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육교가 생겼을 때 나룻배 팔고 매표소 차린 옥생이 삼촌 거친 풍랑 밀던 손으로 표를 판다 그을린 하루는 구겨진 표처럼 아프다 기다림에 지친 매암섬처럼 삼촌의 눈은 뭍을 향해 젖어 있다 바닷사람이던 삼촌이 매표소 차렸을 때 두 다리는 삼촌의 것이 아니었다 사 년 전 여름밤 숙모는 강에 어린 조개 뿌리고 캐지도 못하고 바다에 빠져 죽었다 삼촌의 이름 같은 생이 시작되었다 모래밭에 해당화 피어나면 기억도 함께 자랐다 숙모 떠난 담 너머로 비파나무가 집 내력을 읽는 듯 해풍에 흔들린다 삼촌은 안다, 발붙이고 사는 집들도 쓸쓸히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을 하루에 세 번 들르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읍내로 나갈때마다 작은 토큰이 되어 떠나고 싶어진다 아니, 포말을 일으키며 바다 속 달리던 건장한 나룻배가 된다
*김혜경의 대표작 詩 『물안리 매표소』 全文
---------------------------------------------------------------------------------------------- 시인· 아동문학가 김혜경(金惠慶 ·1967~ ). 필명 김이삭. 경남 거제 출생. `대학교에서 무역학, 미디어문예창작학 전공. `98년 『소년문학』동화 당선. `05년 『시와 시학』에「전어」외 4편으로 등단. `08년 ‘시와 창작 문학상’에 시가, 같은 해에 경남신문 신춘문예 동화 「타임캡슐을 찾아라」, 2010년 기독신춘문예 동화 「엉겅퀴, 네 마음을 열어봐」당선. 동시「향기 엘리베이터」 외 11편으로 제9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 수상. 지은 책으로 시집 『베드로의 그물』이 있으며, 성경 창작동화집『꿈 꾸는 유리병 초초』가 내년 초 발갈 예정.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wint8. 문학인 김혜경, 아니 누구보다 신앙심이 철저한 김이삭. 그는 그의 믿음 만큼이나 창작에 대한 집념도 강하다. 문학 본질의 주류가 낮은 자 떠받들고 높은 자 눌러주는 것이 대부분 이지만, 특히 김이삭의 문학세계는 소외계층을 추스러고 어루만져 준다. 더구나 이런 순수성을 잃지 않으려는 그의 심성은 보다 아동문학분야에서 상큼한 향기가 난다. 전혀 아닌 것 같으면서도 부지런하게 쓰고 고뇌하는 들꽃 같은 사람, 그의 문향이 멀리멀리 퍼져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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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시인은 신묘년 경남 사천 와룡에서 출생, 2010년 6월 남울산우체국 정년퇴직. 푸른문학공간 운영. 저서로 ‘초야의 노래(’85)’, ‘우편실의 아침(’87)’, ‘사랑하는 사람아(’95)’, ‘가난 속의 맑은 서정(’95)’, '자전거를 타고서'('05), 『마트에 사는 귀신』〈공저: 제5회 푸른문학상 수상 동시집〉(2007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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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모든 생활반경이 현대문명의 기기들에 의해 빠른 속도로 잠식당하는 이즈음 손수 쓴 글씨, 즉 친필문화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됩니다. 날로 육필이 사라져가는 시점에서 사람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문인육필옥고지상전을 기획해 보았습니다. 이 옥고들은 박영식 시인이 40년 가까이 수집하여 애지중지 소장해 온 정신적 문화유산임을 밝혀둡니다 | |
첫댓글 정답다,육필...슬프다, 물안리 매표소
아이 부끄 부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