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데리고 살기
윤 춘 화
눈을 뜨면서 자연스럽게 손이 스마트폰으로 향한다. 몇 시인가 보려고 화면을 두드린다. 시간을 확인하고 좀 더 자도 되겠다며 내려놓으려는데 카톡을 읽지 않았다는 표시가 눈에 들어온다. 누가 카톡을 남겼을까? 궁금한 마음에 자연스럽게 화면으로 향한다. 친구가 좋은 음악이라며 링크를 걸어 남겨놓았다. 음악을 들으며 아, 좋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좋은 음악은 다른 음악으로, 글로, 뉴스로 이어지며 다시 잠들지 못하고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 되고 말았다.
요즘 생활의 대부분을 스마트폰과 함께 하는 듯하다. 업무에 관련된 일, 일정 관리, 뉴스 읽기, 쇼핑, 메모, 은행 업무 등 거의 모든 일을 한다. 하루 중 손에 가장 많이 들려있는 것이 스마트폰이 아닐까?
스마트폰의 편리함에 무분별하게 사용하다 보니 중독 증세가 나타나는 듯하다. 수시로 화면을 켜고 새로 온 메시지가 없는지, 뉴스는 없는지 확인한다. 운전 중 신호를 기다리는 중에도 눈이 화면으로 향한다.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출발하지 않아 뒤차의 경적에 머쓱하여 미안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출발할 때도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갈 때도 카톡을 확인하고 답장을 하느라 멈추기도 한다.
외출할 때 가장 먼저 챙기게 되고, 간혹 잊고 나가면 짜증을 내면서도 다시 가지러 가게 된다. 잠시 짬이 나는 시간에도 유튜브의 짧은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대화하는 중에 말이 끊기면 자연스럽게 화면을 열어보고 있다.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들은 점점 더 나를 끌어가고 있다. 새로운 카드를 발급받고 온라인으로 카드사 앱을 내려받았다. 앱 안에는 다양한 할인 쿠폰들이 있었고 그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내가 바보가 되는 것 같았다. 일정 금액 이상 빵을 사면 할인해주는 쿠폰은 마감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음 날 빵을 사러 갔다. 혼자 먹기에는 많아서 친구에게 나눠주며 싸게 샀다고 좋아했다. 얼마 후 카드 이용에 감사하다고 편의점 할인권을 보내 주었다. 편의점을 잘 이용하지 않는 편이지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손해 보는 것 같았다. 친구와 함께 편의점에 가서 몇 가지 물건을 사다 보니 일정 금액보다 더 많은 물건을 사게 되었다. 처음에는 싸게 샀다며 뿌듯했는데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할인권이 없었다면 꼭 사지 않아도 될 물건들이었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문 앞까지 배송해주고, 저녁에 주문하면 새벽에 현관문을 열면 도착해 있는 모습에 신기해하며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그중에는 굳이 사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있고, 직접 보지 않고 사서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있다. 반품이 쉽다 보니 쉽게 사게 되었다. 날마다 현관에 놓이는 상자를 보며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쯤 되니 내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이 나를 이용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내가 위기감을 느낀 건 생각하는 힘이 점점 약해진다는 것이다. 책 읽는 시간과 글 쓰는 시간, 주변을 관찰하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는 기억하기보다는 그 순간만 읽고 지나가고, 뉴스는 내용을 다 읽지 않고 큰 글자만 읽고 지나가는 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 내용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어슴푸레 알기도 한다.
짧은 문장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긴 문장을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긴 글을 읽으면 답답한 마음이 들고, 집중하지 못해 끝까지 읽지 않는 일도 잦아졌다. 짧은 시간에 답을 해야 하는 메시지는 신중한 표현보다는 즉흥적인 것이 많아 보내기를 하고 ‘아뿔싸!’ 하기도 한다.
어느 온라인의 글에서 나와 비슷한 증상을 이야기하는 글을 보았다.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나름의 대안들을 이야기하며 “스마트폰이 나를 데리고 사는 것이 아닌, 내가 스마트폰을 데리고 살고 싶어졌다.”라고 한다. 글쓴이는 음악 감상은 아이팟 사용, 알림 수신 차단, 사람 관찰 노트, 운동하러 나갈 땐 공기계 사용, 다운타임 설정, 잠자기 전 스마트폰은 무조건 거실에 두기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이젠, 내가 스마트폰을 데리고 살 거야! 라고 외친다.
자주 깜빡하는 것,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나이 들면서 생기는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온라인의 스마트폰 중독 증세를 보면서 이것들이 단순히 나이 탓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면서 나타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은 끊는 것인데 그럴 수는 없으니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해보아야겠다.
잠잘 때는 거실에 둘 것, 차를 탈 때는 운전에만 집중할 것, 쉬는 시간에 책이나 자연을 볼 것, 일기 쓰기를 할 것 등에 애쓰며 당장은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내가 스마트폰에 끌려가지 않고 끌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나도 글쓴이의 다짐을 외쳐본다.
이젠, 내가 스마트폰을 데리고 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