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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사랑 제 회 2008.6.30,
스타일 발제자 : 김정란
작가 - 백영옥
패션지 기자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젊은 여성들의 사랑방식을 알콩달콩하게 그려내는 작가. 그녀는 1974년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빨강머리 앤’과 ‘키다리 아저씨’를 좋아하는 유년기를 보냈다. 책이 좋아 무작정 취직한 인터넷 서점에서 북 에디터로 일하며
하루 수십 권의 책을 읽어치웠다. 미끌거리는 활자 속을 헤엄치던 그때를 아직도 행복하게 추억한다. 패션지 《하퍼스 바자》
의 피처 에디터로 일했으며 2006년 단편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였다. 고생 끝에 오는 건 ‘낙樂’ 아닌
‘병’이라 믿으며, 목적 없이 시내버스를 타고 낯선 서울 변두리를 배회하는 취미가 있다.
2007년 트렌드에 관한 발랄한 글쓰기가 돋보이는 산문집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을 펴내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첫 장편소설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2000년대 한국 여성들의 사랑 방정식을 간결한 문체와 흡입력있는 스토리로 표현해 주목받고 있는 소설가 백영옥은 고생
끝에 오는 건 ‘낙樂’ 아닌 ‘병’이라 믿으며, 목적 없이 시내버스를 타고 낯선 서울 변두리를 배회하는 취미가 있다.
줄거리 -
31살의 <A>라는 프랑스계 패션 잡지사에 다닌다. 매거진 8년차 기자 이서정은 패션지에서는 '똥 덩어리' 파트인 ‘피처팀’
영화담당기자를 맡고 있다. 그녀에게는 언제나 잘나가는 까탈 많은 배우 인터뷰와 레스토랑 취재, 스키니진 체험기 등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기사가 배당된다. 그러던 어느날, 편집장으로부터「A 매거진」 최고의 요리 칼럼니스트
'닥터 레스토랑'을 창간호 특집 기사로 취재하라는 특명이 떨어지게 되는데....
패션지 동료인 민준선배와 좋은 감정으로 지내지만 결국엔 많은 루머 속에서도 7년 전 맞선 본 자리에서
5분 만에 바람 맞은 박우진과 다시 만나게 되고 그가 ‘닥터 레스토랑’이라는 확신으로 취재 하려 했으나
뜻밖에도 닥터레스토랑은 기자선배도 아닌 “편집장” 그녀였다.
내용면-
에디 슬리먼(21세기의 기념비적인 남성복 디자이너) , 샤넬 캉봉백,검정색 BMW,버버리 프로섬(검정색재킷) 페도라,
고야드백,마크 제이콥스백, 장 폴 고티에가 만든 검정색 그물 끈 팬티, 에디 슬리먼의 스키닌 진, 라구레또 토마토소스,
<스파케티의 해에>쓴 하루키,빅토리아 시크릿, 코르동블루출신,
‘다미아니’나 ‘카르티에’ 반지, 라프 시몬스가 만든 매혹적인 화이트셔츠, 앤 드묄레미스터와 발렌시아,
엘리자베스 아덴, 바비 브라운(유명화장품), 스틸레노 나 펌프스(구두종류). 웨지힐, 킬힐(15cm이상힐), 체크무늬,
타탄체크,아가일 체크, 필립 스틱이 디자인한 소파, 몰트위스키,
-여자들에게 “혁명”이란게 일어난다면 그건 바로 “다이어트”가 사라지는거다”p13
-남자들은 ‘왜?’라는 질문을 근원적으로 두려워하는 존재들이다. 여자의 면전에다 절대 ‘싫다’라는 말을 할 수
없도록 입력되어져 있다.....난 니가 무서워~! 이상한 강박증도 생겨 남자들에 대한 내 자세란 ‘제인구달’같은
동물행동학자의 태도와 비슷했다. 연구 주제를 다루듯 객관적으로 그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남자들이란 섹스에 미친 존재들이다. 결국 호르몬 하나 때문에 망할거다. p38
우리는 편견을 통해 이 세상을 다시 구성해 간다. 20대엔 새로운 편견을 수집하기 위해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리고 30대부터는 그 사소한 편견들을 점점 확신하고 강화해간다. 아니라고 하지마라.
친구와 선배들의 조언도 지겨울 만큼 들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자신의 편견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거다. 세상엔 그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편견들이 있을 뿐.
-실연의 상처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일어난 모멸감은 절대로 학습되지 않는다.43p
-이다지도 쉽게,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오해하는 걸까. 이 세상엔 지구 둘레만큼의 오해와 한줌도
안 되는 이해만 존재하는걸까. 그게 뭐가 어려운 일이라고..
난 단지 볼륨을 올려 달라고 한 것 뿐인53p
-인생이란 언제 끝장날지 모르는 부도수표에 가깝다. p81
불행이란 아귀를 딱딱 맞추듯 지독한 우연들이 몰려와 자석같이 들려붙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물론 그 우연의 조각들을 다시 끼워 맞추면 이런 문장이 완성됩니다. 재수없게 왜 나냐고~!
-비밀은 없다. 화장실에서 맡은 냄새처럼 퍼지게 되어 있다. 소문은 변기 안의 지저분한 배설물을
처리하듯 버튼 하나로 간단히 내려버릴 수 없다. p82
-차를 버리는 것은 놀이동산의 자유이용권을 획득하는 것과 똑같다.
-기자란 가증스런 무리다. 음주운전, 면허정지를 걷기와 연결시키는 간악함이라니...p83
-유치함이란 원래 최상의 연애 위에서 피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니까...
-시간은 돌고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온다.-소설가 파올로 코엘료도 그랬다.
-서른한 살 여자에게 저런 맹한 구석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걸 알아버린 나는
돌이킬수 없는 과거를 공유했기에 아마 평생 그녀의 친구로 남아 있어야 할 것이다.p92
-크지 않고 합리적이고, 과장되지 않았다. 면과 소스가 일체감 있게 섞여 있고 맛에
볼륨감이 느껴지는 곳이다. 투박한 나무로 간 바닥을 밟을 때 공명하는 소리도 꽤 근사했다.
발바닥 밑으로 시간이 주저앉는 느낌이 드는 이런 나무 바닥이라면 오래된 기와집의 마루를 뜯어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가회동의 한 레스토랑 (어바웃)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무콜라안심스테이크 샐러드와
킹크랩 살을 올린 수제 페투치네를 먹기전에는 말이다.
무엇보다 레스토랑에 감도는 이 따뜻한 공기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주방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농담이 아예 헛바닥에 달라붙어 있는 사람이였다...김민준
-남자들이 돈을 쓰는 건 자선행사가 아닌 특별한 목적을 위한 투자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회사 안에 적들을 잔뜩 비치하고 산다. 사물함만 열면 그 적들은 언제나 심장을 향해 마구 총을 들이댄다.
나, 너,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렇다.p101
-몰래 훔쳐 입은 친구의 옷이라니, 한숨이 나왔다. 대체 이걸 어떻게 뺏어 온단 말인가.
-나흘을 굶어도 1킬로그램 밖에 안 빠지는 저주받은 체질로 말이다.
-제니칼은 푸른색 캡슐로 된 알약이다.
이 약은 한마디로 우리 몸이 기름을 흡수하지 못하도록 작용하는 다이어트 약이다.
제니칼은 FDA의 승인을 받으면서 그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변기 위에 떠 있는 색색의 기름들이
전날 먹은 음식들의 잔상을 떠오르게 할 것이다. 패셔너블하게 ‘믹스 앤 매치’되어 둥둥둥
살은 빠질지언정 구역질 날 만큼 역겹다.
-‘외면’이야말로 ‘내면’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신봉하는 곳이다.
-21세기엔 돈이 시간이다.p108
-주방장은 식칼을 든 폭탄이다. 그들의 다정함은 기자들에겐 극심한 소화불량을 예고한다.
“맛있네요” 접대성 멘트들 뿐이다. 서른 넘은 여자의 직업병이란 이렇게 반감스럽다.
아...! 내가 부르다가 죽을 쿠폰 인생이여...
-통속이란 세상과 통한다는 말 아닌가. 배우를 섭외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드라마는 감동입니다. 갈등이란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만들어지고 증폭된다. 복잡 미묘한 인간관계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일정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내 나이 서른 한 살 지금 겪고 있는 일은
내가 쓸 드라마의 자산이 될 만한 갈등이다.
이것이 현실과 드라마의 차이일지라도 끝을 내기 위해선 언제나 그것을 증명해줄 마무리가 필요한 법
하나의 문장이 끝나기 위해 반드시 마침표가 필요하듯..
-나른한 봄이 정지해 묵직한 마룻바닥 밑에 고여 있었다.
눈을 감으면 발끝에서부터 올라오는 봄 향기가 느껴졌다. 이 딱딱한 마룻바닥을 탁탁, 조금만 구르면
그 소리에 밑바닥 가득 뿌려져 있던 씨앗들이 금새 꽃망울을 터뜨리며 올라올 것 같다.
나는 먼지 뭉치처럼 가벼운 꽃가루들이 흩날려 콧등 위에 뿌옇게 가라앉는 상상을 했다.
이 침묵, 하지만 단절되지 않은 느낌이다.
커턴가지 모두 내가 입을 열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차분했다.
시계는 작동을 멈추었고, 조그만 화분에 심겨진 ‘타임’은 ‘백리향’이란 본래 이름처럼 백리까지 내뿜던
향을 나를 위해 자기 몸 안에 품고 있는 것 같다. 문득 어린 시절 그네를 밀어 주던 언니의 손 같이..
-서른에 먹는 불량식품은 유해하지만 달콤하다.
-소문의 진실 여부는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소문이란 단지 우리들의 행복한 오락이기 때문이다.
인생엔 신문에서처럼 ‘바로잡습니다’ 코너가 존재하지않는다. p146
-소문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끊임없이 진화한다. 일단 소문이 나면 아미지가 변형되는 건 시간문제이다.
이미지는 실제보다 휠씬 강하다. 이것이 소문의 제 2법칙이다.
-성수대교의 아픔, 무너져 끊어진 부분만큼은 강화 유리로 시공하면 좋을 것 같다
나의 유년은 그렇게 압구정동 안에 밀봉되었다. 상상속에서 휠씬 더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다.
나는 어둠속을 찢듯 밀려드는 아프고 무서운 광경들 때문에 잠시도 눈을 감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 세계를 지탱하던 한 축이 성수대교와 함께 무너져버렸다. p160
-다리는 삶의 심판관처럼 내게 엘로카드를 내밀 것 같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견고한 삶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아!
진정한 망각이란, 결국 그 단어를 쓰지 않는 사람들만의 것이다.
-언니가 사표를 던지고 아프리카로 간다고할 때 그녀의 삶 어딘가에 균열이 일어난 게 분명했다. 아무리 치열하게
살아도 뒷덜리를 끝내 놓아주지 않던 과거의 틈새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져, 나중에는 복구할 도리가 없는
깊은 구렁이가 된다.
-자신의 현재는 과거의 그림자에 가려 다 이상 존재 가치를 잃어버렸다고 다시 시작하기 위에선 무조건 떠나야 한다고 떠나겠다는.
-나는 성수대교를 지났다. 이것이 살아남은 자의 비겁함이다. 살아있음을 증명받기 위해,비극에 기대는 안간힘,
이것이 다리가 끊어지고 백화점이 무너지는 서울이라는 허술한 도시에서 견디고 있는 사람들의 비애다.
과거가 무슨 소용인가, 미래가 무엇을 말해줄 수 있나, 언제든 이 삶이 무너져버릴 수있는데, 현재를 빼면
사람들에게 남는 게 뭔가.
-내가 쓰는 건 지금 이 시간들이다. 과거나 미래가 아니다. 미래를 준비한다고...
-영화라면 ‘빠르게 감기’를 소설을 읽으면 ‘건너 뛰기’라고 할 텐데 박우진 이란 챕터는 내게는 언제나 끔찍할
정도로 길고 긴 페이지였다.
-빨간색 자물쇠. 핏빛 볼드체로 “넌 말이 너무 많아‘ 너도 너무 말이 많아! 맙소사.
손끝이 저 옷핀들에 찔린 것같이 지릿했다. 평범한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여자들에게 평범은 늘 최악을 의미했다.
절정을 치닫는 나쁜감이 스튜디오 바닥을 휘감고 있었다.
-거울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처럼 조용히, 딱히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멍한 얼굴이었다. 거울속에 자신의 우울한
그림자는 전부 다 던져두고 온 사람 같았다.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지 않으면 곧바로 사장될 것 같은 위기감과 생존 본능 때문에 말이다.
게이들의 직감은 유독 예리해서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도랫동안 편견과 핍박에 단련된 만큼 스스로의 감각을
더 세련되고 날카롭게 키우는데 전력투구한 결과, 온몸에 후천적인 센서가 부착된 것이다.
-죄책감이 샴페인 거품처럼 위장 내막을 톡톡 쏘아 올라왔다.
-남자와 여자가 술을 마시며 나눌 수 있는 대화에 황금비율이 있다면 은근한 스킨십이 묻어나는 다량의 농담,
느슨한 심장을 뻐근하게 조이는 소량의 진담과 적절한 알코올, 그리고 ‘자미로콰이’의 관능적이고
평키한 음악까지 p190 직장 동료라는 이름의 굳은살은 손톱깎기 같은 걸로 간단히 떼어내면 그만이다.
동공의 빗금들로 과거와 미래를 읽어 내리는 점성술사라도 되는 것 처럼.
-마감은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는다. 마치 실연 같다. 겪을 때마다 죽을 듯 괴로운 것이다.
마감의 좋은 점은 처음과 끝이 있다는 것이다. 나쁜점은 다음에도 마감은 또 다시 찾아온다는 것이다.
-남자들에게 못과 망치를 든 목수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여자들에겐 칼과 프라이팬이라는 부엌에 대한
향수가 있다. 부엌은 여자들의 판타지 공간이다. 또한 살인의 추억으로 가득찬 곳이다.
-냉장고의 역할은 생명을 조금 더 연장시켜주는 것 뿐. 식물인간처럼
-공기, 이는 시시때때로 변화는 이 주방의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짜지않게, 달지않게,
새콤하게,조금 더 , 약간, 적당히, 정신 똑 바로 차려! 진정한 노동의 세계, 불의 세계
-고르곤졸라나 파마산 같은 치즈, 쇠고기를 먹는다는건 굉장히 정치적인 겁니다.
-프로이드가 말실수에 잠재된 무의식을 분석한 이론
-‘설마’와 ‘어쩌면’ 사이를 미친듯이 왔다갔다 했다.
-손가락이 짤리고 병원에서의 시간이 흘렸다. 침대위에, 창가옆에 자꾸만 쌓여 있는 것 같았다.
책을 읽었다. 문장이 아니라 내 삶에 단단히 밑줄을 그으며, 몇가지 단어 위엔 방점을 찍었다.
손가락을 볼 때마다 자꾸만 누군가 나를 부르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에 자주 이끌렸다.
손가락이 아니라 가슴이 뻐근했다.
-향긋한 바다 냄새는 따뜻했다. 눈을 감고 긴 머리를 풀어 내린 채, 6월에 부는 바닷바람을 맞는 것 같았다.
나는 숟가락 가득 국물을 담아 입에 넣었다. 음식이란 기묘한 것이다. 재채기같이 속일수도 속여지지도 않는다.
좋은 음식은 사람에 대한 증오도 녹인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음식이 가지고 있는 진짜 온도가.
수프나 국처럼 위안을 주는 음식이라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p250
질문할 말을 찾아 질문 뒤에 숨었다. ‘주방의 비밀’-‘고마움’과 ‘미안함’이란 이름의 소스죠.
-시간이 직선으로 흐르는게 아니다. 그것은 어린 시절 탔던 회전목마같이 돌고 돈다.
사람들의 기억이란 언제나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
때때로 그것은 포개지고 겹쳐져서 어떤 것이 과거였고, 현재이며, 미래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망가져버린다.
13년 전 사고도 잊지 못하는 여자가 7년 전 기억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한 때 치기어린 장난이 언니를 깊고 차가운 한강 물속에 수장시켰을지도 내가 언니를 익사시킨 건지도 모른다.
내 기억은 완전히 닫혀버렸다. 내가 닫아버린 것이다. 밤마다 물속에 휩쓸리는 언니의 모습을 잊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그래야 했다.p300
-이게 다 예요! 편집장이 다정히 불렸다. 이건 속임수다. 기자들의 능력을 최대한 뽑아내기 위해 강력한
보스가 휘두르는 부드러움이라는 전략.
- 누구나 자기가 하는 일에 회의를 느끼며 산다. 이게 옳은 일일까. 이런 삶이 과연 의미 있는 것일까.
패션지 기자들이 사용하는 ‘시크’ ‘ 엣 지 ’ 잇 백‘ ’머스트 해브 아이템‘ 같이 일상의 삶과 전혀 상관없는
듯한 이런 외국어들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패션지를 고작 명품광고나 싣는 한심한 된장녀
잡지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앞에서 어렵게 섭외한 소설가 폴 오스터나 샐먼 루시디의 10페이지짜리
인터뷰 기사를 보여준다 한들, 사람들이 그 기사의 진정성을 믿어줄까? p284
-잡지의 독창적인 화보나 훌륭한 기사를 통해 누군가는 패션디자인너로서의 희망을 다지고
저널리스트로서의 이상을 엿본다. 내가 하는 일은 디테일과 꿈을 파는 일이다.
거장들의 그림을 새롭게 해석한 패션 화보를 만들고, 영화의 한 장면을 패러디해 사진을 찍고,
예술가와배우들의 내면을 파헤친 인터뷰 기사를 만드는 것이다. 더 이상 무얼 바란단 말인가. p285
-박우진이 내민 목걸이를 받고 꽃도 쓸쓸하게 웃었다.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과거의 시간이 환부를 벌린 채 활짝 열려 있었다. 돌멩이가
금이 되듯 요리도 늘 연금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연금술이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만나 벌어지는 이 놀라운 연애의 장, 이토록 깊은 이해가 이토록 깊은 오해와 절망 위에서 솟아날 수
있다는 것에 나는 깊이 안도했다. 언제나 내 귓속에 떠나지 않던 성수대교의 균열음이 그의 심장 소리에 떠밀려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의 마음속에도 상처 받은 아이가 있어 그렇게 늘 웅크린 채 혼자 울고 있었던 거다. 작은 벌레처럼
온몸을 말고 어둠 속에 떨고 있었을 그 아이가 가여워 나는 그의 등을 몇 번이고 쓰다듬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른 누군가를 위함이 아닌, 스스로를 가여워 할 줄 아는 연민일지 모른다.p303
-당신이 믿어야 될 건 눈앞에 있는 사람이지 소문이 아니야. 음식도 똑 같아.
재료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면 제대로 된 요리가 만들어지지 않거던.
- 감수성, 직관력, 풍부하게 넘치는 표현력까지
- 내가 우선 사장에게 내밀 수 있었던 카드는 실질적인 판매부수와 광고점유율밖에 없었어.
중요한 건 잡지를 이용해 매력적인 이슈를 만들어 내는 거였지. 인지도를 높이고
누구도 범접하지 못한 아우라를 만드는 거지- 그래서 탁터 레스토랑을 만들었던거였군요.
-편집장의 얼굴은 괴상할 정도로 슬퍼 보였다.p321
-민준 선배는 영국의 패션스쿨. ‘세인트 마틴’행이 결정
-갈등을 다루는 건 드라마 작가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조금 더 살벌하고 현실적인 갈등을
다루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누군가 깊숙이 접어놓은 페이지를 읽는다는 건, 그걸 보고 가
슴 아파한다는 건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는 증거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삶은 여전히 풀기 어려운 문제 같다. 그저 답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두를 안쓰러워 할 뿐,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저 평화로운 한강의 다리도 어느 순간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지금 이 시간,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제기 -
1. 나의 스타일에 대해서
2. 과거와의 화해, 진정 자기 자신과의 화해, 세상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다양한 스타일들과의 화해 하기
3. 인물 분석 :
- 이서정 : 패션잡지사의 피처팀의 에디터
- 박우진 ; 전직의사이자, ‘어바웃’ 레스토랑 운영
- 김민준 : 패션팀 수석, 뭘 해도 이뻐 보이는 남자, 멀쩡한 남자의 썰렁한 농담은 맹한 매력이 있다.
- 김혜숙편집장 : 잡지 만드는 일에만 열중, 광고에는 관심없다. ‘불멸의 일중독자’ 원칙주의자
- 박기자차장 : 디렉터, 똥치우는 일은 하고 싶지 않은 늘 고상한 일만 하고 싶어하는 부류
- 은영 : 중,고 동창이자 패션계의 마당발
- 한지선 : 사내공식적인 앙숙
- 닥터레스토랑 : <A>매거진 최고의 칼럼니스트이며 얼굴 없는 요리 평론가. p61
죽음의 신,
- 한재석 : 협찬과 아부의 대왕, 설득의 달인
- 이미정탐장(영화홍보팀)
- 정시연 :영화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