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입성과 천하포무(天下布武)
크고 작은 전투에서 승리하고 동맹관계를 맺으면서 입지를 점차 넓혀가던 오다 노부나가가 교토로 진출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던 중 교토의 무로마치 막부에서 분열이 생기면서 좋은 기회가 생겼다. 교토 기나이에서 힘을 자랑하던 미요시 가문이 무로마치 막부의 쇼군 아시카가 요시테루를 암살하고 그의 사촌 동생 아시카가 요시히데를 쇼군으로 옹립하면서 암살당한 아시카가 요시테루의 동생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 1537~1597)가 오다 노부나가에게 그 몸을 의탁해온 것이다. 쇼군 후보를 옆에 끼고 막부를 바로 세운다는 기치 아래 오다 노부나가는 교토로 군사를 끌고 갔고 마침내 미요시 가문을 내쫓고 아시카가 요시아키를 15대 쇼군으로 옹립하였다. 이로써 오다 노부나가는 힘 좀 쓰는 지방 영주에서 중앙 정치를 쥐락펴락하는 권력의 일인자로 급부상하였다.
이보다 좀 전에 이미 오다 노부나가는 자신이 일본을 통일하고 전국시대를 끝내는 주인공이 되려는 야망을 세상에 공표한 바가 있었다. 그는 미노를 정복한 후, ‘천하포무(天下布武)’라는 인장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직역하자면 세상을 무로 덮겠다는 뜻인데 이는 자신의 힘으로 천하를 다 덮겠다는 의지표명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바나 산성으로 거처를 옮겨가면서 그곳의 이름을 기후[崎阜]라고 고쳤다. 이 기후의 기(崎)는 중국 주나라의 발상지인 기산(崎山)에서 따 온 것이었다. 이를 보고 어쩌면 오다 노부나가는 일본통일을 넘어 천황에 오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해석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다 노부나가는 무로마치 막부에서 내리는 일체의 관직도 거부했고 천황이 주는 관직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로지 전국시대를 끝내고 통일 과업을 달성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가 이들이 주는 관직을 받지 않은 것은 마음속에 이미 자신은 그들 위에 서겠다는 생각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다 노부나가의 급작스러운 성장과 중앙진출은 그를 견제하거나 반목하는 세력을 증가시켰다. 이전까지 승승장구하던 오다 노부나가는 더 큰 힘을 가진 진짜 세력자들과 힘을 겨루어야만 했다. 아사이와 아사쿠라 가문, 다케다 신겐(武田信玄, 1521~1573), 우에스기 겐신(上杉謙信, 1530~1578), 이시야마 혼간지 세력 등등 통일을 위해 오다 노부나가가 넘어야 할 산들은 많았다. 게다가 오다 노부나가의 힘으로 쇼군 자리를 되찾은 아시카가 요시아키는 오다 노부나가가 자신을 허수아비 쇼군으로 만들려고 하자 오다 노부나가의 반대세력과 손을 잡고 그에게 등을 돌렸다.
무로마치 막부를 끝내다
오다 노부나가가 일본통일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그것은 다케다 신겐이었다. 다케다 신겐은 오다 노부나가에게는 상당히 버거운 상대였다. 오다 노부나가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1543~1616)와 손을 잡고 다케다 신겐과 미카다가하라에서 격돌하였으나 월등히 강한 다케다 신겐의 군대에 대패하였다.
쇼군 아시카가 요시아키는 다케다 신겐과 아사쿠라, 아사이 등을 부추겨 오다 노부나가의 토벌군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때 하늘은 오다 노부나가의 손을 들어주었다. 오다 노부나가가 그토록 어렵게 생각했던 다케다 신겐이 병으로 급사하고 만 것이다. 다케다 신겐 측은 그의 죽음을 숨겼지만 (다케다 신겐의 죽음을 숨기고 다른 사람이 다케다 신겐인 척하는 내용의 영화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가게무샤(카게무샤)]이다) 이미 오다 노부나가는 이를 간파하고 미리 준비해둔 쾌속선을 타고 비와호를 건너가 쇼군 아시카가의 군대를 대파하였다.
오다 노부나가는 자신에게 반기를 든 아사쿠라와 아사이는 자결토록 하고 쇼군 아시카가 요시아키는 교토에서 추방하였다. 이로써 전국시대의 상황에서도 아슬아슬하게 그 명맥을 유지하며 200년간 존속되었던 무로마치 막부는 끝이 났다. 명목상의 막부마저 사라지자 영주 간의 경쟁은 더 치열해져 갔다. 이제 누구라도 패권을 잡는 자는 눈치 보지 않고 새 막부를 만들어 대대손손 일본을 다스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다 노부나가는 다케다 신겐의 아들 다케다 가쓰요리(武田勝頼, 1546~1582)의 군대를 철포부대를 이용해 무너뜨리고, 우에스기 겐신과 맞서게 되었다. 우에스기 겐신은 다케다 신겐과 그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맹장으로 그 역시 오다 노부나가에는 어려운 상대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하늘은 오다 노부나가의 편을 들었다. 우에스기 겐신이 오다 노부나가와의 격전을 앞두고 뇌출혈로 급사한 것이다.
다케다와 우에스기를 넘어선 오다 노부나가는 승승장구했다. 그는 11년간 자신에게 맞서온 이시야마 혼간지와의 대결에서도 수장이던 승려 겐뇨의 항복으로 승리하였다. 이제 명실상부 오다 노부나가는 통일의 주인공으로 관록과 면목을 과시할 순간을 맞고 있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