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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은 애틋하다. 어째서인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유난히 가슴에 사무치는 강이다. 여린 강줄기의 흐름이
어머니를 떠올리게 해서인지도 모른다. 혹은 자신이 가진 것을
사람들에게 남김 없이 내어주는 그 넉넉함이 우리네 어머니
를 닮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남도 5백리를 촉촉하게 적시며
흘러가는 섬진강과
그 강에 깃 들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겨운 이야기, 군침 고이게 하는 먹거리를 찾아 섬진강 기행을 떠나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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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의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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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을 이야기 할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이가 바로 김용택 시인이다. 섬진강에 깃들어 살며 시를 쓰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그는 섬진강의 순수하고 선한 마음을 닮은 인물이
아닐까 싶다. 섬진강 연작시들이나 산문집으로 펴낸 섬진강
이야기를 읽어보면 그의 섬진강 사랑을 짐작할 수 있다.
김용택 시인은 고향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덕치 초등학교에서 2학년 아이들을 가르친다. |
예닐곱 명이 학급 인원의 전부인 교실, 아이들은 책상을 모아 붙여놓고 마주 앉아 공부한다. 아이들에게 시인은 좋은 선생님이자 다정한 친구다.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교실에 남아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아니면 친구들과 놀다가 집에 돌아가곤 한다.
교실 창 밖으로 멀리 진메마을 들어가는 길이 보인다. 그 어디메 쯤 시인이 가슴앓이를
했던 ‘그 여자네 집’도 있다고 한다. 섬진강이 자신으로 하여금 시를 쓰게 했다는 김용택 시인. 아이들처럼 환히 웃으며 시를 쓰려면 사소한 것들, 작고 흔한 것들도 눈여겨보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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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의 아름다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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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은 전북 진안에서 발원해 섬진강댐에서 한번 막혔다가
임실, 순창, 남원, 곡성, 구례, 하동을 거쳐 남해로 흘러 든다.
그 길이 5백리에 이르는데, 물길 닿는 곳곳에 아름다운 풍경을 숱하게 흩뿌려 놓았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섬진강 상류의 비경 가운데 장구목이라는 곳이 있다. 그다지 깊지는 않지만 여름철이면 물놀이하기에 딱 좋을 정도의 깊이와 너른 바위가 있는 장구목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에서 비껴나 있는 덕분에 그 아름다움을 그나마 잘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다.
장구목에서 차로 10여 분 강물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구담마을에 이른다. 마을 제일 윗자리를 차지한 느티나무 언덕에
올라서면 강줄기가 들과 산자락을 타고 태극무늬로 휘어져
돌아나가는 모양새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발 아래로는 아담한
마을, 그 앞으로 펼쳐진 논, 그 논을 적시는 강물, 그 뒤에 우뚝 선 산…. 눈길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은 아니지만 그저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풍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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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하이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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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전거 하이킹을 해보는 것이다. 곡성군 고달면 가정리에 가면
‘섬진강 자전거 하이킹 코스’를 만들어 두고 자전거도
빌려준다.
너더댓 가구가 전부인 작은 마을을 지나기도 하고 갈대 숲
펼쳐진 강변에서 땀을 닦기도 한다. 강 반대편 압록 쪽으로
가는 코스도 있고, 하류 쪽에 있는 구례 방면으로 가는 길도
운치 있다. |
한가로운 섬진강을 느끼려면 상류로 가는 1번 코스가 좋고, 아이들과 함께 무난한 도로를 달리고 싶다면 구례 방면 2번 코스가 좋다. 시간 여유가 있고 체력도 좋다면 압록에서 보성강을 따라 태안사 쪽으로 가는 4번 코스가 그만이다. 태안사는 절 자체보다
절로 들어가는 길이 멋있다. 노랗게 익어 가는 들판이며 한창 가을빛이 물들어 가는 계곡이 보기 좋다.
자전거 대여소는 가정리의 폐교된 학교 안에 있다. 대여료는 하루에 1인용 3,000원, 2인용 4,000원이다. 자전거 하이킹 관련 문의는 곡성군청 ☎061-360-82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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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의 먹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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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에서 나는 대표적인 먹거리는 은어와 참게다. 은어회는 초여름에 먹어야 뼈가 쇠지 않아서 맛이 제대로 난다. 요즘 같은 가을철에는 회보다 튀김으로 먹는 게 좋다. 하지만
가을철 최고의 요리는 역시 참게. 구수하게 끓여낸 참게탕과 입안에 착착 감기는 참게장을 맛보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참게는 9월부터 서리가 내릴 무렵까지 가장 맛있다고 한다.
이맘때가 되면 참게가 몸에 영양분을 가득 저장하기 때문이라고. 특히 게장은 가을철에만 담는데 다른 계절에는 살이
물러져서 못 먹는다고 한다.
가을철에 1년 내내 먹을 게장을 한꺼번에 담는다. 갖은 재료를 넣고 끓인 간장을 여러 번 되풀이해서 부어줘야 딱딱한
껍질 안으로 맛이 배어든다.
싸늘한 바람이 불어 올 수록 그 맛이 돋보이는 참게탕은 된장을 푼 물에 들깨가루를 넣어 국물이 유난히 구수하고, 푸짐한 시래기, 고소한 참게가 잘 어우러진 요리다. 참게는 살아 있을 때는 검은빛이 도는 갈색이지만 익으면 먹음직스러운 붉은 빛을 띈다. 크기가 작아 발라먹기가 귀찮은데 그냥
껍질 채 씹어 국물을 쪽쪽 빨아먹는 것이 참게탕 먹는 방법이다. |
곡성에서 구례로 이어지는 17번 국도 변에 참게요리를 선보이는 식당들이 몇 군데 자리잡고 있다. 압록 유원지에 있는 통나무집(061-362-3090)이 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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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_김숙현[여행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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