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니와 백조
고니는 오리과(Anatidae)에 속하는 대형 물새로, 겨울철새로 우리나라를 찾는다. 지금은 세계적인 보호 조류지
만 과거에는 활이나 매사냥으로 고니를 수렵하곤 했는데, 활을 잘 쏘기로 유명했던 조선 태조 임금은 고니 사냥
을 즐겼다고 전한다. 그 때문인지 특이하게도 조선왕조에서 역대 왕들에게 올리는 제사에 고니 고기가 빠지지
않고 오르기도 했다.
일본어로 고니를 백조(白鳥)라고 부른다. 일제강점기 때 고니라는 우리말 대신에 백조라는 말이 널리 쓰였는데,
그 영향이 뿌리 깊어서 지금도 백조라는 말이 입에 밴 사람들이 많다. 서양에서 고니를 뜻하는 스완(Swan) 또
는 시그너스(Cygnus)라는 말을 백조로 번역하여 러시아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백조의 호수(Swan Lake), 별자
리 중에서 백조자리(Cygnus) 등에 여전히 백조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 참고로 고니를 뜻하는 한자는 곡(鵠)이
지만, 보통은 ‘하늘을 나는 거위’라는 뜻으로 천아(天鵝)라고 불렀다.
고니는 어떤 동물일까?
고니의 영어 이름인 툰드라 스완(Tundra swan)에서 알 수 있듯이 고니는 북극권과 인접한 툰드라 지대를 중심
으로 살아간다. 툰드라를 포함한 유라시아 북부,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 등 고위도 지역에서 번식하며, 유럽
서부와 중부, 아시아 중부와 동부에서 겨울을 난다. 우리나라에는 10월에서 이듬해 3월 무렵까지 머무는데 금
강과 낙동강 하구, 동해안의 석호와 한강 등지에서 관찰할 수 있다.
고니의 세계 분포도 유라시아 북부,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 등 고위도 지역에서 번식하며, 유럽 서부와 중부, 아시아 중부와 동부에서 겨울을 난다. (참고 : IUCN Red List)
고니는 온 몸이 희고, 부리는 노랗고, 다리는 검다. 부리 끝에는 삼각형의 검은 띠가 있다. 몸길이는 날개를 활
짝 폈을 때 120 ~ 150cm에 이르고, 몸무게는 암컷이 평균 6.4kg이고 수컷이 평균 7.3kg이나 된다. 덩치가 크
다보니 날아오를 때 도움닫기를 하고, 내려앉을 때도 몸동작이 둔한 편이다.
고니는 덩치가 커서 마치 점보 제트기같다.
고니는 뭘 먹고, 얼마나 살까?
고니는 월동지에서는 주로 식물성 먹이를 먹는다. 세모고랭이(Scirpus triqueter), 부들, 줄풀, 마름(Trapa
japonica) 등 수생식물의 뿌리줄기(根莖), 열매, 뿌리를 비롯하여 검정말, 물수세미 종류의 잎과 뿌리를 먹는
다.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물속에 목만 넣어 먹이를 먹고, 수심이 깊은 곳에서는 물구나무를 서듯 꼬리를 하늘
로 들고 긴 목을 물속 깊이 넣어 먹이를 먹는다. 또 밭에서 보리 종자를 먹거나 물이 차 있는 무논에서 떨어진
볍씨 등을 먹기도 한다. 반면에 번식지에서는 새끼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 위해서 플랑크톤, 수서곤충 등
동물성 먹이도 먹는다.
먹이를 먹는 고니고니가 물속에 머리를 넣고 먹이를 찾고 있다.(촬영: 2009. 11. 18.)
야생에서 고니는 나이가 들어 죽는 경우보다 포식자에게 잡아먹혀 죽는 일이 많아서 정확한 수명은 모른다. 하
지만 표식을 단 고니들을 오랜 세월동안 관찰하면서 조사한 결과 평균 수명은 약 10년 정도였고, 최대 24년까
지 사는 개체도 있었다. 또한 2살이 넘은 경우 연간 생존율이 92% 정도로 높지만 이보다 어린 새의 경우 52 ~
81%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고니의 번식
고니는 번식지인 북쪽의 툰드라 지역에서 늦은 봄에 짝을 만나 둥지를 짓고 3~5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암컷이 품고, 수컷은 그동안 둥지 주변에 머물면서 여우와 같은 포식자가 나타나는지 경계한다. 만약 포식자가 나타나
면 암컷에게 소리로 신호를 보내 조심하라고 알려준다. 때때로 날개를 활짝 펴고 용감하게 달려들어 포식자를
쫓아버리기도 한다.
알을 품은 지 한 달쯤 지나면 귀여운 아기 새들이 깨어난다. 새끼들은 태어나서 털이 마르면 바로 걷고 움직일
수 있다. 부화하고 약 한 달 반이 지나면 둥지를 떠나 부모 새와 함께 월동지로 여행을 떠난다. 이후 새끼들이
독립할 때까지 어미와 어린 새로 이뤄진 가족 단위로 생활한다.
고니의 어린 새는 어른 새와 달리 몸깃이 밝은 회갈색이 나며 부리와 다리는 분홍색이다. 어린 새의 몸통 깃털
은 태어난 지 2년째 겨울이 되어서야 비로소 어미와 같은 흰색으로 바뀌는데, 머리에서 목까지는 여전히 회갈
색이 남아 있다. 보통 고니는 태어나서 3~4년을 자라야 비로소 어른 새가 된다.
고니의 어른 새[성조(왼쪽)]와 어린 새[유조(오른쪽)] 비교 어린 새는 몸 색깔이 회갈색이며 부리와 다리가 분홍색이다.(촬영: 2009. 10. 26.)
고니는 추위를 어떻게 견딜까?
겨울철에 고니는 낮에는 먹이가 풍부한 하천의 본류에서 먹이를 찾고, 저녁이면 갈대가 많은 하천의 지류로 이
동하여 갈대를 바람막이로 삼아서 잠을 잔다. 아주 추운 날에는 부리를 등 쪽 깃털 속에 파묻고 한쪽 다리를 배
안에 감춘 채로 한 다리로 서서 체온 손실을 최소화한다. 너무 추운 날에는 아예 먹이 활동도 멈추고 움직이지
않고 쉰다.
고니는 빽빽한 깃털 사이에 공기층을 만들어 체온을 지킨다. 또 부리를 깃털 안에 파묻는 이유는 내쉬는 숨에
포함된 온기를 깃털 사이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금으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새들이 추운 날에 깃털을 부풀
리고 앉아 있는 것도 부풀린 깃털 속에 공기를 품어 공기층을 이루어 열 손실을 막기 위한 것인데, 이는 오리털
점퍼의 원리와 같다. 또 여러 마리가 무리를 지으면 차가운 바람을 막을 수 있고 서로의 체온으로 열 손실을 줄
일 수 있다.
고니는 꼬리 쪽에 기름샘이 있어서 깃털에 수시로 바른다. 기름을 바른 깃털은 잘 젖지 않아서 차가운 물에서
열을 덜 빼앗기게 한다. 이처럼 새들이 깃털을 다듬는 이유는 것은 멋있게 보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깃털을 건
강하게 하고 추운 겨울을 살아남기 위해서다. 겨울철새의 경우 월동지로 오기 전에 먹이를 많이 먹고 몸에 지방
을 충분히 저장시킨다. 번식지에서 지방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채로 월동지로 오는 경우 탈진하여 죽기도 한
다.
얼음 위에서 무리지어 쉬고 있는 고니류2012년 1월 경기도 안산시 시화호에서 촬영(촬영: 2012. 1. 28.)
[글상자 1] 왜 오리들은 얼음 위에서도 다리에 동상을 입지 않을까?
추운 날에 물새들을 관찰하다 보면 얼음 위에서 머리를 깃털에 파묻고 한 다리로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빽빽
한 깃털로 덮인 몸은 춥지 않겠지만, 신발도 신지 않은 맨 다리는 왜 꽁꽁 얼지 않을까?
새의 다리는 특별한 ‘역류열교환’ 방식으로 혈액을 순환시켜 열 손실을 막기 때문이다. 보통은 심장에서 나온
따뜻한 피가 동맥을 통해 온몸으로 전해진 뒤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돌아온다. 추운 날씨에 노출된 다리
에 공급된 혈액은 식어서 다시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가는데 그대로 차가운 피가 심장에 전해지면 체온이 급격
히 떨어질 수 있다. 새들의 다리에 있는 동맥과 정맥은 가깝게 위치해 있어서 차가운 정맥혈이 심장으로 돌아
갈 때 근처 동맥의 따뜻한 혈액이 정맥혈을 데운 후 심장으로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