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욕의 40년 정치역정 나래접고…'대통령'에서 '자연인 김대중'으로
퇴임하는 김 대통령이 보내는 '위대한 국민에의 헌사'
2003. 2. 24 오마이뉴스
▲ 24일 오후 5시 15분경 동교동 사저 입구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이 환영나온 주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답례하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제3신:24일 날 5시 20분>
김
대통령 내외 8년만에 동교동 사저 돌아와 인근주민들, '우리대통령!' 연호하며 반겨
김대중 대통령 내외가 탄 승용차가
5시 15분경 동교동 사저에 도착했다. 승용차가 사저 입구에 도착하자 김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의원이 김 대통령 내외를 맞았으며, 환영나온
주민들은 '우리대통령!'을 연호하며 환영을 표시했다. 두 화동으로부터 꽃다발을 선사받은 김 대통령 내외는 몇몇 주민들과 악수를 나누고는 사저로
발길을 옮겼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는 오전 10시 15분 김석수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청와대로 돌아와 본관 세종실에서
국무위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대국민 퇴임인사를 한뒤 곧바로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했으며, 이어 국무위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석별의 정을 나눈뒤
기념촬영을 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첸치천(錢其琛) 중국 부총리를 접견하는 것으로 공식업무를 마무리 지었다.
8년만에 사저로 돌아온 김 대통령 내외는 저녁에는 특별한 일정이 잡힌 것이 없으며, 가족들과 오랫만에 조촐한 식사시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은 퇴임 후 7년간 청와대 경호실의 경호를 받도록 돼
있으며, 이후에는 해당 관할 경찰서가 경호토록 돼 있다.
이밖에도 전직대통령은 1급 비서관 1명을 포함, 모두 4명의 비서관들의
보좌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영욕의 세월은 길었으나...사라지는 시간은
짧았다
[취재현장] 2시간여 기다린 주민들 '아쉬움'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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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동교동 사저앞에 모여있는 주민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김대중 대통령은 동교동 사저 앞에 도착한지 채 5분도 안돼
단 한마디의 공식적인 코멘트도 없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2시간 가까이 그를 기다린 지지자와 동네 주민들, 기자들이 황당함을 느낄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다.
김 대통령의 자연인 복귀를 축하해주기 위해 동교동을 찾은 영화배우 문성근씨는 "김대중 정부가 그리 못한 것만은 아닌데
아쉽다. 건강하시고 새 정부에 많은 도움을 주기바란다"는 말로 시원섭섭함을 대신했고, 현장을 취재한 기자의 생각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퇴임사에서 그 자신이 말했듯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다섯번 죽을 고비를 넘겼고, 6년을 감옥에서 보냈으며, 수십년을
망명과 연금, 감시 속에서 산' 파란만장한 인생의 김대중 대통령. 이제 그는 6시간 후면 완벽한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김 대통령과 관련된 각종 정치현안 탓에 김 대통령이 동네주민 김상철씨의 바람처럼 영욕의 세월을 역사 속에 묻어두고 '편안하게
지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 홍성식 기자
<제2신:24일
낮 4시 50분>
동교동 사저 인근 400여명 지지자 몰려 '환영' 권노갑 전 의원, 김홍일 의원 문성근 씨 등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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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 내외가 탄 승용차가 청와대를 빠져나오고 있다.
ⓒ YTN화면
김대중 대통령이 동교동 사저로
돌아온다. 95년 경기도 일산으로 이사한 뒤 8년만이다. 김 대통령은 오늘 오후 청와대에서 퇴임행사를 마친 후 효자동~사직터널~금화터널~연세대를
거쳐 5시경 이곳 동교동 사저로 돌아올 예정이다. 김 대통령은 오늘밤 자정까지는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오후 4시45분 현재 김대중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마포구 동교동 178번지 일대는 약 400명 정도의 김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환영인파가 모여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김
대통령의 사저 입주 시간이 다가올수록 인파는 더 늘어갈 것으로 보인다.
큰길에서부터 김 대통령의 사저에 이르는 약 30여 미터의
골목길 곳곳에는 김 대통령 지지자들이 걸어놓은 것으로 보이는 플래카드들이 줄지어 붙어있는 풍경이다. '동교동 주민일동' 명의로 돼 있는 한
플래카드에는 "그 동안의 노고에 깊이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글이 들어있고, 이 외에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서 더욱 노력해 주세요"라는
부탁이나 "역사는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도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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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 사저 인근에 나붙은 환영 플래카드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현장에서 만난 동교동주민자치위원회 김상철(66)씨는 "동교동 주민들은
대부분 반기는 분위기"라며 "원래는 풍물놀이 등을 하며 환영행사를 가지려 했으나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등으로 국민들이 슬픔에 빠져 있어 태극기만
흔드는 간략한 행사로 축소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이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왔으니 편안히 지내시기를 바란다"는 바램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권노갑 전 의원과 김상현 박주선 한광옥 김옥두 의원 등은 동교동 사저 앞에 미리 도착, 김 대통령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권 전 의원은 들어오는 도중 사진기자들의 취재요청에 응해 뒤를 돌아보며 포즈를 취하고 웃기도 하는 등 한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환영인파 중 나이 많은 아주머니들은 이들과 악수를 청하고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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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나온 권노갑 전 의원(왼쪽)과 김홍일 의원(오른쪽)이 뭔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또 김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일 의원은 이들보다 약간 늦게 도착해 밝은
표정으로 서로 인사를 나눴다.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노무현 차기 대통령을 도왔던 영화배우 문성근씨도 동교동 사저 앞에서 김 대통령의 귀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현재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4시 이후부터 주변의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경찰은 주민들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통제선을 쳐 주변 정리를 하고 있으며, 폭탄 탐지견 등을 동원해 주변조사를 하고 있다.
<제1신:24일 낮
12시 40분>
영욕의 40년 정치역정 나래접고 동교동 사저행 '대통령 김대중'에서 '자연인
김대중'으로
김대중 대통령은 24일 오전 대국민 퇴임인사를 통해 지난 5년 동안 국민의 정부에 협력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로써 한국 정치사에서는 양김 시대가 마무리됨과 동시에 DJ도 대통령에서 자연인으로 돌아가게 됐다.
98년 2월 외환위기
속에서 15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던 김 대통령은 5년 뒤인 2003년 2월에는 대구 지하철 참사의 와중에 퇴임하게 돼, 그의 인생 역정만큼이나
고단한 임기를 보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된 퇴임인사에서, '위대한 국민에의 헌사'라는 제목의 퇴임사에
맞게끔 "저는 제 인생 최대의 보람을 국민 여러분에게 봉사하고 여러분과 함께 민족과 국가의 운명을 열어가는 데 동참하는 것이라고 믿고, 저의
모든 것을 바쳐 살아왔다"며 "무엇보다 지난 5년 동안 격려하고 편달해 주신 국민 여러분의 태산같은 은혜에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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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국무위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퇴임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일
김 대통령은 이날 퇴임사의 상당 부분을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남북간의
화해협력을 강조하는 등 '햇볕정책'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그는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북한 핵은 단호히 반대해야 하고
반드시 포기되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무엇보다 북·미간의 대화가 해결의 중요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ADTOP1@ 그는 국민의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온 '햇볕정책'의 결과, "한반도 긴장을 크게 완화시켰다"며
"한반도의 긴장완화가 곧 경제이고, 안보의 조건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북한과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평화적으로
교류·협력하다가, 서로 안심할 수 있을 때에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길로 가야 할 것"이라며 "이것만이 민족의 비극을 종식시키고 통일조국을 실현하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통령은 자신의 인생역정을 되돌아보며 "다섯 번 죽을 고비를 넘겼고, 6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수십 년을 망명과 연금, 감시 속에서 살았다. 그 사이에 수많은 치욕과 고통도 있었고, 수많은 유혹도 있었다. 신군부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죽는 것이 몹시 두려웠다. 그러나 그들의 유혹을 뿌리쳤다"며 "역사는 결코 불의에게 편들지 않고, 역사를 믿는 사람에겐 패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생명이 다하는 그 날까지 민족과 국민에 대한 충성심을 간직하며 살아갈 것"이라며 "새 정부가
추구하는 민족간의 화해협력과 국민참여 속의 국정개혁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해달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통령은 "험난한 정치 생활 속에서 저로 인하여 상처입고 마음 아파했던 분들에 대해서는 충심으로 화해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퇴임인사를 마쳤다.
▲ 사저 주위로 모여든 환영 인파들. 이들 가운데 더러는 손에 태극기를 들고 '우리대통령!'을 연호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한나라당 "DJ 정권 5년은 '정치 암흑기'" 혹평
김대중
대통령이 퇴임하는 날인 24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는 김대중 정권 5년에 대한 성토의 장을 방불케 했다. 회의에 참석한 당직자들은 본 발언에
앞서 김대중 정권에 대해 '정치 암흑기', '인치적 통치행위', '실패한 정권' 이라며 경쟁이라도 하듯 혹평을 쏟아냈다.
박희태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5년 동안 정치가 없었고,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고, 독선과 핍박만 지배했다"며 "새 정권에서는 정치 암흑기를 끝내고 야당이 국정의 동반자가 되는 정치 르네상스를 활짝 꽃피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일 사무총장도 "김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 훗날 역사가 평가하겠지만 불행히도 역사에 맡길 수 없이 바로 지금 평가받아야 할 일이 있는데 그것은 대북 뒷거래 의혹"이라며 "임기를 마치자마자 특검제를 피할 수 없는 게 안타깝지만, 이 모두가 자업자득"이라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이어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극복과
월드컵 대회의 성공적 개최에도 불구하고, 권력형 부정부패, 소득 불균형 심화, 지역편중인사 등 많은 문제점을 남겼고, 독선과 아집으로 국정혼란을
가중시켜 국민에게 외면받는 정권으로 추락했고, 핵 위기와 한미공조 균열 등 안보위기를 초래했다"면서 "이런 실정은 지역감정을 심화시킨 패거리
인사와 더불어 정당한 법절차를 무시한 인치적 통치행위에서 비롯됐다"고 성토했다.
김 총장은 또 "노무현 정권은 이념 편향적인 패거리
인사를 지양하고 민심과 법 절차 존중, 국정을 화합 속에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배 정책위의장은
"DJ정권 5년은 부정부패와 무능, 거짓말로 일관했고, 여야대결의 정치였다"며 "경제는 가계 빚과 농가부채, 빈부격차가 늘어났고, 공적자금을
낭비했으며, 남북문제로 노벨상을 받았지만 뒷거래와 퍼주기로 일관해 마침내 핵 개발 위기를 야기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국가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은 평가받아야"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였던 김대중 대통령이 퇴임하는 24일, 문석호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 "한반도 발전과 국제평화를 위해 계속 힘써 줄 것을 기대한다"며 감사와 마지막 당부의 목소리를 함께 전했다.
문 대변인은 논평에서 "무엇보다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민족간에 화해의 기운을 싹틔운 김대중 대통령에게 국민과 함께 박수를
보낸다"며 높이 평가하고 "역사 이래 최대의 국난으로 기록될 IMF 환란 위기를 국민과 함께 극복했으며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여 국가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은 평가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변인 "과거 정부에 비해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일부에서 비리문제가 일소되지 않았다는 점과 야당의 끈질긴 국정 발목잡기는 아쉬웠던 점"이라며 지적한 뒤 결과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국내외 상황에서 훌륭하고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본다"고 평했다.
문 대변인은 "보통시민으로 돌아가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고에 거듭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한반도의 발전과 국제평화를 위해 힘써주실 것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밖의 문제는 잘 풀었지만, 안을 제대로 못
다스렸다"
정치학자들이 바라본 김대중 정부의 5년
정치학자들은 국민의 정부 5년간의
평가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국민이 기대했던 수준만큼 '퇴임식날 박수 받는 대통령'으로 기억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햇볕정책으로 대변되는 대북관계와 외교적·국제적 수준의 발언권 강화, IMF 극복 등 외치에 있어서는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지만
내치에서만큼은 좋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을 공통된 시각이었다. 내치에 있어서도 학자 간 견해가 엇갈리는 측면도 있었지만 정치개혁과
비리척결에 실패했다는 점에서는 같은 목소리였다.
유창선 박사 "외교·경제 성과, 그러나 측근·아들 비리
흠집"
내치에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아들의 비리나 측근의 비리를 막지 못해 국민의 정부의
도덕성을 실추시킨 것은 대통령의 책임이 결정적인 문제이다. 이로 인해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여전히 지역분열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 정치권의 책임도 있겠지만 인사 정책에 있어 세심한 고려를 하지 못했다.
측근 정치의 문제도 있다. 청와대의 국정
운영에 있어 5년 내내 지적됐지만 결국 3김 정치의 틀에 안주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변화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시도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내치에도 성과는 있었다. IMF 극복이나 IT 열풍, 생산적 복지 개념의 도입을 통해 복지정책의 강화에
대한 노력이 있었음에 정치적 실패로 묻힌 측면이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에서 기본적으로 여러 곡절 속에서도 이 정도의 수준을 유지한 것은 남북간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교류협력을 지속시켜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대북 송금 과정에서 국민적 동의 부분이 소홀히 취급돼
성과가 다시 빛이 바랜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교차원에서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본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지도자였던
만큼 발언권 면에 있어서 영향력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북미간의 관계가 악화되는 속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지켜낸 것은 대미관계에서 무시하지 못한
발언권의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물론 노벨평화상의 영향도 컸을 것이고 상징적인 의미도 있을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발언권을 높일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됐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봐서는 퇴임 순간 박수를 받으며 퇴임하는 것을 국민들은 보고 싶었던 것인데 이번 역시도 평가가
갈리기는 하지만 박수를 받고 퇴임하는 모습은 아닌 것 같다. 반복되는 아쉬움을 남는 것 같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 "외교적
치적은 화려했지만 내치는 빈약했다"
외치의 강점을 보이고 현실적인 접근으로 성공을 했지만 내치에 의해 뒷받침을 받지 못했다.
남북관계와 대미관계, IMF 등 외교적 치적은 화려했지만 내치는 빈약한 측면이 많다. 내치 중에서도 이러한 평가를 낳게 하는 부분은 정치개혁
분야이다. 김대중 정부는 저음부터 끝까지 정치개혁 분야에서 실패를 거듭했다. 철학도 접근 방법도 잘못되다보니 의원 임대까지 간
것이다.
국민의 정부 인수위 100대 개혁과제 주요 사안에서 오히려 국민과 거꾸로 가는 모순을 보인 측면도 있다. 그리고 유력하게
추진한 개혁방안에 대해서도 타이밍과 방식, 지속성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문민의 정부와 구별되는 평화적, 수평적 정권교체, 그리고 국민의 정부에
걸맞게 했어야 했다.
두 아들의 비리는 국민의 정부 실패를 강조하거나 부각시키는 것이었지 스캔들이나 게이트가 국정운영을
가로막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임기 말에 터져 나옴으로써 실패한 정부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켰을 뿐 본질적인 문제였다고는 보지 않는다. 물론 국민은
분노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구조적인 권력 비리라기보다 권력 '곁불'의 상황적 비리인 것이다.
전두환의 경우 경호실장을
시켜 수백 억원을 주고받은 비리이지만 적어도 김대중 정부가 의도적으로 비리를 저지른 것이 아니다. 적어도 못 챙긴 것이고 보고도 올라오지 않는
그런 한계를 노출시켰을 뿐이다.
우리의 평가는 역사적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것이지 성공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의문사 진상규명이나 민주화보상, 국민기초생활법, 남녀 평등을 위한 여성부 신설 등은 상당한 업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업적이
몇 가지 중요한 문제에 의해 묻혀버렸다.
남북정상회담, IMF 등 이런 측면에서 보면 외교적 교섭력을 가지고 대북, 대미관계를
풀어간 외교적 역량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부분은 인정해야겠지만 외교는 내치의 연장이고 수단일 뿐이다. 수단이 강조되어서는
안된다. 결과적으로 박수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도덕성이 실추하면 어떤 업적이 있어도 묻히기 마련이다. / 정리·이성규 기자
다음은
김 대통령의 퇴임사 전문이다.
위대한 국민에의 헌사(獻辭)
▲
김대중 대통령
ⓒ 오마이뉴스 이종호
먼저, 이번 대구지하철 참사에서 귀중한 목숨을 잃은 시민 여러분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부상자들이
하루속히 쾌유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제가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을 대하는
것이 오늘로서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삼가 작별의 인사를 드립니다. 무엇보다 지난 5년 동안 격려하고 편달해 주신 국민 여러분의 태산같은 은혜에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제 인생 최대의 보람을 국민 여러분에게 봉사하고 여러분과 함께 민족과 국가의 운명을 열어가는 데
동참하는 것이라고 믿고, 저의 모든 것을 바쳐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부족하고 아쉬운 점도 많았습니다. 후회스러운 점도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하지만 국민 여러분과 저의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국운융성의 큰 기틀을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국민의
힘이 컸습니다. 이제 우리 국민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가지고 떠날 수 있게 되어서 저는 더할 나위없이 기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가가 융성하려면 훌륭한 국민과 책임을 다하는 정부가 필요합니다.
우리 국민은 역사상 처음으로 여야
정권교체를 이룩했습니다. 외환위기에는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하였고, 개혁의 과정에는 가혹한 시련과 희생을 감내해 주었습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성공시켜 세계를 감탄케 했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세계적인 IT강국을 만들어 냈습니다. 반세기 민족의
비극에 전환점을 이루는 화해협력의 햇볕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지지해 주었습니다.
어느 때보다 높은 국민의 참여 속에 가장
공명한 대통령 선거를 치렀습니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냐"하는 국민적인 각성과 자신감이 전국 방방곡곡에
넘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민의 힘과 성원이 있었기에 국민의 정부는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1세기 일류국가의 기틀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민주 인권국가로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넘치는 언론자유, 시민운동의 활성화,
여성지위의 획기적 향상, 노동운동의 자유 보장, 그리고 과거 군사독재하에서 희생됐던 사람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 등 많은 일이 이루어졌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외환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금융, 기업, 공공, 노사 등의 4대 개혁을 실행하여 우리 경제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한국은 이제 IT강국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부터 배워라", "한국인은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자랑할 권리가
있다", 이런 많은 찬사도 받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사회 안전망을 선진국 수준으로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문화의 창달과 체육·관광의 진흥을 통해 보다 나은 국민의 삶과 국가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공무원은 처우와 인사환경의
개선 속에 성실하고 능력있는 봉사를 통해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21세기 일류국가의 대열에 들어갈 수
있다는 벅찬 희망을 갖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 순간 이러한 성취를 위해 지원하고 편달해 주신 사회 각계의 지도자 여러분에게도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음을 항상 어둡게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반세기가 넘는 분단과 대립의 민족현실입니다. 최근에는 북한 핵 문제까지 우리의 가슴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민족의 비극은
우리의 운명이며 해결할 수 없는 것이겠습니까. 결코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일생을 두고 민족의 평화공존과 평화교류, 그리고
평화적 통일을 이루기 위해 헌신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많은 박해와 오해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요지부동으로 보이던 평화통일에의 수레바퀴도
이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햇볕정책은 한반도 긴장을 크게 완화시켰습니다. 과거 50년간 해외투자 유치는 246억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5년 동안 600억 달러의 해외투자가 들어왔습니다. 한반도의 긴장완화가 곧 경제이고, 안보의 조건이기도
합니다.
반세기만에 휴전선에서 육로가 열렸습니다. 지금 진행중인 철도와 공단의 건설 등은 남북을 하나의 민족경제로 연결하는 힘찬
출발이 될 것입니다. 5천년 단일민족을 지켜온 우리의 하나됨을 그 무엇도 영원히 갈라놓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북한의 민심도 우리에 대한 불신과
적대에서 이해와 동경으로 차츰 변화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과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평화적으로 교류·협력하다가, 서로
안심할 수 있을 때에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길로 가야 할 것입니다. 이것만이 민족의 비극을 종식시키고 통일조국을 실현하는 최선의 길이 될
것입니다.
한편, 우리는 북한과 이념을 달리하고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냉혹한 현실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됩니다. 국가 안보는
지금도 우리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그러나 인내와 노력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점진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는 확신을 포기해서도 안되겠습니다. 지난
5년이 그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부산 아시안게임이 국민적으로 이를 실감케 했습니다.
북한 핵은 단호히 반대해야 합니다.
핵은 반드시 포기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는 한·미·일 정상간의 합의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북·미간의
대화가 해결의 중요 관건입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우리가 평화공존과 평화교류의 노력을 계속할 때 북한은 더욱 개방될 것입니다.
우리 국민은 안정과 평화 속에 대한민국을 세계 일류국가로 발전시키는 데 전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을 관통하는 철도와 육로를 통해서
유라시아대륙의 물류중심국가가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동북아시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성장한 우리의 힘은 통일의 비용도 자신있게 감당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제 통일을 할 수 있겠느냐 하고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착실히 전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족의 분단은 타의에
의해서 이루어졌으나 민족의 화해와 통일은 우리 힘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누구도 우리를 대신해서 해 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현실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확고히 지키기 위해서는 남북간의 화해협력과 더불어 한·미간의
굳건한 안보동맹이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지정학적 입장으로 봐서 조선왕조 말엽과 같은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동북아의
안정자로서 주한미군의 존재는 지금은 물론 통일 이후에도 필요합니다. 한·미 군사동맹은 한·미 양국에게 모두 이익이 됩니다. 반미도, 반한도, 다
같이 배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 주변의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과 EU와 같은 영향력 있는 국제사회와도 더한층
긴밀한 관계를 계속 유지 발전시켜 나가야겠습니다. 우리에게 외교는 중요합니다. 외교는 평화와 번영에의 중요한 길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민주주의와 나라의 발전, 그리고 조국통일을 위해서 일생을 바쳤습니다. 다섯 번 죽을 고비를 넘겼고,
6년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수십 년을 망명과 연금, 감시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 사이에 수많은 치욕과 고통도 있었고, 수많은 유혹도
있었습니다.
신군부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저 역시 죽는 것이 몹시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유혹을 뿌리쳤습니다. 저는
불의와 타협하는 것은 영원히 죽는 것이고, 죽더라도 타협을 거부하는 것이 영원히 사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역사를 믿었기 때문에 그랬습니다.
역사는 결코 불의에게 편들지 않습니다. 역사를 믿는 사람에겐 패배가 없습니다.
일생동안, 특히 지난 5년 동안 저는 잠시도
쉴새없이 달려왔습니다. 이제 휴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저의 생명이 다하는 그 날까지 민족과 국민에 대한 충성심을 간직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노무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해 주십시오. 새 정부가 추구하는 민족간의 화해협력과 국민참여
속의 국정개혁은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그 소명을 다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저는 우리 민족의 장래에 큰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반드시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위대한 국가로 성장할 것입니다. 우리 국민은 그러한
자질이 있습니다. 경제 대국의 꿈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간의 평화적 통일도 언젠가는 실현시키고야 말 것입니다.
이제 저는
국정의 현장에서 물러갑니다. 험난한 정치 생활 속에서 저로 인하여 상처입고 마음 아파했던 분들에 대해서는 충심으로 화해와 사과의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 하나같이 단결합시다. 내일의 희망을 간직하고 열심히
나아갑시다. 큰 대의를 위해 협력합시다.
첫댓글5년의 짧은 임기 동안 자기들이 망가트린 경제를 살려 놓고 물러나는 대통령에게 "DJ 정권 5년은 '정치 암흑기'"였다고 혹평하던 족속들이 이제는 훌륭한 업적을 쌓은 대통령이고 호평하는 새카만 속셈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그래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국민들, 고생 더 해야 돼요...ㅠ
첫댓글 5년의 짧은 임기 동안 자기들이 망가트린 경제를 살려 놓고 물러나는 대통령에게 "DJ 정권 5년은 '정치 암흑기'"였다고 혹평하던 족속들이 이제는 훌륭한 업적을 쌓은 대통령이고 호평하는 새카만 속셈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그래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국민들, 고생 더 해야 돼요...ㅠ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그러게요. 김대중 대통령에게만큼은 왠지 5년 임기가 너무 짧고 아쉽게만 느껴졌습니다.
저도 그시절이 정말 그리워지는군요.. 그래도 그땐 딴나라당이나 수구들이 지금처럼 대통령 막 잡고 흔들어대고 딴지걸고 그러지는 않았는데 말입니다. 어째 김대중대통령때만 해도 정치보복 무서워서 빌빌대던 것들이 노무현 정권 들어서니 벌떼처럼 일어서서 성조기나 흔드는 꼴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