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철쭉꽃이 피자 우리를 찾아온 것은 철 이른 여름이었다. 이제 5월 말인데도 한여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영복 차림의 성급한 물놀이객들이 바닷가에 등장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더위와 함께 야외활동하기 좋은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자 전국의 캠핑장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런 날씨라면 누구나 가족과 함께 캠핑장에서 뒹구는 하루를 꿈꾸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캠퍼들이 캠핑장에 도착해 텐트를 치고 준비를 마치면 노곤함을 호소한다.
먼 길 달려와 집까지 지었으니 큰일을 마친 안도감이 몰려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들이 낮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론 그냥 여유롭게 쉬는 것도 좋은 일이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는 것도 분명 가치가 있다. 하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 중 하나가 야외에서 누리는 식도락의 기쁨일 것이다.
오토캠핑에서 먹는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평소에 시도하기 힘든 요리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모닥불을 이용해 평소 접하기 어려운 색다른 먹을거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번 달에는 요리책 <나는 더치오븐이 좋다>의 저자 이충우씨(크로니산악회)와 함께 불을 피우는 캠핑장에서 즐길 수 있는 간단한 ‘더치오븐’ 요리들에 도전해 봤다.
베이컨으로 감아 구운 영계
베이컨의 감칠맛과 화이트와인소스로 풍미 살려
더치오븐으로 구운 닭은 살 속의 수분이 빠지지 않아 부드럽고 담백하다. 이충씨는 기존의 ‘로스트 치킨’에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베이컨을 첨가했다. 백숙에 사용하는 영계에 베이컨을 감아 구우면 훨씬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료
영계 1마리, 베이컨, 올리브오일, 화이트와인, 방울토마토, 월계수 잎, 소금, 후추
만들기
1 더치오븐을 예열한다.
2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 불순물을 제거한 영계를 베이컨으로 개성 있게 감싼다.
3 더치오븐 속에 팬을 올리고 그 위에 영계를 놓고 노릇하게 굽는다.
4 처음에는 강하게 30분 정도 윗불과 아랫불을 준다. 닭의 표면이 짙은 노란 색으로 변하면 윗불 위주로 약하게 30분 정도 더 가열한 뒤 꺼낸다.
5 닭을 올린 팬에 흐른 기름은 버리지 말고 화이트와인과 월계수 잎, 소금 후추로 간을 한 뒤 센 불로 끓여 소스를 만든다. 접시에 영계와 구운 토마토를 올리고 와인소스를 뿌린 뒤 마무리한다.
더치오븐 훈제 소시지
고급 수제소시지 버금가는 맛과 향
재료
소시지, 햄, 훈연칩
만들기
1 준비한 소시지와 햄에 연기가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칼집을 낸다.
2 더치오븐에 알루미늄 호일을 깔고 훈연칩을 넣은 뒤 토치로 불을 붙인다.
3 트리벳을 깐 후 소시지와 햄을 올린다.
4 훈연칩의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더치오븐 뚜껑과 본체 사이에 나뭇가지나 나무젓가락을 끼운다.
5 아랫불과 윗불을 올리고 1시간 정도 은은하게 훈연한다.
[ 더치오븐 ]
더치오븐 길들이기
요리를 하기 위한 준비 단계
주철로 만든 더치오븐은 사용하기 전에 길들이기(seasoning)가 필요하다. 이는 오븐이 녹스는 것을 방지하고 조리 시 음식이 눌러 붙지 않도록 기름으로 코팅하는 과정이다. 더치오븐은 출하 때 녹 방지를 위해 왁스를 칠한다. 따라서 사용 전에 이 왁스를 완전히 벗겨내고 기름으로 코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먼저 수세미와 뜨거운 물을 사용해 오븐의 본체와 뚜껑을 깨끗이 닦아 낸다. 잘 닦은 더치오븐을 완전히 말린 후 올리브유를 얇게 바른다. 그 다음 약한 불에 가열해 기름을 완전히 태운다. 처음에는 기름이 타며 연기가 나는데 연기가 더 이상 나지 않을 때까지 골고루 가열한다. 이런 과정을 2~3회 반복한 뒤 식힌다.
본격적인 요리에 앞서 더치오븐에 기름을 두르고 파나 양파, 허브와 같은 향이 강한 야채를 볶는다. 이는 주철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한 것으로 2~3회 반복한다. 그런 다음 더치오븐에 새 올리브유를 발라 다시 한 번 구워 내면 길들이기는 끝난다.
더치오븐
다양한 요리 가능한 무쇠 솥
더치오븐은 대부분 주철 소재라 녹슬기 쉽고 충격에 약해 관리가 까다롭다는 게 단점이다. 덩치와 무게 또한 만만치 않아 남성의 요리기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의 제품도 있지만, 더치오븐은 주철로 만든 묵직한 것이 열전도와 밀폐성이 뛰어나 제 기능을 한다.
더치오븐으로 만든 요리는 주철 고유의 뛰어난 열전도성과 축열 기능으로 맛이 뛰어나다. 솥 전체로 열이 골고루 전달돼 한쪽만 익거나 하지 않고, 튀김을 할 때도 기름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무거운 뚜껑의 밀폐력도 무시할 수 없는 기능이다. 더치오븐으로 조리하면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수분이나 기름이 뚜껑의 무게 때문에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일종의 압력솥 역할을 하는 것이다. 덕분에 식재료를 단시간에 깊숙한 곳까지 잘 익힐 수 있다.
캠핑용 더치오븐의 뚜껑은 숯이나 차콜 브리켓(briquets) 등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도록 돌출된 테두리를 가지고 있다. 이는 뚜껑에 열을 줘서 재료를 익힐 수 있도록 고안된 디자인이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빵과 피자, 로스트 치킨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더치오븐은 온도 조절이 용이한 차콜 브리켓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사용자가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면 가스스토브, 모닥불, 숯 등 어떤 열원이라도 가능하다.
비학농원 캠핑장
비학산 북쪽 계곡에 둥지 튼 호젓한 캠핑장
파주 법원읍 직천리에 위치한 비학농원캠핑장은 아늑한 분위기가 일품인 오토캠핑장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캠핑장으로 비학산 북동쪽의 호젓한 골짜기 초입에 자리하고 있다. 주변에 민가가 많지 않고 숲이 짙어 분위기가 차분한 것이 장점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비학산 계곡과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저수지를 감상하며 하루를 보내기 좋은 장소다.
이곳은 캠핑을 겸한 낚시 체험에 최적의 환경을 지닌 곳이다. 캠핑장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민물 낚시터로 유명한 직천저수지가 자리하고 있고, 캠핑장 바로 옆에도 잉어와 향어를 풀어 둔 유료낚시터가 있다. 낚시도구를 빌릴 수 있어 별다른 준비 없이 찾아가도 낚시 체험이 가능하다.
캠핑장 바로 뒤편에 비학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나 있어 등산애호가들에게도 좋은 베이스캠프다. 비학산(飛鶴山·454m)은 10년 전만 해도 일반인은 오를 수 없는 곳이었다. 1968년 ‘1·21 무장공비 침투 사태’ 때 김신조 일당의 침투 경로로 이용됐고, 그 이후로도 무장간첩 침투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한 곳이다. 비학농원캠핑장에서 출발해 정상을 거쳐 직천저수지 방면으로 다시 내려오면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지난해 처음 문을 연 비학농원캠핑장에 총 18개의 사이트가 조성되어 있다. 바닥에 파쇄석을 깔아 빗물 빠짐이 좋다. 1번 사이트(6만 원)와 3번 사이트(5만 원)에는 작은 방갈로가 딸려 있다. 캠핑장 한가운데 자리한 사무실 건물에 화장실과 샤워장, 식기세척대, 매점 등의 편의시설이 집중되어 있다.
사이트 이용료는 4인 기준 3만5,000원이다. 기준인원 초과 시 1인당 5,000원의 추가비용을 받는다. 장작(1만 원)도 판매하고 있다. 홈페이지(www.비학산농원캠핑장.kr)를 통해 온라인 예약이 가능하다.
찾아가는 길
파주 법원읍사무소에서 약 12km 거리로 차로 15분쯤 걸린다. 서울 북서 지역이나 일산 지역 캠퍼들은 자유로를 타고 문산을 경유해 접근하면 주말에도 길이 거의 밀리지 않아 편리하다.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만월로 613번길 2147(직천리 760-2). 문의 010-9581-1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