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맘에 든다
낭송시집을 받아들고 처음에는 그 책제목이
시집 첫페이지에 오른 고은시인님의 시의 제목이라는 걸 몰랐다
살짜기 페이지를 열어 내 시만 보았으니까
말 그대로 신산스럽다
뭔가 덜 된 듯한
시고 떨떠름한 풋감같은 내 시...부끄럽다.
떠도는 생각이 달아날까봐
어떤때는 불도 못 켜고 어둠속에서
수첩에 휘갈긴,
감히 시라고 정의도 못 할 토막말들.
그런 것 중 하나가
어떻게 어떻게 무명실에 꿰인 감똘개처럼
활자로 찍히고 책으로 묶여서 내손에 들려졌다
그 첫 번째의 경험이 나는 신산스러워서
아직은 사람들이 헐렁한 구석의자에 앉아 책 표지를 쓸어본다.
약속한 다섯시에서 30분이 지난 시간인데도
사람들은 띄엄띄엄하고
공간은 억수로 넓어뵈인다
이러다가 저기 앞자리에서만 오종종 모여서 시낭송회 하는건 아닐까?
표를 산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12월의 주말이라 약속이 겹겹으로 겹쳐서
저울질하다가 무게 실린 쪽으로 다 달아나버렸을까?
적은 사람들 속에 나는 충실한 관객이 되고자
앞자리에다 가방을 걸쳐두었다
<시와 색> 동인시집 '이 위험한 경계'를 행사장 매대에서 샀다
익히 알고있는 이름들이 그안에 모여있다
시의 제목만 봐도 뒷목이 땡기며 등줄기에 전율이 인다
그들은 일상을 그냥 넘겨버리지 않고
굳이 굳이 그안에 엮어두었다
미소님은 온몸이 긴장상태임을 자꾸 들킨다
전체가 파스텔톤 느낌을 가진 현아님을 거기서 처음 보았다
이미 이름에서 친숙해진 터라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몇 안되는 사람들을 편하게 다가가 만났다
반가워서 손잡고 흔들고 가벼운 포옹까지...
프로필 사진 찍어드리겠다고 풀꽃향기님을 모델로 몇 번을 찍었다
앞의 무대에만 조명이 모이고
에메랄드 홀은 전반적으로 어두워서 서툰 솜씨에 사진찍기가 수월치 않다
몇가지 메뉴얼을 따라 조작을 하고 다시 찍기를 몇 번
입구에 서 계시던 무갑산님은 내가 사진찍기에 서툰걸 어느새 눈치채셨다
미소님 무갑산님 현아님 영산강님 방랑시인님을 사진찍었다
뵌 적이 없는데도 스스럼 없는 친근한 미소로 포즈를 취하시는
멋진 시인님들이시다
시간은 흐르고
오봉옥선생님께서 퇴근하는 한 집의 가장처럼
코트자락을 휘날리며 들어오신다
아까부터 둥근 원탁의 초대석이 허전했는데
먼저 안도현 시인께서 자리를 잡고
이어 김도향님, 조금 후에 노장시인 고은님도 착석하셨다
어느새 넓디 넓은 홀도 사람들로 채워졌다
꽃다발을 든 사람들 더러 있어 더 화사하다
이제야 밖에서 들어 올 식구가 다 들어 온 것처럼
저녁밥상을 차리면 되는거였다
뒷자리 너른 테이블에는 오색떡과 김밥, 샌드위치 그리고 과일과 음료가 마련되었다
이야기하던 꾸러미대로 그대로 옮겨가 떡과 김밥 과일등을 옮겨와 먹으며
자유롭게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풀꽃향기님은 소설가 친구를 대동하고 다니며 시세계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느라
잔잔하다.
작게 소란스럽던 장내가
사회를 맡은 소빈님의 일성에 잠잠해졌다
공동 사회자 오봉옥시인님과 소빈님은 편하게 좌중을 이끄셨다
다만, 선생님의 쉰 듯한 목소리가 며칠간의 고단함을 몸으로 말하는 듯 하다
시낭송회에 익숙지않은 나는 그동안 몰랐는데
책으로 묶인 시낭송집만 해도 그렇고
문단의 큰 산같은 존재인 고은님을 모시는 일이며
안도현시인님을 초대한 일도 그렇고
이렇게 큰 문화행사를 준비하시느라
심적으로도 심히 고단했을거라 짐작해 본다.
시가 낭송되는 장이 감탄스럽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고은님의 표현대로 시로 가득찬 공간이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불빛은 시를 낭송하는 시인을 비추고있다
시인은 삶의 응집을 노래하고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다
詩속에 아주 느리게 흐르는 평화로운 시간이 머물다가고
못내 그리운 얼굴도 시인들이 읊는 詩속에서 머뭇대다 간다
그중에 온몸으로 시를 발산하던 노을재님의 퍼포먼스는
우리모두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본다
詩속을 휘젓고 다니는 그분을 보면서
<시는 헤엄할 물이구나!>를 느꼈다
아직도 냇가에서 찰방거리는 나는 물흐름을 보며 그 물빛에 눈이 시린데
노을재님은 어린 얼굴로 시속을 헤엄하며 자유롭게 놀고계셨다
나도모르게 <할렐루야!> 외치게 되었는데,
詩속을 유영하는 그분의 몸동작과 시소리가 감탄스러워 터져나오는 탄성이었다
온갖 좋은 것을 내려주시는 빛들의 아버지께서
나에게 선물로 주시는 즐거움이었다.
고은님은 詩를 헤짚고 단상으로 나가
<시가 여기 있다>로 첫마디를 하셨다
그분 말씀대로 시들이 넋으로 혼으로 우리들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 같았다
충만해져있는 공간을 향해 시인은 스스로 취하여
시를 낭독하시고 시의 세계를 들려주신다
<압록강같은 대서사시를 쓰고 싶다> 말씀하시는 고은시인님
이미 그 생이 대 서사시같이 읽혀져서 감동으로 코끝이 찡해진다
가뿐해보이는 몸으로 단상에 오른 노시인님은 우렁차게
러시아 금강산 압록강을 이야기 해주셨다
북방 겨울산 만큼 서늘하고 늠름한 모습을 보았다
'시인도 저렇듯 짱짱하게 강건할 수 있구나!'
고은님의 흰머리가 참 맘에 들었다.
휘황하게 타오르던 시낭송회도 서서히 잦아들고
전문시인들 앞에 sign받으려는 행렬이 길게 늘어선다
나는 스타같은 안도현시인과 사진 한 번 같이 찍어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우리선생님은 그러는 나를 보며 혹시 이런 생각 안했을까?
<젖먹여 키워 준 어미 몰라보고 저거이 뭔 난리다냐?>
눈치가 슬쩍 보였지만, 선생님은 어디서나 뵐 수 있는 풍성한 어머니 같은 분 아니신가!
선생님도 다 아실거다.
기념사진 찍느라 다들 바쁘다
아...이런 미련함이!
카메라 베터리를 미리 너무 많이 소모해버렸다
정작 시인들이 취해주는 포즈를 안타깝게 바라보고만 있는 나를 보라!
베터리가 나간 사진기는 접어두고
단체사진 앞자리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안도현시인 옆으로 삐죽거리고 다가앉는다
물에 비친 산그림자 속에서 들려오던 그 뻐꾸기 소리같은,
발끝을 마구 간질이던 그 잔물결같은,
온종일 햇볕을 끌어안고 뒹굴다가 몸이 따끈따끈해진 조약돌같은 안도현님이랑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는다는 사실이 얼마나 좋은데...
어머나!
고은시인님께서 바로 내옆에 붙어 앉으신다!
아니...세상에 이런 일이!
알파와 오메가 같은 시인님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다니...얼마나 좋았게요!
시소리님은 금새 고은님 안도현님을 가운데 자기가 앉은 옆으로 모셔가버렸다
소박하게 쭈그려 앉은 아름다운 폼새로 모두들 사진을 찍는다.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
그틈에 서 본 나의 기분은 코끝 짱한 겨울날씨만큼이나
상큼하고 즐거웠다.
첫댓글 풀씨님 그 순수한 웃음 입가에 한 입 물고 내내 우리의 추억을 찰칵찰칵 만들어 주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언제나처럼 말입니다 좋아라 행복해라 기뻐라 하는 그 천진스러운 모습이 보는 우리들도 덩달아 마음 따뜻해 졌답니다 늘 감사 또 감사합니다.
풀씨님이 조곤조곤 풀어내는 글에서 그날의 영상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시감상하랴 사진찍으랴 수고 많으셨어요.. 사랑스런 풀씨님..
풀씨님 산문 솜씨가 이럴 때 다시 한번 빛을 발합니다. 요즘 안보여서 못내 섭섭했거든요. 행사를 함께 하지 못한 사람도 훤히 그 현장을 짐작케 하는 파노라마같은 글 짱입니다! 풀씨님 또한 오교실에 없어서는 안될 보배세요. 사진도 잘봤습니다
여고생처럼 감미로운 마음을 훔쳐보게 해주셔서 보는 마음이 덩다라 행복 합니다 아주 마음이 다정스런 시간을 보내셨구나 하는 느낌 문득 동료 의식이 생기며 동질감의 행운이 와준듯 ......
살며시 다가와 친구처럼 편안하게 손을 잡았죠. 아주 자연스럽게. 한동안 보지 못했지만 전혀 거리를 느낄 수 없었던 풀씨와 풀꽃,, 그 나이에 이르도록 싱그러운 순수의 세계에 머물고 계신 풀씨님께 매번 놀라게 되요.^^ 사랑해요. 아주 많이.^^
와, 풀씨님 반가워요. 고운 모습답게 글솜씨도 곱습니다. 사진 감사하고요. 자주 글 올려주세요. 요즘 좀 어두워지려고 하던 이 방이 환해집니다.
풀씨님....아직도 씨세요? 제가 승진 시켜 드렸자너요...풀로..오랜만입니다. 행사장에서 뵙지 못해 아쉽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쁜 풀님~명 사진사에 명 문장가이십니다. 아드님 소망대로 원하는 학과에 찰싹 붙을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 아들도 후배 덕좀보지요(ㅎㅎ) 고맙습니다
풀씨 안에 있는 꽃을 다 본 듯 합니다. 님의 입에서 나온 '할렐루야' 언제나 잔잔한 얼굴의 웃음!- 비결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어쩜 이렇게 찬찬하게시리 행사장의 모습을 찰찰 채우셨답니까??? 사진도 감사한데 기록까지 남겨 주셔서 감사를 또 한 번 드립니다. 샬롬!
다 못 전한 말- 풀씨님은 벌써 시인이십니다. 시 낭송회후기 글 곳곳에 보석같이 반짝이는 시어가 풀씨처럼 깃들어 있어요. 이대로는 한 편의 아름다운 수필, 압축하면 멋진 시 두어 편이 탄생하겠습니다.^^
풀씨님 카메라 들고 열심히 찍으시는 모습에 저도 열심히 폼좀 잡아 봤는데 역시 어색한 폼이 어쩔수 없네요.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덕분에 사진 몇장 찍혔어요.
^__________^ 또 뵙기 원해요~~