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16 연중 제15주간 토요일)
스카풀라와 참된 성모신심
오늘은 카르멜 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입니다. 1251년 7월 16일, 그러니까 765년 전 오늘 성모님은 영국 캠브리지 가르멜회 총장 성 시몬 스톡에게 발현하여 이슬람의 위협 속에서 지켜달라는 회원들의 청원을 들으시고 구원의 표징으로 갈색 스카풀라를 주셨습니다. 이를 지니고 있으면 지옥 영벌에서 면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자칫 이것이 진심어린 회개와 고해성사 없이도 구원 받을 수 있다는 부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교회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매월 첫 토요일 성모님의 간구로 스카풀라를 차고 살았던 연옥 영혼이 천국으로 옮아간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특별 신심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교회가 승인한 신심이긴 하지만 이것이 공적 계시를 능가할 수 없다고 봅니다. 다시 말하지만 성모 발현과 관련된 모든 가르침은 성경과 성전에 근거한 공적 계시, 즉 사도신경의 내용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스카풀라는 수도복의 축소판이라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스카풀라를 착용하는 것은 부적을 차는 것이 아니라 갈색 수도복을 착용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 그것은 수도복이 의미하는 바, 즉 가난, 순명, 정결이라는 복음 삼덕을 입는 것입니다. 아무튼 토요일 신심미사를 드리는 것은 연옥 영혼과 관련이 있다니 부디 자주 참석하여 연미사 드릴 것을 권합니다.
그럼 공적 계시인 오늘 복음 말씀에 비추어 참된 성모 신심을 묵상해 봅시다. 기적이 많아질수록 예수님의 인기도 많아지고, 이에 따라 반대파들의 모함과 질투도 많아집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세속적인 방식으로 당신의 지지자들을 동원하지 않고, 오히려 침묵과 겸손을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대로 행하십니다. “그는 다투지도 않고 소리치지도 않으리니, 거리에서 아무도 그의 소리를 듣지 못하리라.”(마태 12, 19) 반대자들을 공격하지 않으시고, 변명하지도 않으시고, 자신의 위업을 자랑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는 자주 나를 공격하는 사람을 배로 갚아주기 위해 이를 갑니다. 그리고 궁지에 몰리면 온갖 변명을 하며 자신을 옹호합니다. 그리고 조금 수고하면 크게 자랑하며 떠벌리고 다닙니다. 그러나 참된 승리를 위해서 예수님은 침묵하십니다. 때로는 침묵과 겸손이 더 큰 웅변이며 영광이 되기도 합니다. 잘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성당에서 봉사를 한다면서도 우리는 예수님이 아니라 그분을 반대하는 바리사이의 방식을 따르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는 올바름을 승리로 이끌 때까지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연기 나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니...”(마태 12, 20) 이미 부러진 갈대를 꺾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입니다. 또 이미 꺼져 버려 연기 나는 심지를 다시 끄는 일 또한 비열한 행동입니다. 약자를 대할 때는 강자가 아니라 나 또한 약자로 대해야 합니다. 그것이 자비입니다. 예수님은 악인들을 단 번에 치지 않으셨습니다. 회개할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곧잘 냉정하고 잔인한 심판관이 되곤 합니다. 자신의 큰 잘못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남의 작은 허물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이중 잣대를 지니고 살면서 미사 때에는 가장 거룩한 척합니다.
성모님을 사랑하고 성모신심을 따르는 여러분들, 이것 한 가지만 생각하십시오. 스카풀라를 주시든 묵주를 내려 주시든 성모님이 제일 믿고 따르던 분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리고 그분의 말씀이고요. 오늘 주님께서 들려주셨던 말씀을 꼭 마음에 새기십시오. 마리아는 그분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평생을 간직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오늘 복음 말씀을 한 자 한 자 무슨 뜻인지 묵상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그것이 참된 성모신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