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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의 최후 (30)
그 서신의 내용인즉 이러했다.
지금 조선장수 임경업이 李浣(이완)을 부장으로 삼아 청나라의 파병요구에 兵船(병선)120척에 군량1만3천석, 청나라
조공미 1만석에 군사 6천을 거느리고 요하부근에 정박중이라는 사실과 청나라 九王(구왕:睿親王 도르곤,청태조의 14왕자)
이 馬夫大(마부대)를 부장으로 삼아 팔기군 1만을 이끌고 심양을 출발 이곳을 치고자 진군중이라는 첩보였다.
참고로, 의주에서 전사한 李莞(이완)은 덕수이씨고, 여기서 李浣((이완)은 경주이씨로 효종조 북벌의 주역 훈련대장이다.
한편, 유주성 태수 고영하는 혼비백산 해서 돌아온 부장으로 부터 진무의 진중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보고받더니 박장
대소를 한다.
과연 내가 사람을 잘못보진 않았구나,그 사람은 능히 그러고도 남음이 있는 영웅일세 그려 !
암 ~ 그정도는 돼야 一軍(일군)을 호령할 將材(장재)라 할것이다 ! ...부장은 春秋(춘추)의 고사를 아는가 ?
예..! 태수어른 ... 명심 하겠사옵니다 ! 그럼뫴다.
무릇 춘추에 찬연히 빛나는 영웅들이 다 그러했지 ~ 백기,왕전,염파,손무등등 허다한 장수들이 모두 전장에선 왕의 명도
따르지 않고 오로지 군률로만 움직였다네 ... 말이 그렇지 정녕 그런 장수가 몇 되는가 ?
전군 출병하라 !
이윽히 바라보이는 저편에 청나라 대군의 깃발이 무수히 펄럭이며 피아의 간격이 좁혀져 오는데 족히 1만의 대군임에 틀림
없다.
진무 드디어 軍令(군령)을 하달한다.
전군 전투준비 !
부장 조병화가 기를 휘둘르자 좌우 대장이 각기 흩어지면서 적진을 향해 진군했다.
동패의 좌군은 적의 예봉을 피해 후진을 향해 포진했다.
과연 듣던바대로 적의 전단은 대오가 정연하고 기상이 씩씩하다.
동패, 언월도를 높이 처들고 전군 돌격명령을 하달하니 마치 둑이 무너져 내리듯 적진을 향해 덮쳐 들었다.
각 부장들에게 명하여 화살을 퍼부으면서 방패로 방어하라 기를 흔드니 그 명령의 하달과 회수가 신출귀몰하기 짝이없다.
어느덧 동패의 군사들은 적진의 후방 깊숙이 파고들어 난전을 벌이고 동패의 언월도는 서에번쩍 동에번쩍 하며 마치 피에
굶주린 사자가 미쳐 날뛰듯 적군을 베어대니 군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듯 더욱 거세고 사나운 공세를 취한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풍뢰의 2천 군사가 공격명령과 함께 적의 측방을 치고 들었다.
풍뇌는 철저하게 그의 채찍을 휘둘렀는데 백발백중 적의 머리나 목을 날려대는데 저승사자가 하강한듯 자신의 말 잔들에
곧추서서 자유자재로 적장의 말을 빼앗아 탓다가는 어느 순간 또 자신의 말에 오르며 채찍으로 말다리를 후려 넘어뜨려
죽이던가 아니면 채찍끝의 추를 적에게 격중시켜 절명 시켰다.
청나라 대군은 한번도 져 본적이 없던 강군이었고 또 그리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건 도무지 별 이상한 전법과 귀신같은 장수
가 나타나 1만 대군을 휘져으며 무너뜨리는 광경을 보고 적장 도르곤과 마부대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미쳐 진을 치기도 전에 당하다보니 놀랍고 두려웠다. 이럴수가 천하에 ....
이놈들 물러서지 말고 어서 전군은 전열을 가다듬어 반격을 가하라 !
무인의 최후(31)
이때 진무의 中軍(중군)이 움직였다.
조부장 ! ... 네 원수 !
그대는 내가 일지군을 이끌고 적을 치다가 짐짓 패하여 이리로 패주해 올때 저 들판에 준비했던 그 쇠못들을 촘촘히 뿌려두라 ...
오늘의 성패는 그것에 달렸으니 실수없이 이행하라 !
적은 반드시 이곳이 산이나 계곡이 아닌 개활지라 속임수나 伏兵(복병)따윈 의심하지 않고 추격해 올것이다.
진무 1천의 군대를 부장에게 맡기고 스스로 2천의 군사를 이끌고 적진을 향해 돌진했다.
언뜻 보니 마부대가 창을 들고 달겨들며 외친다.
네 이놈 ! 하룻강아지 범무서운줄 모른다더니 감히 예가 어디라고 날뛰느냐 ?
뭐라 ? ... 네가 마부대란 아해로구나 ~ 네놈이야말로 저 목단강변에서 농사나 질것이지 그래 어쩌자구 분수도 모른체
이렇듯 방자하뇨 ?
순간 두 범이 맞붙었다.
단 한수도 밀리지 않는 접전이 일어나니 창과 창이 부딪칠적 마다 불꽃이 튀고 숨이 멎는듯 한데 ~ 양쪽 말들이 점점 지쳐만 간다.
마부대 ... 아니 이자가 누구관대 이정도로 강한가 ? ... 明將(명장)중에 이런자가 다 있었다니 .
거듭 놀라워 하며 이거 잘못하다간 낭패 보것다. 놈을 아예 이참에 죽여야 후환이 없겠군....
진무도 마찬가지였다, 놈이 청장중에 명장이라더니 과연 허언이 아니로군 ~ 그래 슬슬 시작이다.
순간 진무가 말에 박차를 가하며 마부대를 향해 창을 꼬나들고 달겨들었다.
두 장수가 창을 서로 찌르며 맞붙는 순간 상대의 창을 서로 겨드랑이에 껸채 용트림을 치니 동시에 말에서 뒤엉켜 떨어졌다.
그렇게 땅위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던 진무가 조금씩 밀리는가 싶었는데 그 敗色(패색)이 점점 짙어만 간다.
마부대 이때를 놓칠세라 장검을 쭈욱 뽑아 단칼에 목숨을 거둘 요량으로 짖쳐 들어올때 진무 옆을 흘낏 보더니 잽싸게 말에
올라 꽁무니를 빼면서 내 오늘은 좀 볼일이 있어 더는 놀아줄수가 없구나 ... 마가야 담에 보자 !
이러면서 줄행랑을 쳐 대니 장수가 내 빼는데야 군사들이 더 싸울 용기가 나겠는가 ~ 군사들도 진무가 힘에딸려 도망하는
줄만 알았으니 ...
더러는 적의 칼에 죽고 밣히고 하면서 진무가 달아난 방향으로 전군이 썰물빠지듯 도망을 했다.
네 이놈 ~ 그 목아지를 놓구가거라 !
마부대 이 기회를 놓치면 저 맹랑한놈을 못죽일것 같다는 예감에 전군을 몰아 추격을 하는데 그렇게 얼마를 쫒았나 ?
갑자기 자신이 탄 말과 다른 군사들의 말들이 모조리 비명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치고 갈팡질팡 아우성이 났다.
무엇엔가 심하게 말들이 발바닥을 찔려서는 피를 흘리며 놀라날뛰며 저네편끼리 뒤엉켜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으니
그건 일찌기 진무가 병장기 만들때 준비해둔 날카로운 쇠못들을 널판지에 박아 깔아놓은 결과였으니 그 순간을 놓치지않고
어느사이 진무의 군사와 조병하의 군사가 포위해 화살과 쇠뇌로 공세를 퍼 부으며 시살을 하고 동패의 좌군과 풍뇌의 우군
이 協擊(협격)을 가함에 속수무책으로 淸軍(청군)은 죽어갔고 난군중에 적장 마부대는 간신히 도르곤을 호위하며 죽기를
한하고 도망을 했다.
과연 마부대는 무서운 장수였다. 앞길을 막는 진무군 병사들을 수십을 베고 구왕 도르곤의 혈로를 여는모습은 가히 神將
(신장)같았다.
무려 1만에 달하던 청나라 대군 8천을 죽이고 말 3천필, 염초 2백근, 군량 5백석,기타 창,칼,우마차, 갑옷등등 이루 헤아릴
수없이 많은 노획물을 수습하고 전군을 움직여 적군의 시신을 모아 한곳에 묻고 그 영혼을 달래는 鎭魂祭(진혼제)까지
치루어 주니 군사들마다 장군의 마음씀이가 과연 우리들이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인물이다. 했다.
그러나 진무군 역시 군사 2백이 전사하고 또 수백의 부상자가 나왔으나 적에 비하면 가벼운 피해였다.
진무는 전황기록을 빠짐없이 기록하게 하고 전몰장병에 대하여 그 가족들에게 후한보상과 위문을 했다.
한편 패군지장 도르곤과 마부대는 스스로 몸에 결박을 짖고 머리를 산발하고 맨발로 걸어 청황제 홍타이치 앞에 나아가
죽음을 청했다.
폐하..! 신등을 죽여주옵소서 !
그래 ? 군사 8천을 잃었다구 ? ...너희가 그러고서도 대청제국의 장수란말이냐 ?
여봐라 ~ 당장 저자들의 목을 참하라 !
이때 옆에 시립했던 大臣하나가 나서며 폐하 저들을 죽여서는 아니 되옵니다. 하며 말린다.
비록 전쟁에 패했다고는 하나 구왕 도르곤 왕야는 폐하의 형제분이옵고 마부대는 이 나라 제일의 무장이옵니다 어찌 한번의
실수로 저들을 죽일수 있겠사옵니까 ?.. 더구나 저런 勇將(용장)들은 군사 십만에 버금할만한 가치가 있는 장수이옵니다.
승패는 병가의 상사이니 그저 하해같은 은전을 베푸셨다가 후일에 다시 크게 쓰시옵소서 !
청태종이 잠시 노기를 누구러트리고 나서 호령을 한다.
너희를 군률로 다스릴양이면 죽음을 면치 못할것이로되 大臣이 말리는 뜻도 옳다여겨져 잠시 경들의 목숨을 살려두어
근신케 할것이다. 당장 물러가라 !
이리하여 도르곤과 마부대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고 청태조가 부를때가지 한발자욱도 집에서 떠나지 않았다.
무인의 최후 (32)
개선장군
凱旋(개선)해 오는 진무군을 유주성 밖까지 마중나온 고태수의 칭찬이 입이 마를지경이다.
아니, 어찌 그곳에 쇠못을 뿌리고 유인책을 썼단 말인가 ?
그리고 군사들 마져도 장군이 마부대에게 정말 지는 것으로 보였고 그저 살기위해 도망치는걸로 알고 모조리 따라서
퇴각했다 하던데 말이요 ?
하하 ... 아 소장이 마부대란 놈한테 정말 죽는줄 알았다니까요 ... 그렇게 속이지 않으면 그놈이 당해 주겠습니까 ?
우선은 동패와 풍뇌의 활약이 돋보여 청나라 營寨(영채)를 뒤흔들어 놓은게 승전의 단초가 됐습니다 태수!
그 담은 말들이 발바닥을 찔려가지고 길길이 날뛰게 만든게 이긴 요인이지요 하하 .
하여간 모처럼만에 거둔 명군의 승리올시다. 오늘 크게 잔치를 열어 군사들을 위로합시다.
그날밤 진무의 군사들과 유주성 군사들 모두 모처럼만의 포식을 했다.
모두가 태수의 인덕과 장군의 무용에 크게 감동을 했고 더욱 싸우면 이길수 있다는 자부심이 옹골차게 여물어갔으니...
그 밤 내내 술에 취해 장수나 군사들이나 한 막사에서 잦다.
장수가 이러니 군사들이 모두 친 형님 처럼 따르고 좋아했다.
그 이틑날도 역시 마찬가지로 진무는 막사를 돌며 상처난 군사들의 고름을 짜 내어 주고 심지어 종기는 입으로 빨아
뱃으며 돌보니 모두가 눈물을 흐리면서 장군을 위해 죽겠다 했다.
이렇게 몇날몇일을 보내며 진무는 한시도 쉬지않고 진중에 군사들을 돌보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들어 해결하도록 노력했다. 참으로 어질다 못해 거룩한 모습이었다.
한편, 동패와 풍뇌는 고태수를 찾았다.
영감...!
허허... 어서들 오시오 ... 내 그대들이 찾아올줄 알았다네 ..
네에 ? 그걸 어찌 태수께서 아신단 말씀이요 ?
아니, 왜 모르겟소 ~ 내 내일중으로 진장군을 휴가를 보낼 생각이요 .. 이러면 됐는가?
하하 고맙습니다 태수영감!
사실 형수님이 이제나 저제나 형님만을 기다리실텐데 ... 전공을 크게 세우고 개선했다는 소식이 성내에 자자하건만
집은커녕 한자 소식도 안주시고 저렇듯 진중에만 계시니 원....
알았네 ~ 내가 불러서 처리 할것이니 기다리게들 ~ 두사람 씽긋 웃으며 태수부를 나왔다.
다음날 태수와 진무가 차를 한잔하는차에 태수 왈 장군, 몇일간만 내게 군사를 좀 빌립시다 ~ 내 그들을 좀 요긴하게
쓸일이 있으니 장군은 한 이레쯤 쉬시구려!
예 ? 군사를 빌리다니요 ? ...아니, 그리구 몇일 쉬라는 분부는 도무지 납득이 안가는 말씀이올시다.
또 장수가 한시인들 진중을 비울수가 있는지요 ?
아 ~ 그건 군사들을 성벽을 보수하고 성밖에 해자를 더욱 깊이파야 하겠기에 그일에 투입할것이고 또 그런 일에는
그 나름대로 유능한 부장들이 있으니 장군은 잠시 휴가를 하라 이 말이올시다.
아 그래야 장군 부인도 좀 가 보아야 할것 아니겠소 ?
허허 ~ 이런 원 태수님도 ... 민망하옵니다 ...태수영감 ...!
그렇다면 제 의제들을 남겨두고 쉬어도 되겠는지요 ?
아니요 ...! 그들과 함께 쉬었다 오시오 ... 이건 아마 쉽지않은 기회일게요 ...
전황이 또 어찌 돌변할지 누가 아오 ?
네 알겠사옵니다 ! 태수영감 !
이렇게 해서 삼형제는 유주대주점 좋은 방에 들어앉아 술에 고기에 실컷 먹고마시고 나사가 풀릴정도로 퍼대다가는
심심하면 말을 타고나가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무인의 최후 (33)
한편,임경업은 청나라의 압력에 못이겨 舟師上將(주사상장)이 되어 군선 120척에 군사 6,400을 이끌고 錦州衛(금주위)
를 칠적에 등주의 명나라 장수 洪承疇(홍승주)에게 승려 獨步(독보)를 보내 마지못한 군사행동임을 통고하고 애써
싸우지않았다.
사세가 이렇게 되자 청나라는 관리 范文程(범문정)을 시켜 임경업의 진군을 강요했으나 듣지 않았고 稅貢米(세공미:
청나라에 바치는 공물) 1만석을 요하입구까지 바치라 했으나 역시 듣지않고 모두 수장시켜 버렸다.
이에 청나라는 범문정을 보내 소현세자를 실랄하게 힐책했으니 적국에 볼모된 세자의 가슴이 어떠 했으랴 !
청황제는 칙사를 보내 거듭 명나라와 싸울것을 종용했으나 임경업은 끝내 듣지않았으며 오히려 副將(부장) 李浣(이완)
에게 군사 1,500을 주어 조선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청나라 장수의 지휘에 따라 진퇴를 같이했을뿐 명나라와 싸우지
않았으니 그 억장이 무너지는듯한 울분과 어찌 할 바를 종잡지 못하는 처지의 약소국 장수된 자의 답답함이 기하였던가?
거대한 中原(중원)대륙에 돌풍이 불고 있었다.
곤륜과 천산을 넘어온 바람이야 오히려 대륙에 비옥한 땅을 만들어 만민이 풍요를 누리며 살게 했건만 그 땅에 발붙인
인간들의 역사는 주기적으로 쟁탈의 모습을 버리지 아니했으니 이것이 또한 하늘의 안배던가 ?
조선장수 임경업은 끝끝내 명나라와의 의리를 지켜 청나라의 빗발치는 독촉에도 불구하고 明軍(명군)을 치지않았고
또 만부득히 出兵(출병)한 사실을 명나라에 알렸건만 저 부패무능한 명나라 장수들은 생각이 달랐다.
힘써 싸우지 않았고 그저 적당히 넘기며 판세를 저울질해 대는 장수와 관리들이 많았다.
이때 금주위를 청나라 대군이 압박해 오고 있다는 첩보가 유주성주에도 날아들었다. 청나라 예친왕이 용골대를
부장으로 삼고 조선장수 임경업을 수하부대로 삼아 금주위 10리허에 군사 2만3천을 이끌고 영채를 셌웠다는 보고였다.
이에 유주태수는 전군을 일으켜 일부는 성을 지키게 하고 1만을 거느리고 금주로 향할 때 진무로 하여금 5천의 군사로
일익을 맡게 하였다.
진무, 행군중에 도대체 이 기막힌 전쟁을 어찌해야 하는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아 ~ 청나라만도 아닌 조선군 ...그것도 임경업 장군과 싸울수는 없다.
錦州衛(금주위)의 主將(주장)은 洪承疇(홍승주)로 일찍이 임경업으로부터 중요한 군사 정보를 받고서도 유효적절하게
전략을 세우지도 않았고 더욱이 장수로써 갖추어야 할 덕목이 모자라는자였다.
임경업의 조선군은 청나라의 성화에 못이겨 전장에 투입되었지만 화살촉을 빼고 활을 쏘니 단 한명도 명나라 군사가
약간의 찰과상을 입었을지언정 죽는예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청나라 대군이 물밀듯 금주성을 공격하니 그만 홍승주는 청나라에 투항을 하고 말았다.
유주성 태수 고영하와 진무등은 미처 금주에 당도 하기도 전에 이 급보를 받고 부랴부랴 회군하여 돌아갔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청나라에 항복한 홍승주는 조선장수 임경업이 그동안 모든 군사정보를 승려 독보를 통해 명나라에 알려온 사실을
청나라 조정에 고해 바치니 임경업을 잡아들이라는 명이 떨어졌다.
급기야 청나라는 조선을 압박하여 兵判(병판) 元斗杓(원두표)로 하여금 장군을 체포하여 청나라로 압송중 황해도
금천 금교역에서 탈출, 한때 절에숨어 승려노릇을 하다가 배를 타고 명나라로 망명했다.
그리고는 해풍도로 가서 도독
馬騰高(마등고)의 휘하에 들어가 군사 4만을 이끄는 平虜將軍(평로장군)이 되었다.이 소식은 명나라와 청나라 모두에게 알려졌다.
진무는 점점 알수없는 고민과 의구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무인의 최후(34)
사내가 할 일이 없어 죽칠땐 차라리 이것저것 모르는 문열이만도 못하다는 말이 있다.
진무야말로 그러했으니 몇 달을 그렇게 들어앉아 술 아니면 연무장,집이니.. 이건 도대체 그에게는 영 좀이 쑤시고 배길수
없는 무료함의 극치였다.
아무리 아름다운 옥향과 같이 있다고는 하나 어느새 그에게는 피가튀는 전장이 익숙하고 어디론가 떠나고푼 역마살이
단단히 부푸는 시기였다.
그는 고태수를 만나 잠시 임경업장군을 만나러 가겠다고 청했다.
하긴, 이럴때 임장군을 만나는것도 꽤 좋을듯 하오 ~ 한번 다녀오시구려 요즘 임장군이 등주에 계시다는데 서둘러
떠나도록 하시오 !
네 그럼 의제들중 동패를 남겨두고 풍뇌와 함께 다녀 오겠나이다.
그렇게 하시구려 ...!
이리하여 진무는 풍뢰를 대동하고 등주에 있는 임경업을 만나러 떠났다.
홀로 남은 동패는 짜여진 시간대로 군사들을 조련하고 자신의 무예연습에 열중했다.
뿐만 아니라 조석으로 형수님을 찾아 문안인사를 하고 수시로 주루의 안전을 챙길때쯤 어느덧 옥향의 산달은 가까워
가고 대륙의 풍운은 시시각각 변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드디어 진무, 등주에 이르러 임장군을 만나니 세사람이 반가움에 그만 눈물이 글썽한다.
어서 오게 ~ 아니..? 賢弟(현제)가 어찌 예까지 다 왔는가 ?
그간 강녕 하셨사옵니까 장군 !
하하 ~ 강녕이 다 몬가 ? 내 하마터면 청나라에 잡혀가 죽을뻔 했지 ... 황해도에서 도망쳐 이곳까지 오리라곤 꿈에도
생각못했다네 ~
그대야말로 유주에서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는 말은 내 익히 들어오고 있는 실정일세 ^^
사실 그 고영하 태수같은 양반은 우리네 보다 연세도 위지만 그 옳곧은 성품하며, 의협심 강하고 충과 신의를 목숨처럼
아끼는분이라 자네에겐 다시없는 상관을 만난셈일세 그려 !
내야 총병 馬騰高(마등고)의 휘하에 들어가 군사 4만을 이끄는 平虜將軍(평로장군)이 되긴했지만 뭐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는 실세일세, 사사건건 총병이 간섭을 하고 명나라 부장들이 나의 전략을 믿으려 하질 않으니 ....거기에다 요즘의
명나라 장졸들 모두가 나태하기 이를데 없이 사기가 해이해져 있으니 도무지 이래가지고서야 명나라가 얼마나 갈지
모를일이라 나는 생각한다네.
참으로 딱한 지경이로군요 장군 ... 물론 어느정도 짐작이야 했었지만 그렇게까지 답답한 사정이 있는줄은 몰랐습니다.
세사람이 저녁나절부터 객잔에 들려 밤새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조선조정도 문제야 ~ 벌써 김자점이나 원두표 같은이들은 세력을 모으고 나라보다는 자당의 이익을 챙기는 일에
혈안들일세 ~
더욱 한심한것은 주상전하나 권신들이나 하나같이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계신 소현세자 마마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걸세 ... 어찌 이럴수가 있겠는가 ?
세자께서는 주야로 저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전쟁터에도 여러번 투입이 된바있고 또 툭탁하면 불려가 청태조나
그 수하들에게 갖은 모욕을 당하면서까지 조선조정을 두둔하며 살아 오셨는데 이렇게 모질고 정떨어지는 대접을
하다니 ....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는지요 ?
아 ~ 세자께서 고국 서울을 얼마전에 다녀 오셨는데 ... 주상전하께서 그다지 반기질 않았다는 후문일세 ... 왜 그랬겠나 ?
원수도 오래면 정이든다고 소현세자가 워낙 명석하셔서 청나라 조정이나 그 수하들에게 잘 하시니 장차 청나라가 기왕이
면 자기들과 안면이 있고 또 말이 통하고 심중을 혜아리기 쉬운 소현세자가 다음 왕위에 오르기를 바랄것은 뻔한 이치
아닌가 ?
그래야 청과 조선이 우호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유추도 가능한터에 ...
지금 주상전하께서는 혹시라도 자신을 폐위 시키고 소현세자를 입국시켜 다음 보위에 세울까 걱정되니 어찌 자식이건만
그 마음이 편하겠는가 ?
이건 마치 임진왜란때 무능했던 선조대왕이 스스로 착각하기를 혹여라도 명나라가 똑똑하고 공이 큰 자신의 큰아들
광해군을 왕위에 세우고 자신을 폐위 시킬까봐 그토록 세자 광해군을 의심했던 일과 아주 판박이로 똑같은 현상 아닌가?
그것참 ~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누지 못한다 했거니와 그 의심의 불길에 기름을 부어대는 신하들이 있게 마련인데 이게
단순한 권력문제가 아니라 왕실의 참혹한 화가 일어날수도 있다는 ... 아주 좋지않은 예감이 든다네 ~
장군 ! ... 그거야 두고 볼 일이지만 장군의 안위도 걱정이로군요, 대체 언제까지 예서 ....
그렇다네 내 역시 문제여 ~ 이미 조정엔 나를 견제하고 시기하는 무리가 많다네 젠장 ~ 어찌 돌아가는건지 답답해 ....
주거니 받거니 술이 떨어지면 또 가져오고 안주가 부족하면 더 시켰다.
장군도 이렇게 뵈었으니 이참에 심양에 들려 소현세자 마마를 뵙고 가려 하는데 어떨런지요?
아 ~ 그렇게 하게 물론, 세자를 알현 할려면 조선국 사신으로 가장을 해야만 될것일세
일체의 외부인은 세자관소에 출입이 불가하니 철마다 다달이 조선국에서 오는 사신단을 만나 그대의 이름을 적어넣게
하고 그들과 함께 들어가야만 된다네.
물론 正使(정사),副使(부사),書將官(서장관) 삼인이 승낙해야 하고 그들 일행과도 모두 비밀에 부쳐져야만이 가능한 일일
세 , 이미 그들 사신단 일행중에도 親淸派(친청파)가 있다면 매우 곤란한 지경도 있을법 하고 ... 아 ~ 네 그렇군요 !
그거야 소생이 다 알아서 하겠사옵고 심양의 자세한 설명을 좀 부탁 드려도 될런지요 ?
그러세 임경업 자신이 일찍이 심양에 세자저하를 찾아갈 때 익혀 두었던 청나라 궁궐의 배치도를 꺼내어 설명을 시작
했다.
심양 淸殿(청전)의 현판에 崇政殿(숭정전)이 있는데 그곳이 청황제가 정사를 보는 전각이고 왼편은 飛龍閣(비룡각)
오른편은 鳳凰樓(봉황루)인데 그 안에는 수백의 甲軍(갑군)이 도사려있다네.
또 그 안으로는 겹겹이 전각과 回廊(회랑)이 나타나고 오색찬란한 유리기와 2층의 8각 大政殿(대정전)이 또 있다네...
물론 세자께서 계신곳은 심양 남대문안 高麗館(고려관)일세 혹여라도 그곳에서 무슨 일일랑은 꾸미지 말게, 매우 위험
하니....아마도 그랬다가는 목적은 이루지도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고 말게야 ~또 그랬다가는 성패를 떠나서 그 분풀이가
세자저하께 내려갈것이니 이를 어쩌겠는가 ? 천상 저놈들은 戰場(전장)에서 죽일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여기네 ~
잘 알았사옵니다 장군 !
그렇게 삼인은 정답게 만나 밤새 담소와 술로 지새고 다음날 아침 작별을 고했으니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 재회였다.
진무는 그 길로 풍뢰를 대동하고 책문을 향해 말을 몰아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조선국 사신단 일행이 그곳에 당도하기전에 만나 사신단 일행의 명단에 자신을 올려야 하며 그 명단은 청나라 禮部(예부)
에 보고 되기때문에 그곳에서부터 이름이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압록강을 건너온 조선 사신단을 만나 자신의 내
력과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자 진무등을 짐꾼이나 하인으로 위장시켜 그 명단을 보고하고 동행했다. 그렇게 사신단 일행
이 된 진무는 敵都(적도) 瀋陽(심양)에 들어갔다.
무인의 최후 (35)
심양에 당도하니 예부아문에서 나온 청나라 관리들이 명단에 의거 일일이 확인을 하고 나서야 使臣館(사신관)으로
안내받아 正使(정사) 이하 모든 관원들이 숙소에 들었고 나머지 사람들이 서너명씩 방을 배정받아 여장을 풀었다.
심양에 온지 삼일만에 세자께서 배알을 허락하심에 세자관소에 들러 엎드려 절하고 세자 北座(북좌)하여 南向(남향)
하시고 진무등은 南座(남좌)하여北向(북향)하니 대개 主君(주군)과 신하의 예가 이러했다.
세자, 진무를 접견함에 보덕 이시해 필선 민응협 겸문학 정뇌경이 세자께 시강하다가 중지하고 나갔다.
이렇듯 세자는 한시도 쉬지않고 학식이 높은 신하들로부터 고금의 經書(경서)를 공부하고 있었다.
그들이 물러가자 세자 친히 교의에서 일어나 진무의 손을 잡으며 일어나라 하니 진무 황공하여 일어나 다시 절하며
신하의 罔極之心(망극지심)을 토로하니 세자 이르기를 그대가 누구이며 어찌 나를 찾았는지 소상히 알고싶노라 !
비록 적국에 볼모된 왕세자이나 그 음성이며 범접못할 위엄에 자못 엄숙한 마음이 절로일어남에 진무 세자저하 !
사실을 아뢰어도 괜찮으시겠사옵니까 ? 하니 , 세자 그러하다. ..다만 음성을 조금 낮추고 아뢰라 !
천만 다행이다 , 혹 필담으로 한다면 그 답답함이 배가 되겠지만 말로야 얼마던지 세자저하께 고할수 있기 때문이다.
진무 그간 자신의 행보와 활동에 대하여 소상이 상주하니 ...세자 크게 치하 하시며 다시 손을 꼭 쥐어주며 이르기를
이렇듯 忠義(충의)롭고 굽힐줄 모르는 志士(지사)가 있는한 우리조선은 전도가 밝으리로다 ! 하셨다.
邸下(저하) 不忠(불충)한 臣(신)은 그간 저하께서 격으신 모든 일들을 알고싶사옵니다.
신의 군사들은 오직 저하의 명을 따르겠나이다 !
오...! 가상하도다 ! ...어찌 그대같은 조선의 武將(무장)이 또 있으리요 !
근자에 임경업이 그대와 같았는데 그도 이미 중국에 와 있다 들었노라.
네..! 저하 그러하옵니다. 신이 임장군을 방문하고 곧장 이리로 달려 왔나이다.
그러한가 ~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때는 도무지 기를 펴지못할 정도로 시달림을 받았다.
하지만 끈질기게 실상을 알리고 진실을 고했더니 淸帝(청제:홍타이치)는 물론 청장 용골대와 마부대 기타 고위관원들이
많이 친숙해졌고 예를 갖추는 형편일세, 요즘은 이자성을 치기위해 淸朝(청조)가 나날이 바쁜 여정이라네 ~
언제가 될지 모르는 기약이나 훗날에 그대는 반드시 나와 함께 나라를 경영해 나가야 할 재목이라 생각하는데 그대는
어찌 생각는가 ?
황감하신 하문이옵나이다 저하 ! 어찌 미천한 신이 저하의 政治(정치)를 바로 펼수 있겠사옵니까 ?
그점은 유능한 文臣(문신)을 가려 쓰셔야 능히 국가백년지대계를 세울것이라 사료되옵나이다!
아니다, 장군은 사정을 모르는 일이도다, 작금의 조선조정은 너무 파당으로 치우쳐 있노라 !
제아무리 범상치않은 재주를 가졌던들 외척,북인,남인,기호,영남학파로 갈라져 국익보다 당략을 우선하니 임금인들
소용있더냐 ? 모두가 아니옵니다, 망극하옵니다 ! 며 버퉁겨 대는 인사들만 가득하고 장군같이 소신있고 굽힐줄 모르는
의지가 있는 문무겸전의 선비가 없다네 ,그러니 내 그대에게 간곡히 주문하노니 부디 몸을 함부로 하지 말기 바라노라 !
내 훗날에 그대를 중히 쓸 것이다 ! 알겠는가 ?
다시말해 지금 장군이 이끄는 부대는 그야말로 죽기아니면 살기식의 무차별 전투정신만 있을뿐 멀리 가기위해 잠시
멈추는 지혜를 간과하고 있는 듯 하니 제발 부탁이니 그대는 이점을 잊지말라.
네..! 저하 그리 하겠나이다 !
무인의 최후 (36)
그리고 내 이같은 신세를 격고 있으나 이곳 청나라의 발전된 각분야의 관제는 물론 제도와 농법,축성법,우마차, 도로,
치산치수에 이르기까지 모든분야의 중요한 지식들을 세세히 조사기록해 두었다네 ... 청나라가 천하를 경영할 수밖에
없는 이치가 바로 이런것이었지 ....!
저들은 이미 저 서역넘어 많은 나라들(인도,이란,이라크등 중동과 그리스등 유럽)과도 통상을 했고 심지어는 天主學
(천주학:천주교)까지도 개방해 주어 교류하니 국운이 날로 융성해 가고있다네, 물론 재주만 인정받으면 벼슬에 나갈수
있고 등용되니 어찌 백성들이 청나라에 반대하여 난을 일으키고 오직 명나라만이 유일한 나라라며 외골수로 치달을수
있겠냐 이 말일세 ...
아 ~ 이대목에서 진무 또한번 마음의 갈등을 일으킨다. 자신이 이렇게 모든걸 버리고 일어선 이유는 불구대천의 원수
청나라를 토벌 하는데 있었는데 지금 세자의 이야기는 곧 그렇지만도 않다는 말이니 어찌 갈등을 아니 느낄것인가 ?
그럼 앞으로 어찌해야 한다지 ~ ~ ~ 허허 참 이러고 고민중인데 세자 한마디 더 하신다.
우리 조선이 참으로 불쌍하고 딱한 사정이 따로 있는데 그건 바로 국익에 아무런 보탬도 없는 性理學(성리학)에만 치우쳐
주자가례대로 모든 애경사를 치러야 한다며 초상,혼례,복식등등 이루 혜아릴수없을만큼 어렵고 힘든 불합리 한 굴레를
쒸워놓고 청나라의 좋은 제도를(實學:실학) 시행하자면 어찌 오랑캐의 습속을 따르겠냐며 길길이 날뛰며 선각자들을
마구잡이로 역도로 몰아죽이니 장차 조선의 앞날이 어떠하다 보는가 ?
나는 장차 이런 점들을 모조리 개혁해 백성이 잘사는 나라 백성이 편히살고 굶지않는 나라를 만들겠노라 !
그러니 그 대업에 그대를 쓰고자 함일세 ~
그랬다!
조선은 그랬다, 당장 먹을거리 입을옷이 없어도 초상이 나면 3년간을 시묘살이 해야 양반이라 했고 그걸 안하면 벼슬길도
막혔고 벼슬아치는 벼슬을 내놓고 先塋(선영:조상의 무덤)으로 가 侍墓(시묘:무덤앞에 움막살이)를 했다.
그러니 찢어지게 가난한 일반백성들이 그 못된 제도를 어이 흉내인들 낼 일인가?
정작 주자학의 발상지인 중국에서도 아니하는 풍속인데 유독 조선만이 그랬다.
그건 순전히 권력을 거머쥔 정치가들이 저네들은 가진재산과 축재한 돈이 있으니 3년이고 4대봉사고 하면 될 일이었다.
더욱이 그들에겐 나라에서 내려준 사패지도 있으니 말이다.
헌데, 일반 백성이야 가진게 모있나 ~ 빈털터리 적수공권에 그나마 소작농이라도 붙이면 세금,도지 다 뺏어가고 저것들이
만든 행세를 하자면 온 가조족이 다 굶어죽어도 하지못할 개같은 수작인데 ... 그러니 자연 있는것들은 祖上(조상) 잘 모셔
양반이고 없는 사람들은 사람노릇 못한 천박한것들이라 해서 쌍놈으로 치부해 대대손손 짐승같이 살아가며 손가락질 받는
신세 아니랴 !
더 웃긴건 저들 양반들이 妾室(첩실)들여 낳은 자식들을 庶孼(서얼:서자)이라 차등을 두어 벼슬길도 막아놓았으니 저들의
방탕한 성생활은 양반님의 온당한 처사가 되고 그로인해 태어난 생명은 구차하다 욕을 보이니 도대체 하늘아래 이처럼 간악
하게 잘못된 법도가 또 언제 있었던가 ?
진무, 그렇구나 ,내가 왜 진즉 세자저하를 찾아뵙지 못했던가,반드시 개혁해야 할 과제요 씻어내야만 될 못된 습속이로다.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장군 ! 그대는 이리로 오면서 보지못했는가 ?
저 청나라 되놈들이라고 우리가 손가락질 하는 저들의 논과 밭 그리고 농로길, 저자의 거리등등 그런 모든 것들이 넓고
평탄하고 계획된 토목을 일으켜 灌漑水利(관개수리)가 편하니 농사짓기 좋고 도로가 잘 정비돼 운반에 편리하고 저자가
곧고 일목요연하게 정비를 해주어 통행과 물산의 유통이 자유로워 이 장점을 도입하자 언급했더니 벌떼처럼 대신들이
들고 일어나 뭐라 한지 아는가 ?
저하, 아니 되옵니다 ! 어찌 동방예의지국이 저 개같은 오랑캐 청나라의 습속을 따르려 하시니이까 ? 이는 천부당 만부당
하옵신 분부시옵니다! 하더라네 ~
게다가 무식하고 천박한것들이 지식을 품고 편리한 생업에 부를 이루면 말을 안들어 다스릴수 없다 하더군!
어찌하여 그 불쌍한 백성들을 꼭, 저네들 기득권 양반층만이 다스려야 할 권리가 있다던가 ?
아주 괘씸하고 용서 못할 인사들 아닌가 이 말일세.
이미 청나라는 황실이 청일뿐 모든분야가 한족에 의해 경영되고 있는 나라고 그들의 생각은 온 천하의 유익한 제도와
학문을 모두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왜 .. 유독 조선만이 정신을 못차리고 저러는지 모를 일이야 !
더욱 더 근심스러운 것은 지금 조선조정에 많은 斥和派(척화파:청나라와 교류반대파)들이 北伐論(북벌론:청을 치자는 주장)
을 주장하며 그에 반대하는 사람을 마치 적을 대하듯 한다는 말을 들었네.
지금 청나라는 언제라도 군사 수십만을 일으킬수 있는 대국인데 조선이 과연 10만인들 제대로 일으킬 재간이 있는가 ?
그것도 만날 무식한 상놈들만 끌어다 채우고 제놈들 자제들은 모두 문신으로만 기용해 놓고 저런다 아닌가 ?
뿐만 아니라, 여기에 온 사신단 60 ~70여명중 절반이 조정대신들의 조카 아니면 일가붙이들이야 ~ 그들은 이곳에서
밀무역도 하는등 돈벌이를 해서 가는자가 적잖다네 ~
내 하도 청나라 감시가 심해 더 이상 그대와 같이 있을수가 없어 아쉽네만 반드시 살아남아 후일에 나를 좀 도와 주기
바라노라 ! 알겠는가 ?
네 세자저하 !
하오면 臣(신)은 이만 물러가옵니다!
세자저하께서도 부디 강녕하시와 훗날 보위에 오르시거든 백성이 맘편히 잘사는 나라를 건설하시여 聖君(성군)의 칭송을
만백성으로부터 받으시옵소서 !
신은 그날만을 기다리며 살겠나이다 ! 하고 절하며 물러나왔다.
세자의 심양관소를 나온 진무일행은 사신단 일행에게도 작별을 고하고 다시 유주성을 향하여 걸음을 재촉했다.
풍뢰가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형님 , 앞으로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게 좋겠는지요 ~ 이거 영 헷갈리는 대목 아닙니까 ?
震武(진무) 씁쓸히 웃음지으며 한 없는 무력감 속에 요동치는 자신과의 갈등을 억누르며 독백하듯 답한다.
원수와 싸워야 옳으나 정작 저들은 강하면서 順理(순리)를 따르는데 고작 우리朝鮮(조선)은 약하면서도 逆理(역리)를 택하
니 이를 어이 하늘인들 도울 일인가 ? ... 참으로 이처럼 낭패스러운 일이 있단 말이냐 ?
여하간 지금 상황에선 고태수와 상의해서 움직여야 할것이고 멀리는 임경업 장군과도 공조를 하기로 하세 ~
네 ~ 그리 하는게 소제 생각에도 좋을것 같습니다.
그들은 어느덧 이틀만에 유주성에 당도하여 태수부에 들려 그간의 일들을 소상히 말하니 고태수 웃으며 말하길
역시 임장군은 타고난 무인이라 그런지 중국에 와서도 장수가 되는구려 ~ 장차 그와도 전략을 논의합시다.
그리고 소현세자의 대목에 이르러서는 거칠고 우악한 청인들에게 시달리는 가운데서도 쉬지않고 중국의 선진문물을
낱낱이 기록하여 훗날 치세의 밑거름을 삼고져 노력한다는 말에 연발 감탄을 했다.
아마도 세자께서 훗날에 보위에 오르시게 되면 조선도 백성이 편안하게 잘 살수있는 나라가 될거외다 .
이때 동패가 냅다 뛰어들어오며 형님 ~ 언제 오셨습니까요 ?
무인의 최후 (37)
명나라의 패망
어 ..! 어서오게 아우 !
이제 막 도착 했네만 그간 별일 없었는가 ?
아 ~ 별일이 다 뭡니까요 ~ 오늘 아침 형수님께서 떡두거비 같은 조카님을 순산하신걸요 ~ 축하 드립니다 형님 !
어 ? 벌써 그렇게 됐나 ? 허허 이것참 ...!
고태수 만면에 웃음을 가득싣고 진무를 바라보며 장군, 오늘 이럴게 아니라 한잔 거하게 祝盃(축배)를 듭시다.
뭐, 딴곳에 갈 필요있겠나 ? ... 그곳 대주점으로 가세나 !
풍뢰도 좋아 어쩔줄 몰라하며 덩달이 싱글벙글 해대며 맞장구를 치는데 아 ~ 이런날 안마시면 언제 또 마시남요 가시지요 ...
진무 게면쩍어 하면서 그리들 하시지요 ~ 이거 할일은 태산같은데 나이는 늦은마당에 이국땅에서 또다시 자식을 두게되다니...
이 일을 장차 어이해야 옳을지 걱정이외다.
부인에게 지아비노릇은 고사하고 자식에게도 아비노릇 제대로 못할건 뻔한데 말입지요.
동패와 풍뇌가 대뜸 나서며 아니, 참 형님두 벨걱정 다 하십니다 ~ 조카들은 우리 소제들도 있으니 걱정 마시구 그저
틈나는대로 형님은 형수님이나 잘 챙기시면 될일 아니우 ?
고태수가 끼어 들며 또 부추기기를 그건 두 부장의 말이 심히 옳다 여기네 아무튼 得男(득남)은 아무나 하냐 ? 어서들 가자구 !
네 태수영감 ! 진무 따라나서며 기분좋은 느낌을 이내 감출 수 없어 씽끗 웃는다.
유주대주점 그 화려한 2층의 별실에 드디어 이곳 최고의 산해진미가 차려지고 술판이 벌어졌다.
진무, 마음 같았으면 지금당장 사랑하는 아내에게로 달려 가고푼 심정 굴뚝같으나 내색않고 태수와 아우들과 부장 趙炳華
(조병화)등 손님들을 모신 主賓(주빈)으로서 가당치 않다 여겨져 오로지 정중한 예를 갖출뿐 도무지 일어나질 않는데 ~
高太守(고태수) 이제 잠시 다녀와도 되지 않겠나 ? ...원 사람 무뚝뚝 하긴 ~ 하하하
아니옳습니다 ~ 모두 건강하다 하니 ... 늦게라도 보면 될것이니 걱정 맙시요 !
이때 조병화 부장이 예의 그 진솔한 표정을 지으며 장군 ! 잠시 다녀옵시요 소장이 모시겠습니다 하며 손을 잡고 이끄니
진무 마지못해 이끌려 나가 후원 내실앞에 이르러 조부장은 다시 주루로 올라왔다.
진무 방문을 들어서니 그간 산통을 격느라 다소 수척해진 아내 옥향이 침대에서 일어나며 상공 ! 하며 눈물을 흘린다.
진무 옥향을 가볍게 안으며 수고 하셨소 ! 내 이제사 돌아왔구려 ...미안하오 !
옥향이 잠든 아이를 품에서 열어 내놓으며 장군을 많이 닮았어요 ~ 아주 건강한것까지도 쏙 빼닮은것 같아요 !
어유 ~ 이녀석 ! 엄마눈을 많이 닮고 피부도 흰걸 보니 아주 엄마만 닮으려구 고집부렸나보구나 ... !
그새 아이가 깨어나 으앙 ~ 하고 울어대는데 ... 허허 고녀석 고작 애비한테 한다는 인사가 그거냐 ~ 그래그래 내 조용히 하마
임자 ! 지금 주루에 태수영감과 의제와 부장이 모여 있으니 만부득 오늘은 밤늦도록 함께 할것이요 ~ 그리 아시구려 !
네 서방님 ! 걱정 마시고 그리 하시어요 !어찌 아녀자의 소소한 일로 丈夫(장부)들의 회합을 지체할수 있는지요 !
그럼 다녀 오리다! ... 방문을 나서는 진무를 바라보는 옥향은 한없는 행복감에 아기를 품에 안으며 잠을 청했다.
일행은 참으로 훈훈한 분위기 속에 술잔을 주고받았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는동안 그야말로 의기투합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동지감으로 함께할 사람 몇 되는가 ?
대개가 한줄기이면서 파당이 있고 계보가 있고 네편 내편을 갈라 갈등이 있건만 이곳, 유주성의 수뇌들은 그렇지 않았다.
고영하 태수, 진무와 그의 의제들, 그리고 유병화 부장 모두가 마음들이 너그럽고 여유로우니 그럴리 없었다.
무엇보다 고태수의 인품은 가히 고고한 학에 견줄만큼 한점 티없이 맑고 기상이 씩씩한터에 무예와 학문에 깊었다.
백성 사랑하기를 가족같이 하니 그 거룩한 모습을 흠모하여 유병화 부장은 훗날 태수의 곁을 지키는 執事(집사)가
되겠노라 자청한바 오래이나 고태수가 이를 허락치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의 노후를 위해 유능한 재목을 썪일수 없다는게 태수의 지론이었다.
하긴, 유부장이 망나니 같던 소년시절에 고태수를 만나 학문과 무예를 익혀 오늘에 이른건 오로지 태수의 덕이었으니
그는 그로써 인생의 살맛을 느낀바 마치 동패와 풍뇌가 진무에 대한 의리나 다같은 종류의 인지상정 아니랴 !
진무,동패,풍뢰가 친형제 같다면 고태수와 유부장은 마치 부자같은 관계였으니 이것이 바꿀수없는 운명인듯 했다.
육십을 바라보는 태수를 가운데 놓고 이들은 한껏 마시고 취했다.
그러고는 그 밤이 새고 여명이 동터올 무렵 이들에게 다급한 파말마가 달려들었다.
오삼계 원수가 전하는 군령에는 3일안에 군사를 일으켜 북경으로 진군하는데 합류하라는 檄文(격문)이었다.
일행이 모두 일어나 제각기 임지로 돌아가 그 날로부터 군사를 점고하고 마지막 훈련에 박차를 가했다.
무인의 최후 (38)
햇살이 곱기도 했다.
군사조련에 여념없는 진무가 잠시 짬을 내어 주루에 들려 차를 한잔 마시며 장차 전장으로 나갈 일을 알리고 어린것과
아내를 두고 생사를 알길없는 길을 떠나야 하는 말을 전하려 했더니 ... 옥향 향기그윽한 차를 대접하며 서재로 이끈다.
상공..! 제게 시한수 써 주시와요 ~ 장군이 떠나면 주신 시라도 걸어놓고 보면서 기다리렵니다.
허허 ~ 그래요 ? 난... 평소 시를 잘 짖지를 못했었지만 지난날 서산대사가 읊었다는 시를 한수 써 보리다.
하더니 일필휘지로 쓰더니 붓을 놓는다. 하였으되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뜬 구름 본래부터 실체가 없는것
生死去來亦如然 (생사거래역여연)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옥향이 내내 이 시가 품고있는 뜻 전체가 사랑하는 낭군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그야말로 구름같은 인생을
대변하는 내용인즉 고운 눈을 흘기며 서방님 ~ 너무 그러시지 마셔요 ... 소첩 정히 이러시면 싫사옵니다 !
안겨오는 옥향을 가볍게 끌어 안으며 진무 어디 한번 화답해 보시구료 ~
옥향 살며시 진무의 품에서 빠져나와 섬섬옥수로 붓을 들어 화선지에 아리땁기 그지없는 필체로 答詩(답시)를 썼으니 가로대
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 하늘에선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연리지)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어지고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하늘과 땅은 비록 다할때가 있어도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우리들 사랑만은 다할 길이 없으리 !
아니, 옥향 ! ...이 시는 唐玄宗(당현종)과 楊貴妃(양귀비)의 사랑을 만고의 시인 백낙천이 지었다는 長恨歌(장한가)에 실린
그 명시가 아니요 ? .... 아 ~ 이처럼 글씨가 어여쁠수가 있단 말이요 ?.... 진무 함박웃음에 어쩔줄 몰라한다.
네..! 서방님 ! 비익조는 절대로 혼자서는 날수없고 반드시 둘이 한몸이 되어야만 날수있으며 연리지는 각기 다른나무
가지가 서로 붙어 하나가 됨을 말함이니 이는 곧 영원한 사랑을 뜻하옵니다!
그렇구료 ~ 내 그대를 대할적 마다 내겐 과분한 사람이라 여겨 왔지만 ~ 어찌 한시인들 잊을수 있겠소 ?
하지만 이제 곧 군령이 내리면 장졸 모두가 영내에 대기했다가 일시에 떠나야만 하오 ... 아쉽지만 이만 가야겠소 !
본래 장수란 전장에서 죽어 말가죽에 쌓여 묻히는게 최고의 영예라 했소, 어찌 편안히 따스한 창가에 누워 임종함이
무인의 바람이리요 !
군령은 지엄하기가 秋霜(추상) 같으니 내 이만 떠나리다, 부디 어린것 데리고 몸조심 하구려 부인 !
아이 이름을 性(성)이야 물론 震(진)씨요 이름은 중국땅에서 득남했으니 곧 華(빛날화)자에 그대의 이름 玉자를 옥돌 瑩(영)
자로 고쳐따서 震華瑩(진화영)으로 지었소. 어떤지 말해보오 ...^^
아..! 그렇군요 사내아이 이름에 옥자를 피해 같은 뜻의 옥돌 영자로 하니 화영이라 ... 아주 멋지고 듬직한 이름이예요^^
옥향... !
순간 몸을 파르르 떨며 기절할듯 깜짝 놀라 눈물을 흘리는데 어찌 그 정경을 필설로 다하랴 !
상공 ! 어찌 그래 하룻밤도 아니묵고 그냥 ... 떠나신다니요 ~ 한참을 울더니 옥향 눈물을 씻고 진무의 품에 안긴다.
내, 반드시 돌아 오리다. 다만 전장에 나가는 몸이 언제나 죽음을 짊어지고 다니는 팔자기에 이리 하는것임을 알아주기 바라오!
알았사옵니다 ! 서방님 ...꼭 이겨서 개선하시옵소서 !
한가지 드릴말씀은 이제 시국이 점차 어지러워지오니 이 주루도 그만 접을까 하옵니다.
적당한 사람에게 팔던가 아니면 운영을 맡기고 보다 안전한곳으로 옮겨가 장군만을 기다리며 살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시요 ~ 내 차마 말을 못했던 일인데 그렇게 하는게 좋을듯 하오 ..옥향 !
네 ~ 그리 하겠사옵니다 !
진무 멈칫멈칫 하다가 품에서 일봉서신을 꺼내 옥향에게 건넨다.
훗날 언제고 당신에게 꼭 필요하다고 느껴질때 이 봉서를 뜯어보구려 ~ 뭐 별건 아니지만 ...!
옥향 눈물젖은 손으로 封書(봉서)를 받아 어린 진화영의 가슴에 올려놓고 하염없이 울며 주저앉는다.
진무 그 즉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을달려 군막으로 돌아왔다.
드디어 유주성 1만대군이 모두 운집하니 그 軍勢(군세)가 하늘을 찌를듯 한데 고태수 은빛 갑주에 백마를 탔다.
이렇게 군사를 합할때는 언제나 유병화부장이 모든 軍師(군사)와 부장도 겸하도록 되어있어 매우 합리적이었다.
이윽고 전군이 출병하여 북경으로 진군해 50여리 쯤에 이르렀는데 저 들판 넘어로 오삼계의 대군이 몰려오고 있었다.
3만대군에 가까운 오삼계 장군의 군대와 합류하니 광활하기 그지없는 평원이 모두 창칼의 번쩍임으로 가득하다.
오랜만이옵니다 원수 !
어서 오시요 태수 반갑소이다 !
진무등 일행도 오삼계 장군에게 군례를 올리고 반가워 했다.
그 날밤 吳三桂(오삼계) 元帥(원수) 軍幕(군막)에서 諸將(제장)들이 모두 모여 작전회의가 열렸다.
고태수 영감은 좌군을 맡고 皇都(황도) 北京(북경) 동문을 치시요 !
그리고 부장 유필은 군 1만을 이끌고 우군을 맡되 북경 서문을 치시요 !
난, 스스로 중군이 되어 남문을 칠것이니 제장들은 攻城戰(공선전)에 만반의 대비를 하도록 하시요 !
네 ..! 원수 ...!
이렇게 제장들이 오원수의 군령을 받고 있을즈음 시시각각 중원의 기류는 급변하고 있었다.
그중 급박하게 발생한 사건이 있었으니 이자성군이 이미 북경을 점령했고 사셰가 돌이킬수 없슴을 한탄하며 숭정황제는
자결했다.
이로써 明(명)나라는 太祖(태조) 朱元璋(주원장)이 나라의 기업을 일으킨이래 16황제 277년만에 망하니 이것이 다 하늘의 뜻이던가 ?
명나라는 애초 남경에 도읍하여 53년간을 유지했고 이후 북경으로 遷都(천도)하여 223년간을 도읍했다.
무인의 최후 (40)
이제 이 군사들은 무었인가 ?
나라는 망해 없어진 마당에 대체 이 군대를 지휘통솔할 지극히 위엄있는 至尊(지존)이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군대는 뭐니뭐니 해도 왕이 있어야 그 존재의 의미가 있는것이니 일개 장수가 통솔한다고 그냥되는게 아니요 군량을 비롯한
모든 군수물자의 조달과 군사의 징집과 세금의징수등이 나라가 있어야 할것인데 ... 이젠 허울뿐인 명나라 마져 없어졌다니 ...
하면 지금 이 군대는 명나라를 되찾겠다는 의용군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황족들은 물론 고관대작들이 이자성에게 투항했고
皇族(황족)중 누군가를 皇位(황위)에 옹립, 그를 정점으로 민심을 모으고 宗廟社稷(종묘사직)을 잇겠다는 명분도 없다.
이런 상태라면 이 군대는 그야말로 위험하기 짝이없는 집단에 불과하고 자칫 잘못하다간 그 자체가 凶器(흉기)에 불과하다.
실로 암담한 지경이나 고영하 태수가 서둘러 오삼계 원수에게 전략회의를 요청해 부랴부랴 원수군막에 모여 앉았다.
또 한바탕의 전략회의가 벌어졌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그냥 짜놓았던 계획대로 북경을 공격하자는 결론에 다달았다.
이리하여 짜여진 작전대로 군사를 이끌고 북경을 향해 출병했다.
이때 또 급한 파말마가 달려들어 급보를 알려온다.
이자성 군대가 이곳을 향하여 무려 5만대군을 휘몰아 온다는 급보였다.
하면 전면전을 피할수없는 형편이 됐다, 이건 상당히 어려운 싸움이 될게 분명했다, 왜냐면 저쪽은 승기를 잡은 쪽이요
아군은 그야말로 누구를 위하여 싸워야 옳은지 분간이 안가는 싸움이기에 사기에 크나큰 영향을 주기때문이다.
만부득 좌군은 고태수 이하 장수들이 1만을 이끌고 오삼계의 부장 유필이 1만을 이끌어 우군이 되고 오원수가 2만을
거느려중군이 되어 이자성군을 공격하기로 했다.
드디어 고태수 출병 신호를 하자 일제히 적진을 향해 달려나간다.
동시에 우군의 유필도 군사를 휘몰아 적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삽시간에 드넓은 벌판은 아수라같은 전장에 되어 죽고죽이는 살륙전이 벌어졌다.
중군을 지휘하던 오삼계가 높은 언덕위에서 전황을 살펴보니 고영하 태수진영의 활약상이 눈에 뛰게 두드러지다.
그 은빛 갑옷에 백마를 탄 장수가 장창을 휘둘적 마다 적은 초개같이 쓰러져 갔고 맞서는 장수마다 목이 달아났다.
또한 그 곁을 엄호하며 적을 베어대는 진무와 그의 의제들의 싸우는 모습은 그야말로 어린아이들을 가지고 놀듯하며
적진을 유린하고 있었다.
특히 동패의 싸우는 모습은 가히 하늘에서 神將(신장)이 하강한듯 關公(관공:관운장)이 환생한듯 언월도를 젓가락
놀리듯하며 마치 죽음의 유희라도 추는듯 하니 彼我(피아)가 모두 그 용맹함에 탄복을 긐치 못하더라 !
그때 갑자기 천지를 뒤흔드는듯한 砲聲(포성)과 총소리가 연달아 일어나며 오삼계의 중군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대포와 총이 저들에게 있단 말인가 ?
순간 돌아다 보니 이자성군에서 紅夷砲(홍이포)와 火繩銃(화승총)을 쏘아대는데 그 위력이 태산도 무너트릴 기세다.
좌군이 승세를 타고 있으나 中軍(중군)이 무너져 내리니 도리없이 좌우군 모두가 중군을 구하기위해 적을 막기에 급급해졌다.
오삼계가 탁월한 장수였다면 어느정도의 휘생을 각오 하고서라도 끝끝내 적진을 향해 공격명령을 내려야 할 시기임에도
그는 도무지 무얼 생각하는건지 우유부단하게 주춤대기만 할뿐 원수로서의 역할을 못했다.
이러니 삽시간에 수천의 군사를 잃고 패색이 짙어지자 갑자기 퇴각명령을 내리고 말았다.
진무는 다급하게 군사들을 모으며 퇴각을 함에 절대로 서둘지 말라 죽기기를 쓰고 외쳐댔다.
공격보다 퇴각이 더욱 위험하다는 병법의 진리를 알기에 그는 침착하게 부장들을 독려하며 자신의 5천정예부대를
절반씩 퇴각시키며 동시에 伏兵(복병)을 두어가면서 고영하 태수를 엄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