조리며 엉엉 울어대는 눈물귀신(장영남), 쉬지 않고 먹어대는 아이귀신(천보근)이 그들이다. 다들 풀리지 않는 한이 있고, 상만이 그것을 들어줘야 몸에서 나가겠다고 주장한다.
네 명 귀신의 사연, 상만과 간호사 연수(강예원)의 로맨스가 뒤를 잇는다. 귀신이 차례로 빙의(憑依)되는 현상을 컴퓨터그래픽의 도움 없이 온 몸으로 보여주는 차태현. 누가 ‘한국의 짐 캐리’라는 홍보문구를 과장이라 비난할 것인가. 눈물귀신이 씌워 동네 아줌마들 앞에서 “반상회에 처음 나와서 미안해요”라며 엉엉 우는 이 배우의 나이 올해로 서른넷. 2000년대 초에 전성기를 보낸 그이지만, ‘헬로우 고스트’는 ‘과속스캔들’에 이어 휴먼코미디 분야에서 차태현의 대안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줄 뿐이다.
“요즘은 (자살방법으로) 연탄가스가 대세다” 등의 내레이션으로 표현되는 ‘죽고 싶은데 못 죽는 남자’라는 발상도 익숙하지만 흥미롭다. 하지만 그 뒤에 따라붙은 네 귀신 이야기는 웃기기보다 하품이 난다. 코미디의 밀도가 현저히 낮아지는 전개는 후반부 배치된 핵폭탄급 반전의 김을 미리 빼놓는다. 차태현이라는 배우도 아깝지만 무엇보다 반전이 정말 아깝다. 당분간 한국영화에서 장르 불문하고 웬만한 반전은 ‘헬로우 고스트’ 앞에선 명함도 못 내밀지 모를 정도다. 단순히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귀신들과 상만의 사연을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로 꿰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다시, ‘과속스캔들’은 웰메이드 코미디였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작고 큰 웃음, 배우들의 호연 등을 차지게 모았던 연출력 때문일 것이다. ‘헬로우 고스트’는 올해 선보인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아까운 영화다. ‘간 큰 가족’‘바보’의 각본을 쓴 김영탁 감독의 데뷔작. 12세 이상 관람가. 22일 개봉.
기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