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찬을 키우면 된다. 박진만이 저 나이였을 때보다 더 낫다.”
“박진만이 온다면 당연히 생큐다. 조동찬은 백업으로 쓰면 된다.”
위의 두 말은 같은 사람이 한 말이다. 삼성의 한 코치가 한국시리즈 직후 한 이야기와,박진만 계약 직전에 한 이야기는 언뜻 180도 다른 말 같지만 둘 다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 삼성에 온 박진만(28)은 기존 유격수인 고졸 3년차 조동찬(21)보다 분명히 낫다. 하지만 4년에 최대 39억원이라는 돈을 들일 만큼 ‘훨씬’ 나은 선수는 아닌 듯하다.
▲ 수비
박진만은 지난해 유격수 최초로 100타점을 돌파한 홍세완(기아)이나 올해 3할타율을 넘긴 이범호(한화)를 제치고 ‘최고의 유격수’라는 호칭을 얻고 있다. 수비솜씨가 빼어나다고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진만의 수비는 예전 같지 않다. 수비범위를 측정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자살(풋아웃)과 보살(어시스트)의 수를 더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를 범위(range)라 하여 수비율보다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올해 국내에서 100경기 이상 선발출전한 유격수는 모두 6명. 그런데 이 가운데 박진만의 선발출전 경기당 범위는 4.561로 5위에 불과하다. 삼성의 기존 유격수인 조동찬(4.714)보다 되레 떨어지는 성적이다.(표1참조)
박진만은 올해 실책이 적어 유격수 수비율 공동 2위(0.976)에 올랐다. 조동찬은 수비율 9할6푼9리로 이에 못 미쳤다. 박진만은 올해 실책 14개를 했다. 만일 18개를 했다면 수비율이 조동찬과 같아진다. 실책 4개의 차이가 연평균 10억원 가까운 가치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 타격
박진만은 좋은 타자다. 올해 타율 2할8푼6리 17홈런 69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박진만은 중심타선에 들어갈 만한 타자는 못 된다. 박진만은 데뷔 후 9년간 3할타율을 딱 한 번(.300·2001년) 올렸으며 20홈런을 넘긴 것도 한 번(2001년·22개)이다.
조동찬은 올해 2할2푼2리 7홈런 29타점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어린 나이를 감안하면 형편없는 정도는 아니다. 박진만은 고졸 2년차(97년)에 타율 1할8푼5리로 아직 깨지지 않고 있는 규정타석 최저타율 기록을 세웠고 3년차(98년)에도 겨우 2할3리를 쳤다. 조동찬은 특히 장타력 면에서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시리즈 9경기에서 타율 3할3리에 1홈런 2타점을 올렸다.
▲ 조동찬을 쓴다고 해도
삼성벤치는 내년 시즌 조동찬을 유격수에서 3루수로 전환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면 조동찬의 타격과 수비가 활용가능해진다.
그러나 그럴 경우 김한수가 1루수가 된다. 김한수는 이번에 4년 최대 28억원에 계약했다. 28억원이 ‘3루수 김한수’에게는 온당한 금액일지 몰라도 ‘1루수 김한수’에게는 과도한 금액이다.
현대는 1루수 이숭용과 올시즌을 앞두고 3년간 17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총액기준 김한수보다 약 10억원 싸다. 그런데 김한수와 이숭용은 계약 이전 3년간 성적이 거의 비슷한 수준. 계약 직전 연도 성적은 이숭용이 더 낫다.(표2참조) 그리고 계약 당시 김한수는 33세,이숭용은 32세였다. 김한수가 1루로 전환한다면 이숭용보다 돈을 더 받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 삼성과 계약했다는 것 외에는.
▶ 2004시즌 100경기 이상 선발출전 유격수 수비 성적 <표1> |
|
선수 |
선발경기 |
범위(range)/경기 |
수비율 |
|
김민재(S) |
124 |
4.837 |
0.975 |
박진만(현) |
123 |
4.561 |
0.976 |
권용관(L) |
111 |
3.955 |
0.967 |
손시헌(두) |
107 |
5.262 |
0.977 |
박기혁(롯) |
107 |
4.672 |
0.976 |
조동찬(삼) |
105 |
4.714 |
0.969 |
|
▶ 김한수 이숭용 성적 비교 <표2> |
|
김한수 |
비교 |
이숭용 |
|
.271-16-84 |
계약직전 1년 |
.294-18-76 |
.292-47-216 |
계약직전 3년 |
.292-50-230 |
| ◇ 성적은 타율-홈런-타점 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