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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시지요?
성탄절과 연말을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전 아주 절친한 친구와 남도로 자전거여행을 며칠 다녀왔습니다.
몇해전에도 한번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다시 이번 겨울에도 여행 계획을 세웠는데
마침 해외에 나가있던 친구가 잠시 휴가차 들어와 함께 가기로 했지요.
그 친구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고 시간이 많지를 않아
애당초 내가 계획한 코스를 완주하기는 불가능 하지만
즐거운 일을 함께하면 그 기쁨이 두배가 될것이기에
친구가 힘들어하면 쉬엄쉬엄 가고 날 저물면 자고...하면 될것 같아...
첫째날(27일) : 진도
새벽에 친구네 집에서 만나 강남 터미날에서 7시 30분 발
'진도'행 고속버스에 올랐습니다. 물론 자전거는 그대로 짐칸에 실었지요.
시외버스던 고속버스던 자전거는 짐칸에 잘 실어 줍니다.
별도의 요금도 안 받고...예전엔 9대 까지도 실어 봤습니다.
5시간 30분을 달려 진도에 도착하니 오후 1시.
점심을 먹기위해 전에 들렸던 밥집을 찿았습니다.
아주 작고 허름한 식당의 이름은 '2.7 기사 식당'
바로 밥이 나왔습니다.
이집은 메뉴도 없습니다. 오로지 백반 한가지 뿐입니다.
반찬은 15가지. 전에 양념간장 찍어 맛나게 먹었던 두꺼운 파래김도 여전하고...
두터운 갈치도막에 양념 삼겹살구이...값은 5000원.
소주 한잔을 곁들이니 친구도 흐뭇해 합니다.
전 전라도 여행을 다니면 으례 이렇게 백반집만을 찿습니다.
1, 2 만원하는 비싼 한정식집이 아니라 주민들이 이용하는 싸구려 밥집을.
정말로 싸고 맛있습니다.
자전거여행의 피로를 십분 보상 받고도 남음이 있지요.
제가 먹은 백반중 최고는 목포에서 영암가는 길가의 백반전문집이었는데
5천원에 28가지 반찬이 나와 4인용 식탁위에 다 놓을수가 없어서 옆 테이블까지
접시를 포개놓고 먹었습니다. 그래 나중에 또 들렸지요.
2.7식당의 백반. 저는 굴무침,갈치구이,꼬막,김(오른쪽 위의 빨간통),젓갈만 먹었습니다. 이집의 상호 '2.7'은
진도의 장날 2일과 7일에서 따 왔다 합니다.
점심을 먹고 바로 옆의 여관에 숙소를 정한뒤 자전거를 끌고 나왔습니다.
진도의 서남단에 있는 '남도석성'에 가기 위해서 입니다.
그동안 진도엘 몇차례 왔었습니다만 '남도석성'은 한번도 가보지 못했거든요.
읍을 벗어나 한적한 도로를 달렸습니다.
여긴 정말로 겨울이 없습니다.
주위는 온통 파아랗게 배추밭, 파밭, 갓밭, 봄똥밭....길옆의 풀들도 푸릇푸릇.
바람도 전혀 차갑지않고 그야말로 봄바람입니다.
노래 불러가며... 서로 얘기하며 두리번 거리고...한시간 반가량을 달렸습니다.
도중에 '배중손장군사당'표지판이 보였습니다.
이따가 나오는길에 들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곳 진도는 강화에서 쫒긴 삼별초군이 배중손장군의 지휘로
용장산성에서 9달 동안 항거했던 곳입니다.
한때는 전라도 해안지방의 상당부분을 장악했었지만
결국은 다시 쫒기어 제주도로 들어 갔지요.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만 비또한 전혀 차갑지 않았습니다.
'남도석성'
바닷가 바로 옆에 위치한 오래된 작으마한 성으로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왜구의 칩입을 대비해 돌로 쌓은 성으로 둘레는 대략 6, 700미터 이고
성안에는 민가들이 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수원성처럼 성문앞으로 성벽이 튀어 나와 있는 옹성입니다.
특이한 것은, 성앞에 작은 개울이 있는데 이 개울 양면과 바닦면도 돌로 샇았고
아주 작은 두개의 홍교가 이 개울에 걸려 있었습니다.
더우기 이홍교는 돌을 다듬지 않고 자연석으로 쌓아 아주 예쁘고 앙증맞았습니다.
우리는 성의 누각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사진도 찍고 한적한 봄비를 음미했습니다.
친구의 실수로 제 사진은 나오지 않아 친구 사진을 올립니다.
누각에서 바다를 향해...도로표지판 아래부분이 바다입니다.
아무래도 비가 쉽게 그칠것 같지 않아 그냥 비를 맞으며 출발을 했습니다.
커다란 고개를 하나 넘고 나니 빗방울이 더욱 커져 더 이상 주행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옷도 젖어 들기 시작하고...바퀴에서 물은 튀어 오르고...
그래 할수없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아주머님 한분과 무화과나무 얘길하며..
도착한 버스 기사님께 사정을 하니 타라고 하십니다.
그래 오는길은 아주 편하고 싸게 왔습니다.
여관에 들어와 샤워하고 옷을 갈아 입었습니다.
창문을 열어 놓아도 젼혀 찬공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샤워할때는 뜨거운 물이 안나와 그냥 미지근한 물로 했는데도 괜찮았습니다.
비오는 창밖을 보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왔습니다.
밥집 아주머님께에 물어서 잘하는 간재미횟집을 찿았습니다.
이곳 진도의 특산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째가 너무도 잘아시는 '진도개'이지요. 이건 설명 안드리고..
길가엔 여기저기 맨 진도개 사육장입니다.
그 다음이 진도 '홍주'입니다.
소주를 내려 '지초'라는 한약재 뿌리를 통과 시키면 아주 빠알간 홍주가 됩니다.
마시기는 순하지만 아주 독하지요. 40도나 됩니다.
전에는 하시는분이 몇분 안됐는데 이번에 보니 여기저기 꽤 많이 안내 간판이 보였습니다.
다음으로 구기자가 있습니다.
다른곳에 비해 알은 작지만 과육이 많고 효능이 좋아 예전엔 다른곳에 비해
가격이 열곱이나 비쌌다 합니다.
길가다 보면 구기자밭도 흔히 볼 수 있지요.
그리고 홍주와 같이 먹는 가오리 사촌쯤되는 '간재미'가 있습니다.
찿아간 횟집에서 주문한 간재미회 무침(20.000원)은 어찌나 생선살이 많은지...
여기서 회무침을 시키면 회는 몇점 안되고 전부 야채뿐이지 않습니까?
먹다 먹다...남아서 반은 싸가지고 왔습니다.
홍주 작은병도 반은 남겨 왔지요. 둘이 거의 쓰러지기 직전인데도...(얼마나 술이 약한지...)
이 그리고 이집에선 이름모를 젓갈이 하나 나왔는데
아....정말로 맛있었습니다.
진도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봄바람에 취해, 홍주에 취해 쓰러졌습니다.
남도 자전거여행기 -2. (진도에서 완도까지)
아침에 일어나니 비안개가 자욱합니다.
지난번 자전거여행을 왔을때에도 눈이 엄청 왔었는데...
오늘의 여행 코스는 이곳 진도읍에서 완도까지 입니다.
친구에게는 좀 무리인듯한 먼 거리이지만 도중에 달리 잠잘곳이 마땅치 않아서...
어제의 그 밥집에서 다시 아침을 먹었습니다.
어제밤에 싸가지고 온 간재미회무침은 더 맛있어 진것 같았습니다.
아침인데도 식당안은 동네 사람들로 빈 자리가 별로 없었지요.
사람들과 이집의 상호에 대해 얘기도 하고...
한적한 4차선 도로를 달렸습니다.
간밤의 비로 들판의 푸르름은 더욱 싱그러웠습니다.
읍에서 동쪽으로 고개를 넘어가면 그 유명한, 남종화의 산실인 '운림산방'이 있습니다.
옛날에 압록강 동쪽에선 따를자가 없었다는 소치 '허유' 선생님의 집입니다.
그 뒤로 남농 허건, 의재 허백련 선생님이 계보를 이으셨지요.
집뒤로는 천연기념물인 쌍계사 상록수림도 있고...
거기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면 소위 '모세의 기적'이라는 회동 마을도 있지요.
몇번 가 보았다는 이유로 생략하기로 했습니다. 친구에게는 고개가 너무 무리일것도 같고...
여기저기 구능지 채소밭에선 아주머니들이 앉아서 출하 작업을 하고 계셨습니다.
출하를 끝낸 밭을 보면 멀쩡한 채소들이 너무 많습니다. 아주 아까워요...
이른 아침 출하작업을 하는 풍경-아마도 '갓'인것 같음.
조금만 크기가 작거나 상처가 있으면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아예 뽑지를 않습니다.
전에 강원도를 갔더니 양상치가 지천예요.
식당을 하는 같이 간 친구는 이게 한포기에 몇천원인데 하며
횡재했다고...차에 꾸역꾸역 가득 싣기도 했었지요.
아마도 시골에 살면 푸성귀는 안 사먹어도 될듯 싶습니다.
갓은 길가에도 지천이니...
오르락 내리락, 구불구불 시골길을 달려 한시간만에 명량에 닿았습니다.
이순신장군님의 명량대첩으로 너무도 유명한 그 '울돌목'입니다. 바닷물이 소리를 내며 흐른다는....
섬과 육지(우수영)사이가 좁아 썰물때의 조류는 아주 엄청 세지요.
전하고 달라진것은 다리가 한개 더 생겼습니다.
통행량이 많아지자 똑같은 다리를 한개 더 놓은것입니다.
오른쪽의 첫번째 다리는 1984년도에 현대건설에서 미국 회사의 지원을 받아 세웠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장교(우리말로 '허궁다리'입니다)였지요.
사진을 한컷 찍고 걸어서 다리를 건넜습니다.
다리 가운데서 허연 물거품을 일으키며 소리내어 흘러가는 조류를 보니 좀 무섭기도 했습니다.
다리를 지탱하는 와이어가 생각보다 훨씬 가늘었거든요. 옆에 새로 놓은것은 좀 굵은데...
쌍동이 진도대교 앞에서...오른편이 옛날것임.
다리를 거너 우수영에선 오른쪽으로 해남가는 도로로 접어 들었습니다.
마침, 새로 놓은 4차선 도로가 보였습니다.
정식 개통은 안했는지 입구를 막아 놓았지만 자전거는 빠져 나갈수가 있어서...
하얀 차선이 너무도 선명한 차량도 없는 깨끗한 도로를 신나게 달렸습니다.
이곳은 제가 십여년간 자전거를 타면서 유일하게 사고(?)를 냈던 곳입니다.
눈이 쌓인길을 달리다가 미끌어져서 넘어진 것이지요.
다행이 이른 아침이라 지나다니는 차량이 없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전 참으로 운이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사고가 없었으니까요.
정말로 감사하고...그리고 늘 조심하지요.
얼마만에 오른편으로 낮으막한 산이 하나 보였습니다.
옥리산입니다. 산에는 옥이 많이 묻혀 있지요.
그래서 동리 이름도 옥동입니다.
이곳의 옥은 납석이라 하는 연옥인데 한 5, 6 백년 전부터 개발되어 왔습니다.
오늘날은 수요도 적고 푸른색이 도는 경옥에 비해 품질이 떨어져 거의 사양화 되었습니다.
십수년전 제가 처음 들렀을때만 해도 몇몇 기념품 가게가 있었는데...
한시간 정도 달려 도달한 남이리에선 4차선 신작로를 버리고
다시 오른쪽으로 완도가는 길(77번 국도)로 접어들었습니다.
오르락 내리락...구불구불 완만한 시골길입니다.
염전도 뵈고...동리에서 관리하는 장뚱어(망둥어를 지칭) 서식지 팻말로 뵙니다.
가는 빗줄기는 오락가락하고....
드디어 점심을 먹을 화산에 도착했습니다.
'화산'이라든가 '방축리'라든가 하는 지명을 보면 이곳엔 꽃이 많았나 봅니다.
역시 전에 들렀던 밥집을 찿았지요.
아주 아주 허름한 '돌샘식당'입니다.
모자까지 갖춘 멋쟁이 할머니가 차려준 밥상은 조개를 넣은 무국이 최고였습니다.
허연 김이 나는 뜨끈뜨끈한 국을 두 그릇씩이나 비웠습니다.
물론 고등어조림과 굴무침도 빠지지 않았고 포동포동한 꼬막은 껍질까지 벗기셨습니다.
계란은 몇개나 부치셨는지 접시에 수북하고...
이곳 남도의 모든 식당에서 내는 고등어조림은 정말 맛있습니다.
살도 부드럽고 전혀 비린내가 안 납니다.
안양, 서울에서 구등어조림이 나오면 좋아하지만 머뭇거리지요. 대부분이 비린내가 나니까요.
전에 들렀을때 이곳에서 길을 잘못들어 엉뚱한곳에서 고생을 하다가 허기져서
되돌아왔을때 동네 젊은이가 알려 주었던 집이지요.
할머니는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밥도 더 내오시고...나중엔 보온병에 거피까지 내 오셨습니다.
화산 '돌샘'식당의 백반입니다. 물론 5천원입니다.
점심을 먹고는 다시 남쪽으로 완도를 향해 달렸습니다.
완도 다리가 있는 남창리 까지는 고개를 두개나 넘어야 합니다.
생각보다는 친구가 자전거를 잘 타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전에 힘들게 고개를 넘던 생각이 났지만 이번에는 별로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보면 제 근력이 알게 모르게 좋아진것을 알수 있습니다.
오른편으로 '윤두서 생가'라는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공재 선생은 고산 윤선도선생의 증손자로 인물, 동식물에 능하셨던 분입니다.
책에 잘 나오는 선생의 자화상(수염이 북실북실한)이 있지 않습니까? 국보로 지정된...
이곳에서 해남의 녹우당이 멀지 않으니...선생의 집도 이 근처인것 같습니다.
선생은 그림이 좋아 벼슬도 마다하시고 오로지 그림에만 전념하셨다 하는데
남아있는 작품은 별로 없답니다.
오후 3시경, 완도로 들어가는 연육교가 있는 남창리에 도착하였습니다.
오른쪽으로는 땅끝마을 가는 길이고 왼쪽으로는 강진가는 길입니다.
바로 가면 다리를 건너서 완도이지요.
이곳에도 옛날에 왜구를 대비해 축성한 '달량포성'이 있어 찿아 나섰습니다.
땅끝마을쪽의 이진성은 알아도 달량포성을 아는 이는 별로 없었습니다.
몇분에게 물어 물어 겨우 찿아간 성은 일부만 남아 게딱지 같은 집들 뒤 바닷가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사진 찍고 쉬면서 경치를 감상했지요. 여기 집짓고 살면 카약타기도 좋겠다면서...
남창리의 달량포성에서...
친구의 자전거 변속기에서 소리가 나고 안장이 불편하다하여 카센타에서 손을 좀 보아 주었습니다.
소리도 안나고 안장도 훨씬 편하다하며 친구가 좋아했습니다.
카센터 주인의 꼬맹이 아들과 자전거얘기, 학교 얘길 하고 있노라니 사무실에서 바라보던 엄마가
커피도 타내오고 붕어빵까지 주었습니다.
바로 엄마의 마음입니다...자기 자식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에 대한 후덕함...
연육교를 건너 완도로 들어 섰습니다.
왼편으로는 파란 바다를 바라보며 꼬불꼬불, 오르락 내리락...섬 일주 도로를 달렸습니다.
이곳은 차량이 제법 많습니다.
바닷가로는 검정색 지붕을 한 양식장이 눈에 띄게 많이 늘었고
언덕에는 예나 지금이나 노란 열매를 달고있는 유자나무들이 푸르렀습니다.
완도로 건너가는 연육교...
옛날에는 한그루만 있어도 자식을 대학 보낼수 있다는 '대학나무' 였는데
지금은 값이 너무 싸서 위에 달려 손이 많이 가는건 아예 따지도 않습니다.
2십년전에도 유자 한개의 값이 대략 천원 정도 였는데..그것도 산지에서..
지금은 그때보다도 못하니...
청해진지 '장도'에 도착했습니다. 장군섬이지요.
장보고 장군의 유적지입니다. 그래서 완도는 맨 '장보고'입니다.
하도 여러번 와서 익숙하게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헤집고
장도가 건너다 보이는 언덕에 올랐습니다.
물이 빠지면 걸어서 거널수 있습니다만 지금은 뻘흙이 많아 좀 어렵습니다.
지금은 발굴조사가 끝나서 여기저기 시설물들을 복원해 놓았습니다.
처음 이섬에 왔을때가 생각납니다.
그때 섬둘레를 걸으며 살피니 바닷가 뻘속에 썩은 커다란 나무 말뚝들이 수없이 보였습니다.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옛날에 배를 댈수 있도록 부두를 놓기위해 박은 나무 기둥들입니다.
장보고 장군과 함께 그 나무 기둥들을 박느라 얼마나 고생 했는지.....
장도가 건너다 보아는 언덕에서...
이섬은 청해진 본부가 아니지요.
섬도 너무 작고...특히 우물이 없으니까요. 당시의 청해진에는 2, 3만명이 있었다는데...
청해진은 본섬 안쪽에 있었고 이 섬은 일종의 감시 초소였습니다.
근처에 '조산'이라는 언덕이 있습니다.
청해진 사령부가 바깥 바다에서 보이지 않도록 일부러 흙을 쌓아 산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그 조산 안쪽이 청해진 사령부터 이지요.
장도를 출발하여 다시 멀리 보이는 완도읍을 향했습니다.
왼편으로 신지도로 건너가는 신지대교의 웅장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새로 놓은것입니다. 내일은 저 다리를 건널 것입니다.
완도에 도착해서는 역시, 목욕탕과 같이 하는 여관을 찿았습니다.
전 늘 겨울에 여행을 할땐 이런 여관을 찿습니다.
목욕으로 피로를 풀기에도 좋고 난방도 끝내주게 잘되니까요.
찿고보니 전에 묵었던 곳이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한뒤
또 전에 먹었던 식당을 찿았습니다.
마침 식당앞에서 부부가 부식거리를 내리길래 물었지요.
이곳에서 오래 했냐고...그렇답니다.
이 밥집은 전에 왔을때
차 배달가는 레지 아가씨가 자기의 봉고차로 직접 데려다 준곳입니다.
예의 홍탁삼합 쌈밥을 시켰습니다. 가격도 그대로 6천원...
쌈밥에 홍탁삼합이 나오는데....친구 왈.
'서울에선 이 삼합만도 2,3만원이다'라고....
어제 먹다 남겨온 홍주를 반주 삼아 맛있게 저녁을 즐겼습니다.
물론 먹다 먹다 남겼지요.
깜박 디카를 안가져와 할수없이 휴대폰으로 찍었더니 여...엉 엉망입니다.
완도의 홍탁삼합쌈밥....6천원입니다.
내일은 신지도로 넘어가서 다시 배를 타고 고금도로 건너간후
다시 고금대교를 건너 강진군 마량으로 갑니다.
남도 자전거여행기 -3. (완도에서 장흥까지)
아침에 일어나 근처에서 생태찌게로 식사를 하고 '신지대교'로 향했습니다.
신지대교는 얼마전에 개통한, 완도와 그 앞의 작은 섬인 신지도를 연결해 주는 다리입니다.
신지도엔 이 근방에서 유명한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있어 들러 보려구요.
파도에 쓸려 우는 소리를 낸다는...
다리는 아주 높다랗게 멋졌습니다.
다리를 건너 휴게소에서 커피를 한잔씩 하고...주인이 태국여자분이었습니다.
하늘이 심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바람도 세고...구름은 시커멓게 온통 하늘을 가리고...
신지대교에서 아침 하늘을 배경으로...
꼬불꼬불 언덕길을 오르내리려니 친구가 힘들어 했습니다.
그래서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생략하고 바로 송곡선착장으로 내려 갔습니다.
눈보라 속에서 관리인 아주머니가 빨리 타라고....
낡디 낡은 도선은 물위에 떠서 가는게 신통할 지경이었습니다.
손님은 달랑 우리 두명, 자동차가 두대....
그래도 배는 늘 재미있습니다. 선실에 들어가 포즈도 취해보고
엔진실도 기웃거려 보고...
윗 갚판으로 올라가 폼 잡고 사진도 찍고...
게다가 요금은 두명이 2천원...햐아 너무 싸다....
고금도로 건너가는 도선에서 신지도를 배경으로...
고금도에선 북쪽으로 바람을 안고 달렸습니다.
전에 이섬에 왔을때도 엄청 춥고 바람이 셌었습니다.
그땐 바닷가에 허옇게 얼음이 얼 정도로 추웠었지요.
원래 이섬은 바람이 많은가 봅니다.
남쪽을 향해 있는 이쁘장한 바닷가를 보며
저기다가 집 짓고 살면 좋겠다 했지요.
친구와 그럽니다.
한 10여년은 수도권에서 살며 작품도 하고 강의도 하고 그러지만
그 뒤로 십여년은 정말로 은퇴해서 여기처럼 따듯한 남쪽 바닷가에서 살고 싶다고...
남들은 그러지요.
정말로 나이들면 병원이 가까운 대도시에서 살아야 한다고...
제 생각은 다릅니다.
나이들어 아플 걱정을 하는게 아니라
기후 온화하고 경치좋고 공기좋은 남쪽에서 건강하게 살리라고...
타고난 큰병은 모르겠지만...
제가 모델로 삼고 있는 니어링 부부도 100세가 넘도록
병원은 커녕 약국 한번 안가고 건강하게 살지 않았습니까.
이런곳에서 산책하고, 그림 그리고, 텃밭 일구고...카약타고 낚시하고...
전 그렇게 살겠습니다.
공기, 물, 음식 나쁜 대도시 시멘트 아파트에서 이것 저것 스트레스 받으며 안 살겠습니다.
그러면 남들이 또 그럽니다.
누군들 그렇게 건강하게 살고 싶지 않아서 그러느냐고...
큰 선택을 해야 합니다. 삶의 큰 방향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 최우선입니다.
돈이 아닌 다른것 때문에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모두가 돈과 안락함만을 인생에서 추구하지요.
한시간을 넘게 달려 고금대교에 도착했습니다. 건너편이 강진군의 마량입니다.
중간에 친구와 길이 엇갈려 한동안 서로 찿아 다니기도 했고...
전에는 여기서도 도선으로 건넜는데...이제는 멋진 다리가 있어 한결 수월합니다.
다리 위에서 멀리 마량항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저 항구도 이젠 도선이 없어져서 차츰 쇠락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나저나 바람이 너무 세어서 걱정입니다. 우리가 갈길은 정면으로 북쪽인데...
고금도에서 마량으로 건너가는 고금대교 입니다. 바람이 너무 세서 가드레일에 의지해 간신히 찍었지요.
다리에서 마량항을 배경으로...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강진만을 끼고 계속 북으로 북으로 달렸습니다.
아니지요...이건 달린게 아니라 기어 갔습니다.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아마도 풍속이 3,40 미터는 될듯 싶었습니다.
가끔가다 센 바람이 스칠때면 자전거가 옆으로 자빠질것 같습니다.
내려서 걸어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전거여행에서 최대 적은 언덕이 아니라 바람입니다.
추위는 더더군다나 아니지요.
바람이 세게 불면 내리막길도 패달을 굴러야 하니까요.
제 생각에 풍속이 10 미터이면 10도 경사길을 오르는것과 같이 힘이 듭니다.
하여간 죽어라 죽어라하고 한 40여분 패달을 굴러 겨우 대구면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40분 동안에 겨우 한 8키로 온것 같습니다.
썰렁한 면소재지인 대구에선 선지해장국을 먹으러 들어갔더니 그나마 안된다해서
김치지개를 시켜 놓고 옆자리의 마을 주민들이랑 소주를 주고 받았습니다.
걸걸한 주인 여자의 우스게 소리를 안주 삼아....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점심을 먹은 대구면의 식당입니다.
찬바람속에서 있다가 더운 실내로 들어 와서인지
식당에 들어오자마자 알러지 심한 제 코가 말썽을 부립니다.
콧물과 재채기가 정신 없이 계속 되었지요.
식당을 나와서도 콧물과 재채기는 그칠줄 을 몰랐습니다.
몇해전에 양쪽 모두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직후 한해 정도 괜찮다가 또 마찬가지입니다.
가다보니 길옆으로 커다란 소나무가 아주 멋졌습니다.
가구를 만든다고 나무를 만지다보니 늘상 나무만 눈에 보입니다.
다니다 나무를 보면 꼭 내려서서 감상을 하지요.
멋진 소나무를 감상하다.
곧바로 사당리의 청자도요지에 닿았습니다.
수백기의 가마터가 발견된 우리나라 청자문화의 일번지입니다.
주로 궁궐로 사대부가로 공급되었고 부안의 청자는 이곳 다음이라고 합니다.
질좋은 흙과 가마의 댈감인 나무가 많았고 바닷가에 위치해 수송이 편리한점이
발달 원인이지요.
청자 박물관에 들어가 전시실을 둘러 보았습니다.
잘 지어진 박물관에는 관람객도 별로 없고 아주 근사했습니다만
도자기를 보는 눈이 없어 답답했습니다.
책에서, 박물관에서 보았던 눈에 익은 대부분의 청자들이 이지역에서 발굴된 것들입니다.
구내 판매점에 들러 청자 소품을 한점 사려고 했었는데
값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전시실에서 본것과는 달리 투박하고 세련미가 떨어져 포기했습니다.
참으로 사람의 감각은 요사스럽지요. 좋은걸 접하고나면 눈을 내릴수 없으니...
청자박물관 - 건물의 타일도 바닥도 조형물도 온통 청자입니다.
다시 바람과 씨름하며 북으로 올랐습니다.
연신 재채기를 해대고 콧물을 닦으면서....
칠량면에 닿았습니다.
이곳은 옛날에 옹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곳 옹기는 다른지방과는 달리 100도의 높은 온도에서 구워졌고
흙에 철분이 많아 훨씬 튼튼했습니다.
이곳에서 만드어진 옹기는 돛단배에 실려 옆의 강진만을 통해
충청, 전라, 경상도의 삼남지방을 주름잡았었습니다. 심지어는 함경도까지도 갔었다 합니다.
저는 바람으로 너무 힘이 들고 알러지가 심해서 옹기가마에 들릴 엄두를 못냈습니다.
이곳 칠량 말고 옹기로 유명한곳은 보성군에도 있습니다.
'이'씨 할아버지 형제분이 운영하는 '미력' 옹기입니다. 미력면에 있어서...
최초로 국가지정 인간문화재로 지정을 받으신 이곳 옹기는 전통방식을 고수하여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하나도 그모양과 크기가 같은것이 없습니다.
예전에 내려오면 으례 이곳에 들려 작품을 몇개씩 사가곤 했지요.
지금 제 책상위에도 작은 컵이 하나 있습니다.
다시 북으로 북으로 거센 바람을 맞으며 패달을 굴러 기어 올랐습니다.
한참만에 드디어 멀리 강진이 보이는 삼신리 교차로에 닿았습니다.
강진읍을 우회하는 4차선 신작로가 장흥, 벌교로 뻗어 있습니다.
마량에서 여기까지 25키로 정도를 2시간 반이 넘게 걸린 것입니다.
가게에서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뒤 친구 보고는 힘드니 기다리라하고
저 혼자 강진읍으로 들어 갔습니다. 알러지 약을 사러...
찿아간 약방(시골에 흔히 있음, 여기서는 약국과 달리 조제를 못함)아가씨의 꾀임에
늘상 먹던 약을 안사고 권해주는 약을 샀더니 ...결국 후회를 했지요.
약효가 없으니...먹던걸 먹었으면 금새 낫는건데....
역시 미인계는 늘 조심해야 합니다. 미인도 아니였지만...
다시 친구와 합류하여 신작로를 타고 동쪽 장흥으로 향했습니다.
이젠 바람도 비스듬히 뒤에서 불고 길은 언덕도 별로 없겠다 신나게 달렸지요.
근래에 새로 닦인 4차선 도로는 거의가 이렇게 고속도로나 진배없습니다.
19키로 정도를 한시간도 훨씬 안되어서 도착했습니다.
길옆으로는 아주 깨끗한 탐진강을 끼고서....
옛날에는 이 탐진강의 은어도 알아주었었는데...
장흥.
저도 이곳은 처음입니다. 매번 지나치기만 했지...
월출산 서쪽 자락에서 발원한 탐진강이 읍내를 흐르는 생각보다는 큰 마을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장흥은 경기도 안성과 더불어 놋그릇 공방이 있다는 것(유양리),
동학군이 최후까지 교전을 벌인곳이라는 것,
그리고 앞바다에서 키조개가 많이 난다는것 뿐입니다.
키조개 주산지인 수문리는 지난번 여행때 들렀었지요.
무엇보다도 장흥은 제가 아꼈던 아주 괜찮은 후배의 고향입니다.
그 친구는 오래전에 간암으로 타계했는데(술도 안먹는데)
전 장흥하면 그 친구부터 떠오릅니다.
엮시 목욕탕을 같이하는 여관을 찿아 짐을 풀고 목욕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선 목욕료를 따로 받아서 기분이 찝찝했지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목욕탕 시설도 별로 였는데...
밥을 먹기 위해 눈보라 속에 물어 물어 찿아간 터미날앞의 기사식당은
아주... 아니었습니다.
반찬도 맛도....값만 쌌습니다. 4000원 밖에 안했으니까요.
그래서 오는길에 붕어빵을 사먹었습니다. 하두 실망해서...
내일 아침은 다른집을 물색해봐야 겠습니다.
내일은 벌교가지 간 다음 그곳에서 꼬막 반찬에 점심을 먹고
서울로 올라갈 생각입니다.
남도 자전거여행기 -5 (마지막 날. 30일)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밖이 하얗게 온통 눈 천지입니다.
꽤나 쌓였고 눈보라도 심합니다.
친구와 상의를 했습니다.
눈보라도 쌓인눈도 괜찮습니다만 바닦에 녹은 눈이 문제이지요.
차가 지나가면 녹은 눈이 시커몋게 튀어 올라 온통 뒤집어 씁니다.
지난번에 영광, 함평을 가면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차 소리가 나면 얼른 길옆으로 벗어나서 대피해야 합니다.
결국 그냥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여유있게 아침을 먹고 9시 우등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로 올라 왔습니다.
친구와 다음에는 이곳 장흥에서 다시 동쪽으로 남해까지 가기로...
처음 기대했던 대로 즐거운 일을 함께하면 그 즐거움이 두배로 된
아주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첫댓글 봉선생님, 전시회 못가서 정말 죄송하고, 아쉬웠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신재식드림
백반상을 보니 군침이 절로 넘어갑니다. 꼴깍~!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더욱 즐겁고 행복하세요.
아. 배고파. 밥 진짜 맛있겠어요... 봉선생님 새해에도 지금처럼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봉선생님의 여유와 낭만이 부럽습니다. 그리고 아직 전라도 음식을 제대로 맛본적이 없네요. 군침이 돌아용..^^ 새해에는 늘 건강하시고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ㅠ봉쌤 ㅠ 사진으로라도 뵐수 있어서 넘 좋아요 ㅠ 가구전시회를 이제 알다니;; 제 마음의 축하 화한을 한아름 !!! 드릴께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