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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손가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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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jb@jbnews.com">jb@jbnews.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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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이야기 코너인 '에세이 뜨락'은 지역 수필가들이 1주일에 한 번씩 방문, 삶의 여정에서 건져올린 생각을 수필, 꽁트 등의 형식으로 들려주는 작은 사랑방입니다. 전철 안이다. 청소년들의 두 엄지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인다. 그들의 작은 휴대폰 자판 위로 쉴 새 없는 이야기를 해댄다. 나는 능숙하게 움직이는 아이들의 손가락이 부럽다 손가락은 이렇게 위대하다. 젖가슴을 더듬던 두 손이 숟가락을 쥐고, 연필을 쥐면서 더 소중해진다. 꼬집어 주고 싶을 만치 귀여운 손가락이 화가의 손도 되고, 피아니스트도 만든다. 목수의 손에 의해 건축 예술이 이루어지고, 공예가의 손에 의해 신비스러운 예술이 창조된다. 손의 위대함은 예술의 창조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손은 마음을 표현하는 매체도 된다. 어머니와 아들이 잡은 사랑의 손, 이별의 갈림길에서 흔드는 아쉬움의 손, 맑은 영혼을 위하여 어둔 밤을 지새우는 기도의 손, 자식을 위한 어머니의 절절한 기구(祈求)의 손은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마음의 손이다. 중년을 지나면서 요리보다 컴퓨터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인터넷의 묘미를 알게 되면서부터 또 다른 세계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자판을 두들길 때 늘 사용하는 손가락만을 사용하게 된다. 전자계산기, 전화, 컴퓨터 자판은 음식재료들과는 다르다. 딱딱하고 생명력이 없다. 그런 전자기기들을 한 손가락만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나의 손가락에 탈 이 났다. 오랜 세월 혹사시킨 손가락이 노년에 들어 이제 지쳤나 보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 주먹 쥐기가 어눌했다. 참기름병 마개를 열 수가 없어 남편을 불러야 했다. 좌절에 빠졌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는 일은 도무지 혼자서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말겠지 하고 버려두었는데 한 달포가 지나도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나는 혼자 고민을 거듭하다 스스로 진단해 보았다. 가운데 손가락이 시작되는 손바닥 지점을 누를 수가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통증 크리닉을 찾아가고, 정형외과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아보기도 하고, 한방병원에서 침을 맞으며 피라핀(촛물) 물리치료를 받기도 했으나 통증은 여전하고 주먹 쥐기가 어눌하였다. 이제는 손을 쓰지 못하게 되나 보다 생각하니 한없이 우울했다. 이대로 병들어 버릴 것만 같아 세상이 싫어졌다. 오랜 세월 혹사시킨 나의 손가락이 이제는 닳고 닳아 더 이상 젊은 날의 손가락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고 좌절해 있을 때, K 의원을 생각해 냈다. 20여 년 전, 얼음판에 넘어져 무릎을 다쳐 거의 한 달을 고생하다가 연골(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감쪽같이 나았던 일이 기억났다. 헛일 삼아 전화를 했더니 그 때 그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은 연골 주사는 여간해 쓰지 않는다면서도 내 손을 진찰하자마자 주사를 놓아 주었다. 10일 후에 나머지 한 손도 놓았다. 며칠이 지났다.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주먹이 신기하게 마음대로 쥐어진다. 연골 주사를 맞는 일이 해롭다지만 우선 손가락이 자유롭게 움직이니 좋다. 자판을 두드려 보았다. 견딜 수 없이 아프던 마디가 아프지 않다. 가위질을 해 보았다.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컴퓨터 자판 속도가 빨라졌다. 병마개를 딸 때 남편을 부르지 않아도 되었다. 행주도 힘 있게 짤 수 있다. 우울증도 사라졌다. 다시 새 삶을 되찾은 마음이다. 사람의 인체에서 두 손은 무엇이든 이루어내는 마술사이다. 평생을 나의 두 손도 많은 것을 이루어냈다. 이제는 젊은 아이들이 부럽지 않다. 나의 손가락은 지금, 자유자재로 컴퓨터 자판을 날아다닌다. 김정자씨는 ▶청주출생 |
첫댓글 회장님, 손가락이 아프다고 걱정하시더니 다행이네요. 손가락이 얼마나 소중한지 글을 읽으며 새삼 느낍니다. 날이 흐리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멋진 작품의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렇게 자꾸만 나의 못난 체구에 대한 글을 쓰게 되는걸 보면 내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회원들께도 죄송하네요 참으로 나의 건강했던 옛날이 그립습니다.
회장님 열손가락에 대한 작품 잘 읽었습니다. 그동안 손가락이 아프신지 몰랐습니다. 힘 내세요
감꽃님. 늘 이렇게 알게 모르게 카페 다녀가시며 카페의 원할한 힘 넣어주시니 감사합니다.
회장님 열손가락으로 이루워 내신일들이 참 많으시네요. 이제는 손가락이 아프지 않으시다니 천만 다행입니다
kate 님 자주 방문하여 주심에 감사드려요
회장님 좋은글 읽고 갑니다 늦은 시간이네요
산새님. 요즘 어찌 지내시나요? 행사가 뜸하니 뵙기 힘드는걸요. 늘 제곁에서 의지가 되어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손 놀림을 자주하면 건강에 아주 좋다고 합니다,,아마도 회장님께서는 건강도 지키시고,,또 이렇게 고운글도 손수 만들어주시나 봅니다. 글 잘 보았습니다,,,수필엔 자신이 없는지라,,,,아마도 전 이렇게 사견을 갖고 있어요,,시는 불지 않은 풍선,,,수필은 입으로 불어넣어 부풀린 풍선.
섬지킴이님. 오늘에야 댓글을 보았습니다. '시는 불지않은 풍선' '수필은 입으로 불어 넣어 부풀린 풍선' 사색에 젖어 사시는 시인님의 결론이면 맞는 말씀이라 생각 하겠습니다. ㅎㅎㅎ 어줍잖은 글에 칭찬 하여 주시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