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신의 컬쳐에세이 - 오쿠도고奧道後

[운영자(남촌)]

이승신의 컬쳐에세이 - 오쿠도고奧道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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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사람

sonhoyunim <sonhoyunim@hanmail.net> 18.08.18 09:32 주소추가수신차단

3천년 역사의 도고 온천                                                                    2018  8 12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오쿠도고奧道後

지금은 오랜만의 일본이요 시고쿠 섬의 마쯔야마松山 입니다.

그것은 일반적인 휴가나 불볕더위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지난 몇 해 타국의 공부와 그 기록의 집필, 책과 영상다큐 만듬으로 고단한 나날이었습니다. 나에게 새파란 지중해를 보이는 선물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아직은 멀리 갈 수가 없어 가까운데를 알아보니 8월 어디고 비행기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제야 아 지금이 휴가철이구나 했습니다.

지난 1월 사고로 갑자기 입원하여 매일 통곡할 때에, 어느 신문 전면에 난 온천 사진 기사를 희망으로 병원의 무채색 벽에다 붙쳐 놓고, 하루 빨리 뛰쳐나가 거기에 있던 기간만큼 뜨거운 물에, 기분을 바닥으로 저하시키던 것들을 녹여내고 싶었습니다.

오랫동안 씻을 수도 없는 걸 인내하다 자리를 얻은 게 일본 4 섬 중 제일 작은, 남쪽 시고쿠四國의 마쯔야마松山 입니다.

인구 50만의 마쯔야마는 어느 곳의 온천에나 있듯, 다리를 다친 백노가 땅에서 솟는 더운 물에 상처를 적시자 나아서 날아갔다는 이야기가 있는 곳입니다. 역사가 3천년이 넘는, 일본의 수많은 온천 중 가장 오래된 온천이고 보면 아마도 여기가 그 백노 이야기의 오리지날이고 다른 곳이 그 이야기를 본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도 도고 온천이 있네요.

천년도 더 전, 천왕이 도고 온천에 들렸다는게 이야기거리이고 더 들여다 보면 동경대 교수를 했던 일본 현대 문학의 아버지 '나쯔메 소세키夏目漱石' 가 중학교 영어 교사로 있을 때 '봇짱' (도련님)이라는 전 세계 수백 종의 버젼이 있는 소설을 쓴 곳이요, 17음절의 시, 하이쿠를 혁신시킨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선진국은 어느 작은 마을을 가도 그런 인문학적 스토리를 간직하고 가슴에 새기는 걸 봅니다.

내가 며칠 머무는 '오쿠도고奧道後' (도고의 깊숙한 곳이라는 뜻)는 그런 도고에서 30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산 속에 오래 된 호텔 하나만이 있고 별 문화가 없으나 유명한 도고 온셍溫泉보다 온천의 수질이 좋다는 게 자랑입니다. 

떠나는 순간까지 일상에 매여 일기정보도 안본채 왔더니 관동의 동경 지역에서 히로시마 오카야마, 최근의 큰 호우피해지를 거쳐 여기 시고쿠까지 호우 태풍이라고 밤새 대피 뉴스가 요란합니다. 그걸 보면 다음 날 태풍으로 여러 달 별러 온 내가 꼭 날라갈 것 같았지만 아침에 깨니 두어 시간 비가 세차게 오고는 숲 사이로 햇빛이 나고 기온이 내려가 좀 시원해진게 아직은 다 입니다.

내가 만나 본 프랑스의 국민 의사 Saldman이 말하는 건강의 비결을 보면 한 달에 12번 이상 사랑을 나누라는 것도 있지만 눈에 띄는 것이 친숙한 곳과 친숙한 것들을 어서 떠나라는 것이 있습니다.

무토막처럼 자를 수 없는 일상을 자르고 친숙함을 떠나 왔으나 스마트 폰까지 버릴 용기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하면 그것은 친숙함의 으뜸으로 지구의 어느 구석진 깊은 곳을 간다 해도 버리고 온 모든 친숙함을 연결해 줄 것입니다.

아니 이 지구별을 떠난 후에라도 즉결되는 무언가를 우리 인류는 반드시 만들어 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건강의 비결은 무엇일까, 산다는 건 무엇인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우리 인류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인가, 생각에 잠기고 청정 물에 잠겨보는 한여름입니다.

도고온천역  -  마쯔야마 2018 8

시내를 다니는 나쯔메 소세키의 소설 '봇짱' 이름을 딴 '봇짱열차'

매시마다 '봇짱'의 등장인물들 인형극이 펼쳐지는시계탑 -  마쯔야마 도고

세계에서 펴낸 수백종 '봇짱'을 보이는 나쯔메 소세키 문학관

'10년의 땀을 도고온천에 씻다' 시키의 하이쿠

마쯔야마의 자랑인 시키 문학관, 세계 하이쿠 대회가 열린다

오쿠도고 온셍의 7개 노천탕 중 하나

'언덕 위의 구름'  대하드라마의 배경이 된 언덕위 마쯔야마성

나쯔메 소세키 티하우스가 된 작가의 하숙터 -  마쯔야마 2018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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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  시인, 에세이스트,  TV방송인, 손호연단가연구소 이사장 

이대영문과, 워싱톤 조지타운 대학원,  뉴욕 시라큐스 대학원, 교토 동지사 대학

미국의소리방송 WDC, 한국방송위원회 국제협력위원, 삼성영상사업단 & 제일기획 제작고문 역임

저서 - 치유와 깨우침의 여정에서, 숨을 멈추고, 오키나와에 물들다

     Love Letter,  삶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

     그대의 마음있어 꽃은 피고,  孫戶姸  101수 가집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