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혜씨는 아줌마닷컴 회원이시며, 아줌마닷컴의 소개로 환경부 생활폐기물과에 근무하고 있다. 이번 추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추석상차림 및 바람직한 명절,제사문화를 만들기 위한 몇 가지 생각과 정보를 아줌마닷컴 회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다고
한다.
대가족은 각자 맡은 바 책임과 의무를 다 해야 하고 식사하는 것에서부터 질서가 있고 예절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식사하기도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핵가족화와 함께 가정교육이 실종되고 자녀
중심의 가족문화가 자리잡으면서 그에 따른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추석과 같은 명절은 그 동안 소원해진 가족들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정을 나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특히 명절에는 평소에는 일주일에 겨우 두세 번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던 식사를 온 가족이 함께
하게 된다. 자녀 중심으로 준비하던 반찬대신 명절음식으로 차린 반찬 때문에 평소 편식이 심한 자녀로 인해 애를 먹기도 하고,
상 주변을 어지럽게 돌아다니는 행동으로 인해 식사분위기를 망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가족의 사랑을 채워주는 식사 예절은 어떤
것일까?
일반적으로 우리 조상들은 푸짐한 상차림만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우리 조상들에게는 엄격한 식사 예절이 있었다.
아이들의 도덕 교과서인 '소학(小學)'을 우리 상황에 맞도록 고친 이덕무의 '사소절(士小節) '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는
배에 알맞게 먹어서 남은 것이 없게 하고 특히 밥을 다 먹고 난 후 그릇에 물을 부어 먹어 한 톨의 쌀이라도 버려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사소절에 나오는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너무 크게 싸서 입 안에 넣기가 어렵게 하지 마라. 볼이 크게 부르게 하는 것은 예절에 벗어난다. 무나 배나 밤을 먹을
때는 자주 씹어 사각사각 소리를 내지 말고 먹어야 하며, 국수와 국 그리고 죽을 먹을 때는 갑자기 들이마셔 후루룩 소리를
내지 말고 먹어야 하며 물을 마실 때는 목구멍 속에서 꿀꺽꿀꺽 소리나게 하지 말라. 또 부스러기를 혀로 핥지 말고 국물을
손가락으로 찍어 먹지말고 음식을 입에 넣고서 웃음을 터뜨리지 말라. 음식을 먹을 대는 배에 알맞게 먹어서 남은 것이 없게
하고 특히 밥을 다 먹고 난 후 그릇에 물을 부어 먹어 한 톨의 쌀이라도 버려서는 안 된다. 숟가락이 그릇에 닿아 소리나게
하지 말 것이며, 밥알을 남겨 들이나 도랑 혹은 더럽고 습한 곳에 흘려 버리지 말라.'
이후 19세기에 나온 '규합총서'에는 '식시오관(食時五觀)'이라 하여 사대부가 식사 때 지켜야 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
있다. 즉 "첫째는 노력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살펴서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생각하여 보라. 둘째는 충효와 입신(立身)의 뜻을
살펴서 음식의 맛을 너무 따지지 말라. 셋째는 마음을 다스려서 과하게 하지말고 탐내지도 말라. 넷째는 음식을 좋은 약으로
생각하여 모양에 너무 치우쳐 먹지 말라. 다섯째는 군자로서의 도리를 다한 후에 음식을 받아먹어라."이다.
명절의 또 다른 즐거움은 음식이다. 식구들과 둘러앉아 만드는 송편이며 어머니의 손 맛이 가득
담긴 반찬들. 명절에 만드는 음식은 오랜만에 찾아오는 아들, 딸, 친지나 형제들을 위한 사랑과 감사의 정표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이 차린 음식이 손님들이 떠난 뒤에 쓰레기로 버려지지는 것이 많지는 않는지,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한 식사 예절로 마음 상하는 일은 없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추석에는 알맞게 차리고 자신의 양에 맞게
먹는 검소한 명절, 서로에 대한 배려로 사랑이 가득해지는 명절을 보내 보자.
일주일전에
식단을 짠다
설날 상차림은 차례상과 손님상으로 나누어 생각해서 식단을 짠다. 차례상은 집안마다 조금씩 다르므로 그에 맞추어
식단을 짜고 손님상은 거창하게 차리기보다는 설날 정취를 살리는 상차림이면 된다.
특히 밥을 위주로 하는 상차림보다는 주안상에 오르는 음식을 한두 가지 준비하는 식단을 짠다.
한꺼번에 손님을 치르는 경우를 고려해 여러 번 음식을 데워야 하는 뜨거운 음식보다는 청포묵무침,구절판, 샐러드
같은 찬 음식도 식단에 넣는다.
비슷한 음식이 중복되지 않도록 종류별로 가짓수를 줄이고, 음식의 양도 줄인다.
한 가지 재료로 색다른 여러 요리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메뉴를 정한다.
예를 들면 토란으로 토란탕과 토란찜, 간 고기로 고기전과 표고전, 밤으로 송편속과 율란, 표고버섯으로 표고전이나 표고대파산적
등
알뜰한 장보기
식단을 정했으면 양념부터 주요리까지 꼼꼼하게 사야 할 목록을 작성해서 장을 본다.
많은 양의 재료를 구입해야 하므로 자칫 필요 이상의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어디서 어떤 물건을 싸게 파는지 등을
사전에 조사해서 구입한다.
값이 오를 것 중, 오래 보관해도 괜찮은 과일, 건과류, 제수 용품, 건어물 등은 미리 사둔다.
육류는 미리 구입해서 찜거리, 국거리, 전거리 등으로 분류해 손질해 냉동보관한다.
해물이나 생선류와 같은 것은 보관에 주의가 필요하므로 미리 구입했다면 요리하기 편하게 밑손질을 해서 냉동실에 보관해
둔다.
떡국 국물로
사용할 육수는 미리 만들어 놓는다
떡국은 육수 맛이 중요하다. 육수는 미리 만들어 차게 식혀 보관해 두면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양념 준비도
미리 해 놓는다
한식 요리에 많이 쓰이는 양념이나 소스 등은 미리 준비해 둔다. 이 맛에도 간장, 깨소금, 설탕 등 기본 양념도 남아
있는 분량을 체크해서 미리 구비해 둔다.
김치는 미리
담궈 하루 정도 익힌 후 냉장고에 보관한다. 강정, 유과류, 음료도 2~3일 전쯤부터 준비해 둔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자
명절은 평소보다 많은 분량의 음식을 준비해야 하고 시간도 부족하므로 자칫 많은 쓰레기를 만들 수 있다.
미리미리 음식을 준비해 두어 음식을 만들기 전에 나오는 생쓰레기를 줄이자. 또한 바쁘다 보면 음식물쓰레기를 마구 버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항상 남는 명절 음식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매끼마다 먹게 되면 맛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버리기엔 아까운 음식들. 무조건 냉동실에 보관하기보다는 색다른 요리로 새롭게 만들어 먹자.
송편
추석이면 빠지지 않는 대표음식 송편. 아깝다고 무조건 냉동실에 보관해
두면 일년 내내 냉동실 자리만 차지하는 골칫거리가 되기 일쑤이다. 송편은 가능하면 말랑말랑 할 때 냉동시키는 것이
좋다. 냉동시켜 놓은 송편은 먹기 전에 상온에서 해동시키면 다시 쫄깃쫄깃 해진다. 출출할 때 먹으면 좋은 간식거리가
된다. 그러나 미처 냉동시키지 못해 굳어 버렸다면 식용유를 두르고 은근한 불에 구워 설탕을 뿌려 먹거나 꿀을 찍어
먹는다.
빈대떡과
전
빈대떡이나 전은 따뜻할 때 먹어야 제 맛이므로 처음 부칠 때부터 너무 바짝 익히지 않는다. 김치찌개를 끓이는데
마지막에 조금 넣어 먹거나 새로운 요리로 만들어 먹는다.
▶ 모듬 섞어 탕수육 : 살짝 튀겨
탕수소스를 만들어 끼얹어 먹는다.
▶ 신선로 : 남은 전들에
달걀과 표고, 미나리, 은행을 함께 넣고 육수를 부어 끓인다.
▶ 모듬 섞어 피자 :
넓은 팬에 부추전 큰 것을 깔고 그 위에 여러 가지 전을 얇게 펴놓는다. 그 위에 피자소스를 얹고 고기 약간과 나물을 골고루
얹고 피자치즈를 얹어서 아주 약한 불에 뚜껑을 덮고 피자치즈가 녹도록 굽거나 오븐에 구워 내면 맛있는 피자가 된다.
나물류
나물류는 비빔밥을 만들어 먹거나 나물밀쌈 춘권피를 만들어 먹는다.
▶ 나물밀쌈
: 나물을 먹기 좋게 썰어 겨자장을 만들어 넣고 버무린다.
▶ 춘권피 :
밀가루에 물 소금을 넣고 밀전병을 부친 뒤 나물을 싸서 먹거나 말아 기름에 튀겨 먹는다.
잡채
남은 잡채는 간단하게 잡채밥으로 만들어 먹거나 전골을 끓일 넣는다. 또 춘권피로 싸서 튀기거나 찐빵의 속으로
사용해도 좋다.
▶ 잡채유부전골 : 데친
유부에 잡채를 채워 넣고 데친 미나리 줄기로 윗부분을 묶어 유부주머니를 만들어 전골을 끓여 먹는다.
▶ 잡채계란김말이 : 남은 잡채를 계란말이의 속으로
사용한다.
남은 야채와
과일
남은 야채는 큼직하게 썰어 버터에 볶은 후 씹어먹기 좋게 물러지면 채에 걸러 우유로 희석하여 간을 맞추면 훌륭한 야채수프가
된다. 과일의 경우는 많이 남았다면 잼을 만들어 먹거나 주스로 만들어 먹는다.
아줌마닷컴에서는 이번 추석을 맞이하여 '바람직한 명절,제사문화 만들기 운동'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아줌마가 주체가 되어 여성의 인식변화, 가족문화의 변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명절,제사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변화를 위한 길을 모색할 때 비로소 가족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바람직한 명절,제사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이에 대한 명절 노동의 분담 문제, 제사 풍습 문제, 놀이 문화 및 음식문화 등
함께 바꾸어 가면 좋을 것들에 대해 의견을 받습니다. 제사 거부 등의 급진적 방법이 아니더라도 우리 아줌마 모두의 지혜와
힘을 모아 자녀들에게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 고유 명절의 풍습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작은 출발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