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가고 싶었던 곳이던가?
벼르고 벼르던 사량도란 곳을 가기 위해서 사천의 와룡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모처럼의 3일의 연휴를 그냥 보내긴 아깝고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사량도를 가기로 맘을 먹고 혼자 좀 보내달라니 안 된단다. 아직은 쓸만하다나? 하하..
투정 반 조름 반으로 겨우 허락을 받고 혼자 떠나려고 했지만 막상 떠나려니 혼자 떠난다는 게 쉬운 게 아니었다.
밍기적거리며 찾아 본 까페의 산행일지에 사천이란 게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옳다, 여길 쫓아가서 사량도까지 가야지란 욕심으로 무작정 산행을 하기로 맘을 먹고 와룡산행이 취소가 안 되었는지만 확인하고 떠나기로 맘을 먹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허둥대며 준비를 하였지만 아침 시간이 왜 그리 빨리도 가는지..
남편이 늦은 나를 오리역까지 태워다 줘서 겨우 7시 40분차를 탈 수 있었다.
기사 아저씨는 낯설었지만 낯익은 박대장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차를 타고 가면서 반은 졸며 반은 바깥의 풍경을 감상하며 그리 다다른 곳. 와룡산.
홀로 가기가 조금은 머쓱하고 그러던 차에 예전에 산행을 하면서 뵈었던 분께서 그래도 행보를 같이 해 주시는 덕에 나홀로의 산행이라 여겼던 게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바뀌게 되었다.
초반부터 만만찮게 헉헉거리며 따르기란 쉬운 게 아니었다. 워낙 빨리 가시던 분들이지만 그래도 한 템포 늦게 가시기로 하셨다고 힘겨워하는 내게 힘을 북돋워 주시곤 했다.
오르는 길이 왜 그리 힘든지.
겨우내 산행을 안 했던 탓에 의욕만 앞선 산행이 쉬울리가 없었다. 헥헥..
너무나 힘겨워 보였는지 한 분께서 스틱을 내미신다. 잡고 따라 오라구..
그야말로 체면이구 안면이고 몰수하고 혼자의 산행도 힘든 그 분의 스틱을 잡고 힘든 곳을 올랐었다.
참 송구스럽고 감사하단 말씀을 드려야 할 거 같다.
(초보자인 저를 데리고 가 주시느라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그러면서 오르는 산.
펼져지는 바다와 올망졸망한 섬, 섬, 섬...
아, 이 곳을 그리도 그리워 했었나보다 싶었다.
와룡산이란 게 용이 누워있는 형상을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코스를 변경해서 오른 산은 정말로 용이 굽이져 누워있는 듯 싶었다.
날씨도 얼마나 좋은지 햇볕은 쨍쨍..
진달래가 피어있담 얼마나 좋을까를 되뇌이며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고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른 탁트인 그 바다와 섬...
탄성이 절로 나오는 그 때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게 펼쳐진다.
삼천포를 감싸듯한 와룡산.
멀리 화력발전소가 보이고 그런대로 아기자기한 듯한 마을도 어느새 정겹게 다가온다. 푸르른 밭의 모습이 저긴 무엇이 심어져 있을까란 궁금증도 자아내게 만들었고 봄의 모습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짐이 참 좋았다.
봄..
봄을 만나러 난 그 곳을 갔었던 게야.
개나리, 동백, 매화 그리고 푸른 측백나무 숲..
모두 돌아가는 길..
사량도와의 만남을 위해 많은 이를 뒤로하고 혼자 내린 삼천포.
바다가 보이는 작은 모텔에서 잠을 혼자 자려니 잠이 도통 오질 않았다. 깨었다 자기를 몇 번..
한 시간에 한 번씩은 깨면서 설치듯이 자고 일어나 바라본 바다엔 사량도가 건너다 보였다.
방 안에서 그 곳 풍경을 한 컷 찍고 서둘러 화장을 하고 택시를 불렀다. 선착장까지 도착하기 위하여 택시를 타니 택시기사 왈 "옥녀 만나러 가유? 돌아 올 때도 차가 없으니 이 차 좀 불러 줘유" 그러신다.
일곱시 반에 그 곳에 도착을 하니 배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서둘러 승선표를 끊고 탔는데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꽤나 눈에 들어왔다.
나는 혼자인 터라 그 곳 한 여성한테로 다가가 산을 오를 거냐고 물으니까 그럴 거라고 한다. 나는 혼자 왔는데 산행만이라도 함께 할 수 없겠느냐고 물으니깐 총무님이란 분한테 여쭤본다. 그 분이 오시더니 혼자 오셨으면 함께 산행을 하자신다. 고맙단 인사를 하고 아침밥을 안 먹었기에 가게로 달려가 빵과 우유를 구입하고 급하게 그 대열에 끼어 산을 오르기로 했다.
다들 혼자서 대단하다고..
얼마나 오고 싶었던 곳이었음 혼자 왔겠냐면서 나는 웃음으로 답했다. 헉헉대며 오르는 길..
나보다 더 산을 못 타는 사람도 그 중엔 끼여 있었는지 도중에 포기를 하고 내려가시는 분도 보였다.
혼자 가는 게 좀 안쓰러 보였던지 한 분이 산행을 하는 내내 함게 해 주신다. 커피도 나눠 주시고 밧줄을 타는 데 있어선 뒤에서 봐 주기도 하시구..
펼쳐지는 바다가 좋았고 통통통 오가는 배들도 한가로워 보였다. 그 바다, 그 섬...
바위로 이뤄진 사량도의 지리망산.
밧줄을 타고 바들바들 떨면서 올라야 하는 곳도 있었고 가파르게 절벽으로 이어진 계단도 내려오는 곳이 있었다.
무사히 산행을 하고 내려오니 다산 산악회 분들께서 식사를 하시다가 반갑게 인사를 하면 함께 하자고 하신다.
고맙게 밥을 함께 먹고 배도 함께 타고 올 땐 진주에서 버스를 타고 오려고 하였었으나 그 분들께서 자기네 차가 서울로 가니 함께 가잖다.
그래서 음료수라도 산다고 하니 한 분 왈 "無는 無에서 끝나는 게 가장 좋은 거"라면서 그런 생각은 아예 하지 말란다. 일일 회원으로 그 곳 신세를 지고 죽전휴게소까지 와서 감사하단 인사와 함께 이 세상엔 아직 고마운 분들이 참 많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