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이 되면 이른 아침을 먹고 8시경 출발하여 구로동 교회로 가는데 ,그날도 예나 다름없이 아내를 옆 자리에 태우고 기분 좋에 교회로 가는 중이었다. 2023년 3월26일 아침에도 자연스럽게 집을 출발하여 외곽순환고속도로 밑으로 잠시 가다가 경수대로로 접어드는데 항상 왼쪽을 보면서 직진 차량이 오는지 살피는 것이 운전자의 주의 의무요 중요한 교통법규이기도 하고 항상 그렇게 안전운전으로 30년을 별 문제 없이 다녔는데, 그날 그 순간에는 엉뚱한데 잠시 시선이 팔려 그냥 태연스럽게 대로로 접어드는 순간 수원에서 오는 직진 버스가 내 차 운전석 쪽 앞머리를 받는 것을 눈으로 뻔히 보면서 속수무책, 어쩔 수 없이 사고가 나고 말았다.
큰 버스가 빠른 속도로 가다가 내 작은 차를 받으니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나더니 내 차는 옆으로 밀려서 가드레일에 다시 한 번 부딪히는 바람에 운전석 문은 열리는데 조수석 문은 꼼짝을 안 하고 도저히 열 수가 없으니 안식구는 운전석 쪽으로 겨우 몸을 움직여 내려야만 하였다. 잠시 정신이 몽롱한 중에 차에서 내려 앞을 보니 전날 손세차까지 해서 깨끗하고 멀쩡하던 차가 순식간에 앞이 완전히 망가져서 엔진도 뒤틀린데다가 파편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나딩굴며 가드레일도 약간 휘고 수리도 어려울 것 같은 처참한 모습을 보니 내 쌀이 찢기는 것 같은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고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하고 생각하니 스스로 한심하기도 하고 허탈감에 잠시 망연한 상태로 길가에 서서 앞으로 찻값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운전을 계속할 수 있을까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마져 드는 것이다.
살다보면 별의 별일이 다 있고 언제 어떤 일을 당할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세상사요 우리의 인생사이기는 하지만 내가 이렇게 순간 큰 사고를 당하고 보니 너무나 어의가 없고 내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안식구나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생각과 미안한 마음에 자존심도 상하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사고가 나니 어디서 알고 오는지 견인차 몇 대가 먹이를 찾는 하이애나처럼 급히 달려오더니 무조건 내 차에 장비를 들이밀면서 견인을 하려고 하기에 가만히 있으라고 해도 알았다면서 자기들 나름대로 하던 방법을 그대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었다. 그런데 제일 먼저 온 견인차에 삼성이라는 글씨가 붙은 것을 보고 안식구는 내 차 보험을 든 삼성에서 온 줄 알고 삼성이라며 반색을 하는데 저건 견인차이지 보험회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하며 차에서 내려 사진을 몇 장 찍고 보험회사 직원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데 그 날 따라 아침 날씨가 영도 가까운 낮은 기온에 바람까지 불어서 밖에서 한 시간 가량을 기다리는데 어찌나 춥던지, 안식구가 집에서 나올 때 겉옷을 챙겨 입으라는 것을 괜찮다며 고집을 부리고 나온 것이 후회스럽고 역시 아내 말을 잘 들어야 되겠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그래도 알량한 체면 때문에 아내가 춥지요? 하는데 괜찮다며 속 다르고 겉 다르게 대답을 하고 나니 조금은 양심이 찔리는 것 같았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보험회사 직원이 와서 현장을 살펴보고 버스에 장착된 블랙박스도 한 번 살펴보겠다며 내 차는 처음부처 견인차가 손을 못 대게 해야 하는데 이미 견인을 위해서 손을 댄 상태라 허가 받고 영업을 하는 것을 못하게 할 수가 없고 그런 상황에서 만약에 못하게 하면 그 때까지 했던 것에 대한 보상을 하라며 몇 십 만원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차주가 책임을 져야 하고 그냥 견인해 가면 차주한테는 아무런 부담이 안 가니 그냥 두라고 하여 그대로 견인해 가게 되었고 차고지는 의왕시에 있다며 물건은 걱정하지 말고 그대로 잘 보관해 두었다가 처리가 되면 그 때 와서 가져가도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 가는 것은 포기하고 집으로 오려고 하는데 나는 걸어 올 양으로 고가도로 밑으로 가는 중에 안식구는 택시를 타고 가자고 하여 어디서 택시를 잡냐며 큰 길 쪽으로 나가다 보니 보험회사 직원이 댁이 어디시냐고 하더니 태워다 주겠다는 것이다. 얼마나 고맙든지, 고맙게도 삼성생명 직원 차로 무사히 집에까지 오게 되어 금방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런데 앞으로 내 차의 운명은 어떻게 될는지? 사고가 나고 사흘이 지난 3월29일 삼성화재 직원에게서 전화가 와서 하는 이야기가 버스의 블랙박스를 봤는데 버스는 파란불 상태에서 주행을 하였고 내 쪽이 잘 못 한 것이 분명하다며 만약에 10~20%의 책임 비율을 따지려면 버스회사에서 경찰서에 신고를 하여 법적으로 가려지게 되면 원인 제공한 내가 벌점을 받거나 운전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버스에 탄 승객 5명에 대한 진료를 청구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100% 내가 잘 못 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하고 차는 수리를 하게 되면 정비소에서 정확한 견적을 산출해봐야 알겠지만 본인 판단으로는 600여 만 원이 나올 것 같고 차량보상금은 640만 원이 나온다고 하여 아깝고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이 폐차를 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참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허전해지는 것을 숨길 수가 없다. 다만 앞으로 운전을 하려면 새 차를 다시 구입해야 하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보험료도 많이 오를 것 같아서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내차를 조금만 더 타고 딸에게 물려주려고 했던 계획이 무산되니 딸은 딸대로 앞으로 차문제로 염려가 되고 넉넉잖은 살림에 나나 딸이나 새로 차를 구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가 않다.
그리고 내 나이도 이제 팔십을 바라보고 있으니 앞으로 얼마나 운전을 더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고 하게 된다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조심스럽기도 하고 갈수록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신의 섭리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90세에 면허증을 따서 운전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 비교하면 아직 청춘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한편 생각하면 차가 심하게 망가져서 폐차를 하게 된 것은 마음 아픈 일이지만 만약에 1m 정도만 더 갔더라면 버스가 운전석 옆을 받게 되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다면? 생각만 하여도 아찔하고 가슴이 쫄아드는 느낌이다. 아들의 말처럼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지금 아빠는 여기 없을 수도 있다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지고 머리에 송글한 식은 땀이 맺히는 것 같다.
한 치 앞도 모르는 내 운명! 하지만 큰 사고 중에도 안식구나 나의 몸은 전혀 상한 데가 없으니 그나마 천만다행이요 위기에서도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아마 하나님께서도 내가 주일 아침 하나님을 뵈러 가다가 그랬으니 어여삐 봐 주셔서 위험한 중에도 멀쩡하게 지켜주니 않았나 하는 마음으로 자위를 하는 바이다.
다만 갑자기 차가 없이 지내기란 너무 불편하고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하며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니까 적응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이제부터는 주어진 현실을 즐기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