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교원평가 시범실시 강행과 맞물려 몇몇 언론의 왜곡 보도와 어느 공당의 이념공세, 그리고 그 둘의 말에 속아 시끌시끌한 여론으로 전교조가 수세에 몰렸다. 거기다 반APEC공동수업안으로 정부와 정면마찰까지 빚고 있는 상황이니, 참교육 선봉대가 처한 상황은 그야말로 지금 말이 아니다. 이에 아직 비조합원인 나는 그들을 위해 몇가지 변명을 하고자 한다. 그들의 진정성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들의 그런 강철같은 다짐이 결코 변치 않을 것임을 알고, 아니 믿고 있기 때문에.
먼저, 교육부. 이들은 교원평가가 마치 학교가 지닌 몹쓸 것들을 모두 없애줄 수 있는 유일무이한 해독제인양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 교육이란 것이 어떻게 해야 잘 되는 것인가? 그 답은 거창하게 선진국의 예를 갖다 붙이지 않더라도 '교육백년지대계'라는 친근한 말 속에서 찾을 수 있는데, 백년의 큰 계획이라 함은 바로 교육의 성패가 오랜 투자와 기다림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교육부가 교육에 제대로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늘 무지개 빛 비전만 제시할 뿐, 정작 일이 닥치면 교육의 논리는 간 데 없이 자본의 논리만을 내세우며 한 발 두 발 물러선다. 전교조가 이야기 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교육부가 정부기관으로서 마땅히 제공해야 할 교육여건개선(가령, 표준수업시수법제화)등에는 뒷전인 채 오로지 평가만으로 모든 걸 해결하겠다고 하니 현장을 '구르는' 평교사로서 그 발상 자체가 틀렸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통상 뜀박질 대회를 개최하는 쪽에서는 선수들이 잘 달릴 수 있도록 길을 예쁘게 정돈해주고, 음료 등의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하기 마련인데도 교육부는 편의는커녕 진흙탕 도로를 포장할 생각은 하지 않고 어서 달리라고 종용만 하고 있다. 진흙탕에서 열심히 달려봤자 우리가 기대하는 교육의 질이라는 것은 오십보백보에 그칠 것이며, 모두에게 진흙만 잔뜩 묻히고 남는 것 하나 없는 웃기는 일로 끝날 것임이 자명하다. 물론 우리 교육의 현재 모습에 교사들의 책임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교사들의 책임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의 책임을 다 할 생각은 안 하면서 일방적으로 교사에게만 모든 짐을 지라는 교육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그 다음, 몇몇 언론. 노무현 정부의 갖가지 정책과 처신을 두고 허물 찾기에 혈안인 몇몇 언론도 딱 한 가지 노사문제에 있어선 정부와 둘도 없는 벗이 되고자 한다. 고교등급화와 기여입학제, 본고사의 실시 여부를 두고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며 잡아먹을 듯이 교육부를 때리던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전교조와 교육부 사이에 대립이 생길 때마다 교육부의 논리만을 그대로 받아 기사화 한다. 전교조의 입장쯤이야 기사 끝 무렵에 짧게 몇 줄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다. 전교조가 하면 무조건 나쁘다는 비논리는 도를 넘어 가끔은 '자랑스러운' 과거를 부인하는 큰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중앙일보는 8일자 지면에서 '전교조는 처음이 좋았다'고 했는데 정작 전교조가 시작점에 있었을 때 저 자신은 그들을 탄압하는 쪽에 서서 촌지 안 받겠다던 교사들에게 빨갱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들 언론이 범하는 또 다른 문제는 교원평가 반대의 한 축인 교총에 대해선 별 말이 없다는 것이다. 교총은 20만 '회원'이니까 그럭저럭 봐줄만 하고, 10만 '조합원'이라 용납이 안 된다는 것인가? 결국 이들은 자신들의 반전교조 기사가 교원평가 때문이 아님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이 왜곡하고 있는 것은 또 있다. 전교조와 교총이 반대하는 것은 현재 교원평가에 대한 교육부안일 뿐인데도, 수구언론은 마치 (교원단체도 아닌 전교조가) '교원평가' 자체에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기사제목을 인위대로 뽑는다. 바쁜 일상 속에서 신문 한자 한자 읽을 시간 없는 많은 사람들은 이들이 노린 꼼수대로 기사의 큼지막한 제목만 보고 흥분한다. 이렇게 왜곡된 팩트는 시민들 사이에서 더 크게 재생산되기 마련이고 소문이 퍼지는 것과 같은 메카니즘으로 처음에 소문(왜곡된 기사)을 낸 사람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행여 진다고 해도 민망하리만큼 자그마한 박스에 ‘바로 잡는다’는 말만 하면 상황 끝인 것이다.
그리고, 어느 공당. 이 공당이 노동조합이나 진보적인 성향의 단체나 인사를 공격하는 방법은 독재정권 때나 지금이나 빨간 페인트칠이다. 어떠한 하나의 이념을 반대하는 것이 국시였다는 것이 참으로 어이없지만 반공은 분명히 대한민국의 정통성으로 불리었고, 우리 교육의 중대한 목표 중 하나였다. 그 속에서 유아기, 청년기, 장년기를 보낸 우리 국민들 대부분은 아직도 빨간색만 보면 깜짝깜짝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하고 있으니, 이 공당이 취하고 있는 전술전략은 가공할만한 위력을 지녔음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과연 계속 저것이 먹힐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역사의식의 큰 전환이나 지역정당과 정책정당간의 득표수 반전이 있기 전까지는 혁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 공당에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일 것임이 분명하다. 하여튼, 전교조는 이들이 존재가치를 잃게 되는 그 날까지 당분간 좌파집단으로 매도될 것이고, 빨갱이 선생이라는 오명(?)을 벗기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반공의 추억에서 허덕이는 국민들께서는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공당의 주장처럼 전교조는 좌파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우리나라에는 노조라고 하면 무조건 좌파, 빨갱이라고 부른다. 이는 무식함에 뿌리를 두는 착각이다. 전교조는 민족, 민주, 인간화교육을 표방하고 있고, 기실 민족과 민주라는 테제는 우파의 최대 관심거리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교조를 말할 때에는 우파성향이 짙은 집단으로 불러주자. 안 그래도 머리 아픈 세상살이. '선생이 빨갱이'라는 오해 때문에 생기는 두통 정도는 해소하는 것이 건강에도 좋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반APEC수업과 연가투쟁에 대한 오해도 풀어드리겠다. 정부는 APEC회의가 마치 아시와․태평양 지역의 우의와 평화를 다지는 자리라도 되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본래는 그것은 아시아 지역의 국가에 미국식 경제 질서를 굳건히 자리 잡게 하려는 의도로 개최되는 행사이다. 외국의 손님들이 우리나라에 오는 것은 당연히 환영할 일이지만, 쌀 협상 비준이나 교육개방, 의료개방, 그리고 복지예산삭감 등 민중의 삶을 철저히 파괴하기 위해 레드카펫을 깔고 오는 그들이 어찌 반가울 수만 있겠는가? 그럼에도 교육부와 몇몇 언론과 어느 공당은 교육청으로부터 하달된 APEC 교육 자료에 맞서 그 어두운 면을 알리는 것이 패륜이라며 방정을 떤다. 국가가 하는 일이 언제나 옳다는 것은 파시즘 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거늘 우리가 장군들의 독재 그늘에서 벗어난 지도 어언 2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국가가 무조건 선이라는 생각정도는 버려야 하지 않을까? 너와 내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이기에 이 나라가 소중한 것이지, 이 나라가 항상 옳은 일만 하기 때문은 아니지 않는가. 연가 투쟁도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 되고 있다. 연가라고 하는 것은 공무원의 권리로 교사는 학교장의 허락 없이도 정해진 일수 안에서 연가를 자유로이 낼 수 있다. 그럼에도 교육부와 언론에선 학교장이 불허한 연가가 무슨 불법이라도 되는 양 말하고 있다. 연가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것은 근무상황기록부에 사유를 적는 사람의 마음이다. 더구나 전교조 교사들은 수업 결손이 없도록 조치까지 하였다니 법적 의무는 물론 도덕적 의무까지 모두 마쳤다고 할 수 있다. 연가 투쟁을 문제 삼고 싶다면 연가제도 자체의 개폐를 두고 이야기 해야지 전교조 교사의 연가만 안 된다는 것은 다섯 살 먹은 아이들이나 부림직 한 억지일 뿐이다. 노동 3권 중 단체행동권이 없는 전교조가 그나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연가 밖에 없음을 잘 아는 저들이 연가투쟁을 문제 삼는 것은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과 같다. 교섭은 할 수 있되, 교섭에 실패하여도 아무 말 하지 말라는 교육부의 태도는 교섭의 한 주체로서 후안무치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올 초, 일본의 한 자치단체 의회에서 독도관련 조례를 제정하였을 때 우리는 모두 공분하였고 교사들은 독도와 일본의 그릇된 역사관에 대한 공동수업을 실시하였다. 방방곡곡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수업이 전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전교조만 한일우호관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를 들어 일부에게 비난을 받았다. 누구나 해도 되는 일을 유독 전교조가 한다고 하면 납득할 수 없는 별 이유를 다 가져다 붙인다. 이 번 교원평가와 관련하여 형성되는 여론도 마찬가지인 즉, 한 개인이나 단체가 어떠한 일을 하는가와 상관없이 무조건 욕을 먹는다면 공격당하는 측의 비이성을 걱정해야 할 게 아니라 공격하는 측의 정신상태를 먼저 진단해야 할 일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